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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회 (2012년 12월)

수상작 4편 · 출품 후보작 2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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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4편

심사평

전주MBC ‘마블링의 음모’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 호평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통령 선거 때문이었는지 출품작이 취재보도 부문 7건을 비롯해 모두 33건으로 평소에 비해 적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도 과소해 심사위는 기준을 0.1점 낮춰 본심에 올렸으나 역시 수상작은 지난달에 이어 4건에 그치고 말았다. 대선 때였던 만큼 대선 관련 출품작이 취재, 기획을 망라해 6건에 이르렀으나 수상작은 1건에 머물렀다. 수상작 4건 중 3건을 지역 대상 매체가 차지해 전국 대상 매체를 압도한 것도 2012년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의 특징 중 하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KBS의 ‘선관위, 새누리당 불법선거 의혹 조사’는 특별한 돌발변수나 쟁점이 많지 않았던 지난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안을 단독보도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자는 제보를 받고 여러 차례 현장 답사를 통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후 선관위의 단속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제보를 무시했더라면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큰 불법을 드러낸 것이다. 대선 기간에 의혹이 무성하던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 부대’의 실체를 확인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심사위원은 이 기사가 당시 KBS 뉴스시간에 16번째에 보도된 점을 찾아내 뉴스가치 판단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불법선거 사무실과 ‘댓글 알바 부대’의 관계가 언급되지 않는 등 후속 취재가 미흡한 점 역시 아쉬운 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할 때 KBS가 오랜만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한 보도”라는 데 평가가 일치했다. ‘이달의 기자상’은 그 평가의 큰 몫이 마땅히 취재한 기자의 것이라는 뜻이다. 같은 부문에서 경향신문의 ‘로그기록도 안 본 경찰, 토론회 직후 기습발표’도 대선 막바지에 큰 쟁점이었던 국가정보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성급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의 문제점을 제대로 다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마감이 임박한 시간임에도 경찰의 결정적 ‘하자’를 정확히 짚어낸 차별성과 전문가의 의견으로 논지를 뒷받침한 취재 기동력이 놀랍다는 찬탄도 나왔으나 아깝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 역시 대선을 다룬 한겨레신문의 ‘2012 대선만인보-국토종단 민심기행’과 KBS의 ‘대선특별기획 2부작, 대선후보를 말한다’ 둘 다 틀에 박힌 대선 보도 형태를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수상엔 실패했다. 지역경제보도 부문에서 유일한 출품작이자 수상작인 전주MBC의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에 대해선 한우 사육 농가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사안을 다룬 용기에 우선 칭찬이 쏟아졌다. ‘좋은 고기’가 무엇이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보도로 기획 아이디어가 좋았다는 평가도 따랐다. 지역기획 신문부문 수상작인 한라일보의 ‘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기관들과 협력해 제주섬 해양생태계의 ‘최전선’인 조간대(만조 때 해안선과 간조 때 해안선 사이 부분)를 장기에 걸쳐 꼼꼼하고 입체적으로 새롭게 조명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춘천의 ‘0.008%…그들만의 자치’는 무엇보다 “전국 매체가 할 일을 지역 매체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국 차원의 실증적 자료 수집과 분석에 들인 품이 인정받았다. 일부 위원은 소재의 참신성에 낮은 평점을 줬고, 또 이미 각 지역에서 보도된 비리, 비위 사례가 출품작에 많이 포함된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 언론’의 무관심을 새삼 깨닫는 것으로 시작된 기자의 관심은 전국 지방정치인의 부정부패 지도와 그 원인 분석지표 등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제작진만의 독창적인 창작물”이라는 출품자의 자평을 심사위원들은 인정했다. 제26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후보로 출품됐던 경향신문의 ‘북한 인권, 진보와 보수를 넘어’ 연작 기획기사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 지회장이 ‘기획보도’ 부문으로 추천해야할 것을 잘못 기재했던 것이라며 재평가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심사위에선 경향신문이 8개월 이상 기획과 취재를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던 점에 비춰 해당 기사가 ‘기획보도’ 부문에서 심사를 받았더라면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재심사 사유는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北에 40일째 억류
후보 1-01 취재보도부문 국민일보 사회부 신상목
“송도 GCF 8000억 달러 조성” 정부 발표 알고보니 엉터리
후보 1-02 취재보도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정승임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에 경찰과 공범으로 가담
후보 1-03 취재보도부문 서울신문 메트로부 최치봉·최종필
“국정원 댓글 흔적 없다” 로그기록도 안 본 경찰 토론회 직후 기습발표
후보 1-05 취재보도부문 경향신문 사회부 류인하·이효상
검찰이 ‘성추문 검사’ 피해 여성 사진 유출
후보 1-06 취재보도부문 중앙일보 사회2부 서복현*·김민상
이 대통령, 민간인 사찰 비선라인 알고도 비호
후보 1-07 취재보도부문 한겨레신문 사회부 김태규*·황춘화·이경미·박태우*·노현웅·송경화
하나은행 하나고 337억 출연 은행법 위반 외
후보 2-01 경제보도부문
KB금융 경영진 -이사진 ‘극한 내분’
후보 2-02 경제보도부문 한국일보 경제부 김용식·박관규*
18대 대선후보 사실검증 시리즈
