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0.008%…그들만의 자치 KBS춘천
0.008%…그들만의 자치
KBS춘천 송승룡 기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기자상이라는 건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작은 사치일 겁니다. 제작진에게도 이번 수상이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입니다. 강원도의 작은 방송국에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얘기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20만 건이 넘는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며 밤을 지새웠던 수많은 날들, 제작비가 부족해 무거운 방송장비를 짊어진 채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녀야했던 스위스 취재, 취재를 거부하며 도망다니거나 거세게 목청을 높이던 지방의원과 그 가족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지역 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 전국은 놔두고, 강원도 얘기만 하는 게 어떻겠느냐?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방 정치인들을 건드리는 방송을 꼭 해야겠느냐? 이런 시각들을 설득하고 실제 취재에 돌입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기획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취재부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을 자료수집팀과 현장취재팀으로 나눠 동시에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회의를 하며 자료를 분석하고 다음날 취재 일정을 잡아나갔습니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할 때는 제작진 한명이 하루에 백통 가까운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돈, 인력, 시간 모두 부족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며 “사람이 딱 한 명만 더 있어도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모을 수 있을 텐데…”라며 수없이 푸념했습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방송이 나가는 날, 제작진 5명은 다 같이 울었습니다.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허탈함, 우리가 정말 해냈구나하는 기쁨,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작품을 마치고 나니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특히 지방 정치인의 범죄 현황도 작성과 원인 분석은 하나의 실험에 그친 듯한 느낌입니다. 범죄 현황도의 경우 당초 제작진은 광역 지자체 단위가 아닌 기초 지자체 단위의 자료를 만들려했지만 관련 정부 기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범죄 원인 분석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 중앙 정부가 작성하는 지방 관련 경제지표의 경우 광역 지자체 단위로만 작성되는 자료가 많아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방자치 개혁을 위한 작은 출발점을 제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지방정치인의 범죄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 틀을 마련했습니다.
행정구역상 서울도 지방이고, 강원도도 지방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울은 중앙, 강원도는 지방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란 무엇이고, 지방정치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 중앙과 지방정치인들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 구조,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들의 특권의식과 허위의식, 그렇게 쌓여가는 그들만의 곳간을 더 파헤쳐야 할 겁니다. 그것이 이 시대의 언론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들만의 자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자치가 이뤄질 날을 꿈꿔봅니다.
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 한라일보
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
한라일보 고대로 기자
제주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는 제주조간대는 도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주던 곳이었다. 오래전 제주도민들은 간조시 조간대에 물이 빠져나가면 이곳에서 보말과 톳, 청각,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해 가난하지만 소박한 밥상에 풍성함을 더했다. 제주해녀들은 이곳에 불턱을 만들어 이용했고 해안에 연대와 환해장성을 구축,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았다. 해안 용천수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귀중한 식수원이었다.
하지만 토목공사식 하천정비와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조간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육상개발과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조간대가 파괴되면서 원담 등 제주의 고유한 해양문화유산들이 사라지고 있고 해안 용천수는 메말라가고 있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육상개발 등으로 인한 조간대 해양생물들의 피해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용천수와 각종 해양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명, 보존·관리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도내 지질고생물·해양·조류·문화·용천수 분야, 수중촬영 전문가들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조간대 탐사’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40회에 걸친 9개월 동안의 현장탐사는 불가능했다.
이번 탐사를 통해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시 아스팔트처럼 잘 정비된 하천과 배수로를 따라 빗물과 토사가 일시에 바다로 유입돼 암반에 부착해 있는 해조류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실태 보도는 “배출수가 해양오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온 행정당국에 경종을 울렸다.
도내 해안을 중심으로 마을형성을 유도했던 조간대 용천수 복원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주조간대가 한반도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을 끝낸 도요류, 물떼새류 등의 중간 휴식지임을 확인했고 도내 조간대의 특성 있는 지질구조는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려도 손색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기획보도는 제주바다 조간대의 해양생태계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의 명성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도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동안 제주바다를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행정당국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해양수산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연구비 3억원을 투입해 하천정비와 해안도로 개설 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을어장 내 자연생산력 증가를 위한 종합연구를 위해 별도의 국가연구과제를 신청키로 했다.
이번 취재는 지난해 마을어장 탐사에 이어 제주해안조간대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해 지역 언론이 추구하는 지역밀착형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면을 통한 기획보도와 더불어 동영상팀도 꾸려 수중탐사를 병행, 한라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보도물까지 제작해 탐사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지난 9개월 동안 탐사대원들이 기록한 ‘2012년 제주해안조간대’는 현재 책자 발간을 진행하고 있어 변하는 제주해안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지표가 될 것이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앞으로도 제주바다가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 아닌 보존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전주MBC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
전주MBC 유룡 기자
“몇 억원이 들더라도 전국방송을 막겠습니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가 방송된 지 2주 만에 만난 한우협회 전라북도 지회장이 잔뜩 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농협중앙회와 전국한우협회가 ‘마블링의 음모’ 때문에 긴급회의를 열었고 전국 방송을 제지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큐 내용이 다 맞는 말이지만 당장 한우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중앙 방송사에 5억원 정도 쓰겠다는 것.
