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열정페이’로 버티는 민간 소년범 시설 국제신문
(295회)‘열정페이’로 버티는 민간 소년범 시설
국제신문 기획탐사팀 이노성
"비행청소년 보호시설인 '사법형 그룹홈'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문 닫을 위기입니다."
소년범의 아버지로 불리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부장판사가 지난 2월 국제신문에 보낸 기고문이다. 소년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국가 교정시설이 웬 적자?
취재팀이 전국 14곳의 사법형 그룹홈 중 부산·경남 12곳의 가계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 곳당 연간 평균 운영비 가운데 법무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들이 사비를 출연하거나 기부금을 받아 충당하는 처지였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적자를 메우는 곳도 있었다. 부산소년원(정원 190명)보다 많은 연간 240명 내외의 소년범을 보호하는 교정시설이 공적 영역의 밖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사법형 그룹홈을 국가 지원을 받는 아동복지시설로 편입해달라"는 편지를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에게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이 천 판사의 눈물에 응답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만 해도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법무부·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개정안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요즘 '열정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교정시설마저 민간의 '열정페이'에 기대서야 되겠는가.
취재에 도움을 준 사법형 그룹홈 운영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부모를 대신해 가정에서 소년범을 돌보는 그들의 헌신이 없다면 지금도 많은 소년범들이 거리를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MB 청와대’ 수석비서관 비리 의혹 추적 동아일…
(295회) ‘MB 청와대’ 수석비서관 비리 의혹 추적
동아일보 최우열 기자
권력자나 수사기관은 항상 자기네들의 정해진 ‘타이밍’을 얘기한다. 청와대는 항상 “적절한 때 인사 또는 정책을 단행한다”고 하고, 검찰은 항상 “필요한 때 필요한 수사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들은 과연 그 때가 언제인지 알 길은 없다.
취재 대상이 된 권력은 “명예훼손 당하고 패가망신 당할 것”이라며 윽박지르고 검찰은 “알아서 수사할 테니 지금 쓰면 오보다”라고 압박한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 측근의 비리 의혹이라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검찰은 항상 부인한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1월초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취임식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신빙성 검증작업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MB 재임시절의 각종 비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나 정윤회 문건 파동에 그냥 묻힌 채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박 전 수석과 전현 정부 관계자들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검찰은 ‘검찰이 필요한 때’만을 강조했다. 그러는 동안 박 전 수석이 총장을 지낸 중앙대 출신 전현 정부 실세들의 수사 외압 얘기도 흘러나왔다. 동아일보는 ‘국민의 때’가 언제인지 생각했고, 국민의 때를 맞추기 위해선 수사기관보다 더 엄밀한 취재를 해야 했다. 취재 두 달여 만인 3월 25일 <MB청와대 수석 비리의혹 수사> 보도 이후 수사는 본격화됐고 박 전 수석과 중앙대 재단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까지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다. 현 정부들어 첫 번째 MB정부 장차관급 인사의 비리 의혹 사건이었다.
권력의 감춰진 뒷모습을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것은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때에, 국민이 원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대형마트 ‘파격할인’의 배신 동아일보
(295회) 대형마트 ‘파격할인’의 배신
동아일보 한우신 기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들은 신문, 전단지,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반값 할인’ ‘파격 세일’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특히 명절이 되면 연중 최저가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또한 매장에 가보면 ‘오늘만 이 가격’, ‘7일간 이 가격’ 등의 문구를 써 붙인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들이 다 사실일까. 세일은 정말 파격적이고 ‘오늘만 이 가격’이 붙은 상품은 내일은 다른 가격에 팔릴까. 기사는 우리 엄마가 늘 가졌던 궁금증, 소비자라면 한 번쯤 의심해볼만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기자들이 대형마트에 직접 나가 모든 가격 조사를 할 경우 대형마트 업체들이 취재를 방해하거나 보도를 하지 말 것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등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비자 단체와 공동 진행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한국소비자연맹에 조사를 제안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의미 있는 조사가 될 것’이라며 수용했다. 때마침 설날을 앞두고 있었기에 대형마트가 홍보하는 설날 할인 행사 상품을 살펴보기로 했다. 또 ‘오늘 단 하루’, ‘7일간 이 가격’ 같은 홍보 문구를 내걸고 있는 상품들도 마트를 여러 번 찾아 점검하기로 했다. 설날 상품 조사는 소비자연맹과 공동으로 이뤄졌고 기간 한정 할인 상품에 대한 조사는 단독으로 진행했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너무 잘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설날 할인 상품 3개 중 1개는 할인이었다고 보기 힘들었다. 용량과 구성품 개수를 지나치게 다양화한 나머지 기준 가격을 찾기 힘들었다.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는 자체가 힘든 현실인 것이다.
