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특전사 가혹 훈련 사망 사고
(289회)특전사 가혹 훈련 사망 사고
KBS청주 이정훈 기자
당직을 끝내고 모처럼 집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이른 새벽에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충북 증평의 특전사 부대에서 대원 2명이 두건을 쓰고 훈련을 받다 숨졌다는 선배의 다급한 전화였다.국내 최고의 정예 부대라는 특전사 대원들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은 일상이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훈련을 받다 질식사로 사망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취재할수록 이번 훈련이 고문 등 극한 상황을 견디도록 하는 목적이지만 문방구에서 구입한 2천 원짜리 학생용 신발 주머니를 뒤집어 쓰는 등 교범도 없이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졸속 추진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퍼즐을 맞추려는 노력은 군 내부의 지독한 폐쇄성과 조직 보호에 막혀 쉽지 않았다.특히 나 역시 해병대를 전역했기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어이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특전사 지휘부가 외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를 보고 시작한 훈련 준비가 너무 설익어 교관들조차 상부에 부실 훈련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하고 훈련을 강행해 화를 불렀다는 내용 등도 단독 보도해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번 가혹 훈련 사망 사고 아니 사건 발생 이후 훈련 담당 교관 4명이 구속되고 특전사 지휘부가 징계와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국방부는 안전 조치와 현장 통제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탐욕의 늪에 빠져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무시해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군조차 벌써 잊은 것이다.특전사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막무가내로 군기를 잡으려는 잘못된 병영 문화와 인권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끈질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과연 숨진 대원들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것은 특전사 대원으로서 자부심이었을까 아님 자신의 꿈과 가족의 소박한 행복이었을까? 안타깝게 희생된 두 젊은 특전사 대원의 영면을 빈다.(끝)
홈플러스, 개인정보 팔아 100억원 폭리
(289회)홈플러스, 개인정보 팔아 100억원 폭리
TV조선 윤해웅 기자
‘도대체 얼마나 벌었길래?’ 취재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홈플러스 가 경품행사 한 번에 쓰는 비용은 외제차를 모두 합해봐야 1억 원 정도인데, 경품행사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유통업계 취재를 통해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로 벌어들인 돈이 100억 원이라는 사실을 어렵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한 번에 15억 원 내외의 수입을 올렸고, 그 돈은 당당하게도 매출로 잡혀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홈플러스 내부 관계자로부터 사실 여부까지 확인하고 나서 곧바로 데스크와 상의해 단독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가 나간 다음날, 홈플러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습니다.
단독기사가 나가면서 홈플러스 내부 취재 통로는 곧 막혀버렸습니다. 내부 단속이 시작된 탓에 간단한 사실 확인도 받아내기 어려워졌습니다. 한 번 시인했던 내용도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꾸기 일쑤.
결국 어렵게 구한 응모권에 깨알같이 작은 크기로 적힌 위탁업체를 한 곳씩 찾아다니며 홈플러스가 수집한 개인정보의 이동 경로를 발로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결과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의 응모권도 모두 홈플러스 밖으로 유출돼 한 허름한 빌딩 사무실에서 전산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부도덕한 영업행위를 적발해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자 출국금지 조치에 더해, 정부 차원의 관련 법규 재검토까지 이끌어낸 의미 있는 취재였습니다.
‘부산도시가스’ 부풀린 투자비에 부당요금
(289회)‘부산도시가스’ 부풀린 투자비에 부당요금
부산MBC 조재형 기자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절감했다면 너무 ‘오버’하는 걸까? 과분하기만한 네 번째 수상...앞서 수상을 안겨준 취재와 이번 취재를 비교해보면 취재기자가 감수해야할 압박의 정도와 취재의 엄밀함에 있어 너무나 명백한 차이점이 있었다.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사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본격적인 취재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취재대상이 지역의 주요 협찬처란 엄연한 사실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현실(?)’에 누구를 탓하기조차 머쓱하게 취재기자 스스로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부산도시가스’의 투자비 부풀리기와 부당한 요금 인상......첫 제보를 접한 건 지난 2011년......그 때부터 시작하면 이번 취재와 보도는 3년이 넘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2012년 첫 보도 당시, ‘부산도시가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정정보도 요청과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기업 법무팀의 즉각적인 대응, 시민단체*기자실에 뿌려진 악의적인 내용의 해명 자료들......나름 타당한 취재 내용을 근거로 한 합리적 의혹제기는 ‘초짜 기자’의 ‘얼치기 의혹 제기’로 치부됐고 이후 막혀버린 보도는 기자란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할 만큼 치욕을 안겨줬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치욕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기자로서의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었나 싶다. 2년만의 후속 보도를 통해 ‘부산도시가스’의 앞선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수상의 영예를 떠나 미천하기만 한 기자경력에 가장 보람되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 더불어 일선 취재 기자의 판단을 믿어주고 보도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보도를 든든히 허락해준 ‘선배’와 기꺼이 힘든 취재 과정을 함께 버텨준 ‘선배’, 그리고 힘들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특별한 동료’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289회)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세계일보 김수미 기자
대한민국 검시제도가 특별기획취재팀 회의 목록에 올라온 것은 지난 3월 말이었다. 당시에는 검시의 중요성을 환기시킬만한 사건도 없었던 데다 부검·과학수사의 중요성 등은 다종다양한 선행기사가 적지 않아 선뜻 취재에 나설 수 없었다.
