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한국기자상 심사평
한국기자협회가 1967년 시작한 한국기자상은 햇수로는 56년째, 시상횟수로는 72년과 80년 정치적 혼란으로 시행하지 못해 올해 54회째입니다. 당초 한국기자상 제정 목적을 되살펴보니,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창달”에 공적이 뚜렷한 기자를 찾아 포상하기 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요즘식으로 재해석해 보면, ‘뛰어난 보도활동’은 사회변화에 맞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취재보도 활동’, 그리고 ‘민주언론창달’은 ‘권력 감시와 사회적 약자 배려 보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지난 한해 동안 한국기자협회 회원 언론사들의 기자들은 특히 정권교체기를 맞아 다양한 형태의 권력감시와 사회적 약자 보도를 전개하였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와 참여관찰형 보도, 문제해결형 솔루션 저널리즘 등 혁신적인 저널리즘 양식을 구현하는 성취도 이뤘습니다. 이달의 기자상과 이번 한국기자상 결과는 지난 한해 동안 한국기자들의 정의의식과 열정이 만들어낸 성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54회 한국기자상은 지난해 12개월 동안 이뤄진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들과 새롭게 출품된 작품을 포함해 모두 92편을 놓고 심사위원들의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9편의 한국기자상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또한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3편 중 1편을 확정했습니다.
올해 한국기자상 대상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尹 대통령 사적수행·사적채용 논란」 (MBC 이기주·이정은·신수아 기자) 보도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 권력과 사적 이해관계의 혼탁의 문제를 증거 기반의 진실 보도로 잘 드러냈으며, 대통령실의 관련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어서 이 기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기자상 후보작 95편 모두 ‘민주언론 창달’에 기여하는 훌륭한 보도로 한국언론의 2022년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작금의 한국언론 환경은 진지한 보도의 공론장과 포털 뉴스상품 시장의 이중구조를 형성하는 가운데 포털시장이 공론장을 지배하려 드는 형국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 기자상 후보작과 출품 기자들이야 말로 ‘한국 기자의 정신과 근성’을 가지고 열악해져가는 언론 공론장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나아가 민주 언론 공론장을 확장하고 풍부하게 하는 주역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역량있는 기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상작 9편 및 조계창기자상 1편에 대한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상
△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尹 대통령 사적수행·사적채용 논란」 (MBC 이기주·이정은·신수아 기자) 보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논란을 성실하고 집요한 취재로 처음 구체적 물증을 통해 확인한 사항을 보도함으로써 대통령 권력과 사적 이해 관계의 혼입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실의 관련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이 기사의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 취재보도부문
△ 「쌍방울·이화영·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 (CBS 윤준호·김태헌·홍영선·박희원·김구연 기자) 보도는 정치권과 산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쌍방울을 둘러싼 의혹과 쌍방울과 경기도의 유착을 파헤치는 연속 기사를 쏟아냄으로써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기획보도부문
△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경향신문 장은교·심윤지·이아름·최유진·조형국·이수민·이하늬·이준헌·김윤숙 기자) 보도는 6070 여성들의 주부 노동을 젠더, 패미니즘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취급돼왔던 여성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킨 수작으로 평가됐습니다. 젠더 저널리즘의 새로운 글쓰기 가능성을 제시한 참신한 기획이었습니다.
△ 「살아남은 김용균들」 (한겨레신문 정환봉·장필수·김가윤·백소아 기자) 보도는 산재 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산재 기록과 삶을 진정성 있게 추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지역기획보도부문
△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 ‘경남신문 심부름센터’」 (경남신문 도영진·김승권 기자) 보도는 소멸 위기지역을 무심하게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언론 기자들이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지며 소소한 일상과 물리적 불편을 기사화한 ‘참여관찰형’ 저널리즘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지역 소멸 실태뿐 아니라 대안까지 모색해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산복빨래방> -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습니다」 (부산일보 김준용·이상배 기자) 보도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산복마을의 한 공가에 기자들이 빨래방을 열어 여섯 달 동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것으로 역시 참여 관찰 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독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국제신문 신심범·정지윤·김성룡 기자) 보도는 형제복지원(1975년)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를 심층보도를 통해 1960~1970년대 사회복지시설의 사회적 약자착취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진상규명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ASF 울타리 복마전: 2천억은 어디로 갔나」 (G1방송 원석진·김민수 기자) 보도는 환경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멧돼지의 남하를 막겠다며 1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여한 ASF 울타리사업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심지어 울타리를 사유지에 설치해 철거하는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사실들을 고발한 보도로, 당연히 여기던 것을 의문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담당자들의 시인을 받아내는 등 완성도 높은 취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사진보도부문
△ 「우주 독립의 날」 (서울경제신문 오승현 기자) 사진보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진 취재를 허가한 장소가 발사대에서 직선거리로 2km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누리호가 도약하는 순간을 생동감있게 담아 역사적인 기록이 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연합뉴스 선양 특파원으로 재직 당시 순직한 故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한국기자협회와 연합뉴스가 공동으로 제정해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조계창 국제보도상’ 수상작은 △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 (SBS 김수형 기자)보도를 선정했습니다. 워싱턴특파원을 역임한 김수형 기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앤서니 파우치 백악관 수석의료보좌관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국무총리, 페트로 코틴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CEO 등을 심층인터뷰 하는 등 주요 국제이슈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시의적절하게 인터뷰하는 방식의 특별하고 차이나는 특파원 저널리즘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는 기자분들에게 심심한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분열과 혐오, 비지성과 부정의가 난무하는 작금의 한국 사회가 기자 여러분의 좋은 보도, 옳은 보도로 인해 그래도 조금 더 투명한 사회, 조금 더 공정한 사회, 조금 더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지난해 노고 많으셨습니다. 2023년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슬기로운 기자생활 영위하시길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기자! 화이팅!입니다.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