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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회 (2005년 2월)

수상작 8편 · 출품 후보작 5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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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8편

심사평

정성근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SBS 논설위원 사회적 변화가 현란한 시대이다. 한국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 심사분위기도 뜨겁다.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는 걸 심사위원들은 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출품작간 경쟁은 치열해졌고 심사위원들의 번민과 고뇌는 첨예해졌다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174회 이 달의 기자상에는 51편이 출품됐다. 후속기사를 첨부해 지난달에 이어 재심사에 올려진 '한겨레'의 타이 노동자 앉은뱅이 병까지 따지면 모두 52편이 된다. 저 마다 단독보도였거나 발상의 신선함, 추적의 치열함이 돋보인 현장기자들의 생생한 기록이었다. 특히 29편이나 출품한 지역 회원사들의 분발이 돋보였다. 취재보도부문에선 대구 매일신문의 일본 시마네현 독도 영유권 TV광고와 한겨레의 이헌재 부총리 부인의 위장전입의혹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매일신문의 경우 소나무 재선충 기획보도를 위해 방문한 시마네현에서 우연히(?)거둬 올린 수작이란 점이 평가받았다. 독도 분쟁이 본격화되기 20일전, 최초의 이슈화였다. 우연한 행운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취재의 치열성이 담겨 있었다. 한겨레의 이헌재 부총리 부인 위장전입 추적 폭로기사는 이 부총리의사임을 부른 타사 후속보도와의 파괴력 비교 등 논란이 있었지만 똑같은 자료를 놓고 벌인 민첩한 대응, 준비성 그리고 최초 보도란 점이 호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세계일보가 낸 참여정부 핵심공약 177개 추진상황 평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의 감시기능을 다한 고발성 기사란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방송부문에선 SBS의 '형 집행정지, 풀려나면 그만'과 MBC의 이주노동자 자녀시리즈가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유사한 기획보도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아쉽게 수상작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예심 15편, 최종심 5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뉴시스의 4.15 총선 불법도청 파문과 대구방송 U대회 광고로비 사건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불법도청 파문편은 열악한 지역취재 환경 속에서 발굴한 수작이란 점에서, U대회 광고로비사건은 묻혀 버릴 뻔한 사건을 지역에서 파헤쳤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기획부문에선 경인일보의 '생떼 공화국'이 지역적 특성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고 CBS광주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 편은 날로 열악해 지는 근로자 권익보호에 언론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명제를 낳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전문보도 부문에선 연합뉴스의 '난장판 민노총 대의원총회'는 난장판이 된 현장의 모습을 사진 한 컷만으로도 생생히 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카메라를 꺼내기 두려운 현장 분위기 속에서도 기자정신은 살아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수상의 기쁨은 선별적이었지만 출품작 모두에 담긴 현장기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몇 가지 첨언하고 싶다. 첫째 포장에 더 신경 써 달라는 것이다. 대단히 의미 있는 발군의 기사가 요령부득의 취재경위 설명이나 과 포장으로 선정 레이스에서 뒤쳐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방송출품작의 경우는 오디오가 들리지 않거나 비디오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둘째 수상작 선정에 대한 문제제기에 좀 더 신중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최근 일부 회원사의 문제제기에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본말은 젖혀 두고 의혹만 증폭되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기자협회는 일단 문제제기를 발전적 징후 혹은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시스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4월중 세미나를 열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심사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심사의 방향은 여전히 아쉬운 탈락은 있을 수 있어도 턱없는 수상만은 막자는 쪽이란 점을 미리 알린다. 174회 심사위원회에 처음 참여한 동료 위원의 말은 "이렇게 치열하고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지는지 몰랐다....." 