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 ‘덫이 된 금메달’ 강…
(298회) 금메달리스트의 쓸쓸한 죽음 ‘덫이 된 금메달’
강원일보 최기영 기자
“지나친 특혜 아닌가요?”
故 김병찬 선수의 비극적인 말로와 그가 처했던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취재하면서 여러 차례 들었던 말이다. 매월 금메달리스트에 지급되는 연금 52만5000원의 ‘소득’이 있는 그에게 최저생계비까지 온전히 주는 것은 중복지원이라는 논리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고 암까지 앓게 된 김 선수는 금메달연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최저생계비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는 김 선수가 받는 연금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도 못 받았다.
영광의 금메달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김 선수가 금메달연금과 함께 현금으로 지급 가능한 최저생계비의 상한선 49만9288원을 모두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고작 한 달간 102만4288원이다. 특혜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102만 원으로 그와 그의 어머니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을지 먼저 묻고 싶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이 의미 없을 정도로 현실은 더 참담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복지’라는 단어의 무거움과 동시에 현실의 복지는 새털같이 가볍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 결정된 후 김 선수가 쉬고 있는 안식원을 찾았다. 생전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고인의 비극적 삶이 본보 기자들에게는 영광이 되었으니 아이러니다. 김 선수는 돌봐줄 가족이 없는 까닭에 취재 허락을 구할 일도 없었다. 큰 빚을 진 것 같다.
김 선수의 후배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하고 좀 더 나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제 우리 기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건희 회장 병상투혼 포착 ‘자발 호흡 최초 확인, 사…
(298회) 이건희 회장 병상투혼 포착 ‘자발 호흡 최초 확인, 사망설은 헛소문’
더팩트 이효균 기자
이건희 회장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힘들게 달려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동안 수많은 기획 취재를 해 봤지만 이번 취재에 대해선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다. 기본 정보나 취재 포지션 등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특종이 아니지’라는 굳은 신념으로 취재에 나섰다.
작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에 대한 루머는 몇 달간 계속됐다. ‘사망 보도’가 나왔고 지라시에 ‘사망설’이 퍼졌다.
도대체 진실은 뭔가. 병실은 접근도 못 하지만 한달을 보니 병실의 대략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취재 가능한 곳은 건너편 아파트 옥상이었고 거리는 약 1km였다.
5월22일 밤. 병실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의사가 환자에게 다가가 침대를 높였다. 누군가 창문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모니터 창을 확인하니 이건희 회장이었다.
취재 시간은 약 30초. 다시 이 회장의 침대가 내려갔고 상황은 끝났다. ‘사망설’ ‘위독설’ ‘자택 치료설’ 등은 모두 낭설이었고 그는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국내 언론 환경에서 2개월의 시간 투자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희라는 인물의 특수성과 이것을 믿고 기다려 준 데스크들 덕에 성공적인 취재가 됐다.
또한, 늦게까지 현장을 누비며 동고동락한 편집국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풍문’으로 들은 이건희 회장 사망설의 2개월간 취재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시사IN
(298회)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시사IN 이상원 기자
지난 4월, 선배가 책 한 권을 알려줬습니다. 에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 미국 중견 여기자가 워킹푸어로 1년을 산 뒤 쓴 책은 현장 기사의 백미였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자던 선배는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간 생활하고 매일 가계부를 써보자. 재미있겠다.”
체험은 시작됐습니다. 월 24만원짜리 고시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창문이 없었고 화장실 두 칸을 50여 명이 썼습니다.
호텔 주방·공장·마트·주유소에서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하루 평균 8시간 서서 일했습니다. 쉬어야 할 때는 화장실 변기에 몰래 앉아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노동 강도 탓에 몸은 상해갔습니다. 힘들게 번 일당은 쉽게 나갔습니다. 의식주에 드는 돈만으로도 버거웠고 친구와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 출혈이 컸습니다. 밤마다 떨면서 가계부 적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한 달 만에 10만원 적자가 났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50원 올랐습니다. 직접 살아보니 최저임금법이 밝힌 ‘근로자의 생활 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 실현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같습니다. 지금도 제가 자던 방에 자고, 제가 하던 일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그들의 생존이 아닌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사IN은 지면 보도뿐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게이미피케이션도 선보였습니다. 어설픈 체험기가 독자들에게 읽히고, 게임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고민했다면 선배들 덕분입니다. 최저임금 한 달 살기 체험을 하며 겪은 일, 만난 사람들을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 JTBC
(298회) 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
JTBC 강신후 기자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건축물 내 배관 등 관통부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내화충전재. 건설사가 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종종 나왔다. 그런데 내화충전재를 제대로 설치해도 소용없다는 시험결과를 접하게 됐다. 정부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다시 실험했더니 처참히 타버려 불길을 막지 못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내화충전재 제조업체들이 인증시험을 위해 제출한 샘플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두께·무게 등은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이런 ‘불량’ 제품들이 대형 공사현장 곳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불을 막아야 하는 건설자재가 되레 불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업계의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처음에는 JTBC에서 보도한 실험이 ‘엉터리’라고 주장하던 제조업체들은 이내 실험결과를 인정하고 품질개선을 약속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내화충전재 시공을 중지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재검증을 통해 문제가 된 업체들의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제조업체들의 문제로만 치부하려는 국토부의 태도는 씁쓸하다. 성능시험에서 적합판정을 받기만 하면 제조업체들이 시중에 어떤 제품을 유통하는지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책임은 국토부에 있기 때문이다. 성능시험제도도 문제다. 10번 시험에서 9번을 실패하더라도 한 번만 성공하면 적합 성적서를 내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불량 내화충전재가 또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관련 보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양항 여객선 좌초... 예견된 사고 제주MBC
(298회) 신양항 여객선 좌초... 예견된 사고
제주MBC 김찬년 기자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닷새가 지난 여객선이 한 달 전 공사를 마친 항만에서 좌초됐다. 사고 소식을 듣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항만 안에서 배가 좌초되지?’ 다음날 새벽 배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항만관리를 맡은 제주시와 운항 면허를 발급한 제주해양관리단, 해양안전심판원은 하루 만에 선장의 운항과실을 원인으로 발표했다. 지역 언론들은 제주시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받아 운항과실로 사고를 마무리 지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항만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상식의 문제였다. 항만 설계도와 설계 규정, 여객선 제원을 요청했다. 어이가 없었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길이가 112m인데 항만 설계는 90m 여객선에 맞춰졌다. 제주도는 당시 89m짜리 여객선이 취항할 예정이어서 거기에 맞춰 설계했단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여유 공간 없이 딱 맞게 지었는데 기대와 달리 20m가 더 긴 배가 들어왔단다.
