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으로

제290회 (2014년 10월)

수상작 11편 · 출품 후보작 51편

← 제289회 → 제291회 협회 원문 ↗

수상작 11편

심사평

제29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숫자와 수준 모두 탄탄했다. 심사에 공이 배나 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품작 수 58개, 다른 달 보다 2-30% 많았다. ‘관심의 사각’을 두드리고, ‘보도 그 이후’를 되짚어 캐낸, ‘수준’들이 두드러졌다는 총평이 나왔다. 지역 보도 부문도 크게 주목받았다. 출품작수도 전체의 40%를 넘었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상을 받게 됐다. 국민일보의 ‘통영함 비리 의혹’은 방산 비리를 밝혀내는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 취재 기자가 국방부와 무관한 정당 출입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출입처중심주의를 탈피한 바람직한 취재 사례라는 호평이 뒤따랐다. 한국일보의 ‘애기봉 등탑 43년만에 철거’는, 자칫 묻혀질 뻔 했던 사실을 드러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북심리전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상징물로 43년간 친숙해진 등탑이, 국민들도 모르게 ‘실무적’으로 철거된 사실을 찾아내, 문제점을 지적한 점이 인정됐다. JTBC의 ‘전두환 재산 환수 쇼? … 껍데기 부동산 내놨나’는 1년 전 있었던 큰 뉴스의 ‘그 후’를 추적 발굴한 보도로 호평을 받았다. ‘전두환 씨의 추징금 전액을 환수할 것’이라는 당시의 대대적 공언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검증해, 허실을 밝혀낸 점이 돋보였다. 서울경제 신문의 ‘정부 R&D 10건 중 6건, 셀프 과제로 나눠 먹기’는 정부의 R&D 지원 제도를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보도였다. 이른바, ‘사회 관계망’ 기법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신뢰도도 더했다. 그러나 지면 할애 등 보도의 비중이 내용에 걸맞지 않게 다뤄져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 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1편이 뽑혔다. 수상작인 한겨레신문 한겨레 21의 ‘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에서는 우리 채소를 가꾸고 김치를 담그는 등, 어느 새 ‘우리 밥상’까지 맡기 시작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해법을 모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 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의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와 EBS의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 경계선 지능 심층취재’ 2편이 뽑혔다. 해외부동산 추적 보고서의 경우, “KBS라서 가능한 대형 탐사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대 재벌 일가 920여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관보를 전수 분석, 출생과 국적 실태, 그들이 권리에 따른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등 핵심 사안들을 현장감 있게 고발한 점이 돋보였다. ‘느린 학습자’ 기사는 교육 방송 특유의 전문성이 반영된 우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지적 장애인 수준은 아니지만 정상적 학습이 어려운 ‘느린 학습자’라는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배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이 전국적으로 8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26편에 이르는 지속적인 보도로 사회, 정책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전개가 좋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뽑힌 2편은 모두 원전 안전 관련 보도물이다. 광주일보의 ‘한빛 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 은폐, 실수’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다수의 취재원을 확보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부산 MBC의 ‘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역시, 원전 취수기 건물 침수라는 사고 과정에서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차단된 정보 루트를 뚫고 진실을 추적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주제의 보도물에 다 상을 주기로 한 건 이례적이지만 이의가 없었다. 