였다. 수상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그리고 상을 받지 못해 섭섭할 마음에는 치열하고 공정한 위로를 보낸다. 끝.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매일신문 사회2부 김해용 기자
후보 1-01 취재보도 부문
한겨레 문화생활부 노형석 기자
후보 1-02 취재보도 부문
KBS 취재3팀 김정환, 이병도, 신동곤 기자
후보 1-03 취재보도 부문
한겨레 사회부 박임근, 황상철, 이형섭, 김남일 기자
후보 1-04 취재보도 부문
연합뉴스 민족뉴스부 문관현, 통일외교부 이상헌 기자
후보 1-05 취재보도 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김영화, 이진희, 김지성 기자
후보 1-06 취재보도 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박선영 기자
후보 1-07 취재보도 부문
이데일리 증권부 김춘동, 김호준 기자
후보 1-08 취재보도 부문
서울경제 사회부 박상영 기자
후보 2-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매일신문 사회2부 김해용 기자
후보 2-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 사회부 김규원, 정혁준, 남종영, 유선희 기자
후보 2-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경제부 이상혁, 박성준, 이우승, 우한울 기자
후보 2-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특별취재팀 홍성일, 최현태, 김형구, 김종수, 엄형준 기자
후보 2-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동아일보 경제부 이병기, 정위용, 홍석민, 이정은 김상훈, 정임수, 김현수, 기자
후보 2-06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 사회부 길윤형, 전정윤 기자
후보 2-07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경제 금융부 하영춘 기자
후보 2-08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민일보 사회부 강주화, 강준구 기자
후보 2-09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SBS 사회부 손석민, 정성엽, 이대욱 기자
후보 3-01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국제부 홍상원, 방종혁 기자
후보 3-02 기획보도 방송부문
연합뉴스 부산지사 오수희 기자
후보 4-01 지역취재보도 부문
국민일보 사회부 윤봉학, 권경훈, 윤희각 기자
후보 4-02 지역취재보도 부문
전주방송 보도팀 김철기자
후보 4-03 지역취재보도 부문
광주MBC 취재부 황성철, 김영범 기자
후보 4-04 지역취재보도 부문
전남일보 정경부 이건상 기자
후보 4-05 지역취재보도 부문
경기신문 문화체육부 조수현, 사회부 류재광, 최갑천 기자
후보 4-06 지역취재보도 부문
부산MBC 정경부 조수완, 영상취재부 장기홍 기자
후보 4-07 지역취재보도 부문
무등일보 사회부 김선균 기자
후보 4-08 지역취재보도 부문
뉴시스 호남취재본부 구길용, 이재춘, 윤영기, 송창헌, 이형주 기자
후보 4-09 지역취재보도 부문
대전방송 보도국 최기웅, 육동희 기자
후보 4-10 지역취재보도 부문
경남신문 사회1부 차순욱 기자
후보 4-11 지역취재보도 부문
경기일보 사회부 최종식, 고영규, 정민수 기자
후보 4-12 지역취재보도 부문
뉴시스 제주취재본부 고상철, 강정효, 김성진, 임성준, 김원삼 기자
후보 4-13 지역취재보도 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송대성, 김영한, 이상윤 기자
후보 4-14 지역취재보도 부문 부산 부산 골프장 난개발 사전 차단
대구방송 사건팀 김태우 기자
후보 4-15 지역취재보도 부문
부산일보 사회2부 박종인, 김길수, 김태권, 김진성 기자
후보 5-01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전북일보 정치부 이성원, 강인석, 이성각 기자
후보 5-02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광남일보 사회2부 김귀진 기자
후보 5-03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중부매일 경제부 이민우 기자
후보 5-04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이종규, 이상준, 마경대, 정우용 기자
후보 5-05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윤재준, 김진태, 한상근, 강주형, 사회부 왕정식, 사진부 김종택 기자
후보 5-06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보상노린 보상노린 무허건물 난립-생떼공화국
중부일보 사회부 동규, 조현석, 이주철, 이혜미 기자
후보 5-07 지역 기획 신문·통신부문
