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CU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
경인일보 김선회 기자
갑을관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5월 16일. 용인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경영악화로 CU측 직원과 계약해지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CU 본사 직원은 계약 해지의 대가로 수 천만원의 위약금을 제시했고, 이에 격분한 남성은 수면유도제 40알을 먹고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오전 숨지고 말았다.
경인일보는 지난 5월 21일자 1면에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이후 CU측은 ‘해당 점포는 매월 수익이 470만원에 이른다’, ‘사망원인은 수면유도제 복용 때문이 아닌, 지병인 심근경색이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전국 언론사에 배포했다.
여기서 강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수면유도제를 다량 복용해 죽은 사람의 사인이 단순히 심근경색이었을까? 유가족외에는 발급받을 수 없는 사망진단서를 CU측은 어떻게 확보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으로 취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하기로 했다.
취재진은 유가족들을 만나 CU 고위 간부가 수 천만원의 합의금을 주겠다고 자필로 서명한 ‘확인서’를 확보했다. 또 고인의 병원비 및 장례비를 결제하기 위해 CU 측이 사망진단서를 확보하게 됐으며, 언론에 배포하는 과정에서 사망 원인의 하나인 ‘수면유도제로 인한 약물중독’ 부분을 삭제한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경인일보는 5월 23일 CU의 사망진단서 변조 사실을 다시 한 번 전국 최초로 알렸다.
5월 27일에는 유가족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진단서 변조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홍석조 BGF리테일(CU 본사) 회장을 고발키로 했다. 사태를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되자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진단서 변조 문제를 전적으로 시인했다. 또 향후 유사사건의 재발방지 약속까지 하게 된다.
CU 측이 조작된 사망진단서를 배포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CU문제를 일단락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인일보 기자들이 후속취재를 통해 CU 측의 유가족에 대한 입막음 시도와 고인의 사망진단서 변조사실을 보도해 대기업의 횡포를 각인시킨 것은 진실 앞에 어떠한 ‘성역과 금기’도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우리의 기사가 유가족 및 전국의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됐기를 바란다.
회차 심사평
제273회 전체 총평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보도 “두드러진 특종 성과 내지 못했다” 아쉬움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56편이 출품됐다. 매회 출품작이 늘고 있다. 이는 사건사고가 쉼없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더불어 기자들의 특종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음을 잘 보여준다.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삶에 기여할 특종을 쫓는 헌신성으로 밤을 새우고 있는 일선 기자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심사위원들 역시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좋은 특종’을 선정하기 위해 심사 내내 매 작품마다 냉혹하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토론과 반박, 재반박을 통해 불편부당한 특종작품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있음을 다시 알린다.
취재보도1 부문에 출품된 한겨레신문 사회부의 ‘국정원 정치공작 문건 연속보도’와 YTN 정치부의 ‘한국행 희망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에서 추방’은 끈질기고 집요한 취재정신과 사회 이슈를 주도한 의제설정 능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의 국정원 보도는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현안을 완벽하게 다룬 취재기자의 집요하고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였으며, 1건만 해도 세상이 뒤집어질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연속보도로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YTN의 라오스 추방 보도는 야근 중 제보받은 내용을 집요하게 추적해 중요한 외교 현안의 의미를 살렸고, 특히 관공서가 문을 닫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정부부처에 대한 취재를 끈질기게 함으로써 이 사안을 대하는 정부 대처의 문제점과 외교 역량을 잘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 부문에 출품된 SBS 보도제작부의 ‘현장21 ‘가짜 베스트셀러’ 등 출판계 사재기 연속보도’는 주제가 흔히 알려진 평이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4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해 성과를 낳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홍보성 기사가 많은 문화 분야에서 기자정신을 담은 비판적 시각의 기사를 내놓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정치·경제·사회 부문과 달리 특종 수상이 쉽지않은 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 국제, 영자신문 보도의 특종취재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신설한 취재보도2 부문에서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KBS 탐사보도팀의 ‘추적 60분-19대 국회 땅 보고서’와 MBC 시사제작2부의 ‘의문의 형집행정지’ 모두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땅 보도는 그동안 국회의원 개별로 다뤄진 땅 문제를 집단적으로 다루면서 막연히 인식하던 내용을 공을 들여 취재한 점이 평가됐으나 메시지가 약하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형집행정지 보도는 다른 언론에게도 제보가 갔지만 MBC가 적극적이고 끈질긴 취재로 사안의 본질을 잘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인 후속보도로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쳤다면 더 의미있고 풍부한 취재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 출품된 경인일보의 ‘용인 CU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와 JTV전주방송의 ‘노예 장애인…그 후’는 모두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CU 보도는 묻힐뻔 한 기사가 기자정신으로 발굴됐으며, 유족에 대한 입막음에 나선 CU측의 행태를 파헤쳐 끈질기게 취재해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예장애인 보도는 기사 보도 후 후속조치에 대한 점검과 추적보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특종으로, 지나간 사건을 점검하는 기자들의 노력 필요성을 실감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상황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한편 행정력의 현황을 짚어보고 각 분야의 착취구조를 드러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작으로 제출됐던 이투데이 ‘어나니머스 핵심멤버 “한국해커들 주도로 30여명이 해킹”’ 기사는 특이한 취재기법으로 사건을 다룬 점은 이채로웠지만, 과연 보도를 통해 어떤 사회적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본심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아쉬움이 지적되면서 재심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 언론사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를 후보작으로 제출한 것과 관련, 첫 보도를 한 경인일보나 CBS, 중앙일보 기사 모두 사건 보도에 대한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독자적으로 기자상을 주기에 두드러진 특종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로 수상이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 편 모두 예심 심사 커트라인(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넘지 못한채 7점대 후반의 점수를 얻는데 그쳤고, 심사위원들의 토론 평가에서도 격론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실패했다.
경인일보의 경우 가장 빠른 보도를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사건의 당사자임을 적시하지 못했고 후속보도도 미약했던 점이 지적됐다. CBS의 경우는 사실 확인 등에 충실한 점은 평가받았지만 속보에서 뒤진 데다 윤 전 대변인을 적시하지 못한채 청와대 고위관계자로만 처리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중앙일보의 경우 상황을 추적한 취재과정은 호평을 받았으나 역시 속보에서 뒤진 데다 다른 언론들도 시시각각으로 팩트를 추가해 보도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취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세 언론사에 아쉬움과 격려를 전한다.
또 크라우드 소싱기법으로 전두환 재산 환수에 도전한 한겨레신문, APT 관리비를 집중 조명한 조선일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아들 성적조작 의혹에 대한 KBS의 기사가 모두 호평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수상권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