최근 원전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나고 있어 어느 때 보다 원전 안전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였다. 원전 안전은 지방언론이 사명감을 갖고 감시해 줘야 할 전문 분야라는 주문도 함께 나왔다. 전문보도 사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서해의 매향리 직도의 불기둥’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미 공군의 사격장이 된 직도의 상황을 처음으로 포착해 알렸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랫동안의 준비와 관심이 배경이 된 단독 사진 영상이라는 점도 돋보였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홍콩 우산혁명 취재, ‘나의 집’을 지키러 뉴욕에서 달려왔다(사진)
후보 10-02 전문보도부문 한겨레신문 사진부 김성광
맨홀 뚜껑, 이 꼴 저 꼴 다 보여요(사진)
후보 10-03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박서강·류효진
거창 법조타운 유치 서명부 절반 이상 날조됐다
후보 1-01 취재보도1 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장재진·안아람·박은성*
‘탈영·훈련 거부’ … 북한군 내부 문서 공개 등 북한국 문건 보도
후보 1-04 취재보도1 부문 KBS 북한부 박진희*·정인성·최성민
고 신해철 사망 의료과실 의혹
후보 1-05 취재보도1 부문 SBS 정책사회부 하현종·조동찬·윤나라
‘도둑 뇌사’ 사건 재판
후보 1-06 취재보도1 부문 YTN 전국부 우영택
나랑잘래? 박원숭이 … 막말공무원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후보 1-08 취재보도1 부문 헤럴드경제 사회부 이진용
자의적 개통기사 근로자성 판단 ... 노동부 결국 재조사
후보 1-09 취재보도1 부문 KBS 사회1부 정민욱
SAT 문제 또 유출 “만점 보장에 5000만원”
후보 1-10 취재보도1 부문 머니투데이 사회부 이정혁
20대 계약직의 죽음 … 비정규직 연속보도
후보 1-11 취재보도1 부문 YTN 사회부 임성호·곽영주·이현오
정부 R&D 10건중 6건 ‘셀프과제’로 나눠먹기 - 정부 R&D관련 184만건의 사회관계망분석(SNA) -
후보 2-01 취재보도2 부문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 우승호·윤경환
기울고 갈라진 첨성대
후보 2-02 취재보도2 부문 JTBC 스포츠문화부 정아람*·심수미*·신혜원
IS 전투지역 한국언론 최초 현지 취재
후보 2-03 취재보도2 부문 KBS 국제부 황동진·김연수*·박준영*
산림조합 20여명 ‘고용세습’ 의혹 등
후보 3-01 경제보도부문 세계일보 경제부 조현일·이귀전
혁신기업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후보 3-02 경제보도부문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남윤선·정지은·정소람·김순신*
문과의 눈물 - 문사철 길을 잃다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정제혁*·이호준*·정원식·임아영·박은하·김지원*
담합 대해부 기획보도
후보 4-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조선경제i 기획취재팀 최순웅*·김종일*
<특별기획> 중도매인 장외거래 판친다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농민신문 경제유통부 한재희·김소영*
인구절벽 2020 - 사람들이 사라진다
후보 4-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머니투데이 증권부 최석환*·심재현·이지현*·박계현·박성대*·서진욱·박진영*·김성은*·김남이
잊혀진 사람들, 노숙인
후보 4-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김유나*·최형창*·이지수*·염유섭
아베와 시진핑
후보 4-06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아시아경제신문 산업부 조영신
당론 늪에서 정치 구하자
후보 4-07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중앙일보 정치부 유성운*·정종문*
교육희망 프로젝트 2부 - 입시의 늪
후보 4-09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이대혁·변태섭·정지용*·양진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후보 4-10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토요판팀 박유리*
보험사 직원 대동 위험한 압수수색...허위 영장 의혹
후보 5-01 기획보도 방송부문 MBN 사회1부 이성식*·김근희·이동화*
회의록 입수 ‘15분 정회 뒤 만장일치 통과’
후보 5-02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경제부 박종훈*·김기현*·공아영·신동곤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 회장님의 나라는 어대입니?
