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회)‘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
한겨레신문 이문영
연속보도는 지난 8월 시작됐습니다. ‘눈물의 밥상’(제1025 표지)은 고용허가제 도입 10년(2014년 8월17일)에 맞춘 기획 기사였습니다. 모든 국민의 일상이 이주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실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앞에 매일 차려지는 ‘밥상’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우리의 안전한 밥상은 인간다운가.
우리가 믿고 먹는 ‘신토불이’ 식재료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며 생산한 식재료들이었습니다. 전국의 논밭이 모여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이 흘린 ‘눈물의 경로’를 각지에서 생산한 대표 농축수산물의 유통 경로와 맞물려 살폈습니다.
보도를 접한 국제앰네스티에서 공동 캠페인을 제안해왔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10월20일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 발간에 맞춰 국내 및 국제사회에 한국 농축산 이주노동 현실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인권(국제앰네스티), 이주노동(이주공동행동·이주인권연대·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먹거리정의(한살림·아이쿱·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국제식품연맹(IUF)) 분야 8개 단체와 ‘인권밥상’ 캠페인을 내딛었습니다.
‘눈물의 밥상이 ‘우리의 밥상은 인간다운가’를 묻는 질문이었다면, ‘인권밥상’은 ‘인간다운 밥상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관한 모색입니다. 캠페인은 12월18일 세계이주민의날까지 진행되지만 기자로서의 고민은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버림받은 ‘농민’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며 먹이사슬 말단에 이주노동자를 얽어 넣는 ‘사장님’이 되고 있습니다. 그 구조의 뿌리를 밝혀야 ‘모두가 행복한 밥상’이 차려질 것이라 믿습니다. 새 숙제를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290회 전체 총평
제290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숫자와 수준 모두 탄탄했다. 심사에 공이 배나 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품작 수 58개, 다른 달 보다 2-30% 많았다. ‘관심의 사각’을 두드리고, ‘보도 그 이후’를 되짚어 캐낸, ‘수준’들이 두드러졌다는 총평이 나왔다. 지역 보도 부문도 크게 주목받았다. 출품작수도 전체의 40%를 넘었고,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상을 받게 됐다. 국민일보의 ‘통영함 비리 의혹’은 방산 비리를 밝혀내는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 취재 기자가 국방부와 무관한 정당 출입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출입처중심주의를 탈피한 바람직한 취재 사례라는 호평이 뒤따랐다.
한국일보의 ‘애기봉 등탑 43년만에 철거’는, 자칫 묻혀질 뻔 했던 사실을 드러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북심리전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상징물로 43년간 친숙해진 등탑이, 국민들도 모르게 ‘실무적’으로 철거된 사실을 찾아내, 문제점을 지적한 점이 인정됐다.
JTBC의 ‘전두환 재산 환수 쇼? … 껍데기 부동산 내놨나’는 1년 전 있었던 큰 뉴스의 ‘그 후’를 추적 발굴한 보도로 호평을 받았다. ‘전두환 씨의 추징금 전액을 환수할 것’이라는 당시의 대대적 공언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검증해, 허실을 밝혀낸 점이 돋보였다.
서울경제 신문의 ‘정부 R&D 10건 중 6건, 셀프 과제로 나눠 먹기’는 정부의 R&D 지원 제도를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보도였다. 이른바, ‘사회 관계망’ 기법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신뢰도도 더했다. 그러나 지면 할애 등 보도의 비중이 내용에 걸맞지 않게 다뤄져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획 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1편이 뽑혔다. 수상작인 한겨레신문 한겨레 21의 ‘눈물의 밥상 & 인권밥상 캠페인’에서는 우리 채소를 가꾸고 김치를 담그는 등, 어느 새 ‘우리 밥상’까지 맡기 시작한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해법을 모색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 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의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 회장님의 나라는 어디입니까?’와 EBS의 ‘느린 학습자를 아십니까 - 경계선 지능 심층취재’ 2편이 뽑혔다. 해외부동산 추적 보고서의 경우, “KBS라서 가능한 대형 탐사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대 재벌 일가 920여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관보를 전수 분석, 출생과 국적 실태, 그들이 권리에 따른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등 핵심 사안들을 현장감 있게 고발한 점이 돋보였다.
‘느린 학습자’ 기사는 교육 방송 특유의 전문성이 반영된 우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지적 장애인 수준은 아니지만 정상적 학습이 어려운 ‘느린 학습자’라는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배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이 전국적으로 8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26편에 이르는 지속적인 보도로 사회, 정책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 전개가 좋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뽑힌 2편은 모두 원전 안전 관련 보도물이다. 광주일보의 ‘한빛 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 은폐, 실수’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다수의 취재원을 확보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해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부산 MBC의 ‘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역시, 원전 취수기 건물 침수라는 사고 과정에서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차단된 정보 루트를 뚫고 진실을 추적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주제의 보도물에 다 상을 주기로 한 건 이례적이지만 이의가 없었다. 최근 원전에서 지속적으로 사고가 나고 있어 어느 때 보다 원전 안전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였다. 원전 안전은 지방언론이 사명감을 갖고 감시해 줘야 할 전문 분야라는 주문도 함께 나왔다.
전문보도 사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서해의 매향리 직도의 불기둥’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미 공군의 사격장이 된 직도의 상황을 처음으로 포착해 알렸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랫동안의 준비와 관심이 배경이 된 단독 사진 영상이라는 점도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