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눈물마저 휩쓸린 역경의 땅 국민일보
눈물마저 휩쓸린 역경의 땅
국민일보 구성찬 기자
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지나간 필리핀 중부지역은 매년 평균 열여섯 개의 태풍이 지나가는 재해의 땅이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슈퍼태풍의 궤적을 따라 이 지역은 처절하게 초토화 됐고, 인명피해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살아남은 이들 역시 송두리째 파괴된 삶의 터전 위에서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에 내몰렸다.
취재를 위해 현지에 도착한 시점은 이들의 절박함이 한계점에 몰려 있을 때였다. 현장은 참혹했고, 삶의 조건은 가혹했다. 대규모 폭동 직전까지 간 절박한 상황에서 보도의 무게중심 역시 재앙에서 구호활동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취재에 동행했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필리핀 세부 도착 직후 현지 교회와 협력해 하루만에 8톤의 구호물품을 준비했다. 이를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타클로반으로 옮길 방법을 고심하던 중, 필리핀 해군 수송선 바코로드시티호가 세부 인근 군항에 정박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타클로반으로 직항할 예정이었던 수송선이 기상악화로 피항하면서 구호품을 운반할 극적인 활로가 열린 셈이다.
수송선은 의미 있고 중요한 뉴스의 현장이었다. 선상 취재를 통해 바코로드시티호가 필리핀 정부 최초의 구호 물품 운반선이란 사실도 알게 됐다. 태풍 피해 발생 이후 대규모 구호물품을 공항이 아닌 항구로 실어 나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수송선이 타클로반 항구에 도착하자 ‘한국의 온정’은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감동시켰고, 군 병력의 호위 속에 구호품은 이재민들이 모여 있던 공설 운동장으로 향했다. 굶주림 속에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애타게 구호를 기다리던 이들에겐 한줄기 단비와도 같은 물품이었다.
타클로반에서의 본격적인 구호과정 전반을 보도한 것과 함께 초토화된 세부 북부 지역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부서진 도로변에 몰려 나와 손팻말을 들고 음식과 물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절박함 그 자체였다.
대규모 자연재해의 피해 현장을 취재할 때면 자연의 가공할 위력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류의 동질감은 지구촌 곳곳에서 답지한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는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다. 절망만 남은 것으로 보였던 부서진 땅에 그래도 희망의 싹이 움트고 삶은 계속됐다.
태풍 관련 보도와 지속적인 관심이 폐허 속에서 다시 삶을 일구는 이들에게 조그마한 응원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공무원들이 안동호 도선 기름 빼돌린다 경북매일신…
공무원들이 안동호 도선 기름 빼돌린다
경북매일신문 권광순 기자
‘왜 승객이 없는 빈 배를 호수 내에 정기 운항시킬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월, 휴가차 안동댐 상류에서 낚시를 즐기던 중 지나가는 빈 관공선을 보면서 의문을 제기해 봤던 결과가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될 줄이야….
육지 속의 바다. 안동댐 호수내 수운관리사업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웠으나 오랜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방관과 묵인 등 관리감독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방 공무원 비리의 백화점이었습니다.
1976년 안동댐 축조 당시 끊긴 도로를 대신해 관용 선박을 운항시키기 시작했으나 댐 준공 당시와는 달리 호수 내에 교량이 가설되고, 도로 사정이 차츰 좋아져 뱃길은 필요치 않는 데도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인력 유지를 위해 계속적으로 주민들이 이용치 않는 텅 빈 도선을 호수 내에 운항시켜 온 것입니다.