후보 5-04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탐사보도팀 김시원·노윤정·김연주*·김진환
수산물’ 천일염, 전기요금은 ‘광물
후보 6-02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목포 방송부 김주한·박상훈
또 하나의 안전불감증, 학교 먹는 물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TBC대구방송 보도팀 박철희*·김남용*
춘천 성매매 집결지 ‘이전 영업’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G1 보도국 강원민방*·백행원*·홍성욱*·심덕헌*
윤희순 의사 중국에 세운 노학당 유지비 훼손 파문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강원일보 사회부 강경모
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단독보도 시리즈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뉴스취재부 이두원·박준오·이경수*
비리 및 부실 의혹, 빛보지 못한 태양광
후보 6-07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사회부 공지영·김태성*·강기정
재선충병 방제 비리 의혹
후보 6-08 지역 취재보도부문 JIBS제주방송 보도국 김동은*
부산 ITU전권회의 에볼라 발병국 참가 문제
후보 6-09 지역 취재보도부문 KNN 사회부 송준우*·김상진*
수천억원 하수관 공사 부실 투성이
후보 6-10 지역 취재보도부문 TJB대전방송 보도국 장석영·채효진·황윤성
전국 첫 고교무상교육 제동 거는 안전행정부
후보 6-11 지역 취재보도부문 강원도민일보 지역사회부 박창현
홍준표 경남도지사 ‘호화관사’ 재건축 추진, 철회 그리고 재철회까지
후보 6-12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남신문 정치부 김호철
대청도 지뢰폭발 사망사고
후보 6-13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인일보 사회문체부 인천본사*·김성호*·김주엽·윤설아
양양공항 이용객 최고치 ‘불편한 진실’
후보 6-14 지역 취재보도부문 춘천CBS 보도제작국 박정민*
국적없는 아이들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윤재준·최재훈*·공지영
시화호 조성 20주년 특별기획 - 시화호의 두얼굴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기일보 정치부 김시범·구재원·이호준*
中 관광객 유치 ‘정율성 브랜드’ 활용하지
후보 8-03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광주매일 정치부 노병하*·임채만
아열대화 바닷속 보고서
후보 8-04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제신문 사진부 박수현*
안동호에 바다 갈매기가 산다
후보 8-05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북매일 제2사회부 권광순
석면쇼크, 부산이 아프다
후보 8-06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부산일보 멀티미디어부 이대진·박태우*·김경희*·박진숙*
폐암 유발, 지게차의 공포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광주 보도국 류성호·이승준*
습지의 경고
후보 9-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순천 보도국 김광진·김강용
시내가 사라졌다
후보 9-03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포항MBC 보도제작국 이규설
돌직구40 ‘소음, 기준 없는 시한폭탄’
후보 9-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
햇살이의 꿈
후보 9-05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대전MBC 보도국 조형찬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10편

한빛원전 방사능 물질 외부 유출, 은폐 의혹
(290회)한빛원전 방사능 물질 외부 유출, 은폐 의혹 광주일보 김형호 기자 금요일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으로 갔다. 한빛3호기는 전날 자동정지 된 상태였다. 오전동안 취재해보니 이랬다. 두꺼운 볼펜 정도 크기의 전열관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결함이 생겼다. 방사성 물질이 흐르면 안 되는 공간으로 샜다. 이 전열관은 주기적인 점검 과정에서 결함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원전은 계획된 정비가 아니고서는 가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등등. 월요일자 기사로 ‘증기발생기 세관 결함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재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화요일자로 ‘원전 측 엉뚱한 증기발생기 손보다가 12시간 동안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제보로 시작했다. “원전에서 실수로 엉뚱한 증기발생기 밸브를 차단했고, 이미 일정량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됐다고 합니다”라는 전화였다. 이후 한빛원전의 은폐, 축소 의혹 등 추후 보도를 몇 회 더 이어나갔고 보도는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한수원의 폐쇄적 원전 운영, 노후화되는 국산 원전, 국내 기술 부족, 원안위의 어설픈 규제, 핵산업계의 나눠먹기 구조, 원전 비정규직 문제, 핵폐기물 문제 등으로 원전은 두고두고 신문 지상에 오르내릴 것이다. 끝으로, 아직 누군가에게 돌릴 수상의 영광이 남아 있다면, 이 땅의 과학자(기술자)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도 남는다면 원전에 대해 끊임없이 취재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고수(高手)’들과 나누고 싶다.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 경계선 지능 심층취재
