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고성지역 아파트 금품 로비 사건 특종보도 GTB강원…
(199회)고성지역 아파트 금품 로비 사건 특종보도/GTB강원민방 이재민 기자
“진실은 살아있다!”
자치단체장이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베일에 가렸던 의혹들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모선배의 명언이었다.
우리는 문제의 아파트를 처음 취재한 지난 2004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단 한순간도 의혹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시간은 거슬러 3년 전..
2004년 7월, 고성지역에선 해안가 군사보호구역에 15층짜리 초호화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도 포사격이 수시로 이뤄지는 군부대 포사격장 바로 옆에..문제의 해안가는 조망이 뛰어나 여러 건설업체가 아파트나 관광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군부대의 동의를 얻지 못해 포기한 곳이었다. 상식 밖의 제보에 조심스럽게 취재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견본주택이 들어서면서 일단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아파트 시행사 측은 곧 해안가 백사장을 정원처럼 산책할 수 있는 최고급 아파트라며 중앙과 지역 신문에 대대적인 광고를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군부대가 쳐놓은 흉물스런 해안 철조망과 포사격장 얘기는 쏙 빼놓은 채 말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우리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전망이 뛰어난 해안가에, 그것도 포사격장 옆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건 분명특혜가 작용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시행사 측의 허위과장 광고가 먹힐수록 애꿏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건축 허가가 나게 된 경위부터 차근차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허가권을 쥐고 있는 고성군과 군부대에 초점이 모아졌다. 하지만 취재는 처음부터 장애에 가로막혔다. 군부대는 군사보안이란 이유로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고 고성군은 군부대가 동의했기 때문에 허가를 내줬다는 형식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어렵사리 군부대가 포사격장과 해안철조망 보전을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는 문서를 입수했다.
결국 아파트 시행사가 포사격장과 해안철조망이 철거된다는 허위 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한편 취재 과정에서 아파트 허가에 군부대 수뇌부와 군청 고위 공직자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취재팀은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걸 막기 위해 ‘포사격장 옆에 웬 아파트’라는 허가과정에서의 의혹제기와 함께 아파트 시행사의 ‘사기분양 의혹’을 1,2탄으로 던지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보도이후 수년간 분양인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발단이 됐다. 검찰 수사결과 사건의 실체가 상상 그 이상이었던 것에 우리 스스로도 놀랐다. 아파트 허가를 내주고 억대의 돈을 받은 건축 공무원이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아파트 시행사 대표와 전직 도의원, 그리고 자치단체장까지 뇌물수수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됐다.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시작한 탐사보도가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이번 보도는 공직자와 건설업자가 유착한 자치단체의 ‘권력형 비리’에 일침을 가했고, 3년간의 끈질긴 취재 끝에 진실을 밝혀낸 데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어 선뜻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준 김흥성 보도국장, 그리고 함께 발로 뛰며 땀 흘린 이이표 영동취재본부장, 조현식, 이광수 선배, 동기 김도환 기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
(199회)"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운용, 잠자는 한국 방위비분담금...날린 이자만 1000억/동아일보 신동아팀 황일도 기자
"확인해봐야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공식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 공보담당자의 첫 말은 그랬다. 방위비 분담금이든 아니든 금융권에 쌓여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문을 처음 들은 기자 역시 '그럴 리가 있겠나' 생각했다. 유행하는 말로 ‘상식의 저항’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당국자들과 관계자들을 상대로 지난한 추가취재, 짧은 영어로 어렵사리 뒤져본 미 국방부의 재무제표는 8000억원이라는 자금의 규모와 내용을 명확하게 입증해주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주한미군사령부의 공식 답변은 그러한 취재내용을 대부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럴 리 없는 일'이 수년간 벌어져 왔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혈세로 주한미군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7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규모에도 불구하고 지급 이후 주한미군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은 물론 한국 정부의 사실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는 사이 미군측은 2002년 이후 꾸준히 수천억원에 이르는 분담금을 꼬박꼬박 쌓아두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분담금 협상에서는 증액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는 그간 진행돼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었음을, 이를 담당해온 정부 관련기관의 업무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당시 주한미군사나 한국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금에서는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5월호의 추가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주한미군 영내 은행에 예치된 자금은 다시 시중은행에 예금돼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 운용수익은 고스란히 미국 국방부로 입금되고 있었다. '주한미군의 주둔에 관한 비용‘으로 규정돼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규정에 명백하게 어긋나는 것이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믿는다. 그러나 동맹의 기본적인 전제는 신뢰다. 그간 미국측의 방위비 분담금 운용은 정직하지 못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확인할 의지조차 없었다. 동맹이 그 뿌리부터 건전하고 굳건하게 서려면 그 기본 전제인 상호신뢰가 굳건해야 한다고 믿는다. 부실과 무능에 터한 동맹은 흔들리고 상처 받기 십상이다. 투명성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튼튼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협상 관련부처 장관들이 새로운 협상구조에 대해 언급하고 있음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과연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지켜볼 일이지만.