3개월 후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변사체가 발견된 지 40여 일 만에 신원이 확인되고, 끝내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직접 나와 유 회장의 사인을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도 ‘유병언이 아직 살아있다’, ‘유병언은 살해됐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얼마 후에는 사인 조작까지 벌어진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사망사건이 터졌다.
음모론이 횡행하는 유병언 변사사건이나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윤일병 사망사건의 중심에는 사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후진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취재팀은 선행보도보다 더 넓고 깊게 검시제도를 취재하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그러나 취재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실상을 듣기 위해 만난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냉소적이다 못해 비관적이었다. 지난 50년간 법의학계에서 법의학 전문가를 늘려 현장검시를 해야 한다고 수없이 건의했지만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검시제도가 바뀌면 내가 광화문 광장에서 홀딱 벗고 춤추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리한 과정을 거쳐 취재 반경을 넓혀가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체검안서와 사망진단서가 엉터리로 작성되는 실태와 그로 인해 억울한 죽음이 묻힌 사건들을 접하게 됐다. 국가 사망원인 통계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가 원인 미상 죽음 OECD 1위라는 사실까지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기사가 보도된 후 안전행정부에서는 법의관을 최대 80∼100명까지 늘리기로 했고, 검찰에서는 검사의 직접검시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유병언과 윤일병 이전에도 수많은 죽음이 원인도 모른 채 묻혔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은 틀렸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마지막까지 외롭고 억울한 경우가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가 외면했을 뿐이다. 이 기사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도 묻히지 않도록 대한민국 검시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바란다.
포스코 공장 페놀 유출 1년 … 오염 확산, 주민 중독
(289회)포스코 공장 페놀 유출 1년 … 오염 확산, 주민 중독
JTBC 사회1부 김상진
“정말 방송 나가는 것 맞나요?” 주민 A씨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소식은 대관령을
넘지 못한다”고 한숨 섞인 농을 건넸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주민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다.
사고가 난지 1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속 시원히
밝혀진 건 별로 없었다. 언론이 포스코의 입만 쳐다보는 사이, 주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졌다. A씨는 “포스코 직원이 ‘페놀은 병원에서 소독제로 쓰는 것’이고 ‘오염지 주변에서 기른 농작물이어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맞냐”고 물었다. 헛웃음만 나왔다.
포스코의 무성의한 태도는 JTBC의 보도 이후에도 계속됐다. 포스코는
주민 및 공장 직원 85명에 대한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체내
페놀 수치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정상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감기가 짧은 페놀의 특성상 당연하다”고 풀이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임상혁 소장은 “1년 전에 유출된 페놀로 인한
건강 영향을 보기 위해서 지금 소변 검사를 한다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지역엔 “이상 없다”에 방점이 찍힌 뉴스만
속속 전해졌다. 포스코는 주민 대상 설명회까지 열며 ‘안심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이번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그 즈음 국회가 나섰다.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진상
규명을 위한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포스코엠텍 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의 과정은 계속 지켜보고 있다.
대기업 취재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엄하지 않으면 고꾸라지기 십상이다. 동지인 윤영탁 기자와 일심동체가 되지 않았다면 미혹(迷惑)에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손석희, 오병상, 강갑생 선배께 늘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벤저민 브래들리다.
