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한국 대외협상력시리즈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김…
(198회)한국 대외협상력시리즈/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김창덕 기자
이번 기획시리즈는 그동안 일선 현장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 혹은 '부끄러움'에서 시작됐다. 크고 작은 대외협상 기사를 쓸 때마다 '협상력 부재'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일쑤였다.
그런데 단지 협상결과의 평가만 놓고 이 말을 썼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작 협상 저변에 깔린 과정이나 깊은 원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수없이 비판을 해도 한국의 대외협상에서 늘 비슷한 잘못된 관행과 무능이 되풀이되고 또 언론의 비판이 꼬리를 물고….
작년 12월부터 '대외협상력' 취재에 두 달여를 매달리면서 우리 팀은 늘 이런 생각과 반성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취재과정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장벽'을 만났고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부부처는 이미 '국익 우선' '외교상 비밀'이라는 명분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행정정보 공개청구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협상관련 일지도 '대외비'라며 거부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질 정도였다. 결국 취재팀은 15개 관련부처의 공무원 한 명 한명을 설득하며 한 달동안 지난한 힘겨루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취재팀에게는 이번 기획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협상학회 회원들과 국회의원, 정부부처 국제협력 담당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의 문제제기와 기사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또렷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운도 따라줬다.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한·불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제일은행 매각협상 등 외교·안보·통상 협상의 대표사례들을 심층적으로 취재할 수 있었던 것. 어렵사리 만난 협상주역들은 취재팀에게 한국협상의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털어놓았다. 특히 한불외규장각 도서반협상의 민간대표였던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안식년으로 중국에 있었는데 잠시 귀국한 동안 인터뷰가 이뤄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우리팀은 취재과정에서 참 많은 '협상'을 했다. 갖가지 자료와 정보를 둘러싼 취재원과의 협상,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팀원들간 협상, 자신과의 협상…. 이 모든 협상에서 우리팀은 미련하리만치 정공법을 고집했고, 차선책을 찾는데 인색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우직함과 미련스러움이 많은 독자에게 큰 공감을 자아냈고 이처럼 좋은 평가까지 받게 된 것이라 믿는다.
로드킬’ 견공들의 항의 매일신문 사진부 박노익 부…
(198회)로드킬’ 견공들의 항의/매일신문 사진부 박노익 부장대우
언론에 몸 담은지 19년째다. 그동안 특종다운 특종을 한번 하지 못한 터라 선?후배 대하기가 민망했는데 수상 소식을 접하니 너무 기쁘다. 밤낚시에 나섰다 새벽녘에 대물을 낚은 느낌이다. 내 작품을 인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내 사진을 통해 마음의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애완동물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작품은 행운이 따랐다. 능력이 없었던지 아니면 운이 없었던지 평범한 기자생활을 하던 내게 행운이 온 것은 항상 사진물에 쫓기는 ‘보조 데스크’로서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유기견’. 어느 날 출근과 함께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그 날 바로 데스크에 보고하고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1주일의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흐지부지 취재를 포기하려고 할 때 쯤 사고 현장에서 주인공들과 부닥쳤다. 차에서 급하게 내려 셔터를 눌렀지만 파인더를 통해 보여진 ‘그림’은 별로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지나가는 차량 너머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로드 킬’이 발생한 것이었다. 길을 건너던 강아지가 차량을 보고 뒤쪽으로 피한다는 것이 오히려 운전자에게 사고의 빌미를 준 것 같았다. 문제는 사고 이후에 나타났다. 끔찍한 사고를 지켜본 동료 강아지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뭔가 ‘감’이 왔다. 퀭하니 초점 잃은 눈동자, 함께 있던 동료 강아지에게서 슬픈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후 주위에 강아지들이 몰려들고 그리고 한 마리가 달리는 차량에 달려드는가 싶더니 곧이어 모두가 합심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행동은 동물의 본능이라기보다 의도된 행동이었다. 동료 강아지가 죽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온 사고와 강아지들의 항의.
