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철거냐 존치냐 기로에 선 대전차 방호벽 경인일보
<<철냐 존치냐 기로에선 대전차방호벽.>>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최재훈 기자.
경기도는 전체 면적의 22%가 군사보호구역으로 그중 경기북부지역은 44%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리적으로만 수도권일 뿐 사실상 비수도권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특히 군부대와 사격장 등 군사시설이 산재해 주민들의 민원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북부 지역은 현재 각종 신도시가 형성되고 이로 인한 각종 도로 건설 공사가 이루어 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군사시설 등은 경기도민들 모두에게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에서 의정부를 들어오는 동부간선도로 초입에는 육중한 크기를 자랑하는 대전차방호벽이 버티고 서 있다. 이 대전차방호벽은 경기북부의 관문인 의정부를 찾는 외지인들에게 북부지역을 군사도시로 각인시켜주는 첫 상징물이며 랜드마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경기북부 주민들은 대전차방호벽의 존재는 늘 남침야욕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북한군으로부터 대한민국 수호하는 필수불가결한 시설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활과 안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무 불평없이 그 존재를 인정해 왔다.
하진만 현대전은 우리가 걸프전이나.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의 레바논 사태 등에서도 불수 있듯이 전방과 후방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전방위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또 제공권을 장악한 측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공군력을 동원해 적에게 선제 타격한 후. 지상군을 투입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방식이다.
따라서 현대전의 개념인 북핵, 북의 미사일 운운하면서 군이 대전차방호벽의 존치 논리로 내세우는 아주 낡은 전쟁방식인 전차를 이용한 속도전 운운 논리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군의 주장대로 궂이 방호벽이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군은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새로운 대안..., 즉 흉물스러운 현재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기능과 도시적 디자인 개념을 담은 21세기적 방호벽을 구상하고 설치해야 한다.
군은 기존의 방호벽을 고수하는 논리만 만들어 왔지, "방호벽이 군사적 목적을 넘어 어떻게하면 경기북부주민의 삶의 질이 고양에 기여하고, 지역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 가?
경기북부가 천혜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쾌적한 지역이라고 지역자치 단체에서 아무리 홍보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새롭게 조성된 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몰고 오다가도 방호벽앞에만 서면 접경지역이라는 이미지에 숨이 콱 막히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군은 이미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그 효용성을 잃어버린 대전차방호벽의 문제를 이젠 현대전의 개념과,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점검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녹색 짓밟는 녹색에너지 안동MBC
홍석준 기자(안동MBC 보도부)
경북도청 신도시 특집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해외취재가 주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고, 더구나 45일 일정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장거리 취재가 심신을 지치게 만듭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 달의 기자상’소식을 들었습니다. 낮에는 폭염에 지치고 밤에는 고문(?)같은 ‘백야’로 잠 못 이루고... 심신이 파김치가 됐지만, 회사에서 날아온 기자상 선정 소식은 모든 것을 기분 좋게 만드는 청량제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 기자가 있는 핀란드 헬싱키는 백야의 본산입니다. 그렇지만 헬싱키의 밤은 이제 고통스런 밤이 아니라, 내일 귀국을 앞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북구의 백야를 즐기는 여행자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집니다.
녹색에너지의 중심인 유럽은 어느 새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강력한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우리보다 십년은 빨리 녹색에너지 사업에 주력했지만, 어디에도 우리처럼 산을 밀어내고 경관을 헤치며 들어선 풍력단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풍력발전기를 새울 때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때도 늘 산을 밀어내고 나무를 뽑습니다. ‘녹색’이란 명분만 손에 쥐면 거칠 것이 없는 나라. 녹색에너지를 얻기 위해 녹색을 짓밟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돈이 ‘외자’라면 ‘성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며 시공사 관계자가 했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하는 일을...쯧쯧” 그리고 한마디 더 “지방방송에서 나왔대. 뭐 알겠어?” 나라와 나라 사이에 하는 일에는 환경영향평가가 없어도 될까요? 지방방송에서 취재하면 환경영향평가도, 사안의 핵심도 모를까요?
평원으로 이루어진 유럽에서 우리처럼 산을 깎아내고 울창한 산림을 밀어내면서 풍력발전기를 세우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설령 평원이라 해도 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을 헤친다면 그들은 아마도 녹색에너지라는 개념을 세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간 삼간 태우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닐 테니까요.///
「뉴스추적 <그들은 왜 죽어갔나, 보령 암마을의 비…
# 이달의 방송기자상 취재후기
이번 기획은 ‘카더라’ 통신에서 시작됐습니다. 충남 보령에 바닷가마을이 하나 있는데, 어르신들이 암으로 줄줄이 돌아가신다 ‘카더라’는 겁니다. 한국 사람이 암으로 죽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고, 소문만 무성한지라 제작에 들어갈지 접을지 긴가민가했습니다. 보령시도 모르고, 보건소도 모르는 괴담 같은 얘기. 아이템 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문이 사실인지 최대한 빨리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28가구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인데도 조사하는 데만 사흘이 걸렸습니다. 암 종류에 따라 발병률을 계산했더니 한국인 평균의 3배에서 5배까지 나왔습니다. 원인을 찾아야했습니다.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의학전문기자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주민들은 일단 마을 곁에 있는 공군 사격장과 앞바다에 쌓여 썩어가는 탄피, 그리고 지하수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단서는 마을의 ‘암 지도’에서 나왔습니다. 암에 걸린 집을 마을 지도에 표시하니 하나의 ‘선’이 생겼고, 그 선은 부대의 펜스와 맞닿아 있던 것입니다. 펜스 너머에는 수십 년 전부터 주한미군, 육군, 공군의 수송부가 주둔해왔습니다. 수송부에서 쓰는 유류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주민들은 과거 지하수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고, 지금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군이 폐유를 무단 방류하는 걸 봤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즉시 지하수를 검사했고, 방송 하루 전날 발암물질을 검출해냈습니다.