이 같은 비리는 2013년 9월 7일부터 9월 16일까지 하루 10시간 씩 문제의 빈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 인근에서 잠복취재 중 망원 카메라로 확보한 사진 한 장이 결정적인 증거로 잡혀서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선박에 급유된 연료를 빼는 장면과 ‘비밀창고’를 만들어 다량의 연료를 집단으로 빼돌리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이를 근거로 수운관리사업소 소속 공무원들이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저질러 온 뿌리 깊은 토착비리를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허위로 운항일지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예산 소요 근거를 조작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챙겨 낸 것은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공무원 자신들을 안위와 편의를 위한 행정이었습니다.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나자 곧 경찰 수사로 이어져 공무원 10명이 연료 절취와 허위 공문서 작성에 가담한 사실과 최장 50여 일 동안 무단결근 및 근무지 무단이탈을 일삼은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열거하면 할수록 손에 잡힐 듯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취재기간 내내 우리 사회가 올바르게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어렵고 두렵습니다. 다른 어떤 분야 보다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만 겨우 결과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직한 손과 발자취’ 만큼은 분명히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저희에게 앞으로 더 잘하라고 이번 상을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뛸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 섬, 파고다 아시아경제
그 섬, 파고다
아시아경제신문 / 김민영 기자
지난 10월3일 개천절. 편집국장이 기획취재팀을 호출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온 팀원들은 국장을 따라 종로3가로 향했다. 파고다공원을 휘돌아 보고 낙원상가를 찍고 인사동의 한 밥집에 모여 앉았다. “얘기 거리 많지 않아?” 국장의 일성이었다.
이것이 ‘그 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만만찮았다. ‘노인’,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주제를 가지고 기획을 하라니. 밑그림을 잡는데 그 진부함에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파고다공원을 찾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이곳이야말로 노인빈곤, 자식과의 단절, 고독 등 노인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이것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사람, 장소 등 디테일에 집중하자.” 부장이 해답을 내놨다. 팀원들은 파고다공원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자판기, 장기판, 이발소 등 어르신들이 찾고 손닿는 모든 것이 취재 대상이었다. 200원짜리 커피 자판기 앞 공간이 사랑방 역할을 하고 3500원이면 이발을 끝낼 수 있는 이곳은 흡사 20~30년전 풍광 그대로였다. 노인문제가 응축된 공간이자 공간의 시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곳, 파고다를 섬에 빗댄 이유다.
그 섬에는 한평생 가족을 건사하느라, 밥벌이 하느라 어깨가 늘어진 노인들이 있었다. 취재 내내 ‘말해봤자 뭐해’라는 ‘자조파’ 할아버지와 ‘어이, 구구절절 이야기 해줄 것 없어’라며 인터뷰를 끊어먹는 ‘훼방파’ 할아버지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개념 없이’ 질문을 해대는 기자들을 손자 손녀처럼 귀여워해 주셨다. 속이 더부룩하도록 자판기 커피를 받아 마시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사탕을 받아먹으면서 들은 어르신들의 사연에는 6·25의 포탄 소리와 산업화 시대의 땀내, 민주화 시대의 최루탄 냄새가 희미하게 묻어있었다. 과거 삶의 궤적과 지금 모습이 어떻든, 이 시간을 견뎌온 어르신들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일간 ‘그 섬, 파고다’ 기획 시리즈에 실은 기사들은 전쟁하듯 이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의 역사요, 분투기다. 그리고 삶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잃어버린 혹은 잊혀진 것들에 대한 회상이고 위로다. 취재를 마치고 섬을 빠져나왔지만 섬 안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어르신들은 여전히 외롭고 배고프고 갈 곳이 없다. 이 점이 안타깝다.
2년차 기자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다니 영광스럽다. 현장의 힘을 깨닫게 해주신 박종인 편집국장과 무사히 항해를 마치게 해준 캡틴 김동선 부장, 파고다공원에서 함께 살다시피 한 김보경, 주상돈, 백소아, 성기호 기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주일대사관서 대일항쟁·징용·학살 명부 무더기 발…
주일대사관서 대일항쟁·징용·학살 명부 무더기 발견
연합뉴스 이 율 기자
‘더 블러디 히스토리(The Bloody History)’. 이달 초 출근길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이 쓴 ‘한국독립운동지혈사’의 영문명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로만 받아들였던 먼 옛날 일제강점기 역사가 갑자기 ‘피’라는 말과 함께 가슴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중요한 옛 자료가 발견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는 정보를 한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하면서 시작된 이번 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 취재과정은 ‘피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는 기회였다.
