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식을 접하고 ‘아이러니’ 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불과 몇 주 전, 수상의 영광을 얻은 이 사진 덕분에 자사 법조팀 4명이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으로부터의 각각 1개월간 취재거부와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촬영제한구역에서의 취재와 보도가 그 이유였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지고 온 상반된 결과.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그날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지난 4월 23일. 돈 공천 의혹을 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양정례 모녀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한동안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까지 했던 터라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현장에 도착, 먼저 와서 기다리던 후배 유동일 기자에게 수십 분전 김노식 의원이 취재진을 피해 조사실로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양정례 모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난, 두 명이나 입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후배에게 현장을 맡긴 뒤 취재진에서 빠져 나왔다. 어설프게 만들어본 시나리오에 따라 우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조사실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들키지 않고 청사 안으로 올라가기엔 이 길이 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분 뒤 어설픈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고, 취재진을 따돌린 채 조사실로 올라가던 양정례 모녀의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졌다.
그곳이 촬영제한구역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마감을 위해서 1층 입구로 돌아왔을 때였다. 취재진에게 양정례 모녀의 출두 소식을 알리고 노트북을 폈을 때 쯤, 한 방송국 카메라기자 선배 한 분이 내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 곧이어 서울중앙지검 기자단 간사가 찾아와 검찰 측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도자제요청을 했다. 4년차 사진기자인 나로선 처음 겪는 상황이었던 탓에 현장에 있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했다. 조금씩 의견차는 있었으나 사진기자들과 검찰 간 촬영제한구역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자사 데스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데스크에 보고를 마치고 회의결과를 기다리며 모든 전송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의 보도자제요청으로 회의는 길어졌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양정례 모녀의 출두장면은 각 일간지와 포탈사이트로 전송됐다. 그리고 얼마후 법조팀이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번 취재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취재시스템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향하는 피의자 혹은 참고인에 대해선 취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조사실로 가는 경로는 검찰이 결정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피의자 소환 과정은 검찰 측에서 미리 시간을 알려주고 친절하게 취재진을 앞을 지나 조사실로 올라가게 되지만, 그렇게 길들여진 취재진이 더 쉽게 검찰에게 농락당할 수 있다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다.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의 징계 원칙에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사에서는 법조팀이 징계에 회부된 후 모 방송사의 유사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모 방송사의 촬영제한구역에서의 영상취재와 보도를 인정하면서도 수사관의 제지에 응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고, 3개의 회원사와 요청에 의해 제공된 사진을 게재한 6개사가 포함된 검찰기자단 또한 자사에만 징계 처분을 내리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 공정하지 못한 징계의 다른 이름은 바로 탄압일 것이다.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따르는 스스로의 도덕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진실한 보도와 건전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적으로 중요하고 관심 있는 사실에 대한 모든 국민의 알고 볼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우리의 최우선 임무로 삼는다.’
‘우리는 언론 자유가 모든 국민들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로서 보호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모든 자유의 기초임을 믿는다.’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에 의한 사진취재권의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이를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상회복 때까지 회원 모두의 힘을 합쳐 대처한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윤리규정 서문과 1, 3항의 내용이다. 꼭 사진기자가 아니더라도 위 내용에 대해선 공감하리라 믿는다.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부분들임에도 불구하고, 협정과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그 안에서 안이함만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
수상의 영광을 뉴시스 법조팀 이현준 팀장, 배혜림, 박준형, 정준호 기자에게 돌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212회 전체 총평
제21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4월에는 검증 및 비리 고발 보도가 특히 많았다. 뜨거웠다. 기사들도 그랬지만, 심사위원회의 논의도 뜨거웠다. 모두 39건(특별상 포함)이 출품돼 1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모두 8편이 출품된 취재보도부문에선 강부자-고소영 내각 검증을 다룬 두 작품을 비롯해 모두 4편이 결선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한겨레 24시팀(최현준, 하어영, 길윤형 기자)의 ‘박미석 청와대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제출’ 한 편만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발품을 팔아 박미석 수석이 제출한 자경확인서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 박수석의 퇴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시 한 번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김병국 수석 등의 재산을 검증한 KBS 탐사보도팀의 작품과 문화일보의 ‘양정례 당선자 허위경력 및 특별당비’ 기사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아깝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 부문의 ‘무용계 말도 안되는 논문들’(국민일보 이도경, 김아진 기자)은 무용계 학위논문의 충격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지도교수에 대한 상찬이 학위논문으로 통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은 충격적이었다. 중앙선데이 특별취재팀의 ‘외교한다고 南美 간 의원들-마추픽추 관광은 필수 코스’는 그동안 많이 다뤄진 소재라도 어떻게 ‘접근’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원 외교 활동의 제도적 개선문제 까지 다룬 폭넓은 시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송 기획보도 부문의 KBS 나신하 기자와 신동곤 기자의 ‘시사기획 쌈-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는 시의적절한 기획으로 개신교계와 정치와의 연계 관계와 이에 대한 교계의 시각을 교회 관계자들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잘 포착해냈다. 전달력과 호소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완성도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취재부분에서는 ‘부산’에서 수상작 두 작품을 모두 냈다. 동아대 총장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의 ‘동아대 총장 비리및 감사 보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동아대의 ‘총력로비’를 뚫고 4개월 이상 집요하게 파고든 기자정신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부산MBC 박상규·조영익· 김효섭 기자의 ‘어청수 경철청장 동생, 성매매 호텔 운영’ 보도는 그 파장이 컸던 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논의도 뜨거웠다.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연관 정도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지만, 용기있는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라는 점에 다수 위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인 ‘나비, 곤충 세상을 깨우다’는 KBS 광주방송 천명범 기자(박도민 기자 공동수상)의 유작이 됐다. 곤충을 이용한 친환경농법 등 곤충의 산업화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사진기사 ‘돈 공천 의혹 양정례, 뒷구멍 소환’(이동훈 뉴시스 사진부 기자)은 취재진을 피해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는 양정례 당선자와 모친을 잡은 한 컷이 사건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양당선자 등에 대한 범죄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양 씨 모녀를 범죄인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역시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한국 최초 우주인 관련 그래픽뉴스 특집’(연합뉴스 전승엽, 김토일, 박영석 기자)은 알기 쉽고 뛰어난 그래픽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그래픽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예심 때 일부 심사위원들의 발의로 추천된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만장일치로 특별상에 선정했다. 시의적절한 기획과 보도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무엇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의 부당한 공격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후속편 등을 제작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국민의 알권리에 앞장서야 할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되레 뉴시스의 양정례 당선자 검찰 출두 사진 보도 등을 가로막고 나서는 등 기자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역행하는 듯 한 행보에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기자사회가 보다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