방위비 분담금은 사실 그다지 인기 있는 기사 주제가 못 된다. 한국 정부나 언론에게도 '이미 줘버린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문제점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일은 공연한 수고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내역 구조, 난무하는 숫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정부 당국자들이나 언론도 그럴 진데, 일반 독자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는 기사'를 과감히 표지 머리로 밀어올린 신동아 편집실의 결단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상당수 언론이 인용보도나 추가취재에 소극적인 이후 상황을 지켜보는 동안, 신동아가 아니었다면 이 보도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로지 기사가치만을 고민하며 언론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는 신동아 선후배들과 이형삼 편집장, 동아일보 출판국 식구들과 고승철 국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두 달 동안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밤잠 못 이룬 남편을 인내해준 아내에게도.
부산시교육청 주요 대학 진학률 발표 엉터리 부산일…
(199회)부산시교육청 주요 대학 진학률 발표 엉터리/부산일보 탐사보도팀 이병철 기자
이상한 일을 겪었다. 부산시교육청이 어느 날 보도자료를 냈다. '부산지역 고교 주요 명문대 진학률 크게 껑충'이란 제목이 붙었다. 그 자료에는 소위 SKY대학 등 주요 대학에 부산 지역 학생들의 진학률이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자세한 통계와 함께.
기자는 숫자에 약하다. 공공기관에서 내놓는 통계자료는 신성불가침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몇몇 언론은 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서 1면에 `진학률 껑충'이란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계를 들여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상식에 맞지 않았다. 몇몇 대학 정원이 6천여 명으로 돼 있었다. 실제 정원은 4천여 명 안팎이었다. 왜 그럴까?
해당 5개 대학에 지역별 진학률 데이터베이스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입학처 관계자들과 지루한 협상 끝에 데이터베이스를 엑셀파일로 받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지역 의대․한의대 등의 진학률 데이터베이스도 입수했다. 3월1일 입학자를 기준으로 한 최종 진학률 통계자료였다. 분석 결과 교육청 통계와는 판이했다. 부산지역 고교생의 진학률이 대부분 떨어지고 있었다. 의대 진학 숫자도 갈수록 급감하고 있었다. 교육청이 주요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서울 본교와 지방캠퍼스의 합격자를 모두 합쳐 사실도 파악됐다.
일선 학교 3학년 진학부장에게 물었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합격자를 중복해서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다는 제보가 터져 나왔다. 잘못됐지만, 모든 학교가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과 함께. 같은 학생 한명이 2~3번씩 최종 합격자 수에 포함되는 것은 예사였다. 교육청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사를 썼다. 내부적으로 `모든 정책은 검토가 필요하고, 그 검토의 기본인 통계를 왜곡해 정책결과를 왜곡하고 시민을 속이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선후배 기자들이 같이했다. 또 보도자료만 나오면 의심 없이 베껴 쓰는 취재 관행에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이번 취재로 전교조와 부산시의회가 사실관계확인에 나서고, 교육청은 진학률 조사방법을 개선키로 했다. 교육감의 사과도 있었다.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과연 숫자만 잘못된 것일까? 틀린 통계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속이려는 틀린 마음이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다. 그런 `완전범죄'가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우리 기자들 아닐까? 이병철 기자 peter@busanilbo.com
유통 ‘공룡’의 그늘, 대형마트 불공정 횡포와 조직…
(199회)유통 ‘공룡’의 그늘, 대형마트 불공정 횡포와 조직적 은폐 연속 기획보도/KBS 경제과학팀 박중석 기자
대형유통업체의 문제점, 특히 이 가운데 대형마트의 불공정 행위만큼 식상한 취재 대상과 아이템이 어디 있을까. 이미 거의 모든 매체에서 한 두 번씩 언급을 해왔고, 공정위나 중기청 등에서도 때마다 보도 자료를 내놓은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많은 매체들이 문제라고 보도를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관행이라고 하는 문제점을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으로 지적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대형마트에 대한 취재는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생각은 취재 시작부터 벽에 부딪쳤다. 쉽게 접근한다는 생각은 정말순진한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누가 하나 선뜻 취재에 응할 대상이 없었다. 많게는 수천 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로부터 증언과 내부 자료를 얻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말로는 기존의 소문으로는 문제라고 하거나, 하소연하면서도 막상 카메라기자와 동행해 취재를 시작하려고 하면 손사래부터 내젓기 일쑤였다. 자신의 업체가 노출되면 더 큰 불이익이 올 수도 있다는 거다.
도무지 취재 진척이 없이 며칠을 속만 태우며 보내야 했다. 슬슬 왜 이런 아이템을 그것도 5차례에 걸쳐 기획보도를 하려 했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던 며칠째 드디어 몇몇 업체를 삼고 초려한 끝에 조금씩 취재에 응해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형마트의 매출액, 특판 행사 실적표 등을 자료를 제공해줬다
또 한편 공정위의 조사가 너무 미진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불공정 조사를 받는 대형 유통업체는 전산관련 계열사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폐하거나 없애고 있었지만, 공정위는 제대로 조사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취재대상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공정위 고시로는 규제와 제도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고, 이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작정했다.
방송 이후 일면식 없던 모 협력업체로부터 전화가 올려오거나 이메일이 왔다. 잘 지적해줘서 고맙다는 것과 앞으로도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쇼핑 등 유통 전반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힘들었던 취재과정, 특히 취재대상을 찾지 못해 애태웠던 그 시간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 했다. 취재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이다. 취재 진척이 없어도 끝까지 믿어준 데스크와 팀 동료기자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