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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카지노 도박 회장님의 5억짜리 황제노역
취재후기
(283회)해외카지노 도박 회장님의 5억짜리 황제노역 / 한겨레
해외카지노 도박 회장님의 5억짜리 황제노역
한겨레 정대하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꼭 일주일 째였다. 그날 난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과 관련된 법인의 등기부 등본을 들척이고 있었다.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던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과 유 전 회장 두 사람의 부동산 은닉 수법이 유사한 것에 깜짝 놀라던 참이었다. 부장한테서 “수상자로 선정돼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내심 기뻤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로 나 역시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던 터라, 혹 속마음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조심했다.
난 사주를 보면, 자주 “인복(人福)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카지노 도박 장면을 포착하고 귀국 후 실제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산다는 것을 보도하게 된 것도 사실 인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말 허 전 회장의 지방세 체납 사실을 보도한 2단짜리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앤드류씨는 황제노역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힘을 준 고마운 분이다.
지난 2월 <연합뉴스>에서 오클랜드 현지 신문을 인용해 허 전 회장에 대한 근황을 처음 보도한 뒤, 난 앤드류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통화한 뒤 수백억원대의 벌금을 내지않고 도피성 출국을 방치한 검찰의 책임을 묻는 기사를 썼다. 카카오톡으로 허 전 회장의 호화생활 단면을 전해듣고 카지노 도박 장면을 포착해 달라고 부탁했다. 400억원대 벌금·세금을 미납한 허 전 회장의 부도덕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카지노 도박 사진 한 장’이라고 판단했다. 허 전 회장의 도박 장면 사진과 동영상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허 전 회장이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살 것이라는 단독보도도 허 전 회장이 실제로 귀국하면서 황제노역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이슈가 됐다.
취재경쟁이 시작된 뒤에도 주변 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난 황제노역의 본질은 ‘위장노역’이라고 봤다. 허 전 회장이 국내외 은닉재산이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 위장노역의 실체를 파헤치면서도 인복의 힘이 컸다. 뉴질랜드에 사는 동포들이 메일이나 전화로 허 전 회장의 이런저런 의혹도 들려줬다. 선배의 모친상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지인한테서 허 전 회장의 은닉 부동산이 있는 마을 이름을 우연히 전해 듣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참극 이후 황제노역 여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상태다. 난 검찰이 황제노역으로 불거진 비리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세월호 희생자들이 영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제노역이나 세월호 참극의 본질은 사람보다 돈과 이익을 더 중시하는 자본의 천민성이라고 본다. 자본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엄단해야 더 이상 ‘미개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이 회차 수상작 2014년 3월
제283회(2014년 3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