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회)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앙일보 이지상 기자
▲중앙일보 이지상 기자
“뻔한 정치 기획 기사에서 탈피해보자”
지난 3월 기획팀이 모인 자리에서 6명이 머리를 맞대 내린 첫 결론이었습니다. 때마다 쓰던 정치 기획을 하나 더 보탠다면 국민들의 ‘정치 혐오’만 심해질 거란 생각에서였습니다. 공허한 기획보단 대한민국 국회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자며 호기롭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뻔함’을 탈피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이미 국회를 진단하는 기획은 차고 넘쳤습니다. 6명 모두 기획이 끝날 때까지 ‘뻔함’을 탈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혀여만 했습니다. 김경희·안효성 기자는 기사에 맞는 현장을 찾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들고 논과 밭을 찾아다녔고, 현일훈 기자는 ‘국민정서법’ 취재를 위해 해당 법안은 물론 관련된 모든 속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강민석 팀장과 강태화 기자는 기획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디어 발제와 구성, 취재 및 기사 작성까지 도맡아 진행한 기획팀의 큰 기둥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모두 ‘하나라도 더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달 가까이 계속된 주7일 근무 및 야근을 견뎠습니다. 중앙일보 생활정치지수(JPI)의 탄생은 한국정치학회와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보도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많은 응원과 동시에 일부 국회의원들의 견제를 받았습니다. 경쟁 일간지 사설에 우리의 기사가 인용되고, 타사에서 우리 기사 의도를 분석하는 해설 보도를 내놓는 유례없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도는 아직 미완입니다. 본지 기획보도 하나만으로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대한민국 국회’는 움직이기 힘든 거대 공룡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언론과 함께 우리의 기사가 현실을 바꾸는 데 조금의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는 마음으로 사례를 제보해준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296회 전체 총평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2015년 4월)
제29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4월은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졌고, 세월호 1주기도 있어 관련 보도가 유독 눈에 띄었다.
취재보도 1부문을 수상한 경향신문의 ‘성완종 최후의 인터뷰 및 성완종 리스트’는 올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든 보도라는 점에서 선정에 이견이 없었다. 파문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기업과 정치 관계에 있어 검은 자금의 흐름 등이 낱낱이 드러났으며, 또한 사회 정화 과정을 불러왔다. 현직 총리가 물러나고,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이 관련되는 등 한국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준 보도였다.
경향신문의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막말 이메일’도 대학사회를 운영하는 인사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막말 내용을 토대로 그동안 대학재단에서 벌어진 일련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JTBC의 ‘성완종 다이어리’는 경향신문의 ‘성완종 리스트’에 이은 후속보도 성격이기는 하나 처음 다이어리를 입수, 보도함으로써 리스트 당사자들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드러낸 의미있는 보도였다. 특히 마이크로한 측면에서 팩트를 갖고 있어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려던 당사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기에 수상작 선정에 의문이 없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을 수상한 중앙일보의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근래 기획시리즈 중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다. 그동안 언론들이 감정적으로 단순 사안만으로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조목조목 팩트를 잘 찾아냈다. 이익집단과 권력집단이 혼재된 국회가 폭주기관차처럼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안을 통해 잘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을 수상한 KBS의 ‘독도 밀약설을 추적하다’는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당시, 두 나라가 막후 이면 교섭으로 이른바 ‘독도밀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를 6개월여 동안 끈질기게 취재, 그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외무성의 한일협정 문서 6만여 쪽을 검토하는 등 끈질김과 노력이 돋보였다.
지역취재보도부문을 수상한 경기일보의 ‘영종 난민센터 아동들 다문화 ‘한누리학교’ 간다’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일명 난민센터) 내 학년기 난민신청자(난민 아동)의 교육 문제에 대해 대안을 잘 제시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문화가정 학생의 급증 원인을 심도있게 파헤친 기자의 자세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광주일보의 ‘호남선 KTX 차체 파손, 구멍난 안전’은 단순 시승식 행사가 아닌 현상에 의문을 갖고 문제점을 짚어낸 의미있는 보도였다. 호남선 KTX 개통 첫날 승객 400여명을 태운 광주행 열차가 파손된 워셔액 주입구 잠금장치의 덮개에 청테이프를 붙여 운행한 황당한 사건을 단독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보도부문을 수상한 한국일보의 ‘시각장애인들 길바닥 언어를 잃다’는 시각장애인들의 또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유도블록의 설치 및 관리실태를 세밀하게 심층 보도했다. 잘 정돈된 편집과 사진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인권을 너무 방치한게 아닌가 하는, 포토저널리즘의 한 컷을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오마이뉴스의 ‘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 아이들의 방’은 과연 언론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 되묻게 하는 보도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 특별취재팀’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남긴 흔적(빈방·유품 사진 등)을 ‘빈방 사진 웹 전시’(디지털 스토리텔링)를 통해 세상에 알렸고, 큰 반향을 불러왔다. 희생자들의 부재를 증명하는 ‘빈방’이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 기획의도는 충분히 호평받을 만 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