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로드다큐 <길> 전북도민일보
로드다큐 <길>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기자
길을 헤매다.
첫 길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노선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나섰다. 연결도 안 된, 개설도 안 된 길을 걸었다. 우거진 산기슭 가시에 수없이 찔렸다. 키를 넘는 잡목에 발길을 번번이 돌렸다. 총 56㎞인 모악산 둘레길을 들랑날랑 대며 100㎞ 이상 걸었다. 3일 정도면 끝날 일을 6일에 걸쳐 한바퀴 돌았다. 마실길 돌다 머리가 도는 줄 알았다. 로드다큐<길>은 그렇게 작년 10월에 시작됐다.
길을 묻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한민국 걷기 도사인 신정일 (사) 우리땅 걷기 이사장, 지역문화원장 등을 모셨다.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했다. 보통 여행의 참맛은 배낭여행이고 배낭여행의 정수는 도보여행이라고들 한다. 느낌과 사실 그리고 정보를 버무린 ‘다큐’로 컨셉을 잡았다. 풍광과 감흥은 울림으로 전하고 주민들 삶의 모습은 인터뷰로 따기로 했다. 문화재 등 볼거리,먹거리,살거리를 쓸어 담기로 했다. 소화하기 쉬운 ‘비빔밥 레저판’이다. 사전조사, 자료수집과 현지답사를 통해 엮는 내러티브로 잡았다.
길을 찾다.
군산 구불길,익산 둘레길, 고창 질마재 100리길,부안 변산마실길, 장수 뜬봉샘가는 길, 진안 마실길…. 걷기 열풍을 타고 열린 길을 소개했다. 부침의 역사길인 순창 회문산 빨치산길, 눈으로 보고도 걸을 수 없는 용담댐 수몰길,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금강벼룻길도 엮어봤다. 진안에서 완주 소양으로 넘나들던, 임진왜란 웅치전투로 유명한 곰티 옛길, 정읍장성을 오가던 고갯길인 갈재 옛길, 산적들이 많아 60명이 모여서 재를 넘었다는 육십령 옛길. 발길이 끊겨 없어졌다고 여긴 옛 고갯길에도 발자국을 찍었다. ‘옛길발굴 및 아름다운 길 걷기’ 전북 길 포럼을 가졌다. 살아있는 옛길을 발굴해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길이 자산이다.
길을 걸으면서 발견된 길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 ‘길이 자산이다’를 7회에 걸쳐 보도했다. 걷기 열풍 왜, 길의 경제학, 어떻게 길을 내야 하나, 개념 없는 지자체, 스토리가 생명, 개설보다 중요한 운영, 트레일 법·길의 날 제정 등을 진단했다. 이 중에서 길 개설 가이드라인인 트레일 법 제정은 급한 일이다. 이것이 없어 자치단체들이 길 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길의 날을 제정해 길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길 축제도 좋은 아이템. 현재 로드다큐<길>은 주말판에 6개월 동안 18회를 보도했다. 누군가 "길은 낼 탓이요, 일은 할 탓이다"고 했다. 이제 로드다큐<길>팀은 한국의 길을 넘어 세계의 길을 향해 떠날 봇짐을 챙기고 있다.