후보 3-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오마이뉴스 대선후보사실검증팀 황방열·구영식·김도균*·홍현진·박소희*
사람이 국부다 - 세계는 인재 전쟁
후보 3-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국제부 국기연
심층기획 우리 안의 폭력
후보 3-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이우승
2012 대선만인보-국토종단 민심기행
후보 3-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사회부 엄지원*·이경미·정환봉·진명선·허재현
2012대선 특별생방송 ‘대선올레’
후보 4-01 기획보도 방송부문 오마이뉴스 방송팀 오연호·이종호*·김윤상·박정호*·최인성·강연준
대선특별기획 2부작 ‘대선후보를 말한다’ 외
후보 4-02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김태선
수십억 원 보조 해운사업 부실 관리
후보 5-01 지역 취재보도부문 삼척MBC 보도부 조규한·김상욱
대전 공립유치원 예산 삭감 사태 파문
후보 5-02 지역 취재보도부문 중도일보 문화부 윤희진*·배문숙*
여수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
후보 5-03 지역 취재보도부문 여수MBC 보도팀 권남기*·이춘경*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주민 진폐증 확인 및 역학조사 확정
후보 5-04 지역 취재보도부문 매일신문 기획취재팀 이창환*·김태진*
위기의 가출청소년, 성매매, 필로폰 그리고 에이즈까지
후보 5-05 지역 취재보도부문 KNN 보도정보팀 김건형·박영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숨겨진 검은 뒷거래
후보 5-06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홍정표*·김혜민*
심폐소생술을 의무교육으로
후보 7-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남일보 취재1부 강진성·정원경*
비리온상 새마을금고...브로커 개입 수백억 불법 대출
후보 7-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중부매일신문 경제부 이민우*
녹색혁명, 바닷바람을 잡아라!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전주 보도국 이종완·정종배
생물과 에너지 그리고 미래
후보 8-03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대구MBC 보도국 김철우·장성태
種子, 미래를 바꾼다
후보 8-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JIBS제주방송 보도국 강석창
다산 탄생 250주년 특집 다큐 ‘조선혁명가 사암’
후보 8-05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목포MBC 보도부 양현승·문선호
백로, 태화강을 말하다
후보 8-06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울산MBC 보도제작부 최창원·서하경·전상범
이슬람 10대 소녀집장촌 ‘다울랏디아’를 가다 (사진보도)
후보 9-01 전문보도부문 경인일보 사진부 임열수*
이런 세상 만들어 주세요 (사진보도)
후보 9-02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김주영*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0.008%…그들만의 자치 KBS춘천
0.008%…그들만의 자치 KBS춘천 송승룡 기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기자상이라는 건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작은 사치일 겁니다. 제작진에게도 이번 수상이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입니다. 강원도의 작은 방송국에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얘기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20만 건이 넘는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며 밤을 지새웠던 수많은 날들, 제작비가 부족해 무거운 방송장비를 짊어진 채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녀야했던 스위스 취재, 취재를 거부하며 도망다니거나 거세게 목청을 높이던 지방의원과 그 가족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지역 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 전국은 놔두고, 강원도 얘기만 하는 게 어떻겠느냐?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방 정치인들을 건드리는 방송을 꼭 해야겠느냐? 이런 시각들을 설득하고 실제 취재에 돌입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기획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취재부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을 자료수집팀과 현장취재팀으로 나눠 동시에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회의를 하며 자료를 분석하고 다음날 취재 일정을 잡아나갔습니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할 때는 제작진 한명이 하루에 백통 가까운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돈, 인력, 시간 모두 부족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며 “사람이 딱 한 명만 더 있어도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모을 수 있을 텐데…”라며 수없이 푸념했습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방송이 나가는 날, 제작진 5명은 다 같이 울었습니다.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허탈함, 우리가 정말 해냈구나하는 기쁨,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작품을 마치고 나니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특히 지방 정치인의 범죄 현황도 작성과 원인 분석은 하나의 실험에 그친 듯한 느낌입니다. 범죄 현황도의 경우 당초 제작진은 광역 지자체 단위가 아닌 기초 지자체 단위의 자료를 만들려했지만 관련 정부 기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범죄 원인 분석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 중앙 정부가 작성하는 지방 관련 경제지표의 경우 광역 지자체 단위로만 작성되는 자료가 많아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방자치 개혁을 위한 작은 출발점을 제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지방정치인의 범죄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 틀을 마련했습니다. 행정구역상 서울도 지방이고, 강원도도 지방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울은 중앙, 강원도는 지방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란 무엇이고, 지방정치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 중앙과 지방정치인들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 구조,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들의 특권의식과 허위의식, 그렇게 쌓여가는 그들만의 곳간을 더 파헤쳐야 할 겁니다. 그것이 이 시대의 언론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들만의 자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자치가 이뤄질 날을 꿈꿔봅니다.
