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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거짓증언 강요 녹취록 파문
취재후기
(198회)검찰, 거짓증언 강요 녹취록 파문/KBS
(198회)검찰, 거짓증언 강요 녹취록 파문/KBS
한가롭던(?) 경찰 동부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이유 사건이 한 창이던 지난해 말, 서울 동부지검은 그 동안 시끄럽게 떠들었던 언론을 머쓱하게 만드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내놨다. 제이유 그룹의 로비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던 대부분의 인사들을 무혐의 처리한 것. 그 동안 서울 중앙지검 모 차장검사의 제이유와 부적절한 술자리 의혹, 청와대 경호실 팀장 부인의 수 억원대 제이유 사업 등을 검찰 수사와 별개로 고발해 온 필자는 용두사미의 수사 결과에 대해 당일 8시, 9시 뉴스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중간 수사 발표 이후 다시 조용해진 서울 동부지검 주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내용이 녹음됐다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에는 제이유 그룹의 전 간부 김모 씨의 얼굴이 스쳐갔다.
김 씨는 원래 제이유 그룹 주수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해 오던 인물, 하지만 어쩐 일인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갑자기 구속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에게 뇌물을 줬다던 인물은 거짓으로 검사의 피의자 신문에 응했다며 김 씨에게 돈을 줬다던 증언을 번복하는 사건이 있었고 나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 씨는 처음에 검사의 부적절한 요구가 담긴 녹음 테이프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하지만 집요하게 추궁하자 존재는 인정하되 공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테이프도 자신이 보관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맡긴 상태였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끈질긴 설득 끝에 녹취록에 들어있는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거짓 진술을 강요하다가 안되면 유죄협상으로 회유하고, 나중에 그런 내용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전율이 느껴졌다. 취재 기자로서 현장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을 건졌다고 느꼈을 때 드는 일종의 오르가즘이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만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사법개혁을 수 십년은 앞당길 수 있는 생생한 증거물이라고 확신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한달 여 간의 설득과 회유 끝에 녹취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9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듣고, 또 다시 들어봤다. 내용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충격적이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을 이해하고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을 때, 사회팀 선배들과 합의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보도 시점이 문제였다. 당초 2월 5일로 예정돼 있던 주수도 회장의 사기 관련 선고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때 마침 서울 동부지검 측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보도 여부에 대한 확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보도를 하더라도 검찰 인사(검사장 인사) 이후에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회팀 선배들과 논의 끝에 검찰 인사와 무관하게 주 회장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는 2월 5일 저녁에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방송 예정일 오전, 후배 이효용 기자가 주수도 회장 재판부에 찾아가 보도의 취지를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주수도 회장의 사기 부분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재판부의 확답까지 얻었다. 보도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전혀 없어진 셈이었다.
보도 이후 서울 동부지검장의 즉각적 대국민 사과와 대검찰청의 감찰이 이뤄졌다.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자성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후 감찰은 역시나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검찰 인사까지 미루고 진행했던 감찰은 “부적절한 품위손상은 있었지만 ‘거짓 진술 강요’는 없었다”라는 면죄부성 감찰 결과를 내놨다. 다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듯, 검찰의 수사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장황한 수사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 회차 수상작 2007년 2월
제198회(2007년 2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