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닻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부산MBC
「닻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부산MBC 윤파란 기자
낙동강 천300리에 이르는 방대한 구간이 2년 내 완공을 목표로 정비된다. 낙동강은 그 규모만큼이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비의 절반이 넘는 17조원의 예산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투입될 계획이다.
하지만 이상할 만큼 어떤 매체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앙 언론의 모든 관심은 ‘정치적’ 논란에만 맞춰져 있을 뿐이었다. 차분하고 긴 호흡으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취재를 시작한 뒤, 왜 다른 언론사에서 쉽게 ‘낙동강 사업’에 손대지 못했는지 알게 됐다. 취재의 대상도, 구역도 너무 많고 넓었다. 비록 우리는 부산 지역 방송사지만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봐야 했다. 보 건설 예정지를 중심으로 달성, 함안 등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역을 샅샅이 훑었다. 낙동강 지류를 포함한 부산권 구간은 더욱 꼼꼼히 살폈다. 치수와 환경 등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문제점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속한 공사를 위해 어떤 사실은 완전히 숨긴 채 진행됐고, 어떤 사실은 2배로 부풀려져 있었다. 부산시는 예산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둔치 개발의 청사진만 자랑하고 있었다. 강바닥에서는 중금속이 든 오니토가 나왔지만 사업단은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낙동강이 정말로 썩어 있는가, 이번 사업은 과연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전문가의 생각도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는 그 팩트들을 뉴스 안에 최대한 친절히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겼다.
낙동강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더 심각했다. 한 농민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지만 현실적인 보상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공사가 이미 시작된 구간에서는 우려했던 환경 훼손까지 현실화 하고 있었다. 어민들과 배를 타고 현장을 점검했고, 더 이상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렇게 21편의 보도가 끝났고, 부산MBC 사상 가장 긴 기획보도로 기록됐다.
보도가 나간 한달 동안 힘든 시기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었는지, 기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감시와 비판이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비춰지기도 했다. ‘왜 이렇게 길게 하냐’는 핀잔을 들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획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보도한 선배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함께 배 타고, 산 타며 화면을 만든 카메라 기자들의 끈기와 열정 덕분에 수상의 기쁨까지 안게 됐다. 마지막으로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보도국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수 천 번 불법매립, 은밀한 공생관계 대구MB…
‘수 천 번 불법매립, 은밀한 공생관계’
대구 MBC 도성진 기자
오랜 기다림과 끈질긴 추적, 포착, 그리고 고발...마침내 드러난 은밀한 공생관계
하루 평균 150톤 안팎의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는 대구 농산물 도매시장. 이 곳 쓰레기의 상당량은 채소같은 음식물쓰레기인데, 이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이번 기획취재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엄청난 음식물쓰레기가 불법 매립되고 있는 실태와 이를 둘러싼 각 종 의혹들에 관한 것이다. 취재 초기 현장 확인 단계에서는 일일이 발품을 팔며 관련 증거영상들을 담아야했기에 몸이 힘들었고, 현장 확인이 된 이후에는 농산물도매시장의 관리를 둘러싼 복잡한 행정체계와 관련자들의 교묘한 발뺌으로 머리가 힘들었다.
적어도 10년 넘게 계속돼 온 해묵은 비리. 관행을 넘어 일상이 돼 버린 이들의 비리는 횟수로는 5천 번이 넘고, 쓰레기 양으로는 무려 8만톤이 넘지만 지난해 6월 3차례에 걸친 의혹 보도만으로는 가시지 않는 숱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과의 유착이 없으면 이런 고질적인 부패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농도 짙은 의혹은 충격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가장 알고 싶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던 의혹인 공무원의 쓰레기 처리업체 주식 소유 문제가 경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20년 넘게 매립장에서 중장비를 몰며 6급까지 승진한 공무원은 농산물도매시장 쓰레기 처리업체가 쓰레기 처리를 시작한 1998년부터 아내 명의로 주식을 투자해왔고 매년 주주총회에도 버젓이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제의 업체는 무려 7억 5천만원이나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취재 기간 내내 경기가 나빠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둘러대던 변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영 적자를 핑계로 이 업체의 외부 쓰레기 반입을 허용해줬던 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의 엉터리 행정도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여기에 더해 매립장에 근무하다 대구시청으로 자리를 옮긴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별도의 통장까지 만들어 수 천만원의 뇌물을 오랜기간 상습적으로 받아온 것이 드러나 공분을 샀고, 매립장 소장을 비롯해 대구 환경자원사업소의 폐기물 단속 관련 공무원 모두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구 공직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수 천 번 불법매립 뒤에 숨겨져 있었던 은밀한 공생관계가 그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취재착수와 의혹제기, 경찰수사와 결과발표에 이르기까지 꼬박 6개월이 걸린 힘든 취재...
의혹을 뒤로한 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지만 끈끈한 취재 팀워크와 기대 이상의 의지를 보여준 경찰의 협조가 있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이른 새벽에서부터 뙤약볕 내리쬐던 한 여름의 숱한 날들을 함께하며 취재기자보다 더 나은 현장 감각과 일 욕심으로 항상 새로운 길을 열어준 윤종희 선배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하루하루의 뉴스 생산에 쫓기지 않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준 데스크와 보도국 식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 MBC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
MBC 김경호 기자
“강남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4억 원 안팎”
정부가 서민을 위해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밝힌 내용입니다.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가 4억 원 정도라면 분명 주변 시세에 비해 매우 낮은 가격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 4억 원 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서민일까?’
