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회)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시사IN 이상원 기자
지난 4월, 선배가 책 한 권을 알려줬습니다. 에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 미국 중견 여기자가 워킹푸어로 1년을 산 뒤 쓴 책은 현장 기사의 백미였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자던 선배는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간 생활하고 매일 가계부를 써보자. 재미있겠다.”
체험은 시작됐습니다. 월 24만원짜리 고시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창문이 없었고 화장실 두 칸을 50여 명이 썼습니다.
호텔 주방·공장·마트·주유소에서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하루 평균 8시간 서서 일했습니다. 쉬어야 할 때는 화장실 변기에 몰래 앉아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노동 강도 탓에 몸은 상해갔습니다. 힘들게 번 일당은 쉽게 나갔습니다. 의식주에 드는 돈만으로도 버거웠고 친구와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 출혈이 컸습니다. 밤마다 떨면서 가계부 적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한 달 만에 10만원 적자가 났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50원 올랐습니다. 직접 살아보니 최저임금법이 밝힌 ‘근로자의 생활 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 실현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같습니다. 지금도 제가 자던 방에 자고, 제가 하던 일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그들의 생존이 아닌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사IN은 지면 보도뿐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게이미피케이션도 선보였습니다. 어설픈 체험기가 독자들에게 읽히고, 게임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고민했다면 선배들 덕분입니다. 최저임금 한 달 살기 체험을 하며 겪은 일, 만난 사람들을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298회 전체 총평
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2015년 6월)
MBN ‘경력법관 임용 논란’ 묻힐뻔한 이슈 발굴해 사회적 반향
강원일보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 연금제도 문제점 이끌어낸 수작
언론은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현실사회의 불의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저널리즘의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은 시민의 기본권과 약자의 삶을 지키는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 기자상 심사과정을 통해 권력과 자본의 억압이 거세지고,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한 데 대한 사회적 비판 속에서도 시민 이익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자들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부문 수상작인 MBN의 ‘경력법관 임용 논란’은 대법원이 6개월 넘게 공개하지 않았던 경력법관 합격자 명단을 입수해 이를 바탕으로 실증적인 취재를 한 수작이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3년 경력을 다 채우기도 전에 경력법관에 합격함으로써 생기는 ‘후관예우’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합격자 대다수가 재판연구원 출신이고, 10대 로펌 출신이 10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혀냄으로써 경력법관의 쏠림현상을 잘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기자들의 끈질긴 취재로 대법원이 향후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는 등 MBN이 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묻혀 지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 부문 수상작인 강원일보의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 ‘덫이 된 금메달’’은 현장 사건기자들의 보도를 통해 메달리스트의 외로운 죽음을 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잘 부각시킴으로써 모든 언론이 기사를 다룰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습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사안에서 출발해 언론의 기본에 충실하게 다뤘고, 연금제도의 문제점까지 끌어낸 좋은 기사라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 출품한 시사IN의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는 기자 두 명의 한 달 동안 체험을 다룬 기획기사로 시각적인 편집까지 깔끔하게 정리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불과 한 달 동안의 체험을 통해 최저임금 생활자의 삶을 제대로 살펴봤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호평이 대세를 이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 출품된 JTBC의 ‘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은 취재뿐 아니라 생생한 실험을 통해 내화재의 문제점을 밝혀냄으로써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내화재를 바꾸게 하는 고발뉴스로서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험을 통한 현장 고발 이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진상조사에 나서고 불량 내화재 제조업자를 처벌할 근거법령 마련에 나서는 등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던 점은 취재의 힘을 증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 출품한 제주MBC의 ‘신양항 여객선 좌초…예견된 사고’는 제주시 추자도 신양항에서 취항한 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여객선이 좌초한 사건을 심층 보도했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의식은커녕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위험 수위에 놓여 있음을 지적한 좋은 작품이었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대참사 이후 유족들이 거리를 떠돌고 9명의 실종자도 수습되지 않을 정도로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큰 상황임에도 여전히 안전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한 경기일보의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는 민간병원의 코흐트 지정 요구를 묵살하는 등 질병관리본부의 오판을 최초 보도하는 등 수 편의 특종보도와 함께 지역사회의 정상화와 사회갈등 봉합을 위한 기획기사를 통해 언론의 정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앙언론이 못한 역할을 지역언론이 언론의 기본정신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보도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문보도 부문에 출품한 더팩트의 ‘이건희 회장 병상투혼 포착 ‘자발 호흡 최초 확인, 사망설은 헛소문’’은 우리 경제계의 핵심인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이 회장의 사망설을 포함한 루머와 각종 논란을 종식했다는 점과 사회적 이슈를 파고드는 기자의 끈질긴 취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파파라치적인 취재 행태와 공인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끈질긴 취재정신과 함께 이 사진을 통해 사회적 논란과 루머를 잠재움으로써 사진이 지닌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컸다는 의견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