학교폭력 이젠 바로잡자 대전CBS
학교폭력 이젠 바로잡자
대전CBS 신석우 기자
방학 중 상납을 안했다고 개학 첫 날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때리고 맞고 했는데, 새삼스럽게...’라는 게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보도 뒤 다른 언론사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을 보면서도 이 같은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을 만났다. “왜 때렸니? 돈은 빼앗아서 뭘 했니?”. 돌아온 답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돈 받아서 형들한테 상납해야 되는데 걔가 돈을 못주겠다고 해서 때렸어요. 돈 받아서 우리가 써 본 적 한번도 없어요. 우리 용돈도 줄곧 상납해왔고 결국 우린 돈만으로 안돼서 다른 아이들 돈을 걷어 준 거예요.”경찰 수사 결과 상납 고리는 몇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맞은 아이도 또 때린 아이도 피해자인 셈. 취재 도중 또 다른 제보가 하나 들어왔다. 이번에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5시간동안 끌려다니며 폭행을 당했다는 것. 피해 학생과 구타당했던 대전 둔산의 한 주차장을 찾았다. 맞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는 아이.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1년여동안 폭행을 당해왔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고 누구나 알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였지만 그 속내를 알고 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지인의 소개로 오선미 한 예술치료교육 연구소장(원광대 예술치료학과 교수)과 박희래.소세명 치료사들을 만났고 이들은 아이들의 상담 치료를 맡아줬다. 취재 과정에서 흘려들었던 해당 학교 선생님들의 말들도 생각났다. “다른 학교에도 다 있는 일인데...” 찾아간 학교, 만난 교사 대부분이 같은 말을 했다.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교사, 어른들의 문제였다. 교사들의 마음속엔 아이들이 없었다. 안타까웠다. 이번 기사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오히려 진부한 주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 이어 터져나온 ‘알몸 졸업식’ 등으로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피해학생은 물론 가해학생들에 대해서도 상담을 실시하고 문제점을 짚어준 오선미 교수와 박희래.소세명 치료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10원 전쟁’의 내막 MBC
‘10원 전쟁’의 내막
MBC 후플러스 유충환
‘580원 짜리 삼겹살은 과연 어떤 맛일까?’
제 취재는 이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형 할인 마트들이 출혈 가격 인하 경쟁을 하면서 삼겹살의 가격이 100g당 5백 원대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문득 한번 사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정육점 아저씨에게도 드셔보셨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대답 대신 한숨소리가 먼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10원 전쟁의 내막’은 대형마트들의 가격 경쟁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전쟁’으로 까지 불릴 정도로 사상 최대의 가격 경쟁이 정말로 소비자들한테는 이익인지, 또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후폭풍의 후유증을 추적했습니다.
물론 취재는 ‘전쟁’의 이면에 숨어있는 상술과 눈속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쟁의 파편’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소상인들과 유통업자, 생산 농가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그대로 담고, 왜곡되어 가는 시장의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더 날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한해 무려 약 6억 명의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매출 26조를 웃도는, 이제는 거대한 자본권력으로 자리 잡은 대형 마트들의 등장 이후 변화해온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 또한 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보도로 인해 즉시 왜곡된 시장이 바로 잡히고, 마트들의 횡포가 당장 중단되리라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상의 이면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을 때, 그럼으로 인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변화는 반드시 뒤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 시대에 누군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기력하게 고통 받고 있다면 분명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무이자 도리라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끝으로 저와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면서 행동해준 박정은 작가와 이승헌 영상촬영 PD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학 등록금, 그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대학 등록금, 그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탐사기획팀 권근영 기자
지식의 벽. 대학 등록금 취재에 착수한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이 여러 차례 부딪힌 장벽이었다. 우선 등록금이 비싼가 하는 문제. 대학 진학률은 무려 81.9%로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육은 사실상의 의무교육이 됐다. 그런데 등록금은 최근 5년새 사립대 28.6%, 국ㆍ공립 44.5%로 가파르게 올랐다. 물가 상승률의 최대 3배다.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다. 우리 등록금은 OECD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그러나 취재팀이 접촉한 대학 교수 대다수가 “우리나라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싼 편”“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등록금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등록금은 어떤 근거로 산정될까. 교육재정학자, 경영학자 등이 작성한 논문이 여러 편 있었다. 학술발표하듯 도서관을 드나들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나온 논문들을 쭉 읽어봤다. 결론은 ‘산정 근거 없음’. 없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이 더 난해함을 깨달았다.
셋째, 등록금이 매년 오르는 이유는 뭘까. 그간 시민단체 등에서는 “사립대들이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두고서도 등록금을 올린다”“등록금 책정 근거로 삼는 예산을 뻥튀기해 등록금을 올린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예결산 자료를 입수했다. 그러나 회계자료를 봐도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 점을 잘 아는 대학 관계자, 심지어 교육부 관리로부터 “기자는 회계를 아는가”라는 빈축도 샀다. 대학 감사로 있는 회계사를 초빙했다. 대학들의 공공연한 회계 규칙 위반이 교육부의 묵인 속에 이뤄졌음을 밝힐 수 있었다.
