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하늘동네 이야기 대전MBC
하늘동네 이야기
대전MBC 임소정 기자
비리를 파헤치고, 잘못을 지적하고.
입사 이후 사건팀을 하면서 대부분의 리포트는 이런 류에 집중됐었다.
경제위기로 모두의 마음이 얼어붙은 2009년, 이번에는 그동안의 좀 따뜻한 뉴스, 1회성에 그치지 않는 뉴스를 만들어보자는 데 중지가 모아졌다.
그렇게 기획된 50부작 '하늘동네 이야기'
취재진이 눈을 돌린 곳은 대전의 가장 높은 곳, 달동네 대동이었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처음 찾아간 그 곳은 회색빛이었다.
벽이 모두 부서지고, 지붕이 갈라진 판잣집들과 추위만큼이나 차가운 얼굴의 사람들, 당장 이들의 생활 속속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두려움이 앞섰다.
'1년 동안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할 곳'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니 비로소 용기가 생겼다. 막내인 고병권 기자와 내가 먼저 주민들과 친해지기에 나섰다. 거의 매일 출근을 하다시피하며 사회복지관과 각 통 통장들, 주민들을 만났고,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 공부방 선생님으로 나가며 아이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얼굴을 익히면서 본격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66%가 우울증세를 겪고 있고, 모든 아이들의 심리치료가 시급하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이었다. 대물림되는 빈곤과 가족해체, 질병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이곳에 모여 있나 싶을 정도였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그 면면을 드러내는 6달의 보도.
매주 3분의 리포트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왜 자신들의 생채기를 들춰내냐는 주민들의 차가운 시선과 문제제기만 계속하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조급함이었다.
"보도가 나간다고 뭐가 해결이 돼요?" 이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차례였다.
마음이 다친 아이들에게는 심리치료와 함께 새 가족을 만들어주고, 생채기가 난 동네 곳곳을 정비하는 사업도 시작됐다. 무료검진과 일자리 창출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은 조금씩 이어지는 변화에 마음이 동했고 스스로 '희망'을 찾는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후반 6달은 그렇게 희망을 찾아가는 동네를 담을 수 있었다.
하늘동네와 함께 살았던 1년. 취재진은 '기자'이기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또 한 명의 '주민'이었다. '우리 동네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산 1년.
그 짧은 시간동안 감히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절망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포크레인과 함께 밀려드는 외부의 힘이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손발이 얼어붙는 추운 날씨에도,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여름에도 하늘동네를 오르내리며 좋은 영상을 담아주신 김준영 선배님과 이번 기획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오디오맨 동훈 씨, 하늘동네에 도움의 손길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 부산일보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
부산일보 사회부 박세익 기자
뉴욕의 명소인 맨해튼 센트럴파크가 19세기 말 뉴욕 한 언론사의 공원조성 캠페인으로 시작됐다. 부산의 도심 하얄리아 미군기지의 공원화는 부산일보 취재팀의 노력과 열성이 배여 있다.
그래서 즐거웠다. 기자로서 가졌던 미래사회의 꿈을 펼쳐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계 젊은 전문가들과 꿈의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그들과 함께 미국 공원을 여행하면서 밤을 새며 좋은 공원에 대해 토론한 시간은 행복했다.
하얄리아미군기지는 100년째 일제와 미군에 강점됐던 도심속의 땅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조경설계가가 명품공원 설계를 마쳤다며 공사만 하면 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도시계획과 조경, 공원 전문가들을 하나둘 인터뷰하다보니 '혹시나 하던 기우가 사실'로 확인됐다.
부산시의 조급증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현장 측량은 물론이고, 생태·조사·문화재조사 조차 없이 조급하게 설계를 마쳤다. 모든 것을 토목공사하듯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그 과정 곳곳에는 지역의 정서나, 시민의 의견, 전문가의 깊은 고민이 들어갈 틈도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
하얄리아 공원 콘셉트디자인을 했던 뉴욕 필드오퍼레이션스사의 제임스 코너 대표는 "부산시가 설계와 조성과정에서 너무 조급했고, 문제가 많다"고 직접 밝히기까지 했다.