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 한라일보
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 한라일보 고대로 기자 제주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는 제주조간대는 도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주던 곳이었다. 오래전 제주도민들은 간조시 조간대에 물이 빠져나가면 이곳에서 보말과 톳, 청각,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해 가난하지만 소박한 밥상에 풍성함을 더했다. 제주해녀들은 이곳에 불턱을 만들어 이용했고 해안에 연대와 환해장성을 구축,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았다. 해안 용천수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귀중한 식수원이었다. 하지만 토목공사식 하천정비와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조간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육상개발과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조간대가 파괴되면서 원담 등 제주의 고유한 해양문화유산들이 사라지고 있고 해안 용천수는 메말라가고 있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육상개발 등으로 인한 조간대 해양생물들의 피해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용천수와 각종 해양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명, 보존·관리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도내 지질고생물·해양·조류·문화·용천수 분야, 수중촬영 전문가들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조간대 탐사’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40회에 걸친 9개월 동안의 현장탐사는 불가능했다. 이번 탐사를 통해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시 아스팔트처럼 잘 정비된 하천과 배수로를 따라 빗물과 토사가 일시에 바다로 유입돼 암반에 부착해 있는 해조류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실태 보도는 “배출수가 해양오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온 행정당국에 경종을 울렸다. 도내 해안을 중심으로 마을형성을 유도했던 조간대 용천수 복원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주조간대가 한반도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을 끝낸 도요류, 물떼새류 등의 중간 휴식지임을 확인했고 도내 조간대의 특성 있는 지질구조는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려도 손색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기획보도는 제주바다 조간대의 해양생태계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의 명성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도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동안 제주바다를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행정당국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해양수산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연구비 3억원을 투입해 하천정비와 해안도로 개설 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을어장 내 자연생산력 증가를 위한 종합연구를 위해 별도의 국가연구과제를 신청키로 했다. 이번 취재는 지난해 마을어장 탐사에 이어 제주해안조간대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해 지역 언론이 추구하는 지역밀착형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면을 통한 기획보도와 더불어 동영상팀도 꾸려 수중탐사를 병행, 한라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보도물까지 제작해 탐사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지난 9개월 동안 탐사대원들이 기록한 ‘2012년 제주해안조간대’는 현재 책자 발간을 진행하고 있어 변하는 제주해안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지표가 될 것이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앞으로도 제주바다가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 아닌 보존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전주MBC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전주MBC 유룡 기자 “몇 억원이 들더라도 전국방송을 막겠습니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가 방송된 지 2주 만에 만난 한우협회 전라북도 지회장이 잔뜩 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농협중앙회와 전국한우협회가 ‘마블링의 음모’ 때문에 긴급회의를 열었고 전국 방송을 제지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큐 내용이 다 맞는 말이지만 당장 한우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중앙 방송사에 5억원 정도 쓰겠다는 것. 마블링 좋은 한우가 몸에도 좋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다는 주장의 다큐와 토론을 추진하면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의 파급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실제 한우자조금위원회의 한우 홍보 공세는 새해 들어 더욱 가열됐다. 마블링의 음모는 실제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안타까웠다. 농촌은 지금 거대한 쓰나미 앞에 놓여 있다. 미국 옥수수 가격은 10년 전 톤당 10만원에서 톤당 35만원으로 치솟았는데 축산업계 지도자들의 인식은 변한 것이 없다. 마블링을 많이 만들고 싶어도 이제는 수입 옥수수 값이 너무 비싸 마블링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전북 순창에서는 소 50마리를 굶겨 죽인 농민이 있어 화제가 됐다. 