국가 기능장 부정비리
(289회)국가 기능장 부정비리
JTBC 사회2부 윤샘이나 기자
늘 그렇듯 취재의 시작은 미약했다. 솜씨가 훌륭하기로 소문나 종종 들르는 동네 빵집에 걸린 ‘제과제빵 기능장의 집’이라는 현수막을 보곤 “기능장은 정말 대단한 분이군“이라고 생각했던 것 외에 기능장이라는 단어 자체는 나 같은 ‘기술 문외한’에게는 낯선 단어일 수밖에 없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기초 취재를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숙련 기술자에게 주는 기능장 자격이 그 권위에 맞지 않게 부정행위가 난무한다는 증언들이 속속 들려왔다. 기능장 과정을 운영하는 한국 폴리텍 대학의 일부 교수들과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감독관-수험생’으로 이어지는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었고, 자격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무턱대고 “그럴 리 없다”며 발뺌했다.
그렇다면 현장을 잡기로 했다. 문 안쪽 시험장에서 이뤄지는 합격 청탁과 문제 유출, 장비 조작 등을 직접 들여다봐야 했다. 사실상 ‘금녀의 장소’라는 기능장 시험장(그만큼 여성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에 우여곡절 끝에 몰래카메라를 집어넣었다.
카메라가 잡아 낸 사실 그대로의 현장, 전·현직 감독관 및 수험생들의 증언, 입수한 유출 시험지와 청탁의 증거인 쪽지까지. 사실의 조각들이 모여 실체가 됐고, 그것들을 가감없이 기사에 담았다.
시험 부정에 직접 연루된 폴리텍 대학 관계자들이 직장을 떠났고, 고용부의 특별감사와 시험지 유출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루자들에 대한 확실한 징계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취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빌어 수십 년 동안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철저하게 비밀로 공유 돼왔던 국가기술자격 시험의 부정행위와 부실운영이라는 맨 얼굴을 가감없이 들려주었던 내부 고발자 분들과 산업 현장에 계신 기술자 분들게 이 공간을 빌어 다시 한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취재를 하는 동안 한 팀이 돼 움직였던 내부고발자 분들이 아니었다면 폐부를 찌르는 깊이 있는 취재는 어려웠을 것이다.
월성1호기; 가려진 진실
(289회)월성1호기; 가려진 진실
포항MBC 보도제작국 장성훈 기자
“대한민국에 후쿠시마의 교훈은 없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내 언론들도 후쿠시마 현지 취재를 통해 원전사고의 참혹상을 앞다투어가며 전했다. 이웃 나라의 아픔에 끝없는 연민을 보내며 우리 원전은 과연 안전한지 걱정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우리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이후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 대규모 원전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도 원전측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언론들은 원전의 위험성 보다는 원전측 전문가의 해명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 그래서 국내 원전 관련 뉴스는 항상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왜 월성 1호기인가?”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노후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에도 30-40년 된 원전들만 폭발했다. 그런 측면에서 설계수명이 끝나 안전성 심사를 받고 있는 월성 1호기는 우리 원전의 위험한 속살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또한 월성 1호기와 같은 캔두형 중수로 원전은 경수로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는데도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4기 밖에 없고 세계적으로도 신규건설이 없는 시쳇말로 ‘한물 간 원전’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4기의 원전만 폭발해도 대한민국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 있다. 월성1호기의 위험성을 두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월성 1호기와 같은 캔두형 원전을 개발한 캐나다 현지 취재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설계적인 결함으로 추정되는 갖가지 고장과 천문학적인 보수비용, 삼중수소(방사선)방출에 의한 주민 건강 피해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캐나다에선 이미 오래된 위험들이 속속 드러났다. 원전의 위험성 관련 정보가 국제적으로도 얼마나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있는지 새삼 놀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전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런 측면에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규제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과 안전성 심사에 대해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프로그램 제작비 협찬 제의?”
원전 비판 프로그램 제작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국내 원전 산업계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해 정보 접근과 인터뷰 섭외에 고충이 컸다. 복잡한 원전의 설비와 작동 시스템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한계가 많았다. 원전측의 압박은 노골적이었다. 여러 차례 방송국을 찾아와 간부와 사장을 만나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프로그램 제작이 시작되자 방송사 프로그램과 캠페인에 협찬을 하겠다는 회유책을 들고 오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위험성 현실화?”
프로그램 방송 이후 지역 언론 어디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험의 한 가운데 있는 주민들은 반응했다. 현재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월성 1호기 폐쇄와 이주를 요구하며 장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때문에 수많은 주민들이 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방송 후 월성원전 인근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어서 고리원전 인근주민의 암 발병에 원전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지역민들은 월성1호기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힘을 보태 주신 포항mbc 선후배님, 특히 보도팀 선배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