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눈 앞에 닥친 원전 폐로
(288회)눈 앞에 닥친 원전 폐로
경향신문 김기범, 목정민, 유희곤
원자력발전소의 폐로, 해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기획 취재한 6개월여의 시간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처럼 두렵고, 힘들면서도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한발짝 한발짝을 뗀 순간들이었다.
경향신문의 ‘눈앞에 닥친 폐로’ 기획 이후 ‘원전 폐로’라는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된 것은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최근의 국감현장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전 폐로가 밀실 속에 갇힌 관념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원전 폐로 자체가 탈핵과 찬핵진영, 어느쪽이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문제인 덕분도 있었지만 정답을 정해놓지 않은 객관적인 접근이 양쪽 모두에게서 꼭 필요한 기사였다는 평가를 받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원전업계에서는 경향신문의 기획기사 이후 폐로 시장에 대한 전망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을 내놓았지만 원전 수출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으면서 폐로에 대해서는 ‘냉철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원전업계는 더 이상 폐로를 비롯한 원전 관련 정보와 이슈들을 밀실에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이번 기획의 취재과정에서 국내외 환경·에너지단체 활동가 여러분,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관계자들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기사는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특히 이번 기획 취재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해주신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수학교육 대해부 - "수학 포기자의 진실"
(288회) 수학교육 대해부 - "수학 포기자의 진실"
EBS 서현아
망설였다. 새로울 게 있겠냐는 회의론부터 나왔다. 하지만 문제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수학교육의 현장을 보고 느낀 충격, 이대론 힘들다는 선생님들의 호소가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학포기자 문제를 다시 꺼낸 건 이 때문이었다.
문제는 심각했다. 수학 때문에 불행하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대놓고 학교를 조롱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른들의 노력은 더뎠다. 영어나 역사에 비해 수학은 ‘핫’하지가 않았다. 고위급으로 갈수록 수학은 현안이 아니었다. 학자들은 외려 학교의 인내를 요구했다.
취재도 순탄치 않았다. 할 말 많던 학생들도 마이크를 대면 달아나기 일쑤였다. 당국자들은 카메라 앞뒤에서 다른 말을 했다. 다들 아는 문제를 신선하게 제기하는 것도 문제였다. “아이들은 언제, 어떤 계기로 수학을 포기하나. 선진국의 영재가 왜 한국교육에 진입하면서 수포자의 위기를 겪나. 정책엔 무슨 구멍이 있나” 문제를 나눠 생생한 사례로 보여주려 노력했다.
섹시한 야마가 아니었지만 반향이 꽤 있었다.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가 확인되고 서울 한 복판에서 싱크홀이 터진 날, 온갖 사건을 제치고 수학포기자를 다룬 기사가 포털의 사회면 톱이 됐다. 기관에서도 이런저런 반응이 나왔다. 밋밋한 수학교육에 대해 듣고, 말하려는 수요가 이 정도일줄 몰랐다.
큰 상을 받고, 얼떨떨했다. 사건사고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너희의 역할을 꾸준히 하라는 언론계 선배님들의 격려로 알고 소중하게 받겠다. 수포자의 문제를 푸는 열쇠도 우리 기획처럼 밋밋하지만 꾸준한 노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세월오월' 전시 무산 파문
(288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세월오월' 전시 무산 파문
광주CBS 조기선 기자
지역 미술계 인사로부터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작인 민중미술화가 홍성담 화백의 작품 ‘세월오월’이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을 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바로 취재에 나섰다. ‘세월오월’을 접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대어를 잡았다’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다. ‘세월오월’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었다.
‘세월오월’에 대한 1보가 나가자 예상했던 대로 큰 파문이 일었다. 이어서 광주시 오형국 행정부시장이 국가원수를 희화화한 작품을 광주비엔날레에 전시할 수 없다며 줄기차게 작품 수정을 요구하며 외압을 가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사전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비판하는 문화예술계의 성명이 잇따랐다. 비엔날레 특별전 작가들이 작품을 철거했고, 해외 작가들도 이에 동조했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엔날레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월 스트리트 저널까지 이 사태를 보도하면서 국제적 논란으로 비화된 이 사건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래서 영예로운 기자상을 받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다만 이 기사로 인해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 함께 고생해 준 후배 김형로 기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주가연계증권(ELS)의 배신
(288회)주가연계증권(ELS)의 배신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강광우 기자 pressk@sed.co.kr
깜깜이 ELS 투자의 첫 번째 길잡이를 자처하며
한 커플이 한 방으로 들어간 상황을 축구해설위원 차범근 씨와 개그맨 정성호 씨가 해설한다. 여자는 자기가 그린 선만 넘어오지 않는다면 결혼해주겠다고 얘기한다. 차 해설위원은 이 같은 상황이 주가가 떨어져도 정해진 한계선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면 약속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참 쉽죠”
최근 한 증권사가 ELS를 재미있고 쉽게 소개한 TV광고다. ELS의 실체를 알고 나면 참 무서운 광고다. ELS는 쉽지 않다. ELS는 기본적으로 옵션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는 ELS의 구조를 자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다. 옵션을 통해 위험을 줄이는 헤지를 해야 하는데 그 구조가 복잡해 외국계 증권사가 설계한 것을 돈을 주고 사용한다. 투자의 기본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증권사는 자신들도 구조를 모르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며 ELS를 70조원이나 넘게 팔았다.