정보 입수 후 서울과 도쿄에서는 정부의 철통보안을 뚫기 위한 첩보작전이 시작됐다. 주일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국가기록원 등 통상적인 취재 루트의 당국자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 관련 민간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을 두루 취재한 게 빛을 발했다. 서울과 도쿄에서 취재된 내용을 서로 공유하며 퍼즐 맞추기를 한 끝에 드러난 전체 그림은 놀라웠다. 일제로부터 해방 후 8년 만에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정부가 36년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국민의 수난사를 처음으로 실질조사한 자료였기 때문이다.
첫 정보 입수 후 2주일여만인 11월 17일 일본 도쿄의 주일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1950년대 한국 정부가 작성한 3·1운동, 강제동원, 관동(關東·간토)대지진 등의 피해자 명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스트레이트와 박스기사를 단독보도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명부를 발견하고서도 관계부처 간 협의를 벌이며 5개월째 발표시점을 늦춰오던 상황에서 이번 보도는 정부의 발표시점을 앞당겼고, 한국과 일본, 중국간 과거사 논란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6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명부는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수난사를 다시 쓸만한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 특히 지금까지 한 번도 불리지 못했던 3·1운동 순국선열과 관동대학살 희생자들의 이름이 60년 만에 드러났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특히 관동대학살 명부 분석 결과, ‘쇠갈쿠리(쇠갈퀴)로 개잡듯이 학살’ ‘죽창으로 복부를 찔렀음’ ‘곡갱이(곡괭이)로 학살’과 같이 일본 민관군이 공통으로 저지른 학살의 참혹성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명부 발견에 따라 순국선열과 관동대학살 희생자들, 일제 강제징용자들에게 피해보상의 길이 열리게 됐다. 정부는 정부·지자체·재외공관에 대한 과거사 기록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과거사 기록관리체계를 점검하는 중이다. 이번 기사가 또 다른 과거사 기록을 발굴해내고 정부의 기록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출제오류 경향신문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출제오류
경향신문 곽희양 기자
수험생들에게 미안합니다. 수상의 기쁨은 이보다 서너 걸음 뒤에 있습니다.
‘평균수준의 수험생이라면 정답을 택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일부 수험생들은 되묻습니다. “평균 수준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이 문항을 틀렸다면, 이는 불공정하지 않나요?”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의 총생산액이 어느 쪽이 큰가 하는 것이 쟁점입니다. 교과서와 EBS수능연계교재, 지난 9월 모의평가는 똑같은 문항의 지도에 ‘(2009)’라고 표기했고, 이번 수능에서는 ‘(2012)’로 표시했습니다. ‘기존 문항을 한 번 더 꼬아서 출제하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문제를 풀었던 수험생들이 억울해하는 이유입니다.
평가원과 사법부는 현실과 다른 답을 택했습니다. 교육과정의 안정성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이는 평가원이 그간 주장해오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수험생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과서의 ‘죽은 지식’을 진리인양 받아들일 수 있는 안 좋은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출제관계자들은 대부분 말을 꺼렸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한 출제관계자에게 기자들은 “그 칼이 수험생에게 향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또 다른 출제관계자는 “나도 오류가 있는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평가원의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교육자로서 마음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짐’을 걱정하는 것은 기자의 오지랖일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오류 논란이 일어난 배경과 그 대책에 대한 교육당국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출제·검토진의 ‘단순 실수’ 때문인지, EBS수능연계에 대한 과신 때문인지, 아니면 20년 가까이 지속된 수능체제의 한계 때문인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또 출제·검토진의 선발과 운용과정, 외부 자문의 객관적인 운영 등도 되짚어야 합니다. 교육당국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 지금의 모습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어떤 사회든, 시대를 지배하는 무의식적인 체계가 있습니다. 우리시대에는 ‘더 노력한 자가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믿음이 그 중 하나입니다.