(290회)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 경계선 지능 심층취재 EBS 이동현 기자 올해 1월, 한 교원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했다. 지능 지수가 71∼84로 ‘경계선 지능’으로 분류되는 아이들. 교실 안에는 지적 장애인도 정상 지능도 아닌 학생들이 존재했다. 더 큰 충격은 이들이 한 반에 3명, 전국적으로는 80만 명에 달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교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성적은 최 하위권을 맴도는 아이들은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졸업 후 군대에 가서는 관심병사로 취급받았고, 성인이 돼도 자립을 못해 평생 가족의 짐이 되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회적 안전망은 턱없이 미약했다. 교육 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고, 교사들은 수수방관했다. 학습권과 인권이 침해되는 이들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의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한 건 이 때문이었다. 취재와 섭외는 난항이었다. 워낙 생소한 주제여서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것 조차 어려웠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교육학과 교수와 특수교육과 교수를 닥치는 대로 접촉했지만 대부분 현실을 잘 몰랐다. 어떤 교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만류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경계선 지능 학생을 만나기는 더욱 힘들었다. 학교에는 기본 자료도 없었다. 해당 학생을 겨우 찾아내도 신분 노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경계선 지능으로 26편의 기획보도를 만드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희열보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써내려가야 할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이제야 하나의 매듭이 지어진 기분이었다. 보도 이후 교육단체들은 경계선 지능의 현황과 정부 대책을 집중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는 오는 12월 4일 경계선 지능 학생 입법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경계선 지능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적절한 지원과 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이 아이들은 얼마든지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음지에서 고통 받고 있던 경계선 지능 학부모들도 조금씩 용기와 희망을 되찾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긴 시간 함께 취재한 오승재 선배와 후배 이상미 기자를 비롯해 영상 취재팀과 편집팀 이하 EBS 교육뉴스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전두환 재산 환수 ‘쇼’? … 껍데기 부동산 내놨나
(290회)전두환 재산 환수 ‘쇼’? … 껍데기 부동산 내놨나 JTBC 임진택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1년 동안이나 잠잠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징금 명목으로 내 놓은 재산 1270억원 중에 상당수가 근저당에 잡혀 있다는 내용. 마침 8개의 부동산 중 유일하게 매각된 한남동 신원플라자에 그동안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43억원의 선순위 채권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7개 부동산도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확인해 보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국가가 추징 집행을 하기도 전에 빠져나갈 돈이 절반이었습니다. 더구나 검찰이 산정한 부동산 가치도 1년전 부동산 상황을 고려할 때 많이 부풀려져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제 환수가능한 금액은 300~40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는 단순히 돈의 액수만을 맞추는 대국민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역사 바로 세우기의 전형입니다. 그래서 환수 작업을 추진하는 검찰의 일거수 일투족에 국민의 관심과 애정은 매우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언론도 사명감을 갖고 이를 지켜보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검찰은 비상식적인 논리로 엄연한 사실을 애써 부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도가 계속될 수록 검찰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어 갔습니다. 검찰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도 계속 드러났습니다. 사돈인 이희상 씨가 추가로 대납을 했다는 것과 전두환 일가와 사전에 물밑 협상을 했다는 것 등입니다. 특히 검찰이 근저당 문제를 해결하려고 두번이나 압류를 풀어준 사실은 현직 검사들도 모두 고개를 젓게 만들었습니다. 보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상식적이지 않은' 검찰의 논리를 따랐던 대부분의 언론 보도였습니다. 기자생활 이후 처음으로 동료 기자들에게 섭섭함을 느꼈고 외로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언련과 기자협회를 통해 보도의 가치를 인정받은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전두환 일가의 재산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소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