공사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어떻게 운항 면허가 났을까? 운항 면허를 준 해수부에 물어봤다. 어이가 없었다. 항만이 90m 여객선에 딱 맞게 설계됐지만 선장이 조심히 운전하면 된단다. 시범 운항은 딱 하루. 선장이 괜찮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란다. 해양경비안전서가 설계와 면허과정까지 수사를 확대하자 운항 부주의를 주장하던 해수부와 제주도는 항로 조사와 추가 준설 계획을 발표했다. 370억원의 국비가 들어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은 이렇게 또다시 중단됐다. 어이없는 공사와 운항 면허에 화가 났고, 주민들에게는 미안했다.
해경은 담당 공무원에 대해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고, 신양항 수중 암초는 제주도의 답변과 달리 공사비용이 많이 들지 않은 연암질이었다. 아직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 경…
(298회) 질병관리본부 오판, 강제퇴원 메르스 확산시켰다
경기일보 류설아 기자
“입원 환자 모두 내보냈어요. 아무런 조치도, 제재도 없이!”
평택 지역을 담당하는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확인이 필요했다. 감염병이다. 설마 아무런 대책 없이 퇴원이라니. 의학 담당 기자는 쉴 새 없이 확인 전화를 돌렸다. 사실이었다. 이미 수원과 오산 등의 종합 병원에 입원했거나 거쳐 간 뒤였다.
그렇게 경기일보는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환자 입원했던 병원서 뒤늦게 40여 명 강제퇴원 물의’(5월29일 1면)를 단독 보도하며 메르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길고도 짧았다. 책임 회피와 변명을 일삼던 보건당국이 잘못을 인정하기까지는 참 길었다.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그만큼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확진자 중 버스업체 임원이 포함된 것을 밝히고, 자가격리자 중 확진자 명단에서 누락된 어머니를 애타게 찾던 자녀를 돕고, 원망의 대상이었던 병원 중 기본을 지켜 확산을 막은 영웅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나’의 특종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 지역과 병원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취재 기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선후배들.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이 기자의 양심이자 의무라는 것을 보여줘 고맙고 또 자랑스럽다.
정부는 최근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홍콩에서는 올 상반기 신종 감기 바이러스로 수백 명이 사망해도 경제와 관광산업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보건당국과 의료인, 그리고 언론인까지 우리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강력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을 테니.
‘경력법관’ 임용 논란 MBN
(298회) ‘경력법관’ 임용 논란
MBN 서정표 기자
대법원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경력법관으로 선발했다. 임용일은 지난달 1일이었지만 합격자 발표는 7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 이뤄졌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누구를 뽑았는지 6개월 동안 꼭꼭 숨겨왔다. ‘대법원은 대체 무엇을 숨기려 한 것일까?’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6개월 동안의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합격자 명단을 입수하기 어려웠다. 망망대해에서 헤매기를 한참, 결국 합격자 명단을 단독으로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밤낮없이 명단과 씨름하기를 나흘째 경력법관 채용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분석할 수 있었고, 그때 느낌이 왔다. ‘취재 좀 되겠구나.’
약 한 달에 걸친 보도의 반향은 컸다. 판사 임용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건 초유의 일이니만큼 법조계는 물론 언론의 관심도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로클럭 출신 경력법관 합격자가 자신이 일했던 재판부 사건을 수임했다는 단독 보도는 양심과 원칙 하나로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많은 법조인의 공분을 샀고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임용을 취소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며 대법원이 경력법관 임용을 강행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향후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폐쇄주의와 권위주의에 갇혀 소통과 변화를 거부하는 대법원의 또 한 번의 민낯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6개월에 걸친 취재는 MBN 법조팀원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취재 내내 잔소리를 감내하면서 서류와 싸움을 해야 했던 팀원들의 노고가 컸다. 그리고 법조팀을 끝까지 믿고 취재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준 사회부장님과 팀장에게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취재를 하겠지만 이번 취재는 처음부터 느낌이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