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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회 (2015년 2월)

수상작 4편 · 출품 후보작 4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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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4편

심사평

제29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KBS ‘이완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치열한 기자정신·뚝심 돋보여 설 연휴 탓인지 2월 보도 기사를 대상으로 한 제294회 이달의 기자상은 출품작이 비교적 적었다. 전반적으로 각 부문 출품작이 줄어든 가운데 특히 지역취재 보도무문(7편)이 평소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심사과정은 여느 달 못지않게 논쟁적이었다. 15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의 경합이 가장 뜨거웠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보도’(KBS)의 경우 치열한 기자정신이 없었다면 자칫 묻힐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사안을 보도한 취재기자는 현장에 없었지만 총리후보자의 충격적 발언 내용과 녹음 파일의 존재를 확인하고 끈질기게 취재원을 설득해냈다. 또한 총리후보자가 ‘외압 대상’으로 거론한 언론계 인사들로부터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후속취재를 통해 정작 타사에서 보도하지 못한(또는 않은) 팩트를 엮어 기사로 완성한 뚝심이 돋보였다. 이 기사의 미덕과는 무관하게 취재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공인일지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을 본인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관행과 녹음 파일을 반대편 정당 인사에게 넘긴 것, 그리고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이 취재 및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부 위배된 점이 있더라도,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명예훼손 여부가 관건이지 공인의 발언을 검증-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취재파일K-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KBS) 보도는 동영상 제보를 토대로 발로 뛴 흔적이 역력한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불량식품 유통은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고질병’이고 방송의 고발보도 또한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농협이라는 사실상의 공기업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를 고발해 제도개선을 이끌어낸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6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인천 깡통주택 사기 사건’(한겨레신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련의 보도는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한 장애인 가장의 죽음과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인천지역에 급증했다’는 통계 제보를 토대로 시작되었지만, 그 배후에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부동산 사기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끌어낸 탐사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모든 사기행위에는 당사자의 예방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은 사회적 약자’라는 전제 하에 기획된 기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은 지난달에 4편의 수상작을 냈지만 이번 달엔 아쉽게도 출품작 7편이 모두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대신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정서적 학대 첫 유죄 판결 이후의 보이지 않는 폭력’(경인일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기획보도는 지난해 수원의 한 학교에서 벌어진 다문화 가정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언을 계기로 ‘정서적 학대’를 의제화해 첫 유죄판결(벌금 300만원)을 이끌어내고, 도교육청의 교사 매뉴얼로 채택된 점이 평가되었다. 다만, 지난해 폭언 사건 이후의 기획보도와 법원 판결 이후 기획보도 간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번 심사에선 신문과 방송이 같은 사안을 동일한 시각으로 단독 보도했을 경우 속보성과 심층성 가운데 어느 것에 더 평가의 비중을 둘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 매체의 특성과 제작 메커니즘을 감안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심사위원들은 평가 기준을 규정하기보다는 속보성과 심층성은 물론, 정확성과 의제설정을 포함한 사회적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보도를 위해 애쓰는 현장기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한편으로,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견’의 역할과 국민의 편에 선 정론보도를 기대한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상습 악성댓글 … 알고보니 현직 부장판사가, 영장전담판사까지 지냈다
후보 1-01 취재보도1 부문 JTBC 사회2부 조택수*·백종훈*·서복현*·이성대
野, 금기 깬다 “새지도부, 박정희 이승만 묘역 참배 적극 검토”
후보 1-02 취재보도1 부문 국민일보 정치부 엄기영·최승욱
박상옥 대법관 후보 ‘박종철 사건’ 은폐 검사
후보 1-04 취재보도1 부문 경향신문 주말기획부 구혜영·이혜리*