(290회)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KBS 탐사보도팀 김시원 재벌들의 이력은 화려합니다. 대학졸업 뒤 회사 입사-미국 발령-자녀 출산-귀국 후 임원 발령. 지금까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글로벌 경영’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력서의 뒷면이 궁금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외화반출이 쉽지 않던 시절, 어떻게 미국으로 가 집을 사고, 회사를 다니면서 석사 학위를 따고 아이를 낳은 걸까요. 용인된 특권을 이용해서 반칙을 한 건 아닐까요? 이번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먼저 그들의 국적을 알아야 했습니다.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창고를 개조한 5평 남짓의 탐사보도팀에서 동료들과 하루 종일 관보 자료를 엑셀로 옮겨 넣었습니다. 정부 관보(법무부 고시)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이들의 이름과 본적, 생년월일이 올라옵니다. 2001년 이후의 전자관보는 PDF 파일로 다운 받을 수 있었지만,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치의 데이터를 엑셀로 옮기는 일은 온전히 눈과 손의 몫이었습니다. 두 달 넘게 걸려 모은 데이터의 양은 약 52만 건. 탐사보도팀이 확보하고 있던 10대 재벌일가 1,051명의 명단과 대조해 보니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상실한 재벌 일가 백여 명이 나왔습니다. 여담이지만 52만 건 가운데 상당수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입양된 분들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백 명 씩 똑같은 주소 – 예를 들어 홀트 아동복지회 –를 가진 이들이 비자발적으로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동시에 각 기업 홍보팀 관계자들과 만나 두 달 넘게 옥신각신했습니다. A기업 “회장님이 미국시민권자인 것 같긴 한데 도저히 직접은 못 물어보겠어요.” B기업 “회장님 부인이 외국 국적이어서 자제분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그 나라가 어디인가요?) 그건 알려드릴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C기업 “(아드님이 병역 회피하기 위해 국적 포기한 게 아니냐고 묻는 거죠) 아닙니다. 아드님은 미국에서 정치를 하실 거고, 회사도 물려받지 않을 겁니다.” 기업별로 답변서를 준 곳도 있고 끝까지 안 준 곳도 있습니다. 국적과 자녀의 학교, 병역, 세금 문제...지극히 내밀하고 접근하기 힘든 정보 때문에 고민하다 잠을 설친 날이 태반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정보가 차곡차곡 쌓였고 꼬리에 꼬리를 문 ‘왜’라는 의문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에서는 국적이나 영주권을 이용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편법 입학시킨 사례와 총수 일가의 출산·교육에 회사가 개입한 사례들, 총수 일가가 나온 미국 학교에 회사 돈을 기부한 사례와 병역·납세의무를 회피하려 한 의혹 등을 제한적으로나마 담을 수 있었습니다. 방대한 양의 원래 자료에서 한 줌도 안 되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다시 취재 대상자들의 입장을 듣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 역시 할 때마다 어려운 일입니다. 지난 2월 처음 현 부서에 온 저에게, 탐사보도란 영역은 늘 버겁고 힘듭니다. 똑 떨어지고,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 같은 주제만 선정해 온 이전과 달리 ‘이게 가능할까’하는 물음표에서 취재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제 때 내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참에 과분하게도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서투른 접근이었지만 더 힘을 내라는 심사위원들의 응원으로 생각합니다. 방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준 리서처 동료들과 전임-현 탐사보도팀장인 이주형, 안양봉 선배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좀 더 노력해서 ‘당연해 보이는 것’들의 뒷면을 들춰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통영함 비리 의혹
(290회)통영함 비리 의혹 국민일보 임성수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기우뚱하게 반쯤 잠겨있는 화면을 국회에서 봤다. ‘전원구조’라는 속보를 기자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동료들에게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구하지 못하겠느냐”고도 했다. 경박한 호언장담이었다. 전원구조가 터무니없는 오보로 판명되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여의도에 갇혀있는 정당 출입기자가 세월호 참사 앞에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저 뉴스채널 속보와 사회부 기자들이 올린 보고를 떨리는 마음으로 살필 뿐이었다.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실종자들은 어느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참사가 불러온 슬픔이 ‘우리는 왜 이렇게 무기력했나’를 따져 묻는 분노로 바뀌어 가던 때, ‘최신식 해군 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이 눈에 들어왔다. 붉어진 눈으로 뉴스를 보던 아내가 “저 비싼 배는 왜 현장 근처에 가지도 못했냐”고 물어본 것이 출발점이었다. 어선까지 총동원돼 학생들을 구하던 상황에서도 “일부 장비가 문제가 있어 현장에 가지 못했다”는 국방부의 당당한 태도는 취재의욕에 불을 붙였다. 뭉툭했던 문제의식은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실과 협업으로 점점 뾰족해졌다. ‘통영함 문제 장비 관련 일체 자료 요구’로 시작됐던 취재도 구체적이고 세밀해졌다. 결국 감사원 감사와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통영함과 함께 가라앉을 뻔 했던 비리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취재도 계속되고 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참사 때문에 큰 상을 받게 됐다. 기자라는 직업의 엄중함을 다시 생각한다. 부족했던 기사에 공감해준 정치부장, 편집국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광진 의원과 강동기 보좌관이 없었다면 통영함 비리는 세상에 알려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에 하루 빨리 평안이 깃들길 기도한다.
