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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경포호, 바다가 되다>
취재후기
(250회) 긴급진단 <경포호, 바다가 되다> / GTB강원민방
긴급진단 <경포호, 바다가 되다>
GTB강원민방 백행원 기자
경포호, 물이 거울처럼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강릉의 랜드마크 격으로 경포 해수욕장엔 해마다 수십만명이 더위를 피하러 찾아옵니다.
그런데 GTB 입사 이후 춘천에서만 근무하다 강릉에 있는 영동본부로 발령 나고 첫 주, 취재를 마치고 해안도로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던 중에 본 경포호는 온통 파래로 뒤덮인 늪의 모습이었습니다. 강릉 토박이 운전요원은 30년을 살았지만 경포호가 저렇게 된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경포호 긴급진단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닷물과 민물이 교류하는 호수인 경포호가 파래로 뒤덮여 늪처럼 변한 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파래는 해조류고 해조류는 바다에 살아야 하는데 기수호(바닷물과 민물이 섞여있는 호수)인 경포가 온통 파래 투성이가 된 겁니다. 저희는 일단 수중 장비를 가지고 경포호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수질은 좋았습니다. 생각과 달리 물이 깨끗해서 작은 물고기 움직임도 보일만큼 시야가 탁 트였는데, 경포호 속에 사는 생물들이 좀 이상했습니다. 홍합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전복이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보통 바다에서는 파도 때문에 크게 자라지 못하는 파래가 어른 키보다 크게 웃자라 있고 일반적 기수호에서는 살 수 없는 홍조류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호수 속은 마치 잘 가꿔진 바다 속 같았습니다.
경포호가 정말 바다로 변한 것인지 왜 그렇게 된 건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보자고 팀 내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경포호 속을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생태와 수질 전문 교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강릉에 연고를 둔 교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영상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럴 줄 몰랐다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수질과 하상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사팀이 꾸려졌습니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강릉시와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2004년부터 낚시가 금지된 경포호에 정치망과 자망을 설치했고 물 속 염분도 측정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경포호로 민물이 흘러드는 부분에서 조차 24‰(퍼밀)이 넘는 염분도가 측정됐습니다. 경포 앞 바다 염분도 31‰(퍼밀)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부 5곳에 설치된 자망과 정치망에서는 강도다리와 문절 망둥이가 잡혀 올라왔습니다. 잉어나 메기 같은 민물 어종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2005년에 벌인 조사에서 민물 어종이 23%나 잡혔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6년 새 경포는 너무 큰 변화를 겪은 것이었습니다.
경포호 바다화 현상의 원흉은 지난 2004년 수질을 개선하겠다면서 바닷물을 막던 보를 터놓은 공사였습니다. 바닷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질은 개선됐지만 민물 유입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바닷물만 들어오면서 경포는 사실상 바다로 변했습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공존하면서 만들어 낸 독특한 생태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의 논리에 무너진 겁니다. 강릉시는 취재가 시작되자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며 각종 퇴적물로 막혀있던 민물 유입구를 서둘러 터놓기도 했습니다.
모두 7번의 연속 보도가 나가는 동안 지역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경포호가 바다로 변했다는 사실은 지역 주민들 정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는 곳마다 이웃과 모여서 뉴스를 봤다며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도록 힘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경포호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내내 어떤 분들은 옛날 경포호에서 고기 잡던 생각에 하루 종일 조사팀의 곁을 떠나지 못했고 어떤 분들은 멀쩡한 호수를 시에서 망쳐놨다며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고생한다면서 생수를 사다 주시기도 했습니다.
강릉시도 중장기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강릉시는 경포호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수질에만 국한 됐던 호수 검사 항목을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는 경포호 상황과 복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회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움직임은 동해안 다른 석호 보존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경포호엔 해마다 4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기수어종인 황어와 숭어가 산란을 하고 자라서 바다로 나갑니다. 우리 취재팀이 지난 한 달간 한 노력이 이 아름다운 생태계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되어서 기쁩니다.
취재하며 함께 고생한 영동본부 선배들과 가족같이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GTB 보도국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회차 수상작 2011년 6월
제250회(2011년 6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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