광주MBC 취재부 한신구, 김철원, 박재욱 기자
후보 6-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대구MBC 보도제작부 이성훈, 영상취재팀 김종준 기자
후보 6-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춘천MBC 보도국 박민기, 차주표 기자
후보 6-03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CBS광주 보도제작국 이승훈 기자
후보 6-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연합뉴스 사진부 이진욱 기자
후보 7-01 전문보도 부문
전남일보 사진부 김양배 기자
후보 7-02 전문보도 부문
광주방송 보도국 정의석 기자
후보 7-03 전문보도 부문
강원일보 사진부 김남덕, 이상학 기자
후보 7-04 전문보도 부문
경인일보 사진부 임열수 기자
후보 7-05 전문보도 부문
코리아타임스 경제부 김연세 기자
후보 7-06 전문보도 부문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3편

(1월) 취재보도 일본 시마네현 독도 영유권 TV광고…
매일신문 사회2부 김해용 기자 '독도 영유권'은 적어도 한국민들에게 반일 감정의 뇌관이다. 지금 '독도 왜란'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지난 1월 말 소나무 재선충 해외 시리즈 취재차 일본에 다녀왔다.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은 북미 풍토병으로 아시아 소나무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일본은 1905년 재선충이 첫 발견된 이후 산림 지대의 소나무는 거의 절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택한 것이 일본 시마네현 이었다. 시마네현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본산이라는 점이었다. 재선충 취재를 하면서 이들의 독도 야욕도 취재하고 싶었다. 당초 "재선충만 취재하겠다"고 시마네현 측과 약속한 만큼 몰래몰래 독도와 관련된 기사들을 취재했다.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지정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을 비롯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현 및 의회 청사 앞 전광판 사진도 찍는 등 틈틈이 자료를 모았다. 취재 도중 중요한 정보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시마네현 정부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TV광고물을 제작했으며 이를 지역 민영방송에 조만간 방송한다는 것이었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시마네현 정부가 예산을 들인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었다. 시마네현 정부는 '교류와 영토 문제는 별개'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매결연 도시인 경상북도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고 TV광고는 그 증거물이었다. 귀국 직후인 2월 1일 독도 영유권 주장 TV 광고를 시작했다는 전언이 일본 소식통을 통해 날아들었다. 사실 확인을 거쳐 이 뉴스는 2월 2일 매일신문 1면 머릿기사로 보도됐다. 한국 여론은 들끓었고 자매결연 파기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후 매일신문은 지속적인 보도를 통해 시마네현 발(發) 독도 왜란을 다뤄 이슈화했다. 경상북도도 주재원 소환, 자매 결연 파기 선언, 독도 지키기 종합대책 수립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고 정부도 '무대응이 상책'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기자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3월 16일 다시 시마네현을 다시 찾았다.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는 현장과 일본 극우세력들의 망동을 취재했고, 독도 영유권 침탈의 전초기지인 오키섬을 찾아 현지 르포 기사도 송고했다. 취재를 통해 기자는 일본이 끊임없이 독도 왜란을 일으키는 저의가 다른 데 있다고 느꼈다. 독도 분쟁은 대외용이 아니라, 대내용 카드가 아닐까. 군사 대국화를 통한 군국주의의 부활이 그들의 진정한 노림 수는 아닐까. 특종을 하고 큰상도 받았지만, 그들의 장단에 춤을 추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도 없지 않다. 가만 놔두면 그들의 독도 영유권 억지가 '이불 속에 치는 큰 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무대응도 나쁘지만 흥분 역시 좋지 않다. 일본이 자극하면 들끓어 오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식어 버리는 오류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차분하고도 냉철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성숙한 전략과 대응 자세를 모색해야 할 때다. 반일(反日)을 넘어서서 극일(克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 모두 필요하다.