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
(제290회)‘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 한겨레신문 이문영 연속보도는 지난 8월 시작됐습니다. ‘눈물의 밥상’(제1025 표지)은 고용허가제 도입 10년(2014년 8월17일)에 맞춘 기획 기사였습니다. 모든 국민의 일상이 이주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실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앞에 매일 차려지는 ‘밥상’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우리의 안전한 밥상은 인간다운가. 우리가 믿고 먹는 ‘신토불이’ 식재료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며 생산한 식재료들이었습니다. 전국의 논밭이 모여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흘린 ‘눈물의 경로’를 각지에서 생산한 대표 농축수산물의 유통 경로와 맞물려 살폈습니다. 보도를 접한 국제앰네스티에서 공동 캠페인을 제안해왔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10월20일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 발간에 맞춰 국내 및 국제사회에 한국 농축산 이주노동 현실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인권(국제앰네스티), 이주노동(이주공동행동·이주인권연대·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먹거리정의(한살림·아이쿱·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국제식품연맹(IUF)) 분야 8개 단체와 ‘인권밥상’ 캠페인을 내딛었습니다. ‘눈물의 밥상이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를 묻는 질문이었다면, ‘인권밥상’은 ‘인간다운 밥상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관한 모색입니다. 캠페인은 12월18일 세계이주민의날까지 진행되지만 기자로서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버림받은 ‘농민’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며 먹이사슬 말단에 이주노동자를 얽어 넣는 ‘사장님’이 되고 있습니다. 그 구조의 뿌리를 밝혀야 ‘모두가 행복한 밥상’이 차려질 것이라 믿습니다. 새 숙제를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부 R&D 10건중 6건 ‘셀프과제’로 나눠먹기
(290회)정부 R&D 10건중 6건 ‘셀프과제’로 나눠먹기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 우승호 184만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렇게 많을지는 몰랐다. 정부의 대표적 R&D 집행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1,271건의 과제를 지원했다. 관련된 기관은 4,048개, 사람은 4만5,904명이다. 이들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낸 관계의 총합이 183만9,113건이다. 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는 더 놀라웠다. 기술로드맵 작성부터 최종평가위원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참여한 연구자들이 울타리를 쳐 놓고 10건 중 6건(62.3%)은 본인 또는 본인이 속한 기관이 과제를 맡았다. “정부 R&D는 끼리끼리 다 해 먹는다”라는 풍문을 사회관계망분석(SNA)으로 확인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선급도 이런 방식으로 333억원의 정부 돈을 받았다. 모 연구원은 규정을 어겨가며 수 많은 기획과 연구에 참여한 것도 확인됐다. 물론 이 엄청난 분석을 기자가 직접 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도 기자가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기자는 옆에서 지켜보며 말로 거들고, 기사를 쓴 것 밖에 없다. 발단은 201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한 선배를 만났다. 정부의 R&D 과제지원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차근차근 진행됐다. 자료는 국회의원실에서 확보했고, 분석은 SNA를 전문으로 하는 교수님과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3개월 넘게 작업했다. 결국 국회의원실과 대학, 언론사가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가 잘 하는 일을 한 셈이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자료분석에 밤잠을 설친 대학원생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290회)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부산MBC 이두원 제목: 원전, 가장 위험하고 가장 폐쇄적인 곳. 부산에는 이미 설계수명을 넘겨 갖은 고장이 잇따르고 있는 고리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이 밀집돼 있다. 고리 1호기에서는 지난 2012년 12분간 완전 정전이 되는 사고로 하마터면 후쿠시마처럼 노심이 녹아내릴 뻔했고, 2호기는 지난 8월 폭우에 침수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원전 납품비리로 부실 부품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마저 이미 드러났다. 부산시민들은 애써 잊고 살지만 핵폭탄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원전은 보안이라는 보호막 속에 모든 취재경로가 차단돼 있다. 설명을 요구해도 한나절 시간을 끌다가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검토 결과, 어렵다”는 대답을 내놓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하루 만에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다가 어떤 때는 보안 때문에 당장 출입이 어렵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고 원인도 한수원이 주는 대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들이 원하는 건 ‘발표 저널리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안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더 이상 묻기도, 따지기도 어렵다.