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출연자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
한겨레신문 박유리 기자
한겨레 사회부 24시팀 박유리 기자입니다. 부족한 기사임에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9월 말부터 8회 연재한 ‘엑스트라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은 개인적으로 4년간 지켜 본 보조출연자 업계에 대한 노동 보고서입니다.
2009년 문화부 방송 담당 기자 시절 알게 된 보조출연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언젠가는 탐사 보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실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겨울, 잠시 기자직을 떠나 있을 때 보조출연자 노조 위원장 등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합니다. 부당 노동 행위를 당했다며 위원장이 제게 연락을 취했지만 당시에는 업무 현장을 떠나 있던 때여서 보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꼭 보도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좋은 기자가 무엇인지는 늘 제 삶에 있어서 화두입니다. 아직은 그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획이 무엇인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부당한 현실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 이러한 것들이 기획 기사의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시리즈를 시작했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과연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란 의문이었습니다. 보조출연 업계에 대한 지상파 방송 3사의 무관심이나 수십 년간 굳어진 보조출연 기획사 업계를 감안하면, 현실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취재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몇 가지 후회도 남습니다. 성폭력 당한 자매 자살 사건을 취재하면서 숨진 여성이 남긴 유품을 뒤지고 비밀번호가 걸린 휴대전화를 복구시키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1인 기획이 남긴 구멍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분은 제게 저널리스트가 되기에는 피가 너무 뜨겁다는 조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가진 단점이자 기자로서 더 발전하지 못하는 덫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뜨거웠던 피가 있었기에 두 달이란 시간 동안 앞만 보고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제게 자극을 주고 반성하게 하는, 그리고 존경하는 사회부 24시팀 선후배님들께 감사합니다.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24시팀이 함께 받은 상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278회 전체 총평
부산일보 ‘건강 최악 도시’ 지역에 바탕 둔 기획·취재 돋보여
언론이 현대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민주사회 시민들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자의 사명감이 더욱 충실해지는 징후인가? 10월 기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심사에는 출품작이 74편에 달해 최근 5년내 최다 출품의 기록을 세웠다. 매달 평균 출품작 40~60편 사이를 크게 넘어선 출품 기록이다. 최근 다양한 국내외 활동에 따라 높아진 한국기자협회와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와 신뢰에 부응, 사회 모순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의 특종 열망이 커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것일까?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은 모두 호평 속에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심사위원들 모두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 작품들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일부 출품작의 경우 특종임을 과시하기 위해 성과와 의미를 과장하거나 타사의 경쟁작을 폄하하는 사례가 있었고, 이같은 행태는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음을 알린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효성그룹 수천억 탈세·국세청 검찰 고발키로’와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의혹’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효성그룹…’ 보도는 여러 건의 단독보도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양하게 조명됐으며, 역외탈세 문제까지 다룬 점과 금융감독원의 후속 조치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효성그룹 탈세에 대한 연속 취재를 힘있게 끌고 갔으며, 다른 언론 보도를 주도한 시의적절하고 알찬 내용을 담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군 사이버사…’ 보도는 한겨레신문이 추적 취재하지 않았으면 미궁에 묻혔을 사안을 발굴해 단독 보도한 수작으로, 보도 기간 진행된 국정감사로 여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는 운도 따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보기관과 정부 부처의 대선 개입 파문이 국민적 충격을 준 가운데 정치적 중립지대의 마지막 보루인 군마저도 대선에 개입한 사실을 밝힌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부문의 한겨레신문 ‘보조출연자 쥐어짜는 드라마 왕국’은 화사한 주연배우의 그늘에 가린 방송국 보조출연자들의 심각한 현실을 잘 포착해 보도함으로써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많이 다뤄진 주제임에도 보조출연자들의 실태를 밀착 취재함으로써 현장 상황을 세심하게 드러낸 미시적인 접근법으로 겉보기에 화려한 방송국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KBS ‘시사기획 창-후쿠시마의 진실’은 혹시 모를 방사능 피해의 위험을 감수한 취재정신을 높이 산다는 긍정적 평가와 기자라면 당연히 감수하는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지만, 심사결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의 1회성 현장취재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방사능 노출 피해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사건을 취재해온 도쿄 상주 특파원들의 고뇌와 고통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기획보도 신문부문의 부산일보 ‘건강최악도시 부산, 공공보건의료 바꾸자’는 지역언론이 전통적인 취재방식에서 벗어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좋은 기획기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점을 잘 보여줬고, 지역사회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지방도시에 바탕에 두고 기획과 취재를 조화롭게 진행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숭례문 단청 박락’ 사진작품이 선정돼 오랜만에 사진 분야의 수상작을 냈다. 단발성 사진보도지만 사진기자가 부실한 문화재 관리의 현장을 꼼꼼하게 확인해 보도했고, 정부가 이같은 보도내용을 수용해 후속 대책을 내놓고 이후 문화재청장까지 경질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특종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