(1월) 기획보도 참여정부 핵심공약 177개 추진 상황…
세계일보 이우승 기자 참여정부의 177개 핵심공약에 대한 추진 상황을 취재해 기사화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핵심공약은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제시한 1332개 공약 가운데 해당 부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집권 5년 동안의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짧은 기간 동안 공약 하나 하나의 이행 상황을 정확하게 점검하고 진단하는 것은 용이한 작업이 아니었다. 작업을 하면서 취재팀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였다. 핵심공약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이 녹아있고, 수백 억 원에서부터 수 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책 사업들이 대부분인 만큼 평가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핵심공약을?완료?추진 중?부진?중단 및 실패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기구 설립이나 법률제정 등 명백히 종료된 공약은 완료로 분류하고 추진이 더 이상 불가능한 사안은 중단 및 실패로 평가했다. 또 담당 부처 실무자들과 일일이 접촉해 공약 하나 하나의 추진 실태와 향후 전망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취재팀은 최종적으로 평가 결과를 각 부처에 제공해 부처의 입장을 수렴하고 이를 기사에 반영하는 등 객관성 확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보도 직전 2일간, 자체 평가결과를 행정 각 부처에 공문으로 보내고 이에 대한 입장과 해명을 요구했다. 각 부처의 반응은 기대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거의 매일 수십 통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취재팀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실무 부처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개별 공약 이행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있는 각 부처 실무 관계자들은 취재팀의 자체 평가에 대한 입장과 공약 추진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참여정부 이후 언론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던 중앙 행정기관들이 해당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약 이행 상황을 설명하고 해당 부처의 자체 평가 결과를 정식 공문으로 보내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취재팀이 보는 이번 기획의 가장 큰 의의는 극소수 정부 관계자들이 대외비로 관리하던 참여정부 핵심공약을 바깥 세상으로 이끌어 내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책임정치 구현의 첫 실천 과제가 공약 이행임에도 불구, 참여정부의 공약은 정부의 소극적 자세와 언론의 무관심 속에 잊혀지고 있었다. 또 전반기를 마친 참여정부 공과에 대한 실증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도 이번 취재의 성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심층적 평가를 위해 경제학자 200명을 대상으로 기획한 이메일 설문조사가 낮은 응답률로 인해 무산됐으며 외부기관과의 공동 기획을 통해 좀더 공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는 점 역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생각된다.
(1월) 지역취재보도 U대회 광고로비사건 대구방송
U대회 광고 로비사건은 하마터면 묻힐뻔한 사건이었다. 대구방송 김태우기자 검찰 스스로가 이번 사건을 두고 "토끼사냥 나섰다가 노루떼를 생포했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노루떼에 비유된 전, 현직 국회 의원등 정, 관계와 체육계 고위 인사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겠지만 실제 수사는 그렇게 시작됐고 결과는 검찰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대구지방 검찰청 특수부는 지난해 12월 대구 광고물 조합 이사장 비리를 수사한 적이 있다. 이사장이 직위를 악용해 조합원들에게 광고물을 배정해주는 대가로 수 억원을 받아 챙겼다는진정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진정 내용대로 조합 이사장은 배임 수재 혐의로 구속되고 수사는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사장의 금융 계좌를 추적하다 서울에서 입금된 1억원의 뭉칫돈을 확인하면서 수사는 럭비공 튀듯 전혀 예기치 못한 정, 관계 로비사건으로 확대된 것이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자에 대한 금융 계좌 추적에 나서면 퍼즐 조각 맞추듯 자금 흐름을 추적한다. 이번 U대회 광고 로비 사건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비자금 조성 규모와 실제 로비에 사용된 돈 그리고 소환 대상자로 분류된 정, 관계 인사가 몇명인지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대구지검 특수부 담당 검사 4명을 접촉해 퍼즐 조각을 모두 맞춰야 그릴 수 있는 밑그림이었다. 그러나 ,로비 주체인 U대회 옥외 광고사업자가 대 검찰청 현직 간부의 친인척으로 밝혀지면서 검찰 수뇌부는 극도의 보완 유지에 나섰다. 특수부 검사실로 통하는 복도 철문이 굳게 닫혀지고 우여곡절 끝에 검사실 침입에 성공하더라도 평소 친분이 있는 검사조차 공보관인 차장 검사에게 미루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때문에 [U대회 광고로비사건]은 검찰이 한달 반 이상 수사하는 동안 로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법. 더구나 취재 기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U대회 옥외 광고 사업자가 대회를 앞둔 2000년후 비자금 55억원을 조성했다는 수사 문건을 입수할 수 있었다. 