수험생들에게 미안한 이유는 이 믿음을 지켜주지 못해서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 그네들에게 위로가 되길 빕니다.
국정원 선거 트윗 110만건 이상 발견 SBS
국정원 선거 트윗 110만건 이상 발견
SBS 김요한 기자
특종은 모든 기자의 로망입니다. 사회적 반향이 있는 기사는 기자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거기에 상까지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매달 누군가는 받는 상, 별 것 아닌 면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격려가 되고 동기부여도 되니 감사하게 여기고 기뻐할 일입니다. 그런데 특종도 하고 상까지 받는 마당에 마음이 좀 찝찝합니다. 찝찝함을 넘어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한사코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선거가 망가지면 민주주의가 무너집니다. 민주주의는 우리를 독재국가인 북한과 구별 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는 우리에게 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에 정파와 이념이 우선할 수 없습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을 앞세워서도 안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한 범죄를 엄단합니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저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개입하는 일도, 공당의 구성원이 내부 절차를 무시하고 후보를 내는 일도, 모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예외 없이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어떤 목적도, 어떤 이유도 예외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수사하지 않는 검찰,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은 수사 착수부터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외압에 시달려 왔습니다. 수사 보고서가 유출되고, 석연찮은 방식의 의혹이 몰아치고, 첨예한 갈등의 피바람도 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인생이 망가졌고, 누군가의 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 받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운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정작 상을 받아야 할 분들은 따로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 애쓰고 계신 검사 분들. 그리고 그 곁에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시는 가족 분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애쓰시는 판사 분들…. 지금은 제가 그 분들이 받아야 할 상을 대신 받습니다만, 훗날 반드시 그 수고와 고생이 평가받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후배에게 과분한 감투를 씌워주신 김윤수 선배께도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7452부대’ 국정원 여직원 변호비 대납 중앙일보
‘7452부대’ 국정원 여직원 변호비 대납
중앙일보 강신후 기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의 단초가 된 국정원 여직원과 그 변호인을 알게된 건 대선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이다. 당시는 사회부 기자였다. 여직원 오피스텔 문 앞은 민주당원들과 취재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여직원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112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변호인에게 집요하게 신고 녹취록을 요구했고, 결국 파일을 입수했다. 들어봤다. ‘4차례 신고’라는 팩트가 있었다. ‘위장신고’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이를 보도하자 민주당의 한 의원은 JTBC가 국정원과 짜고 기사를 만들어 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JTBC가 국정원과 그 변호인의 편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10개월 후, ‘일탈 요원’이 된 국정원 여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모금을 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상했다. ‘변호사 비용은 선임할 때 주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중 ‘국정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직원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준 거 같다’는 첩보가 취재진에게 들어왔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바로 그 변호인을 제일 먼저 찾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변호인은 “국정원 직원들이 변호비를 모금해서 주느라 수임료를 뒤늦게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은 말 한마디로 그렇게 쉽게 가려지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변호사의 로펌에서 소송비용 내역을 확인해봤다. ‘2012년 12월 28일: 2200만원(입금주:7452부대)’ ‘2013년 2월27일:1100만원(입금주:7452부대)’ 팩트였다. 여직원 개인명의가 아닌 군부대 명의로 변호사 비용이 입금돼 있었다. 보도를 위해 국정원의 입장을 들었다. ‘국고 대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JTBC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JTBC가 야당 편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제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그러면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팩트 편이라고.
일년이 지났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소모적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치부 기자로서 안타까울뿐이다. ‘7452부대’로 국정원의 이름을 가리려고 했지만 댓글작업이 개인적 일탈만은 아니었다는 진실은 덮을 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정치권이 드러난 진실만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이 지루한 싸움도 이제 그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상을 받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최상연 부장을 비롯한 정치부 선후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