마블링 좋은 한우가 몸에도 좋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다는 주장의 다큐와 토론을 추진하면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의 파급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실제 한우자조금위원회의 한우 홍보 공세는 새해 들어 더욱 가열됐다. 마블링의 음모는 실제 이런 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 중’이다.
안타까웠다. 농촌은 지금 거대한 쓰나미 앞에 놓여 있다. 미국 옥수수 가격은 10년 전 톤당 10만원에서 톤당 35만원으로 치솟았는데 축산업계 지도자들의 인식은 변한 것이 없다. 마블링을 많이 만들고 싶어도 이제는 수입 옥수수 값이 너무 비싸 마블링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전북 순창에서는 소 50마리를 굶겨 죽인 농민이 있어 화제가 됐다.
고가의 수입 사료 앞에 무너져가는 영세농들이 현실과 한우 생산, 유통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진실은 진실대로 알리고 기름기가 적은 고기를 생산해 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한우업계의 유일한 탈출구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당초 미국 옥수수업자가 우리 농촌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기획됐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문제는 한국이었다. 농축협과 사료업체들은 지난 20년 동안 값싸게 수입한 사료를 고가에 팔아먹는 재미에 빠져 무분별하게 사육두수를 늘리도록 농민들을 종용했다.
18개월만 키워서 도축해도 되는 한우를 32개월까지 살찌우고 근내지방을 침투시키는 일에 매달리게 했다. 정부의 고급육 정책과 유통업자들의 농간도 한몫했다. 마블링이 가장 많은 소에게 대통령상을 주고 그런 소 한 마리를 7천만원에 사주면서 누가 더 기름진 쇠고기를 만드는지 농민들을 경쟁시켰다. 마블링은 중성지방을 체내에 축적시키는 동물성 지방일 뿐인데 말이다.
다큐와 뉴스가 방송된 이후 전라북도의 쇠고기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연말 송년회 자리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이런 것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몸에 안 좋다던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다고 한다. 버섯요리 같이 건강에 좋은 채식음식점이나 기름기 없는 2등급, 3등급 고기를 쓰는 전골 음식점 매출이 10% 이상 뛰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소비자가 변하면 유통업자가 변한다. 이어 생산업자도 변하고 농촌 경제도 정상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공연히 몸에 해로운 기름을 비싸게 사먹고 병원비와 약제비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지 않는 세상, 애꿎은 사람들이 성인병에 걸려 몸져눕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진정 ‘육식의 반란, 마블링의 음모’가 희망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이다.
선관위, 새누리당 불법 선거 의혹 조사 KBS
선관위, 새누리당 불법 선거 의혹 조사
KBS 심인보 기자
선관위가 적발하고 KBS가 보도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무실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 보도된 상황판이나 임명장은 물론 새누리당 편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캐비닛 몇 개 분량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와 안철수, 문재인에 대한 공격 논리를 담은 문건, 4대강 사업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문건,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SNS전략 문건 등 증거는 끝이 없었다.
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사무실을 적발한지 만 하루도 안 돼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는 사무실 운영비를 새누리당 관계자가 댔으며, 정기적인 보고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사에 조심스러운 선관위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과는 관계없는 개인사무실이라며 나중에는 윤씨 개인이 운영하는 SNS학원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선거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로 고발조치 당한 윤씨는 선관위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를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그 자리에는 새누리당 대변인이 동석했다.
선관위가 불법선거 증거를 확보해 고발했는데 피고소인이 여당과 함께 선관위를 역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40여일 후인 지난달 25일에야 윤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댄 것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정황도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반면 피의자인 윤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트위터에서 이외수 선생의 ‘감성마을’ 퇴출 운동을 벌이는 등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어떤 불법이라도 덮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윤씨는 끝내 구속됐지만 윗선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이고, 정치적인 책임을 누군가가 지게 될지 역시 회의적이다.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자정능력이 있다면 논의 수준이 이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야할 화두는 특정 정치세력이 공론의 장을 조직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의 정치적 위험성이다. 윤씨의 선거 사무실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적발됐기 때문에 불법이 된 것일 뿐, 평상시라면 현행법상 위배되는 조항이 없다. 특정 정당과의 강력한 관계가 의심되는 자가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한 뒤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천, 수만의 팔로워를 만들고 정교하게 생산된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왜곡시킨다 해도 이를 통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음습한 사각지대에서 이른바 ‘십알단’과 ‘트위터 전사들’, ‘일베충’들이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다.
선거운동 막판에 불거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역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왜곡시키는 공론의 장에서 과연 대의 민주주의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가 물고기라면 공론의 장은 물고기가 살아가는 물이다. 물이 더러워지면 물고기는 죽거나 기형이 된다. 슬프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미 ‘기형’으로의 변이를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