피의자가 완강히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검사가 증거를 들이대면 무너지듯 물증을 앞세운 기자 앞에 철통 보안도 조금씩 허물어져 갔다. A 수사관계자는 로비에 뿌려진 돈은 4억원 정도(수사가 진행되면서 10억원대로 불어났다)이고 B 수사관계자는 정, 관계와 체육계 고위 인사 등 5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대상에 포함됐다는 결정적인 소스를 제공했다. A ,B 두사람 모두 현직 공무원이어서 여기서는 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로 남겨두고 싶다. [U대회 옥외광고사업자가 비자금 55억원을 조성해 광고수주로비 명목으로 전,현직 국회의원등 정, 관계 인사 5명에게 4억원의 로비 자금을 뿌렸다]는 U대회 광고 로비 사건의 1보는 이렇게 여러 취재원이 던져준 퍼즐 조각을 조합해 이뤄졌다. 1보가 방송될 무렵 대구지검 특수부는 또 하나의 전국적인 이슈가 된 민주당 이정일 의원 측근 도청 사건수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이 의원 소환을 앞두고 U대회 광고 로비 사건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자 검찰 수뇌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사검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대검찰청 간부의 친, 인척 사건이 한 달이상 수면 아래서 진행되면서 로비사건을 수사하는 검사가 오히려 '수사 중단' 로비를 받는 부담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언론 보도이후 수사검사들은 연일 철야 수사로 몸은 지쳤지만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더불어 검찰 수사 행보도 빨라졌다. 보도 직후 전 한나라당 강신성일 의원을 시작으로 이상국 한국야구위원회 KBO사무총장과 열린 우리당 배기선 의원 그리고 박상하 U대회집행위원장과 이덕천 대구시의회의장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이 과정에서 행정자치부 4급 공무원 1명은 억대에 가까운 뇌물과 퇴직 위로금까지 챙겨 해외로 도주했다. 그러나 U대회 광고 로비사건은 검찰이 애초에 토끼사냥을 나섰던 터라 마음을 비운 탓인지 우연히 포획한 노루떼의 실세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짝이 없었다. 열린 우리당 배기선(55,부천 원미을)의원 사법처리 수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은 배의원에 대해 1억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 내고도 불구속 기소했다. KBO 사무총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통상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는 뇌물 액수가 5천만원을 넘어서면 구속 영장을 청구한다. 수사 관행상 원칙으로 통했던 룰(rule)이 배 의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몇몇 중앙지와 지방 언론에 '여당의원 봐주기'란 논란이 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1억원 가운데 5천만원은 장애인 단체에 기부한 것이어서 배 의원은 ‘5천만원 기준’에 걸려 있었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고민 끝에 불구속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배 의원과 같이 1억8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강신성일(68) 전 의원은 구속했다. 또 이에 앞서 박주천 전 의원(한나라당·뇌물액 5천만원), 김명규 전 의원(가스공사 사장·뇌물액 6천만원), 박명환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뇌물액 6천만원) 등 사건 당시 현역 의원들은 뇌물 액수가 억대를 넘지 않더라도 대부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U대회 광고로비 사건] 수사의 중심에 섰던 모 검사는 로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30-40%정도 밖에 밝혀내지 못했다고 자조했다. 통상 정, 관계 로비 사건이 그렇듯이 현금으로 뇌물이 오가고 준 사람이 입을 열지 않으면 수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로비 사건은 검찰이 수사 종결 직후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미 완성 수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U대회 옥외 광고 사업자는 2002년 부산아시안 게임을 비롯해 2000년 이후 각종 국제 대회 광고 수주도 싹쓸이 했다. 광고 수주가 로비에 의해서 이뤄지고 로비를 통해 대통령 특별법으로 제정된 U대회 지원법까지 개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른 국제 대회에서도 광고 수주를 둘러싼 광범위한 로비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구촌 젊은이들의 축제의 장을 얼룩지게 만든 추악한 뇌물 잔치는 석달간에 걸친 수사 끝에 7명이 구속되고 7명은 불구속 그리고 해외로 도피한 행자부 4급 공무원은 기소 중지되면서 비로소 끝이 났다. 검찰에 소환되는 정, 관계 인사들을 통해 '뇌물이면 어디든 통한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내는 일 또한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15년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검찰 출입은 이번이 4번째이다. 대부분 검사들은 1년 지나면 인사 이동이 된다. 취재원으로 삼을 만하면 훌쩍 떠나버리는 그들과 10여년 넘게 번갈아 지내면서 주량만 많이 늘었다.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는 아내와 딸에게 미안한 마음 지울 수 없다. 취재 핑계로 사건 팀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선배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은 시경 캡, 팀원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