행정팀장인 이병철 차장과 해당 미군기지를 관할하는 경찰팀 김진성 기자 등 3명으로 특별취재팀이 구성됐다.
탐사보도방식으로 공원조성의 문제점을 심층취재해 이슈를 발굴해냈다. 취재팀은 한발 더 나아가 이 문제를 부산일보가 주도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기로 했다. 공공저널리즘의 기법을 도입해 부산일보가 촉매가 돼 전문가와 시민, 행정, 정치권이 모두 모여 미래 공원의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데 합의했다.
우선 전문가로 구성된 FGI(Focus Group Interview)로 취재를 시작했다. 갖가지 문제점이 쏟아졌다. 여기에 3개월간의 현장 취재와 각종 자료 발굴을 통해 '하얄리아 새 그림을 그리자'는 시리즈가 보도됐다.
보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가들과 독자들은 지역사회가 놓쳐버린 이슈를 다시 끄집어 낸 취재팀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 참에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기 위해 부산일보가 더 노력해 달라는 격려도 쏟아졌다.
취재과정에 참여한 도시계획, 공원, 조경, 건축 전문가와 함께 복지, 환경, 문화, 여성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과 함께 '하얄리아공원포럼'을 결성했다.
6개월에 걸친 포럼에서의 심도있는 토론과 전문가 제언을 매달 보도해 '지역 공동체의 공론의 장'으로서의 역할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스스로 포럼을 찾아와 '적극적으로 포럼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부산시의회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럼 회원과 취재팀 10명은 지난해 12월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크리시필드와 어바인 그레이트파크, 샌디에이고 발보아파크, 뉴욕 맨해튼 하이라인, 배터리파크, 거버너스아일랜드 등 주요 공원을 방문했다. 공원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취재여행이었다. 물론 자원봉사였다. 회원들은 직장에서 연월차를 내고, 왕복항공권 경비도 개별 부담했다.
취재여행에서 대규모 공원을 조성중인 어바인시 강석희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다. 이는 모두 '하얄리아, 미국에서 길을 묻다'라는 또 다른 시리즈로 보도해 지역 사회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보도는 부산일보 지면뿐만 아니라 전북일보와 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원사에도 공동 게재했다. 지역언론의 콘텐츠 공유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얄리아 취재 프로젝트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하얄리아 친구들'과 같은 형식의 민·관 거버넌스 조직을 탄생시켜 공원 설계·조성·관리운영을 담당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수십년에 걸쳐 '하얄리아프로젝트'는 살아있을 것이다.
‘1등급만 뽑은 연고대 입학사정관제‘ 연속보도 …
‘1등급만 뽑은 연고대 입학사정관제‘ 연속보도
MBC 사회 1부 백승규 기자
최근 전국 40여개 대학들은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불거진 서류조작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았고, 결국 정부의 외압이 있지 않았냐는 논란 속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수사는 종결됐습니다.
입시브로커를 통한 구체적인 서류조작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지만,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상당수 학원들과 입시컨설팅업체들이 증빙서류를 대필해주고 스펙을 만들어주는 현실을 직접 확인하고 취재해온 기자로서는 교육당국이 제도개혁을 위한 호기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1등급만 뽑은 연고대 입학사정관제’ 연속보도는 이런 입학사정관제에서의 신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보도였습니다.
잠재력과 소질 등을 중심으로 학생을 뽑겠다던 전형에서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을 주요대학들이 골라서 선발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가 크게 왜곡되고 있다는 건데요, 학생들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입학사정관들의 숫자도 적다보니 결국, 내신이나 영어성적을 기준으로 정량평가를 실시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당 대학들은 해명했습니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자율화에 따라 어떤 학생들을 뽑는가 역시도 대학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학에게는 사회적 책무성이 있습니다. 잠재력과 소질 등을 보겠다던 새로운 입시제도에서 주요대학들이 성적을 기준으로 손쉽게 학생들을 뽑는다면 제도의 취지를 믿고 열심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결과적으로 기만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교과부와 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런 대학들의 성적선발에 제동을 걸겠다며, 해당 대학들에게 재정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는데요. 일부 대학들이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향후 이 부분도 후속 취재를 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자상 수상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은광여고 조효완 선생님, 인창고 임병욱 선생님, 숭실고 이향우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 자신들이 합격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문제가 있다는 민감한(?) 내용의 인터뷰에 응해준 연세대 강돈영군과 김준호군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빌며 수상소감을 마치고자 합니다.