과연 어떤 사람들이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되는 것인지 알기 위해, 1차 보금자리주택 당첨자들의 서류접수장을 찾아가 당첨자들을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당첨자들에,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승용차를 모는 당첨자들까지... 그 중엔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타워팰리스’ 거주자도 있었습니다.
강남의 부동산업계에선 놀라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금자리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청약통장이 수천만 원에 거래되고, 일부 부유층은 이미 자녀들에 대한 편법 증여의 수단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취재 결과 불법적인 보금자리주택 분양권 거래는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정부가 서민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에 왜 서민이 아닌 사람들이 당첨이 되고, 불법 거래까지 이뤄지는 것일까....
답은 분양가에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오랜 추적 끝에 1차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택지비 산정내역을 단독으로 입수해, 분양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집 한 채 당 많게는 1억 원이나 부풀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서민은 입주할 수 없는 높은 분양가가 고소득 당첨자들을 부르고, 불법 거래를 낳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집은 오랜 기간 가장 믿을 수 있는 ‘재산 증식’과 ‘투기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한동안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가 싶더니, 현 정부들어 주택 정책은 매매 위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다는 ‘친서민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내모는 현실은 비단 주택 정책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언론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힘든 취재 일정 속에서도 헌신적인 노력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준 장선아 작가님과 끝까지 믿어주신 데스크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노동 OTL 연재기획 한겨레신문
노동 OTL 연재기획
안수찬 한겨레신문사 <한겨레21> 사회팀장
지난해 여름,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노동에 대해 한번 취재해 보자.” “직접 취업해서 일해보면 어때.” “하루 이틀 말고, 적어도 월급 받을 때까지, 똑같이 먹고 자고 입어보는 게 좋겠어.”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것이 거대한 삶의 무게를 다루는 일이 될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노동은 오래된 문제다. 그러나 언론에 등장하는 노동은 ‘화장한’ 얼굴이다. 통계청이나 노동부에서 내놓는 보도자료가 있다. 거기서 노동은 숫자로 화장을 한다. 아주 가끔 노사분규가 일어난다. 거기서 노동은 쟁의와 협상으로 화장을 한다. 기자는 숫자를 분석하거나 파업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노동에 대한 취재를 마친다. 기자도 독자도 노동을 알만큼 안다고 생각한다. 실업자가 늘고 임금은 줄고 비정규직만 양산된다는 것쯤, 누군들 모르겠나 생각한다. - 그런데 정말 알고 있나? 그 질문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임인택 기자는 반월 공단 난로 공장에 취업했다. 그는 “침묵 노동”이라고 기사에 썼다. 일하는 자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임지선 기자는 서울의 갈빗집에 취업했다. 그는 “감정 노동”이라고 기사에 썼다. 일하는 자들은 사장, 손님, 남편을 위해 제 감정을 숨기고 꾸몄다. 전종휘 기자는 마석 가구 공장의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컨테이너에서 살았다. 그는 “닫힌 노동”이라고 기사에 썼다. 일하는 자들은 공장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안수찬 기자는 서울 대형마트에 취업했다. 그는 “히치하이킹 노동”이라고 기사에 썼다. 일하는 자들은 하찮은 직업을 갈아타며 평생을 보내고 있었다.
이것은 숫자가 아니다. 강력한 구호도 아니다. 복잡한 정책은 더구나 아니다. 다만 기사로 옮기는 것조차 불편한 현실이다. 가난한 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들의 부모와 자식은 왜 가난한 노동자인가. 그들은 왜 아무 말 없이 감정과 의견도 숨기고 닫힌 세계를 인내하는가. 노동의 문제를 구조와 제도로 치환하지 않고, 정책적 대안을 공연히 병렬하지도 않고, 오직 그들의 감정과 경험과 일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만 애를 썼다. 덕분에 지난해 7월 이후 우리 가운데 누구도 편하지 않았다.
임인택 기자는 말수가 줄었다. 임지선 기자는 밥 먹을 때 식당 아줌마를 재촉하지 않는다. 전종휘 기자는 엄지 손가락에 못이 박히는 산재를 입고 수염이 덥수룩해져 돌아왔다. 안수찬 기자는 아직까지도 구운 고기를 먹지 않는다. 누군가 대안을 물었다. “노동자들이 편하게 공장에 출근할 수 있는 통근 버스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임인택 기자는 답했다. 고된 취재 끝에 우리는 작은 혜안을 얻었다.
다섯달 동안, 박용현 편집장 이하 <한겨레21>의 모든 기자들이 공장에 취업한 우리의 빈자리를 메웠다. 노동에 대한 탐사취재, 내러티브 기사작법, 5개월에 걸친 장기 연재, 1천매에 이르는 방대한 보도, 4차례에 걸친 표지 편집 등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의 노동 덕분이었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기사를 칭찬해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올해 탐사보도 농사는 신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