총 4회에 걸쳐 연재한 ‘대학등록금, 그 불편한 진실’은 대학 등록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간 기획이다. 사립대가 예산뻥튀기로 웃잡아 거둬들인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에 적립하고 있는 실태를 회계 장부를 분석해 밝혔다. 교육부의 감독 소홀 문제도 제기했다. 국립대가 수업료의 몇 배에 달하는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책정해 거둬들이고 이를 방만하게 낭비한 실태도 밝혔다.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로는 학비를 벌 수 없는 빚더미 학생들의 곤경도 놓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연초 대통령에게 비싼 등록금의 실태를 고발하는 편지를 쓴 대학생의 육성으로 전했다. ‘반값등록금 공약’의 실태도 짚었다. 성적으로 등록금을 차등 책정하며 정부 지원에 대한 학생들의 의무를 강조한 카이스트, 투명한 회계로 학생ㆍ학부모의 동의를 얻어낸 포항 한동대의 선례와 각계의 제언으로 마무리했다.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기사가 아니다. 그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줘야 기사다." 올초 다시금 출범한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의 수장, 김시래 에디터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에디터를 비롯해 진세근 부장, 이승녕ㆍ김준술ㆍ고성표 기자 등 취재팀 6명은 등록금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한달여간 정부 및 시민단체, 학생, 대학 관계자를 다양하게 접촉했다. 때로는 교육재정학 연구자가 되기도 했고, 처음으로 회계 공부를 해 보기도 했다. 나날의 기사 압박이나 출입처 일정에 쫓기지 않는 탐사기획팀이어서 가능했다. 신문이 위기라는 시대, 탐사보도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기자협회에서 공감했기에 상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자율형 사립고 편법입학 연속보도 KBS
자율형 사립고 편법입학 연속보도
KBS 문화과학팀 최영윤 기자
133명.
자율형 사립고 합격이 취소된 학생들 숫자입니다.
학부모들은 구구절절 사연을 쏟아냈습니다. 우리 아이는 자율고에 가게 됐다고 좋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교복을 입었다 벗었다 했는데, 우리 아이는 얼굴을 익힌 반 친구들이 그렇게 착하다며 좋아했는데, 우리 아이는 학교 분위기가 좋다고 또 선생님이 친절하다고 주위에 이미 다 자랑했는데…. 그러면서 잘못이 학생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합격 취소만큼은 안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만든 ‘사회적 배려자 전형’의 학교장 추천제. 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돼 버린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역시 합격이 취소된 학생 133명입니다. 아직은 어리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 학생들이 가슴 속에 평생 갈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 그 계기가 제 기사가 된 것 같아서 귀한 상을 받는 마음이 밝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학 취소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들어간 학교를, 그 사실을 알고도 계속 다니게 된다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반칙을 해도 되는 곳 또는 거짓말이 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커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239명.
편법 입학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돼 징계를 받거나 행정 처분을 받게된 교직원 숫자입니다.
교육청 직원들과 중학교 교장, 자율고 관계자들은 변명을 쏟아냈습니다. 학부모들이 요구해 와 자격이 없는 걸 알면서도 추천서를 써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교장들이 써준 추천를 철썩같이 믿었을 뿐이다, 선의로 만든 제도를 일부 학부모들이 악용했다…. 그 누구도 입학이 취소된 학생들에게 스스로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받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자율성을 대폭 부여해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를 만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도입 첫 해 벌어진 편법 입학 사태는 자율고라는 제도에 커다란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자율고들이, 자신들의 목표는 다양한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아 이른바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는 데 있다고 편법입학이라는 이번 사건을 통해 명백히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133명의 학생들은 변질된 다양성 교육의 첫 희생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다음 차례는 자율고 안에서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도록 모두 보듬어 주기를, 정부와 사립고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자율고가 아니더라도 좋은 교육,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를 욕심내 봅니다. 133명의 학생들이 3년 후 자율고가 아닌 보통의 고교를 졸업할 때 만족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취재 시작부터 원고를 마칠 때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문화과학팀 이재숙 팀장과 김혜송 데스크, 영상이 따라주지 않는 아이템인 탓에 고생 많이 하신 촬영기자 선후배들, 후배의 기사 때문에 덩달아 야근을 되풀이 하신 교육 담당 선배들께 모든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