多文化 한가족 시대 세계일보
多文化 한가족 시대
세계일보 신진호 기자
다문화가족은 우리 문화의 한 코드가 됐다.
단일민족을 강조해온 우리나라는 2008년을 기준으로 외국인과의 결혼비율이 전체의 11%를 넘어서고, 인구비율도 3%를 웃돌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소수자로서 사회적 냉대와 차별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은 1990년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확산하면서 급격히 늘었다. 힘든 일을 꺼리는 풍조가 만연되면서 결혼을 못한 ‘늙은 총각’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젊은 신부’를 맞아들였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문화적 차이와 세대 차이, 고부간 갈등, 자녀 양육 등으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문제점이 많았지만 이같은 일들은 ‘가정내 일’로 묻혀졌고, 새로운 다문화가족은 끊임없이 탄생했다.
다문화가족이 안고 있던 여러 문제는 결국 성폭력과 가출, 이혼, 살인, 가족해체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터졌다. 언론도 다문화가족들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대안없이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면서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더욱더 사회적 소수자로서 차별을 받았다.
세계일보의 다문화기획은 ‘다문화가족의 삶이 정말 부정적인 것만 있나?’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국제결혼과 이민자들의 증가로 다문화가족이 한국사회의 주요한 구성요소가 되어가는 요즘 이들의 건강한 삶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 정책과 기업체의 지원 등도 살펴볼 필요성도 느꼈다.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문화 한가족’ 시리즈는 2008년 8월말부터 시작해 올해 1월말까지 1년5개월 동안 이어졌다.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수십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공통으로 느꼈던 것은 가슴이 먹먹해 진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삶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처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공통적인 희망이 있다. 자녀를 잘 키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보통 한국 부모들이 꾸는 꿈이다.
시리즈가 회를 거듭할수록 다문화가족의 눈물겨운 노력과 이에 따른 성공신화는 한국사회뿐 아니라 새롭게 한국인과 가정을 꾸리려는 외국인들에게도 삶의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다문화가족을 ‘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 다문화가족이 건강하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터질 것이란 염려다.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색다른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인식 전환이다.
시리즈가 개재되면서 정치계와 정부, 기업체 등에서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는 이같은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융감독원은 KB에서 무엇을 뒤졌나 경향신문
금융감독원은 KB에서 무엇을 뒤졌나
경향신문 권순철 기자
국민은행에 대한 관치논란 기사를 쓴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국민은행에 대한 관치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직후 국민은행 IT팀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들은 금감원의 강압적인 검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이달의 기자상’을 안겨준 금감원의 수검일보 입수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였다. 지난해 말부터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의 내정과정과 관치금융 논란을 취재했다. KB사태가 이사회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이를 빌미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내보려 한 정부의 의도가 ‘신관치금융’이며, 이는 금융계 나아가 경제계 전반의 자율성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지적하고자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금융감독원 검사 수검일보’의 단독입수, 단독보도로 나타났다. 859호(1월 11일 발매)에 ‘신종 관치경제’라는 제목의 커버기사로 보도한 ‘금융감독원은 KB에서 무엇을 뒤졌나(수검일보 단독입수)’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정원 내정자가 갑자기 사퇴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었고,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었지만 대부분 풍문이나 정황을 전달하는 ‘알려졌다’성 보도였다.