방송은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보령시청은 숨겼던 지하수 검사 결과를 뒤늦게 공개했습니다. 역시 발암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시청은 홈페이지에 주민들에 대한 사과문도 올렸습니다. 또 암이 왜 생겼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시 예산을 들여 기초 역학조사도 시작했습니다. 사연에 대한 취재파일은 포털 사이트에서 하루 만에 조회 수 25만 건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7월 말에는 환경 전문 변호사가 보령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군부대 환경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에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국내 첫 소송이 될 전망입니다. 저희는 이런 내용을 추가 취재해 7월 29일 SBS 뉴스추적 <사선에 선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암 수술을 했는데도 암이 뇌까지 번져버린 최영재 씨. 몸이 점점 안 좋아져서, 마비된 오른손은 퉁퉁 부었고 말씀도 잘 못하시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암으로 위를 모두 잘라버리는 바람에 상추쌈 3번이면 식사 끝이라는 김난자 할머니. 후유증 없이 건강해보이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암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함성희, 최계숙 어머님. 혼자 적적하게 사시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암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을의 불행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취재팀을 아들처럼 반가이 맞아주신 주민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림으로 보는 문화지리학 ‘공간+너머’ 국민일보
전정희 (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
‘공간+너머’는 문화지리학의 시각으로 본 공간문화사이다. 선비 정신이 살아 있는 ‘북촌’, 근대문화의 태동지였던 명동 중심의 ‘남촌’, 우리의 힘으로 탈근대하며 척박한 땅에 문화를 일궈나가는 ‘신(新) 남촌’ 강남을 들여다본다. 권력과 자본의 이동경로이기도 한 이 축은 한국사의 민얼굴이기도 하다.
국민일보가 2008년 11월11일 첫 회를 내 보낸 이 문화기획 ‘공간+너머’는 2009년 8월3일 현재도 여전히 연재 중이다. 8월3일자는 제4부 ‘절멸과 자생’ ⑩ 수원, 華城樂譜였다. 제4부 ‘절멸과 자생’은 지방 주요 공간에 대한 기록이고 제5부는 해외편이다. 대략 1년 간 이어지는 기획물인 셈이다.
이 기획은 서울의 북촌, 남촌, 신남촌에 무게를 두고 시작했다. 조선-일제강점기-현대를 잇는 중요한 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 기획의 장기연재가 가능했던 요인을 꼽으라면 필자의 개인사가 북,남촌에 중심을 두고 이뤄진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꼬마 때부터 지금까지 서울 명륜동에 살며 서울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 힘이 됐다.
신문 기획 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탐사성이거나 캠페인성이다. 사회적 이슈를 축으로 이뤄지는 이같은 기획은 엄밀히 말해 기획이라기보다 스트레이트 보도의 분석기사라고 봐야 한다.
한데 대개의 탐사·캠페인성 기획은 호흡이 짧거나 재미가 없어 독자의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또 문화나 생활, 과학과 같은 간지부서 기획은 탐사 장르에 집어넣기에는 뭔가 전선(戰線)이 없다. 따라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공간+너머’는 이 점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했다. 독자의 인문적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말이다.
‘북촌’ ‘남촌’.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다. 두 곳이 한국사의 중심이었으니 어떻게 캐도 동맥(銅脈) 정도는 된다. 호흡을 불어 넣은 것은 ‘신남촌-강남’이다. 자본과 권력이 제3한강교(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으로 흘렀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달으면서 기획의 중심이 선 것이다. 중심만 정해졌다면 더하고 빼고, 스케치하고 덧칠하는 것은 쉽다.
이번 기획은 여느 기획보다 공정이 5배쯤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화가 섭외와 이들에 대한 기획 방향 제시, 직접 취재와 취재 보조, 밑공부, 자료 확보, 편집자와의 밀고 당기기, 관련 박스 및 일부 원고 직접 작성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미디어 환경이 너무나 변했다. 학보사 시절 식자 활판인쇄를 경험했던 나에게 말이다. 속보를 생명으로 계몽적 글쓰기에 익숙한 언론인들에게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곤혹스러울 것이다. 우리 신문도 ‘디자이너에게 권력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텍스트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공간+너머’를 디렉터의 감각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조사 취재 섭외 필자관리 잡무 경영 등을 한 덩어리로 받아들여야했다. 지식이나 정보는 자판만 치면 쏟아지는 세상이다. 독자들은 그러한 단편적 사실을 신문에서 찾고자 하지 않는다. 큰 흐름을 하나로 꿰뚫는 통합능력을 갖춘 취재와 글을 바라고 있다. 이번 상이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