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수백만 부산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 보안이라는 가치가 우선돼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했는지 모른다. 이번 보도는 원전 내 진실을 CCTV에 물었다. 그러나 원전을 감시하기 위해 혈세로 설치된 CCTV는 오히려 진실의 가름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순간순간 분노하고 어떤 때는 능력의 한계와 함께 자괴감도 느꼈다. 보안의 벽을 절실히 느끼며 힘들었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결국 한수원의 원전 관제 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이끌어냈지만, 이제 시작이다. 원전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보도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서해의 매향리’ 직도의 불기둥
(290회)‘서해의 매향리’ 직도의 불기둥 경향신문 이상훈 매향리 미군 사격장이 폐쇄되고 직도로 옮겨간 이후로 한동안 직도에 대한 관심이 있기는 하였으나, 정부가 3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군산 지역 여론을 잠재우면서부터는 직도는 우리 국민에게 잊혀진 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5일 미군의 핵전략폭격기인 B-52가 괌에서 발진해 서해 군산 앞바다에 있는 직도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돌아가고, 이 훈련으로 북한이 대남 성명을 발표하여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 될 뻔 하였을 때 잠시 직도라는 섬이 우리에게 회자되기도 하였지만, 군산항에서 6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서해의 조그만 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국민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땅 직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반경 18킬로미터를 접근 금지구역으로 정해 놓고 한국공군과 미국공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수시로 폭탄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무시무시한 섬으로 변했습니다. 미군의 핵전략폭격기가 폭격연습을 하고 난 뒤 직도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로로 알아보니 취재여건이 거의 불가능이었습니다. 취재를 포기하고 나의 뇌리 속에서도 서서히 직도에 대한 생각이 잊혀져 가던 10월, 군산 앞바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현장을 경찰 경비함을 타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군산항을 출발해 근해로 나오던 중 불현듯 직도 생각이 났습니다. 이 근처 어딘가에 그 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후배와 함께 조타실에 들어가 선장에게 물어보니 바로 옆 섬을 가리켰습니다. 우리가 탄 경비함이 막 직도를 지나려는 시점이었습니다. 후다닥 선실로 내려가 망원렌즈를 챙겨 갑판에서 소직도와 대직도를 한 프레임에 넣고 몇 장을 찍던 중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섬광과 검은 연기가 소직도 위로 피어올랐습니다. 올해 초에 하려고 했던 취재가 우연히 이루어진 운 좋은 날 이었습니다.
애기봉 등탑 43년 만에 철거
(290회)애기봉 등탑 43년 만에 철거 한국일보 김광수 2010년 12월 21일의 난리법석이 기억에 선명하다. 최전방 애기봉 등탑 점등행사를 북측이 조준사격으로 위협하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 해에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겪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애기봉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씁쓸했다. 뒷맛은 더 개운치 않았다. 매년 이런 소동을 벌여야 하나. 그 후로 스산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면 습관처럼 애기봉에서 점등행사를 하는지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올해도 대답은 비슷했다. “확정된 게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가 전부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때 귀를 잡아채는 한마디를 들었다. “애기봉이 이상한데.” 취재의 시작이었다. 늘 그렇듯 아는 사람은 극히 적고, 대부분 뚱딴지 같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담당자인데 나도 금시초문”이라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면서 퍼즐을 맞춰 나갔다. 애기봉 등탑 철거 기사를 내보낸 뒤 박근혜 대통령이 호통을 쳤다는 청와대 반응도 운 좋게 접할 수 있었다. 사회적 파장은 이때부터 커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등탑 졸속 철거’를 사과하고 일부 종교단체는 등탑을 다시 세우겠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작 애기봉에 가보지 않고 기사를 쓴 점은 못내 아쉽다. 당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로 정신 없기는 했지만 학창시절과 군 복무 때 안보현장 견학코스로 들렀던 애기봉을 대면하지 못하고 자판만 두드렸다. 날이 좀 풀리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현장을 찾아 나만의 기억을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