기사가 나간 후 누군가는 칭찬을 건넸고 누군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불편한 건 편하게 편한 건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결코 ‘편하지 않은’ 언론의 역할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전대미문의 신종 마약 ‘카트’ 밀수 사건 인천일보
(295회) 전대미문의 신종 마약 ‘카트’ 밀수 사건
인천일보 최성원 기자
지난 3월 평소처럼 출입처를 돌던 중 아프리카에서 온 한 여성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혐의 또는 각각의 이유로 심사를 받은 사람들이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 명에 달하는 탓에 당시에는 특별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관련 제보 역시 전혀 없었던 상황이어서 기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해당 마약 사건이 인천국제공항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간단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곧바로 취재를 시작했다. 보통은 기본적인 사건 개요 확인 후 취재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취재가 끝난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여느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기사화를 한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예민하게 대응했던 공항 관계자의 반응은 오히려 이 사건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수소문 끝에 아프리카 여성의 변호사를 알게 됐고, 수차례 설득 끝에 인천지검의 공소 사실을 확인했다. 변호사를 찾아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이 사건이 초대형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8000kg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신종 마약 ‘카트(khat)’가 케냐에서 국내로 유입된 것.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사건을 기사화하기로 했고, 사건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마약 청정국이라는 한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내용도 공들여 기사화해 연이어 보도했다.
기사가 보도되면서 세관과 공항 등 관계기관들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검찰의 수사가 매번 깃털 수사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전대미문의 이번 마약 사건을 계기로 밀수 사건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과 함께 마약 청정국 이라는 지위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나라 살림, 새 틀을 짜자 한국일보
(295회) 나라 살림, 새 틀을 짜자
한국일보 경제부 강아름기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1년 3개월 만에 경제부로 복귀했습니다. 기사 작성의 ABC도 다 잊은 것 같고 경제 용어는 외래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이영태 경제부장으로부터 “당분간 출입처 배정도 않고, 야근도 안 시킬 테니 전담해서 ‘증세 없는 복지’ 관련 기획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입니다. 뒤이어 “총 2부작 10회인데 1회당 2~3개면 정도 생각하면 될 거고 지면안을 구성하면서 더 쓰고 싶으면 늘려도 된다”는 말도 웃으면서 하시더군요.
그렇게 기획의 ‘전담자’가 되었습니다. 사실 세금에 대해 개인적 유감이 많았던 터였습니다. 둘이 벌 땐 덜했는데, 육아휴직 중 남편의 월급으로만 생활하다 보니 세금 항목 하나하나에 예민해졌습니다. 남편과 월급내역서를 보면서 늘 상 하던 말이 “세금 내는 것 자체가 억울한 게 아니라 이렇게 많이 떼어간 세금이 제대로 쓰이냔 말이지. 자영업자들은 빼돌리는 돈도 많을 것 아냐. 정부를 믿을 수가 없어” 였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기획 구성에 돌입했습니다. 관련 기사가 워낙 많이 나왔던 터라 통계 구하는 것은 쉬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료 수집부터 막혔습니다. 공신력 있는 통계는 둘째 치고 의외로 원하는 통계 자체가 없었습니다. 자문을 구하려 전문가집단을 수소문했지만 “윗선(정부)이 관련 시뮬레이션이나 연구에 참여하는 걸 싫어해서” “시간이 촉박해서”라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을 해주기로 한 교수가 기사 출고 이틀 전에 못하겠다며 발을 빼기도 했습니다.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이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되면서 오늘 작성한 기획안이 바로 다음날 폐기 처분된 적도 여러 번 입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경제부와 사회부에서 10명의 기자가 모이게 됐고 2월 23일자를 시작으로 3월 17일자까지 총 10회가 나갔습니다. 평일엔 주로 기획안 조정과 자료 수집, 새로운 통계 구하기 등 기사 외적으로 할 일이 많았기에 기사는 주로 주말에 썼습니다. 기획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주말이면 집 근처 도서관과 커피숍을 옮겨 다니며 기사를 썼습니다. 그 기간 동안 두 돌도 안된 아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고 나니, 놀랍게도 기사 쓰는 ‘감’이 저절로 돌아왔습니다. 기사 작성 시간도 이전보다 단축됐습니다. 기획 시리즈로 단번에 업무 적응을 시켜준 이영태 경제부장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해준 선후배, 동료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침마다 ‘쿨’하게 저를 보내주는 18개월 아들과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족한테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분단 70년 탈북 20년에 바라보는 따뜻한 남쪽나라 …
(295회) 분단 70년 탈북 20년에 바라보는 따뜻한 남쪽나라
CBS 최인수 기자
광복과 함께 찾아온 한반도 분단이 70년을 맞는 올해는 탈북이 본격화된 지 20년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는 경제이주민이 된 탈북자(북한이탈주민)들의 모습과 이들의 송금과 통화가 북한사회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살펴보는 접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믿을 만한 대남 소식통이 된 탈북자들의 권유와 도움으로 국경을 넘은 탈북 2세대에게 지금 남한사회는 ‘따뜻한 남쪽나라’인지 들여다봤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탈북자들의 파란만장했던 과거를 들추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기사로 인해 이들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기사마다 여러 응원과 격려가 따랐지만, 일부 폄훼나 비하 댓글도 달렸습니다. 기사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지난 1월부터 취재를 시작해 직접 만난 탈북자는 32명이었는데, 섭외 때마다 퇴짜 맞기 일쑤였습니다. “기자선생”이라고 우리를 부르던 그들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할지 몰랐습니다. 대부분 가명을 한두 개쯤 갖고 있었는데, 북한에서의 이름을 묻자 “광고 낼 일 있습네까?”라는 퉁명스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마음을 열기 어려울 때면 다시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탈북한 지 1년밖에 안됐다는 한 여성에게서 그때야 “예쁜 이름을 하나 지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민감한 자료들은 대부분 통일부의 요구와 연구자들의 동의로 비공개로 묶여 있었습니다. 이 부분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 말씀 올립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연합뉴스
(295회)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피습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흉기에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모습은 07시40분21초부터 07시42분37초까지 2분16초간 112장의 사진으로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기록되어 있었다.
