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의 경고 - 바다숲이 사라진다/제주MBC 기획보도부 오승철
지난해 말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선배로부터 산호의 일종인 거품돌산호가 제주바다에 엄청나게 많이 번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며칠 후 수산 연구기관의 연구사가 최근에 산호와 말미잘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지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종이 많다고 푸념을 했다.
산호라면 모두 아름답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었고 나 자신도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제주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해안 마을을 돌며 해녀와 어촌계장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상한 바다풀들이 여러 곳에서 자란다는 얘기를 듣고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때론 폭우와 번개 속에서, 때론 뙤약볕 아래서 직접 다이빙을 하고 수중촬영을 하면서 육체적 어려움과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서귀포 일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산호가 제주 북쪽 바다에서 군락을 이루고 특히 아열대성인 거품돌산호와 호리병말미잘이 해녀들이 수산물을 채취하는 공동어장을 뒤덮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육상의 나무처럼 1차 생산자 역할을 하는 미역이나 모자반 등 해조류가 서식처를 빼앗겨 사라지고 이를 먹이로 하는 소라나 오분자기 등 수산물이 줄어든 것을 생생한 화면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한쪽면만 부각돼 왔던 산호의 이면을 보여주고 건강한 생태계가 왜 중요한지를 알린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 보도를 계기로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의 관심이 높아졌고 산호류 번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었다.
10킬로그램이 넘는 수중카메라를 메고 바다를 누비며 촬영을 했던 강흥주 기자와 후배 윤성이의 노력의 결과다.
특히, 꾸준히 조언을 해주며 용기를 북돋아 준 데스크와 동료들, 그리고 취재에 도움을 준 많은 분들께 이번 기회를 빌어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것(말미잘과 산호)들을 죽이기 위해 제초제를 치지도 못하고 주사를 놓을 수도 없고 어떻게 과학을 발전시켜 없앨 방안을 찾아 달라”는 해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앞으로 더 심층적이고 다양한 후속 취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회차 심사평
제193회 전체 총평
제19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백병규 심사위원(미디어 평론가)
제19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8건이 출품돼 24건이 본선에 올랐으며 최종적으로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다룬 기사가 3건으로 많았으며,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환경문제를 조명해본 기사에서부터 제주 앞 바다속 ‘산호의 습격’과 ‘유채기름’의 가능성, 그리고 일반인이나 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이르기 까지 새로운 소재의 기사도 많았다. 한편으론 소재와 기획의 참신성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만한 ‘짜임새’와 ‘밀도’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된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는 무엇보다 기획보도 부문이 돋보였다. 지역기획부문(신문)의 ‘부산 일자리 대해부’(국제신문 기획탐사팀 성현철·이노성·권혁범 기자)는 예선과 본선 모두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10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분석해 산업별, 지역별, 규모별 ‘일자리지도’를 작성해 일자리의 질과 양, 업종별, 지역별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은 과학적 통계기법을 활용한 탐사보도의 전형이라 할 만 하다. 국제신문 기획탐사팀의 노고도 노고지만 부족한 취재인력 여건에서도 2개월여에 걸친 방대한 작업을 지원한 국제신문의 ‘투자’가 거둔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기획보도부문의 중앙일보 탐사기획팀(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2006년, 대한민국 공기업’ 역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방대한 자료 수집과 치밀한 분석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내준 점이 돋보였다.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는 공기업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공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드러낸 노력도 높게 평가할 만 했다. 그러나 문제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안의 모색에서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취재보도부문의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 및 공판중심주의 논란’(한국일보 사회부 최영훈·김지성·박상진 기자)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파문이 한창 법조 3륜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고 있던 시점에서 시의 적절하게 ‘의제(공판중심주의)’를 설정한 것이 높게 평가됐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의 핵심이 ‘공판중심주의’에 있다는 것은 다른 언론들에서도 같이 제기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1면 머리기사로 이를 의제화해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돌린 것이야말로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자 ‘힘’일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장추적-위험천만 수입타이어’(KBS 8시뉴스기획 이석재 기자)는 탑승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불량수입타이어의 실상과 제도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보도대로라면 광범위하게 장착됐을 불량수입타이어에 의한 피해사례 등이 예시되지 않아 문제제기에 대한 뒷받침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역시 KBS의 ‘경기도의원 놀자판 연수’는 치밀한 기획성 취재로 유급화된 지방의회 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 실태를 적나라게하게 폭로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본선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취재부문 ‘중국산 쌀 둔갑현장’(무등일보 사회부 양기승 기자외 3인, 사진부 임정옥 기자)은 현장 접근과 포착이 쉽지 않은 취재 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보내용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기자들의 끈질긴 ‘근성’이 기자상을 낚았다. 강원일보의 ‘소양강댐 보조여수로 부실싱공 의혹 파문’도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다.
지역기획부문 방송분야의 ‘광양만권 생태도시를 꿈꾼다’(KBS순천 정병준 기자)는 지역사회의 경제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포스코의 그늘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주민들의 직간접 피해 사례를 드러낸 ‘용기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 앞바다 생태계의 교란 실태를 잘 드러낸 ‘산호의 경고-바다 숲이 사라진다’도 지역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시의적절한 보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광양만권 생태도시를 꿈꾼다’는 프로그램 제목이 내용의 핵심을 비켜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산호의 경고’는 생태계 교란의 원인 파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랜만에 수상작을 낸 전문보도분야의 ‘주한미국대사부인 출입국관리법위반’(코리아타임스 정치부 박성우·윤원섭 기자)은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부인의 ‘허가받지 않은 보석공예품 전시’를 통한 위법 영리행위를 고발해 주한외교가의 공공연한 위법 영리활동에 경종을 울려줬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심사위원 중에는 국익과 외교관계, 위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너무 지나친 쟁점화 아니었느냐는, 소수지만 강력한 이의제기도 있었다.
충청투데이의 ‘잿빛도시 푸른 희망-멸종위기 동물을 찾아서’나 경인일보의 ‘양주시 제비가족 관찰기’, 한국일보의 ‘애기뿔똥통구리’ 모두 좋은 평을 받았지만 너무 익숙한 소재의 한계라는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