국정원 ‘노무현 죽이기’ 공작 의혹
후보 1-05 취재보도1 부문 경향신문 사회부 홍재원·곽희양·이효상
이완구 “언론사 의혹 제기 막았다” 발언
후보 1-06 취재보도1 부문
현직 부장판사가 ‘막말 댓글’
후보 1-07 취재보도1 부문 경향신문 사회부 김재중*·김한솔·이효상·심혜리
열정페이
후보 1-08 취재보도1 부문 세계일보 사회부 이지수*
정보당국 “김 군, 자발적 IS 가입 확인”
후보 1-09 취재보도1 부문 채널A 정치부 신재웅*
서울대 교수가 성희롱
후보 1-10 취재보도1 부문 SBS 시민사회부 박하정
대기업 3곳중 1곳 고용세습
후보 1-11 취재보도1 부문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백승현
주요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위험
후보 1-12 취재보도1 부문 YTN 사회부 김대근·최아영*·최윤석·이승준*
LG家 재벌 3세 세입자 상대 갑질 논란
후보 1-13 취재보도1 부문 SBS 시민사회부 김종원*
소금물 관장 사기
후보 1-14 취재보도1 부문 YTN 사회부 최원석*·한동오·임성호·우철희·최윤석·최성훈
어느 노인의 쓸쓸한 죽은 ... 자녀 5명, 통장잔고 27원
후보 1-15 취재보도1 부문 머니투데이 사회부 이재윤*·신현식
메리츠 화재, 고객 녹취 파일 70만 건 인터넷에 방치
후보 2-01 취재보도2 부문 MBC 정보과학부 정진욱*
“증도가자, 직지보다 앞섰다” ... 새 最古 금속활자, 세계 인쇄술 역사 다시 써야
후보 2-02 취재보도2 부문 SBS 문화과학부 남상석·김수형
140조 투입 R&D, 열매가 없다
후보 3-01 경제보도부문 동아일보 경제부 손영일*·홍수용*·김준일*
반값 복비’ 삐걱 및 고정요율제 복병 만난 ‘반값 복비
후보 3-02 경제보도부문 동아일보 경제부 조은아
고속도로 휴게소에 외국산 담배 없는 이유는?
후보 3-03 경제보도부문 KBS 경제부 이경진*·정정훈
악몽된 연말정산, 연봉 7500만원 직장인 96만원 토해내야
후보 3-04 경제보도부문 매일경제신문 금융부 김효성*
재벌 3 . 4세 재산 불리기
후보 3-05 경제보도부문 한겨레신문 경제부 이정훈*·박승헌
2015 대한민국 빈부리포트
후보 4-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김상연*·이두걸·유대근*·송수연
광복 70년, 우리는 과연 해방됐는가
후보 4-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강진구·송현숙·이범준*·심혜리·김지환*·김여란·허남설
1200만 정규직을 말한다
후보 4-03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민일보 경제부 이성규·조민영·이용상·윤성민*
통일은 치유다 기획 시리즈
후보 4-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동아일보 정치부 윤완준
불황의 산업도시
후보 4-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아주경제 산업부 채명석·양성모*·이재영·박재홍*·김지나*·이소현·신희강
박근혜 정부 2년 공공기관 인사보고서 - “黨에서 보냈습니다”
후보 5-01 기획보도 방송부문 SBS 탐사보도팀 손승욱*·박상진*·최우철·박원경
시사기획창 : ‘직장 내 과롭힘 보고서’ - 인격 없는 일터
후보 5-02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탐사보도팀 김연주*·강희준
박근혜 정부 2년, 거짓의 기록
후보 5-03 기획보도 방송부문 JTBC 사회2부 이호진*·정제윤·김태영*·안지현
대구 불법청약대포통장 대거 상륙
후보 6-01 지역 취재보도부문 매일신문 경제부 임상준
사건이 사라졌다
후보 6-02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뉴스총괄팀 임선응*
4미터 담 넘는 등굣길
후보 6-03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장성길
양식 배합사료 보조금 환수
후보 6-04 지역 취재보도부문 한라일보사 제2사회부 진선희*·송은범*
국립교통대 교수, 직원 사찰 파문
후보 6-05 지역 취재보도부문 CJB청주방송 충주본부 황상호·이경훈*
사학법인 수익과정 불법의혹 및 파장
후보 6-06 지역 취재보도부문 영남일부 백경열*
막말 도지사 .. 취재방해와 그의 언론관
후보 6-07 지역 취재보도부문 MBC경남 취재1부 이상훈*·정성오·이준석*·손무성·장성욱
6조 원 국책사업의 허와 실
후보 7-01 지역 경제보도부문 MBC강원영동 보도2부 조규한
병원찾아 서울로 서울로, 경기도민은 의료 실향민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기호일보 사회부 문완태*·김가현*
법원, 정서적학대 첫 유죄 인정 이후 보이지 않는 폭력 기획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사회부 김대현*·김범수*
돌직구40 ‘3 . 11 조합장 선거 비리 … 나는 왕이로소이다’
후보 9-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
대구시 사상 첫 청약 거주기간 제한제 도입
후보 9-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TBC 사회부 이세영*·한현호*·서은진*·양병운*·김남용*·김용우*·이지원*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취재파일K - 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 KBS
(294회)취재파일K - 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 KBS 양성모 예나 지금이나 언론사에게 제보는 중요하다. 정보공개 청구가 간편해졌고, 데이터저널리즘이 발전하고 있지만 전화나 인터넷, 혹은 SNS로 접수되는 제보는 여전히 취재의 단초를 제공한다. 특히 각종 영상 기기가 일반화 하면서 방송사가 제보에 의존하는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본 기사의 제보는 KBS의 통합 제보시스템에 접수됐다. KBS뉴스 홈페이지를 이용해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이상했다. '○○ 공장의 문제'. 본문을 읽었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문구마다 특수문자가 가득했다. '★★★에 있는 공장에서 ♡♡♡을 이용해 ●●●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었다. 내가 제보 게시판에서 이 글을 읽은 건 접수되고 사흘이 지나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흘 동안 암호 같은 이 글을 읽고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없었다. '뭐 이런 제보가 있나' 하면서 넘기려던 차에,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띄었다.