사실 마감을 끝낸 뒤에도 이 사진이 어마어마한 반응을 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괜찮은 사진이다’라는 느낌만 가졌을 뿐이다. 신문이 쇄출된 그날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면서 전화와 메일, 그리고 댓글이 줄을 이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를 비난하고 유기견 문제를 꼬집었다. 심지어 취재 보도가 본업인 기자를 욕하는 독자도 상당수였다. 대특종이었다. 모두가 유기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 나 역시 특종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기쁨을 뒤로한 채 심호흡을 해야했다. 독자들의 슬픈 감정과 강아지의 촉촉한 눈망울이 오랫동안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뉴스추적 413회 전직교수 김명호, 그는 왜 법을 쐈나…
(198회)뉴스추적 413회 전직교수 김명호, 그는 왜 법을 쐈나/SBS
지난 1월 중순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전직 교수의 화살에 맞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법조계와 언론계를 뒤흔들었다. 판사들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라면서 일벌백계를 주장하며 신변안전 조치 강화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언론들도 연일 이 사건과 관련한 속보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전직교수 김명호씨에 대한 비판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질타가 주류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외형적 폭력의 피해자인 부장판사보다 가해자인 전직교수 김명호씨를 옹호하는 여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지 취재진은 극에 달한 사법불신의 원인을 이 사건을 통해 비춰보기로 했다. 담당 재판부의 일원이었던 한 판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판결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김 교수가 판결문을 제대로 읽어봤더라면 결코 석궁사건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취재진은 판결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읽고 또 읽어 봤다. 대부분 김 교수의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성균관대 측의 증거와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잣대에 의해 얼마든지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의 인격이 어떻게 법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법원이 사실로 인정한 몇몇 증거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이번 취재의 핵심은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해 채택한 증거들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됐다. 취재팀은 법정 증거를 통해 김 교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돼 있는 당시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판결문에 실명이 거론된 몇몇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판결문에 자신의 이름이 인용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판결문의 취지에도 공감하지 않았다. 또한 증거로 인용된 문서는 본 적 조차 없다는 증언과 함께 자신들은 서명한 적도 없다는 제자들도 있었다. 법원이 판결의 근거로 내세우며 채택한 증거의 효력이 뿌리째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법원 측의 인터뷰였다. 당사자가 법정에서 반박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증거도 얼마든지 채택될 수 있으며 그것이 법원의 심판기능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재판제도의 속성과 그에 따른 판결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었지만 이는 결국 거짓과 부정이 얼마든지 법이라는 이름으로 진실과 정의를 대체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그동안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의 판결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사법권력의 개혁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격려 전화와 메일을 보내 주셨다. 이번 취재가 이렇게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석궁테러로 낙인찍힌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법제도와 판결의 비상식을 건강한 시민의 상식적 시각에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분석하고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자평해 본다.
검찰, 거짓증언 강요 녹취록 파문 KBS
(198회)검찰, 거짓증언 강요 녹취록 파문/KBS
한가롭던(?) 경찰 동부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이유 사건이 한 창이던 지난해 말, 서울 동부지검은 그 동안 시끄럽게 떠들었던 언론을 머쓱하게 만드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내놨다. 제이유 그룹의 로비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대부분의 인사들을 무혐의 처리한 것. 그 동안 서울 중앙지검 모 차장검사의 제이유와 부적절한 술자리 의혹, 청와대 경호실 팀장 부인의 수 억원대 제이유 사업 등을 검찰 수사와 별개로 고발해 온 필자는 용두사미의 수사 결과에 대해 당일 8시, 9시 뉴스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중간 수사 발표 이후 다시 조용해진 서울 동부지검 주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내용이 녹음됐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에는 제이유 그룹의 전 간부 김모 씨의 얼굴이 스쳐갔다.
