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비리의혹 추적 동아일보
(제299회)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비리의혹 추적
동아일보 장관석 기자
이른 새벽 첫 지하철엔 대화가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단함을 한가득 움켜쥐고 헐값의 일당을 위해 갈 길만 재촉한다. 현실은 숙명이요 처연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합리에 절망했고, 분노했고, 또 포기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의 생활은 이들과 달랐다. 그는 업자 김모 씨가 선물한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피로를 풀었다. 업자가 준 외제 명품 시계를 찼고, 현금 수억원이 담긴 명품 가방을 받았다. 김 씨는 곧 안마의자였고, 안마로 몽롱해진 심신은 곧 박기춘 의원의 부정부패였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경기 남양주, 분양대행 업계, 서초동 법조타운, 여의도 곳곳을 훑으며 제보의 신빙성을 검증했다. 검증이 거듭될수록 업자와 국회의원의 유착은 팩트로 굳어졌다.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냉정해지려 노력했다. 자극적 보도로 지면을 채우는 건 오히려 사람들을 서글프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우리는 고비마다 맥을 짚으면서도 절제된 보도를 했다고 자평한다. 동아일보 보도로 가속화된 검찰 수사는 곧 박 의원의 탈당, 자수서 제출, 구속수감, 사실상의 정계 은퇴로 이어졌다. 민감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점도 뿌듯하다.
존재감 그 자체인 사회부장과, 야전사령관 법조팀장에게 감사드린다. 동아일보 법조팀원 모두를 존경한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다. 어디 박 의원뿐이겠는가.
인분교수 사건 YTN
(299회) 인분교수 사건
YTN 배성준 기자
짧은 말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였다. 사실 확인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실로 믿기에는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우리 취재진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로 드러난 학대 행위로 인분 교수는 구속기소 됐고, 학교에서도 파면됐다.
범죄자는 응당의 죗값을 치르고 있지만, 우리는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이 더 걱정스러웠다. 첫 직장에서 은사에게 당한 횡포와 학대는 쉽사리 잊혀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독하게 가학적인 폭행에 노출되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에 취재팀도 치를 떨었다. 피해자 역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행히 보도 이후 병원과 민간지원단체에서 피해자를 돕겠다고 나섰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취재진은 이번 보도가 끔찍한 사건이었다는 이야깃거리로만 스쳐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그냥 눈감아버리는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 이 기사는 그런 사회적 병폐의 단면을 드러낸 것뿐이다. 지금까지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었던 ‘부당한 갑을 관계’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또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병폐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생하며 취재를 함께 했던 YTN 법조팀원들, 힘든 일에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뛰어준 팀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취재가 가능했다. 항상 도와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부장과 선후배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세월호 비리 연루 재판 중인 운항관리자 정부 무더기…
(299회) 세월호 비리 연루 재판 중인 운항관리자 정부 무더기 특채 파문
한국일보 조원일 기자
“네, 모두 특채된 것 맞습니다.”
그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확인해줬고, 당당했다.
선박 안전점검을 맡는 운항관리자 업무가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세월호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운항관리자 30여명 또한 공단에 특별채용됐다는 내용의 기본 취재를 마치고, 공단과 해양수산부에 최종 확인해 들어갔을 때다. 전국 1만명이 넘는 운항관리 자격자 중 하필 운항관리 부실 등으로 세월호 참사의 일정 부분 원인 제공을 한 이들을 준(準)공무원으로 영전시켜 줬음을 인정한 것이다.
7월6일 보도 직후 해수부는 재판 중인 33명 가운데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3명만 대기발령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고 미만 형을 받은 30명은 채용 결격 사유가 아니어서 그대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그들이 변함 없이 느슨하게 ‘참사 이후’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하루 이틀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해수부는 벌금형을 받은 5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임용을 보류하는 등 임용보류 대상을 확대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니 계속 지켜볼 것이다. 운항관리자들 수사를 맡았던 검사는 기자에게 “수사대상자들이 ‘한두 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느냐’는 말을 하곤 했다”고 들려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지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취재를 적극 지원해준 이태규 사회부장과 법조팀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세월호 유족들께 드릴 말씀은 이것밖에 없다. “미안합니다.”
임대주택 꼼수에 혈세 줄줄 샜다 이데일리
(299회) 임대주택 꼼수에 혈세 줄줄 샜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임대 아파트를 분양한다고요? 그것도 비싸게요?” 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 4월이었습니다. 귀를 의심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3년 넘게 취재하면서 임대주택을 분양한다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입니다.