ELS는 투자자들을 배신했다. 아니, 정확히는 증권사들이 실적을 위해 또 한번의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파생상품 관련 전현직 전문가들에게 ELS에 대해 물었더니 ‘야바위’라고 했다. 수많은 중소기업을 부도나게 했던 개인판 키코(KIKO)라고 했다. ELS를 팔았던 전직 증권사 영업직원은 ‘사기’라고 했다. 특히 종목형 ELS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 지수형 ELS는 손해가 발생한 것은 없었지만 수익률이 중수익이라고 하기엔 형편없었다.
문제를 파악했는데 이 실체를 보여줄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증권사에 ELS의 수익률을 달라고 하면 잘못된 자료를 줬다. 증권사들은 예탁결제원에 자신들이 발행하는 ELS 목록을 직접 올리는데, 증권사들이 준 ELS 자료와 예탁결제원 시스템의 목록은 달랐다. 때마침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연이 닿아 기준을 세워두고 ELS의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수익률은 충격이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아니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만기가 돌아온 ELS 5개 중 1개가 손실이었고 손실액은 1,117억원에 달했다. 사실 중위험이라는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세상에 알린 언론의 잘못도 크다. 많이 위험한 것과 적게 위험한 것의 중간은 도대체 어떤 위험이란 말인가. 수익률 자료를 토대로 ELS와 관련된 일을 하는 현직 직원들과 증권사 고위관계자들, 이전에 ELS 업무를 했던 분들을 만나 운용상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었다.
종목형 ELS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논의해봐야 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지만 여전히 발행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앞으로도 ELS의 이 같은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할 것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ELS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기가 맡긴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 지도 모르고 손해를 봐왔다. 서울경제신문이 깜깜이 ELS 투자의 첫 번째 길잡이가 될 것이다.
위안부 보고서 55
(288회)위안부 보고서 55
아시아경제신문 기획취재팀 주상돈
지난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박옥선(90)할머니를 만났다. 처음 만난 위안부 피해자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할 지 막막했다.
먼저 마음을 연건 박 할머니였다. "밥은 먹었나, 먼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기자의 손을 덥석 잡아주셨다. 친할머니가 생각났다. 박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안부 할머니들도 여느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구나. 우리 할머니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우리 팀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우리들 할머니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히 할머니들의 삶을 들어보자는 의미에서 기획명도 '위안부 보고서 55'로 정했다.
지난 3개월간 서울과 경기도 광주, 대구, 경남 통영ㆍ마산ㆍ창원ㆍ진해ㆍ양산 등을 찾아 생존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들의 현재 모습을 지켜보고 과거를 조심스럽게 들어봤다. 8월11일 위안부 피해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총 21회 연재를 진행했다. 이들의 생생한 과거와 현재는 '생존 할머니 증언'으로 남겼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나눔의 집을 다시 찾았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박옥선 할머니는 대뜸 "이제는 그만 와. 매번 똑같은 얘기 들어가면 뭐해. 10년 전이랑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여전히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할머니들은 그날의 일을 또 얼마나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마음이 무겁다.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혐의 현행범 체포
(288회)제주지검장 음란행위 혐의 현행범 체포
연합뉴스 제주취재본부 변지철 기자
"제주지검장이 '바바리맨' 짓을 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풀려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확인이 가능한가?"
광복절 휴일인 지난 8월 15일 오후 6시30분, 다른 취재를 하던 중 서울 사회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턱밑까지 차고 올라왔던 말을 간신히 삼키고 "지금 취재 중인데 마저 끝내고 알아보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아니, 지금 급해 바로 확인해줘!"
도저히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믿을 수 없었던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사건 보도는 이렇게 시작됐다.