김 씨는 원래 제이유 그룹 주수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해 오던 인물, 하지만 어쩐 일인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갑자기 구속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에게 뇌물을 줬다던 인물은 거짓으로 검사의 피의자 신문에 응했다며 김 씨에게 돈을 줬다던 증언을 번복하는 사건이 있었고 나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씨는 처음에 검사의 부적절한 요구가 담긴 녹음 테이프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하지만 집요하게 추궁하자 존재는 인정하되 공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테이프도 자신이 보관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맡긴 상태였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 끝에 녹취록에 들어있는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거짓 진술을 강요하다가 안되면 유죄협상으로 회유하고, 나중에 그런 내용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전율이 느껴졌다. 취재 기자로서 현장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을 건졌다고 느꼈을 때 드는 일종의 오르가즘이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만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사법개혁을 수 십년은 앞당길 수 있는 생생한 증거물이라고 확신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한달 여 간의 설득과 회유 끝에 녹취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9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듣고, 또 다시 들어봤다. 내용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충격적이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을 이해하고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을 때, 사회팀 선배들과 합의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보도 시점이 문제였다. 당초 2월 5일로 예정돼 있던 주수도 회장의 사기 관련 선고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때 마침 서울 동부지검 측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보도 여부에 대한 확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보도를 하더라도 검찰 인사(검사장 인사) 이후에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팀 선배들과 논의 끝에 검찰 인사와 무관하게 주 회장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2월 5일 저녁에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방송 예정일 오전, 후배 이효용 기자가 주수도 회장 재판부에 찾아가 보도의 취지를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주수도 회장의 사기 부분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재판부의 확답까지 얻었다. 보도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전혀 없어진 셈이었다.
보도 이후 서울 동부지검장의 즉각적 대국민 사과와 대검찰청의 감찰이 이뤄졌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자성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감찰은 역시나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검찰 인사까지 미루고 진행했던 감찰은 “부적절한 품위손상은 있었지만 ‘거짓 진술 강요’는 없었다”라는 면죄부성 감찰 결과를 내놨다. 다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듯, 검찰의 수사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장황한 수사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및 후속보도 국제신문 해양…
(198회)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및 후속보도/국제신문 해양수산팀 이노성 기자
‘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보도는 바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해양수산팀 기자로 발령받은지 보름쯤 지난 1월 말. 인사차 방문한 해조류 전문가에게서 “바다 종자도 곧 ‘식물 로열티’를 내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염려를 들었다.
바다에 웬 식물? 바다 식물도 종자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해양수도인 부산에서 10년을 기자로 일했지만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바다 식물이 뭐예요?” “김이나 미역같은 해조류를 말합니다.”
“왜 로열티를 내야 하죠?” “외국산, 특히 일본 품종이 우리 바다를 점령한 탓입니다. 일본에서 비공식적으로 들여온, 갯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 양식되고 있는 것이죠.”
“토종 품종은?” “돌김은 신품종만 개발되면 로열티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책은?” “현재로선 대책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반면 일본은 김만 4개의 신품종을 등록했습니다. 기술 수준으로는 수 년내 수십여개의 신품종 등록도 가능합니다.”
우선 어민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24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2009년부터 해조류에도 품종보호제도가 도입된다’는 사실을 아는 어민은 2명에 불과했다.
해양수산부의 대처는 한심할 지경이었다. 해조류 품종보호제도와 관련된 업무조차 농림부로부터 넘겨받지 못한 상태였다. 국내 해조류의 80%를 양식하는 전남을 찾아 양식실태를 조사하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바다도 종자전쟁 초비상’ 보도가 나가자 해양수산부는 이중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도 첫날 ‘우리 정부도 계통주 개발 등 품종보호제도에 대비하고 있다’는 언론해명자료를 내더니 이튿날에는 해조류 종자은행 설립을 골자로 한 품종보호제도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학계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국해양대 서영완(해양환경·생명공학부) 교수는 부경대와 국회 공동으로 열린 심포지움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해양생물자원센터와 해조류 종자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생명과학기술을 활용한 수산업의 발전전략’ 학술발표회를 개최해 농업유전자원 관리 노하우를 해조류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어민들은 물론 정부와 학계 모두 코 앞으로 다가온 품종보호제도의 준비에 나서게 됐다. 앞으로 바다 종자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 돼 당당하게 로열티를 요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