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빨리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했지만 제보자는 한사코 말하길 거부했다. 직접 만나기 전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보자를 만난 건 다음날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그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2년에 걸쳐 찍은 5기가 분량의 동영상과 사진이었다. 핵심은, 계란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다시 공장 내부로 끌어들여 정상 제품에 섞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씩 사실이 확인됐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방송이 나간 뒤 사내에선 내가 VJ를 잠입시켜 공장 내부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동영상은 생생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말하지만 이 경우는 '운구기일(運九技一)'이다. 일(一)을 채운 건 수수께끼 같은 제보의 마지막 문구를 눈여겨본 호기심이었다.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기자를 끝까지 믿어준 제보자에게 감사한다. 이 상은 그가 받아야 마땅하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보도 KBS
(294회)이완구 총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보도 KBS 윤 진 * 기자와 정치인-불가근 불가원 * 특종상 신청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한참 생각했다. 문제의 발언을 녹음한 사람도 아니고, 발언이 나온 점심 식사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녹음 파일 보도로, 본의 아니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후배 기자도 떠올랐다. 그래도, 기사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받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기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취재 과정에 대한 의도적인 폄훼가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었다. 기자상 신청과 평가 과정을 통해, ‘할 수 있는’ 얘기는 하고 싶었다. 근거 없는 소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경협 의원실에서 KBS에 녹음 파일을 먼저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었다. 2월6일, 내 발로 찾아가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처음부터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안 건 아니었다. 청문회 취재를 하다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나절에 걸친 설득 끝에 녹음 파일 전체를 건네 받을 수 있었다. 무슨 얘기가 오간 건지, 발언의 전후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전화로, 문자로, 직접 찾아가 읍소를 하며 거듭 거듭 요청했다. 기자에게 정치인이란 어떤 대상일까? 정치인에게 기자는 어떤 대상일까? 이 기사를 취재하고 제작할 당시, 또 기사가 나간 이후 불어오는 후폭풍 속에서 끊임없이 자문했던 질문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국민 앞에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해야 할 의무, 후보자와 기자 사이의 인간적 관계, 두 사안이 명확히 대척점에 서게 됐을 때, 어디에 더 무게 중심을 둘 것인가. 기사는 1분 20초에 불과했지만, 번뇌의 시간은 길었다. 1분20초 리포트가 나간 뒤, 예상했듯 후폭풍이 거셌다. 내 마음 속에도 폭풍이 일었다. 녹음파일을 얻고, 리포트를 만들고, 뉴스가 나갈 때까지는 오로지 있는 그대로 실수 없이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뉴스가 나간 뒤, 미처 생각 못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었다. 특히, 어제까지 웃으며 만났던 취재원에게 오늘은 칼을 들이밀고 있구나,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 기사가,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야 할 가치인 건지, 우리 사회가 진지한 성찰을 해 보는 계기가 됐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
정서적 학대 첫 유죄 판결 이후의 보이지 않는 폭력
(294회) 정서적 학대 첫 유죄 판결 이후의 보이지 않는 폭력 경인일보 김범수 지난해 7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취재가 어떤 결과를 이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절반은 한국인인데 왜 김치를 먹지 못하니'등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는 제보였다. 취재에 착수하면서도 그것이 법원의 첫 판례로 남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교육은 명과 암이 뚜렷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등장하는 교육은 빛나기만 한다. 우리는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자아실현을 하는 학생들 모습에 익숙하다. 반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면도 뚜렷하다.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에 신음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중교육을 포기하고 공장을 전전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도 존재했다. 과연 우리는 교육에 대해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밝은 교육제도 이면을 알리고자 이번 연속보도와 기획기사를 쓰게 됐다. 