휴일 저녁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여러 루트를 통해 취재를 진행한 결과 관련 정보가 조금씩 들어왔고 퍼즐을 맞추듯 내용을 이어간 끝에 "김수창이라는 사람이 13일 오전 0시 55분께 제주시 중앙로 인근 한 분식점 앞에서 공연음란 행위를 하다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보했다. 사건발생 장소도 제주지검장 관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각과 장소, 신고내용까지 확보한 뒤 이를 대검과 경찰청에 다시 제시해 추궁한 결과 제보 내용이 모두 사실로 확인돼 1시간 30여분 뒤인 이날 저녁 무렵에야 기사를 보낼 수 있었다.
연합뉴스의 보도가 전해지면서 신문, 방송, 인터넷 등 국내 거의 모든 매체에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일주일간 진실공방이 벌어진 끝에 김 전 지검장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동시에 준사법기관으로서 막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도덕성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곤두박질 쳤다.
최근 몇 년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성추문 검사 등 각종 비리 및 비위 행위가 잇따라 일어났고 여기에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바바리 검사라는 별칭까지 보태졌다.
연이은 일탈…. 이번 사건이 한낱 개인의 병적 일탈행위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일탈이 반복되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조직의 문제를 자각하고 바로잡으려는 시도와 그 결실이 맺기도 전에 김 전 지검장 개인에 대한 비난과 추문으로만 이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은 검찰이 하루빨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직을 쇄신해 새롭고 떳떳한 검찰로 거듭나야 할 때다.
범죄를 다스리는 검사들이 제 결점 큰 줄 모르고 남의 허물만 들춘다면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
(288회)사상 최대 규모의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
인천일보 박범준
"기사 쓸 게 또 있나요."
'KT&G 면세 담배 밀수' 사건을 취재하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물론 KT&G 측으로부터 말이죠. 지난 4월 초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많은 면세 담배가 국내에 불법 유통됐다는 기사를 내보낸 뒤 곧바로 '취재 타깃'을 담배 제조사 KT&G로 잡았습니다.
"관행적으로 면세 담배를 정해진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팔았을 뿐입니다. 이제 그렇게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가 문제죠."
KT&G가 무책임한 답을 내놓을 때마다, 취재 의욕은 더욱 불타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파면 팔수록 KT&G와의 관련성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KT&G가 2933만갑(취재 초기 1648만갑)의 면세 담배를 특정인에게만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외항 선원용' 면세 담배를 '수출용'으로 멋대로 변경, 판매한 겁니다. 담배사업법에는 특수용 담배(면세 담배)를 그 용도 외의 목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데,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엄청난 특혜를 제공한 셈이죠.
덕분에 특혜를 받은 밀수사범들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척만 하고 국내에 불법 유통해 200억 원에 가까운 불법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특혜의 배경에는 면세 담배 판매 결재권을 쥔 KT&G 간부와 밀수사범 간의 '검은 유착 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인천일보 보도가 나간 뒤 기획재정부는 면세 담배 용도를 무단 변경해 판매한 것은 담배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KT&G에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KT&G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KT&G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담배사업법 등 기본적 원칙을 지키지 않고서는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대기업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총, 특권, 거짓말: 글로벌 패션의 속살
(288회) 총, 특권, 거짓말: 글로벌 패션의 속살
한겨레신문 경제부 유신재 기자
올해 초 방글라데시 영원무역 공장에서 일어난 여성 노동자 사망사건은 먼저 외신을 통해 서울에 전달됐다.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영원무역 쪽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얼마 뒤 영원무역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짤막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물을 게 더 많아졌지만 영원무역은 여전히 불통이었고, 홍보대행사는 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약이 올랐다. 머나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당사자가 일방적인 해명을 내놓고 입을 닫으면 언론이 뭘 할 수 있겠냐는 태도처럼 비쳤다. 내용과 형식 모두 3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영원무역의 대응과 꼭 닮았다. 오기가 발동했다. 그렇게 현지 취재를 결심했다.
영원무역은 큰 기업이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큼 큰 기업은 아니다. 영원무역 공장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았다. 의류산업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글로벌 무역과 사회책임 경영, 윤리적 소비 등 국내에서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주제를 짚고자 했다. 그 방법론으로 르포르타주와 내러티브를 택했다. 이를 위해 2명의 기자가 각각 3주씩 현지취재를 감행했다.
무모하다고도 볼 수 있는 장기 국외취재를 흔쾌히 허락한 유강문 전 편집국장과 준비 단계에서부터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이봉현 경제∙국제 에디터, 김영배 경제부장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또 이제껏 대중적 관심을 받지 못한 주제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룬 서툰 노력을 인정해준 기자상 심사위원회 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