취재 과정에서 때로는 관계자들의 집 앞에서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국회로, 노조로 뛰어다니면서 취재하던 중 마침내 모처로부터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입수한 자료는 금감원이 2009년 12월 16일부터 23일까지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사무처를 대상으로 했던 사전검사 자료인 ‘금융감독원 검사 수검일보’였다. 수검일보에는 ▲조담 KB금융그룹 이사회 의장 조사(국민은행의 전남대 MBA 대상자 명세 요구) ▲강정원 내정자의 비리조사(운전 기사 2명 2시간 여동안 조사) ▲강정원 내정자 회장선임 주총 표 대결시 조사(주총관련 통보시 일부주주 배제후 발송 가능 여부 질의) ▲저인망식 표적감사(부서장 컴퓨터 13대 징수 또는 봉인)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강정원 내정자를 사퇴시키기 위해 온갖 압박을 해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최초이자 결정적인 물적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제보자는 수검일보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예상되는 파장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처음에는 자료공개에 부정적이었으나 새로운 형태의 ‘관치 금융’을 공개해 실상을 알리고 여론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정당하며 공익에도 부합한다는 기자의 설명을 결국 수용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 회장은 공석 중에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나라에서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을 장악하기 위해 KB금융지주 회장을 차지하려고 손을 뻗치고 있다. 반드시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다. 정부와 권력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독립언론 은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은 앞으로 어떤 관치금융도 성역을 가리지 않고 계속 보도할 것이다.
SAT 문제유출 사건 취재후기 동아일보
SAT 문제유출 사건 취재후기
동아일보 신민기 기자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유출 사건을 보도한 뒤,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SAT 학원 설명회에서 만난 학부모였다. 격앙된 목소리의 학부모는 “기사에서 학부모들을 시험 문제유출을 독려하는 파렴치로 몰았다”며 “신문사 하나 정도 우스운 학부모들이니 조심하라”고 은근한 협박을 해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E어학원에서는 예고에 없던 설명회가 열렸다. 아시아와 미국의 시차를 이용해 SAT 문제지를 빼낸 강사가 전에 몸담았던 곳이다. 문제유출 사건에 대해 학원 관계자가 설명회에 나와 해명을 했다. 학원은 개입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학원이나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일도 없다는 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약속도 이어졌다.
학원 원장의 해명이 끝나고 학부모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학원 관계자에게 매섭게 따질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공부를 시키려 보낸 학원에서 부정을 도왔으니 학부모로서 학원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설명회에 참석한 30여명의 학부모들은 “일부 학생에게만 문제 유출의 이익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솔직히 고액의 수강료를 낸 만큼 그만한 이득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SAT 문제유출 사건을 취재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일그러진 한국 교육 현실의 단면이었다.
학원가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지금도 SAT 대비 학원가에서는 온갖 편법, 불법을 통한 고득점 비결이 나돌고 있다. 거액의 수강료를 챙긴 강사들은 앞 다퉈 SAT 시험문제를 유출해 왔다. 태국 방콕까지 가 문제를 빼낸 학원 강사,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연일 언론이 문제유출 사건을 보도하는 와중에도 대담하게 시험지를 찢어 나온 강사가 줄줄이 입건되고 구속됐다. 재계약을 거부하다 학원 대표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1타강사’ 손모 씨도 문제유출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손 씨는 여기서 끝이 아닐 거라고 말했다. 손 씨는 시험 고득점과 명문대 입학 때문에 부정에 찌들어버린 학원과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도 그 안에 깊숙이 몸담고 있었기에 예외는 아니었다. 학원이 직접 기출문제를 빼내오기 위해 미국 등 외국에 나가 브로커를 통해 문제를 구입하기도 하고 “왜 선생님은 기출문제 없느냐”고 당연한 듯이 묻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SAT 문제지 유출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예일, 컬럼비아, 프린스턴, 하버드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SAT 성적은 여러 전형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이 점수가 입학을 결정짓는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전했다. 유독 한국 학생들이 SAT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며 높은 SAT 점수에 비해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은 그렇지 못한 점을 꼬집기도 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집착하고 시험 점수 몇 점을 위해 목을 매는 한국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새삼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취재를 하며 만난 대다수의 학생은 정직하게 공부해 당당한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선생, 학부모가 부정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부정을 배우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부족하기만한 기사가 그래도 의미 있기를 바랐다. 일련의 보도를 통해 우리 교육의 곪은 상처를 드러내고 자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