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짧지 않은 취재기간 동안 격려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주신 사진부 동료들과 취재차량을 운전하느라 밤잠을 설쳐가며 동고(同苦) 해주신 수송부 직원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또, 희망을 잃지 않고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내조해 준 아내와 딸 아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난 봄 지방출장 길에 생태육교 표지판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동물들이 지나가고 있어요." 과연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를 이용하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숫자의 야생동물들이 도로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태통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 나마 있는 것들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로드킬'의 실태를 사진으로 보도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취재 노하우를 전수 받을 사람이 없어서 막막했다.
6월 19일, '무대뽀'로 취재를 시작했다. 밤 10시부터 동 틀 때까지 중앙고속도로를 뒤졌다. 통계상 사고가 가장 많은 남원주~홍천 구간을 살펴보기로 했다. 왕복 100Km가 넘는 거리를 시속 20Km로 이동했다. 시속 140~150Km를 예사로 넘나드는 고속도로에서 시속20Km의 속도는 그야말로 '곡예운전'이었다.
나 보다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수송부 직원의 컨디션이 더 중요했다. 아찔한 순간을 넘겨가며 목격한 로드킬의 실태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6월 말 장맛비가 오기 전까지는 매일 한 두 마리의 고라니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룻밤 사이에 이 구간에서만 수 십 마리의 동물들이 죽어갔다.
실상을 접한 뒤 사진기자로서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차에 치어 죽은 야생동물의 사체는 신문에 게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위주로 취재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밤을 세웠다. 졸음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했다.
하지만 단 한 컷도 찍지 못하는 밤이 이어졌다. 첫 출장을 마친 후에는 취재를 계속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출장기간 동안 별 소득이 없었고 희망도 없어 보였지만 '로드킬'의 실태를 눈으로 본 이상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데스크는 나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어주었다.
"오늘은 제발..." 매일 밤 기도하며 숙소를 나섰다. 취재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자 밤 눈이 조금씩 트여갔다. 고속도로 위를 헤매는 동물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으로만 찍기 일수였다. 일종의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로드킬'을 줄여보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본 나 자신은 그 위험한 고속도로에 야생동물이 나와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이러니’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중성이었다. 영문을 모른 채 큰 눈을 뜨고 죽어간 고라니 앞에서도 그 이중성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안타까움으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왔지만 이제 겨우 '그림'을 잡았다는 안도감과 흥분으로 얼굴은 상기됐다.
취재결과에 대한 압박감과 초조함에 사로잡힌 나에게 그 고라니는 생명이라기 보다 하나의 피사체에 불과했다. 기자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순간이었고 평생 잊어서는 안될 교훈을 얻었다. 다행히 취재를 계속하면서 나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나를 발견하고 도로 밖으로 달아나는 동물을 보면 안도감이 먼저 들었으니까..
칠흑 같은 고속도로를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찍기란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조명이라곤 차량 전조등이 유일한 상황에서 카메라의 오토 포커스 기능은 무용지물이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물을 수동으로 촛점을 맞춰가며 찍어야 했다. 며칠 밤을 세운 댓가로 겨우 찍은 사진이 포커스가 맞지 않았을 땐 견디기 힘든 허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낮과 밤이 뒤바뀌면서 서울과 원주를 오갈 때는 시차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로드킬이 많다는 88고속도로와 지리산 주변, 강원지역 국도도 몇 군데 돌아보았다. 힘 들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취재였다. 두 달에 걸친 취재를 끝내기로 결정하면서도 “이 정도면 됐어”라고 자신하지 못했다.
어쨌든 사진기자 생활을 통틀어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가장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8월 12일, 마지막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도 '로드킬'들이 어김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무심히 지나는 인간들에게 제 몸을 부숴가며 간절히 부탁하는 것 같았다. 제발 내 새끼들만은 차 바퀴에 깔려 죽지 않게 해 달라고…
한국일보 사진부 박서강 기자
회차 심사평
제180회 전체 총평
이춘발 이달의 기자상/한국기자협회 전회장
부산방송 ‘잊혀진 姓’ 기획·구성·내용 모두 ‘탁월’
지역언론 활약 돋보였던 9월…취재보도부문 수상작 없어 아쉬움
180 회째인 9월의 "이달의 기자상 "은 처음으로 주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취재 보도 부문에서 단 한건의 수상작을 내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운 가운데 지역 신문과 지역 방송사들의 노력이 한층 돋보이는 특징을 보였다.
기획 보도 신문 통신 부문에서는 부산일보의 ‘돌아오지 못한 원혼들 야스쿠니 조선인 합사자 2만 명 신원 최초 공개’ 가 압도적인 평가 속에 유일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함께 경합을 버렸던 매일경제의 ‘CO2 전쟁은 시작됐다’ 는 다양한 접근과 분석으로 CO2의 중요성을 계도하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아쉽게도 탈락했다.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KBS 대전 방송의 ‘신부전증 환자 C형 간염, 감염 무방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기사는 좀처럼 접근이 어려운 종합 병원의 허술한 위생 간염 실상을 파헤쳐 보건 행정 개선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광주 MBC의 카메라 고발성 기사인‘경찰 기강 이래서야’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었음에도 소재의 일반성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근소한 표차로 탈락했다.
지역 기획 보도 신문 통신 부문에서는 국제 신문의‘안중근 의사 여동생 안성녀 여사의 행적 발굴 및 독립 유공자 후손 생활 실태 조사’가 부산 일보의 계도성 기획물인 ‘부산을 바꾸자’를 제치고, 수상작에 올랐다.
안 여사의 행적은 광복 60주년에 때맞춰 일궈낸 지역 신문의 특종 발굴 기사라는 점과 특히, 취재팀의 노력과 땀이 짙게 베어난 연재 기획물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무려, 일곱 건의 후보작이 출품되어 치열한 경합을 벌인 지역 기획 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3 건이 1차 심사를 통과 했으나 부산방송의 ‘잊혀진 姓, King’ 한 편만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인 남양 군도 강제 이주 실태와 그 뿌리를 최초로 파헤친 이 작품은 기획과 구성, 내용 모든 면에서 찡한 감동을 주었으며 지역 방송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KBS 제주 방송의 ‘태풍, 지진 해일 1.2편’ 과 춘천 MBC의 ‘한탄강 2부작’은 취재 구성에 많은 노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 위원들이 높은 호응을 받는데 실패했다. 사진 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로드 킬..고속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으로’가 수상했다.
환경 관련 컷으로는 보기 드물게 잔잔한 사회적 파장까지 몰고 온 이 사진은 취재 기자의 치밀한 기획과 인내심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심사에서 가장 경합이 심한 취재 부문에 수상작이 없었다는 사실은 향후 일선 취재 기자들의 한층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물론취재 부문에서 2차 심사까지 올랐던 동아일보의 ‘김윤규씨 대북 사업 개인비리 ’와 한국일보의 ‘검 .경. 언 전 방위 금품 로비 의혹사건‘기사는 분명한 특종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두 건 모두 구체적 비리 사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데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소수점차의 탈락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역 기획 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질 양 모든 면에서 한결 향상된 후보작들이 대거 출품돼 고무적이었다. 이 덕분에 심사시간이 평소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따라서 앞으로 방송 기획물의 경우는 원본과 함께 5분 내 외의 압축 요약 분을 별도 제작해 출품 하는 것이 심사 평가에 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