고가의 수입 사료 앞에 무너져가는 영세농들이 현실과 한우 생산, 유통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진실은 진실대로 알리고 기름기가 적은 고기를 생산해 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한우업계의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당초 미국 옥수수업자가 우리 농촌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기획됐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문제는 한국이었다. 농축협과 사료업체들은 지난 20년 동안 값싸게 수입한 사료를 고가에 팔아먹는 재미에 빠져 무분별하게 사육두수를 늘리도록 농민들을 종용했다. 18개월만 키워서 도축해도 되는 한우를 32개월까지 살찌우고 근내지방을 침투시키는 일에 매달리게 했다. 정부의 고급육 정책과 유통업자들의 농간도 한몫했다. 마블링이 가장 많은 소에게 대통령상을 주고 그런 소 한 마리를 7천만원에 사주면서 누가 더 기름진 쇠고기를 만드는지 농민들을 경쟁시켰다. 마블링은 중성지방을 체내에 축적시키는 동물성 지방일 뿐인데 말이다. 다큐와 뉴스가 방송된 이후 전라북도의 쇠고기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연말 송년회 자리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이런 것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몸에 안 좋다던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한다. 버섯요리 같이 건강에 좋은 채식음식점이나 기름기 없는 2등급, 3등급 고기를 쓰는 전골 음식점 매출이 10% 이상 뛰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소비자가 변하면 유통업자가 변한다. 이어 생산업자도 변하고 농촌 경제도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공연히 몸에 해로운 기름을 비싸게 사먹고 병원비와 약제비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지 않는 세상, 애꿎은 사람들이 성인병에 걸려 몸져눕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진정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가 희망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이다.
선관위, 새누리당 불법 선거 의혹 조사 KBS
선관위, 새누리당 불법 선거 의혹 조사 KBS 심인보 기자 선관위가 적발하고 KBS가 보도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무실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 보도된 상황판이나 임명장은 물론 새누리당 편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캐비닛 몇 개 분량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와 안철수, 문재인에 대한 공격 논리를 담은 문건, 4대강 사업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문건,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SNS전략 문건 등 증거는 끝이 없었다. 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사무실을 적발한지 만 하루도 안 돼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는 사무실 운영비를 새누리당 관계자가 댔으며, 정기적인 보고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사에 조심스러운 선관위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과는 관계없는 개인사무실이라며 나중에는 윤씨 개인이 운영하는 SNS학원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선거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로 고발조치 당한 윤씨는 선관위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를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그 자리에는 새누리당 대변인이 동석했다. 선관위가 불법선거 증거를 확보해 고발했는데 피고소인이 여당과 함께 선관위를 역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40여일 후인 지난달 25일에야 윤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댄 것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정황도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반면 피의자인 윤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트위터에서 이외수 선생의 ‘감성마을’ 퇴출 운동을 벌이는 등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어떤 불법이라도 덮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윤씨는 끝내 구속됐지만 윗선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이고, 정치적인 책임을 누군가가 지게 될지 역시 회의적이다.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자정능력이 있다면 논의 수준이 이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야할 화두는 특정 정치세력이 공론의 장을 조직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의 정치적 위험성이다. 윤씨의 선거 사무실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적발됐기 때문에 불법이 된 것일 뿐, 평상시라면 현행법상 위배되는 조항이 없다. 특정 정당과의 강력한 관계가 의심되는 자가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한 뒤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천, 수만의 팔로워를 만들고 정교하게 생산된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왜곡시킨다 해도 이를 통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음습한 사각지대에서 이른바 ‘십알단’과 ‘트위터 전사들’, ‘일베충’들이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다. 선거운동 막판에 불거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역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왜곡시키는 공론의 장에서 과연 대의 민주주의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가 물고기라면 공론의 장은 물고기가 살아가는 물이다. 물이 더러워지면 물고기는 죽거나 기형이 된다. 슬프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미 ‘기형’으로의 변이를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