사건 직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이 짧은 2분 16초를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가 없다. 리퍼트 대사 주변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의 비명을 들은 순간부터 리퍼트 대사가 혈흔이 낭자한 채로 행사장을 떠나기까지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바쁘게 뛰었고, 가쁜 숨을 참지 못한 채 셔터를 눌렀던 기억뿐이다.
세상은 폭력과 갈등에 민감했다. 사상 초유의 외교사절 피습사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사진은 현장에 흘려진 리퍼트 대사의 피가 마르기도 전에 국내외로 퍼져 실시간 뉴스로 흘러나왔고, 당일 석간부터 다음날 조간까지 대부분 신문 1면을 차지했다. 미국 대사의 상처는 자연스럽게 '한미동맹의 위기'로까지 의미가 확장되었고, 오전이 지나기도 전에 '종북몰이'가 고개를 들면서 광화문광장에는 크고 작은 집회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취재는 뉴스통신사 기자로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진의 반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또 한편으로는 한 극단주의자의 야만적인 폭력을 기록한 사진이 각기 다른 해석의 도구가 되고 의미가 확대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일종의 사진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피를 기록했다고 해서 폭력의 진실에 더 가까이 접근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습격 영상 연합뉴스TV
(295회)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습격 영상
연합뉴스TV 진교훈 기자
아침부터 밝은 햇살이 세종문화회관을 비추고 있었다. 오늘 나의 첫 일정은 미국대사가 참석하는 조찬 강연회 취재, 항상 그렇듯이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취재준비를 마치고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가 있는 헤드테이블이 시끄러워졌다. 고성이 오갔고 누군가 손으로 내려찍는 듯 한 모습도 보였다. 머리가 쭈뼛하게 서면서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했고,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나갔다. 이미 여러 사람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으며 그 중 한명은 경호원과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이 되어 바닥에 깔려있었다. 잠시 그 사람을 찍다가 순간적으로 ‘미 대사는?’ 이란 생각에 카메라를 리퍼트 대사 자리 쪽으로 돌렸다. 자리에 대사가 없었다. 리퍼트 대사는 이미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얼굴을 손으로 감싼 채였다.
대사에게 무슨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고 대사가 나가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리퍼트 대사에게 근접했을 때 대사얼굴에 흐르는 피가 보였다. ‘보통일이 아니구나’ 라는 다급함을 느끼면서 대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따라가며 취재를 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흥분을 누르려고 했으나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렌즈를 통해 본 리퍼트 대사는 나보다 더 침착함을 유지하며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이런 모든 상황이 빠짐없이 내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던 경찰순찰차를 세우고 대사를 태웠다. 대사가 떠난 후 피의자인 김기종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경찰에 넘겨졌다.
사건이 발생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연합뉴스에서 미국대사 피습이라는 속보문자가 발송되었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찍었니?” “네, 다 취재했고 지금 대사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 사건으로 모든 방송사가 특보체제로 전환되면서 하루 종일 대사피습 관련 속보를 내보냈다. 특히 연합뉴스TV의 특종화면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방송이 되었다.
이 후 우리부서는 미대사가 강북삼성에서 응급치료 후 세브란스병원으로 입원하는 모습, 피의자 김기종이 종로경찰서에 체포되어 오는 모습 등 후속취재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였다.
사건이 발생하고 많은 언론에서는 국내에 상주하는 주한 외교사절 등의 경호문제를 되짚어 보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의자 김기종은 과거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돌을 던져 구속된 전력이 있는데도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하는 행사장에 흉기를 소지하고 들어왔다. 이일을 계기로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허술한 경호체계를 꼬집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리고 외교사절에 대한 경호조치가 강화되는 사회적 변화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수상은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현장에 남들보다 일찍 가서 주위를 잘 살피며 좋은 영상취재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부서 선,후배들을 대신하여 받았다고 생각한다. 선∙후배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카메라기자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일조를 한 자부심과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의 취재를 계속하리라 다짐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