교단에서 정서적 학대는 심각했다. P씨는 아직도 사랑을 하지 못한다. 10년 전 한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성(性)적인 발언이 섞인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그 이후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해도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결혼을 한 뒤 잘 살고 있다. 학교는 피해자를 돌봐주지 못했다.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교육도 아쉬웠다. 특히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안산의 한 공단에서 만난 10대 중국인 여성의 손은 물집과 굳은살 투성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지만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학교란 따돌림과 소외를 받는 공포의 장소였다. 그렇게 공장을 전전하면서 빈곤의 굴레를 기꺼이 선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취재하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점은 담임교사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정서적 학대를 당한 가족의 말이었다. 한 때 한국을 사랑해 자신의 동생에게도 한국의 학교를 추천했던 다문화가정 학생은 이번일을 계기로 '한국교육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캐나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면서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도를 마쳤다. 교육의 어두운 면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 뿐이었다. 그 결과 법원이 교단에서 처음으로 정서적 학대에 대해 유죄 선고를 내린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SNS와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지만, 아직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말하기'보다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거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비춰주는 역할이 언론이라고 믿는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발품을 팔고 싶다. 수습기자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를 이끌어준 김대현 선배와 박승용 부장님, 그리고 사회부를 포함한 경인일보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로 교단에서 고통을 받는 학생과 제노포비아와 싸우고 있는 다문화아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인천 깡통주택 사기사건 한겨레신문
(294회)인천 깡통주택 사기사건 한겨레 윤형중 처음엔 새로 알게된 통계 하나를 보도할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소액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의 추이입니다. 딱 봐도 용어부터 어렵습니다. 하지만 꽤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부동산 자산이 경매로 처분되고 나서 낙찰금이 채권자들 사이에서 배분이 되는데, 그 배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배당이의 소송'입니다. 그런데 인천지역에선 양상이 좀 달랐습니다. 우리의 임대차보호법에 소액임차인에게 보장하는 최우선변제권을 믿고 있던 소액임차인들이 불리한 판결을 받고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내쫓기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깡통주택인줄 알고 입주하면 최우선변제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지방법원에서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은 이런 비슷한 유형의 재판이 늘어나고 있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인천 지역의 배당이의 소송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건네주며 사건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분명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가 걱정이었습니다. 생생한 사례를 함께 제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싶었습니다. 제보자인 부장판사에게 관련 사례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판사들이 관심을 가진 기폭제 역할을 했던 한 사건을 일러주었습니다.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재판 기일에 맞춰 법정을 찾았습니다. 비극적 사건의 피해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정보를 일러주었습니다. 비극적 사건을 겪은, 문제의 '깡통주택' 주소였습니다. 처음부터 '사기 사건'을 취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례를 깊이 있게 취재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고,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수십장 뽑아서 분석하고, 법원 홈페이지에서 사건 정보와 관련 판례 분석 등을 살펴보니 이 사례의 이면엔 뿌리 깊은 부동산 복마전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한 이들의 사기행각과 위법여부를 파악하고자 현장을 뛰고 사람을 찾고, 만나러 다녔습니다. 다행히도 첫 기사가 나간 직후 검찰은 바로 수사를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검찰 수사의 결과는 그로부터 3개월 뒤에 나왔지만, 그 사이에도 기사를 보고서 문의와 제보를 해오는 독자들은 수십명에 달했습니다. 생각보다 부동산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이번 취재는 전월세를 전전하며 임대차계약서를 여러번 작성한 기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꽤나 도움이 됐습니다. 충분히 취재할 시간을 허락하고, 취재에 여러 조언을 해주신 고경태 한겨레 토요판 에디터와 남종영 토요판팀장, 같은 부서 선배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