방식도 특이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최대 10년간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입주 후 5년이 지나면 건설사가 입주민에게 분양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업체는 5년 뒤 ‘확정 분양가’를 미리 약속하고 분양대금의 약 98%를 입주 때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분양 아파트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담당 공무원의 답변은 같았습니다.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이런 편법 분양이 전국에서 판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관행’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편법 분양주택에까지 막대한 혜택을 퍼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민간 자본을 빌어 공공임대주택을 한 채라도 늘려보려는 정부 제도와 관리에 구멍이 뻥 뚫렸던 셈입니다. 감시의 눈이 닿지 않는 공공사업에서 새고 있는 세수가 한두 푼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면서 타인의 눈높이에서 기사를 쓴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중산층의 전유물로 변해가는 전세. 이번에는 스스로 떳떳한 기사를 썼다고 자부합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처럼 절실히 필요한 분들께 공공의 재원을 사용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 힘을 실어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울신문
(299회)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울신문 김상연 기자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제보를 기다리기보다는 온전히 우리의 발품, 손품, 머리품을 팔아 생산한 기획물을 선보이고 싶었다. 고위공직자 병역이행 내역 전수조사는 그런 우리의 욕구에 적합한 목표물이었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9489명에 그들의 직계비속은 1만9595명. 그 무량한 숫자 앞에서 우리는 숨이 턱 막혔다. 특히 실명으로 전재하기로 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915명과 직계비속의 병역 이행내역을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이 검색했는데, 홈피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자료가 미비한 경우도 있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장애물을 만나면 머리를 짜내야 했다. 병무청 홈피에는 직계비속의 복무지까지는 안 나온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의경 아들을 둔 공직자의 이름을 확보, 그 이름으로 병무청 홈피에서 아들 이름을 알아내고 그것으로 각 지방경찰청 홈피에서 복무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썼다. 여기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페이스북을 뒤지고 같은 부대 복무 경험자들을 별도 취재했다.
이번 기획은 제보없이 기존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의 길을 열었다는 언론학자의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아직 공직자의 도덕성을 감시할 데이터는 미흡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공직자의 이름만 치면 그 아들의 복무지까지 바로 뜨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번 취재는 아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긴 시스템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노블레스’이니 그 정도의 ‘오블리주’를 기대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언론의 집요한 감시와 취재가 간단없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사드 한반도배치 영향 및 성능 논란
(299회) 사드 한반도배치 영향 및 성능 논란
한겨레신문 박 현 기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전략은 베일에 쌓여 있는 대표적인 군사기밀입니다. 그래서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팩트에 기반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에 전략적 위협이 된다고 반발한 반면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인 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내 논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드 레이더를 북한을 향해 고정시켜 놓으면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주장들이 난무했습니다. 사드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했습니다. 그래서 팩트에 기반한 논의를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사드의 구체적 성능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수소문을 한 결과 MIT대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와 코넬대의 조지 루이스 선임연구원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휴일까지 반납해가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끼칠 영향을 분석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사드 레이더는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탐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한·미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이들의 분석결과에 귀를 기울이길 기대합니다.
부산역 노숙인 선원으로 팔려간다 부산일보
(299회) 부산역 노숙인 선원으로 팔려간다
부산일보 장병진 기자
노숙인들이 불법 브로커에 의해 선원으로 팔려가 열악한 환경에서 6개월 넘게 일해 받은 돈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다 떼인 후 다시 노숙 생활을 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는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노숙인들은 원래부터 있던 ‘관행’처럼 이 일을 설명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숙인들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취재가 시작됐다. 정보가 부족해 취재는 곧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두 달 가까이 부산역 인근을 저인망식으로 훑으며 노숙인 100명 이상을 만나 사건의 윤곽과 불법 브로커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었다. 지루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3월부터 6월까지 취재를 마쳤고 보도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8명의 피해자를 구하기까지는 무려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보도를 통해 감춰져 있던 노숙인들의 인권 유린 실태가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됐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선원으로 팔려간 노숙인은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왔고 불법 브로커는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숙인 선원 매매가 전국적인 사안이 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긴 취재기간 동안 주변에서 ‘진짜 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준 사회부장님을 비롯한 부원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노숙인 문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위험한 현장까지 함께 해준 이호준 실직노숙인위원장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돌직구40 ‘죽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울산MBC
(299회) 돌직구40 ‘죽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울산MBC 설태주 기자
지난 7월3일. 울산 화학 공단에서 일하던 근로자 6명이 작업현장에서 숨졌다. 폐수를 모아두는 저장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근로자 모두 한꺼번에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한국의 대표적 산업도시 울산에서는 이와 같은 사고가 한 해, 두 해 문제가 아니다. 이 도시의 지난 3년간 산재 사망자 수만 200명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고의 90%가 하청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사망자는 모두 정규직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들. 취재 결과,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 한화케미컬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폭발이 된 폐수 저장조는 무려 19년간 청소를 하지 않았고, 가스가 새고 있는데도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화케미컬은 19년간 ‘녹색 기업’으로 선정돼 따로 환경부의 점검을 받지 않아도 됐다. 가스 누출의 징조를 여기저기서 경고했지만 가스 누출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울산MBC 보도 이후 울산지방법원은 법관 양형토론회를 열어 2인 이상 사망이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에는 양형을 더욱 엄정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취재팀은 정부의 대책 마련 촉구에 그치지 않고 살인법을 적용하는 해외 사례까지 담아 한국이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산업재해 환경을 벗어나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