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10편
박미석 청와대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제출 한겨레…
한겨레신문 최현준 기자
<취재보도 부문>
#청와대 박미석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4월24일 오후 5시, 인천 영종도에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농지 관련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며칠 전 박미석 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확인서를 떼어갔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복귀를 늦추고 다시 취재가 시작됐다. 이틀 동안의 취재로 박 수석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태에서, 박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거짓 확인서까지 떼어갔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농지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데 이어 이를 허위 서류로 덮으려 했다는 사실까지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취재했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 일일이 다시 확인했다. 몇 차례 허탕을 친 끝에 나흘 전 박 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이른바 ‘자경확인서’를 떼어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서 사본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박 수석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만 담았던 초판 기사를 키워 허위 확인서까지 제출했다고 보도할 수 있었다. 확인서 사본까지 사진으로 실린 기사는 큰 파급력을 갖고 여러 언론에서 후속 보도됐다. 결국 박 수석은 <한겨레> 보도가 있은 지 일주일여 만에 수석직을 내놓고 사퇴했다.
4월말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 목록이 공개된 뒤 <한겨레>에는 재산 검증팀이 꾸려져 의심이 가는 몇몇 인사들을 뽑아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 박 수석 뿐만 아니라 상당수 수석들이 현행법을 어기거나 국민 상식에 어긋난 방법으로 재산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뿐 아니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듯이 박 수석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최근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한달 넘도록 국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이미 청와대 내부 인사에서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또 다시 내각 교체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부디 이번만큼은 능력과 양식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내각을 꾸리길 바라며 <한겨레>는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무용계의 말도 안되는 논문들 국민일보
국민일보 이도경 기자
수습 딱지를 뗀지 1년도 되지 않아 너무 큰상을 받았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하지만 사건팀 전체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사실 사건팀에 몸 담아본 기자라면 막내들이 이정도 기획을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 캡을 비롯한 팀 전체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의 상으로 기쁘게 받겠다.
무용계 논문에 대한 기사는 “강수진 10명 나와 봐야 이론적 토대를 이루는 논문 등 연구 저작물들이 엉터리라면 우리 무용계는 암울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실제로 무용계에서 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논문들 중 인용할만한 논문이 없어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무용계 전체가 모래성처럼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
수많은 예체능계 논문들이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다뤄진 적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용계가 매우 심각하다는 본보 문화부기자의 제보가 있었다. 지도교수에 대한 ‘용비어천가식’ 논문이 학위논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표절, 이중게재, 대필 등 각종 논문과 관련된 비도덕적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용계 논문을 적나라하게 세상에 드러내면 다른 예체능계 전체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획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취재를 해보니 마치 ‘뻘’ 같았다. 도대체 어느 논문이 뭘 베꼈는지 증명하기 어려웠다. 최근 나온 논문을 추적해 들어가면 80년대 쓰인 저작물까지 들출 수밖에 없었다.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표절에 혀를 내둘렀다. ‘무용계 분야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은 취재를 하면 할수록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심지어 예체능계 전체를 연중기획으로 다뤄도 손색없겠다는 욕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이론 전공하는 사람들이 왜 믿고 인용할 만한 논문이 없었는지 문외한인 기자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후 조금이나마 무용계에서 변화의 씨앗이 움트는 것을 볼 수 있어 큰 기쁨이었다. 당장 여러 무용과 교수들이 논문을 쓰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작성법에 대한 재교육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2009년 봄, 새로 나올 논문들에 우리 기사의 흔적이 조금이나마 보이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시사기획 쌈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 KBS
<취재 후기> KBS 시사보도팀 나신하 기자 (기획보도 방송부문)
지난 대선 당시, 대형교회 목회자와 보수적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사상 3번째 장로 대통령 만들기가 공공연히 진행됐다. 장로 출신 대통령의 탄생에 보수적 교계는 열광했다. 대통령의 교회 출석 인사가 주요 공직에 진출하고, 교계 원로 등을 중심으로 기독교 정당의 국회 도전이 강력하게 진행되는 등 개신교계에 정치 바람이 불었다. ‘정치권과 교회가 표와 영향력을 주고 받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로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둘 사이의 공생 관계, 혹은 영향력 교환 실태를 검증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종교 취재는 금단 혹은 금기의 영역으로 불린다. 취재 거부로 인해 시설 내부에 대한 물리적 접근은 물론 기초 정보 확인도 어렵다. ‘몰래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취재는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의 신뢰도와 공정성, 그리고 종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몰래 카메라 사용을 배제하고 공개 취재 방식을 택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발언을 역추적했다. 석 달간의 광범위한 탐문과 탐사, 자료 검증을 통해, 집중 취재 대상을 압축해나갔다. 구성작가, 리서처와 함께, 대선부터 총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주요 목회자와 정치인들의 행적을 분석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됐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수백 개의 영상·음성 자료를 저인망식으로 재확인했다.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목사들의 공격적인 설교, 대형 예배당 안에서 머리를 숙이며 표를 요청하는 대권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등이 확인됐다.
종교인들은 보편적으로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교계의 입을 열기 위해서, 취재팀은 최대한 열린 자세를 견지했다. ‘비판’이 아니라 ‘재현’과 ‘진단’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통상적인 ‘옳고 그르다’의 차원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해보자’라는 자세로, 종교단체들을 설득했다. 교리와 교회 관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설득한 끝에, 대형 교회 내부의 각종 행사와 정치인들의 목회자 방문 현장, 개신교계의 국회 도전 과정 등, 일반인에겐 낯선 교회와 정치의 교류 현장을 근접 포착할 수 있었다. 하루걸러 빈번하게 진행된 새벽 촬영과 두 달 가까이 휴일을 거의 반납한 강행군 취재의 결과였다.
제작 과정에서도 열린 결론을 지향했다.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되, 판단은 시청자에게 믿고 맡기는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주장을 배제한 채, 취재 영상과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종교와 정치는 창조적 긴장관계여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사회적 반향은 시청률로 확인됐다. 드라마가 주도하는 저녁 시간대의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당시, 역대 최고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타 채널 드라마 2개 시청률을 웃돌았다. 교계 주요 언론들도 잇따라 관련 내용과 파문을 전했다. 종교 관련 시사프로그램이 숙명처럼 맞닥뜨렸던 집단 반발은 없었다. 열린 취재와 열린 결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 性賣買 호텔 운영 부산M…
취재후기: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 性賣買 호텔 운영’의혹
부산mbc 보도국 보도제작부 박상규
‘어청수 경찰청장의 동생 호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고 해서 경찰청장의 실명까지 거론할 수 있는가?’
‘경찰청장 동생은 룸살롱 영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보도로 인해 호텔을 부도나게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언론사 취재동향을 정보형사가 챙기는 것은 모든 기자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보도가 아니라 취재직후부터 취재원과 보도국 안팎에서 제기된 문제였다. 경찰 정보라인을 통해 이미 취재사실이 모두 노출된 상황. 취재진은 사실 확인 작업과 함께 진심 어린 걱정은 달래고, 문제제기로 잘 포장된 외압과는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보도를 준비해야 했다.
특히 지역 언론사로서 사정라인 빅5 가운데 1명인 경찰청장과 관련한 취재를 하는 것은 그 시작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만큼 더 철저한 취재를 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가볍지 않은 짐을 짊어진 채 취재와 보도를 해야 했다.
4월 말 부산mbc의 첫 보도이후 그 파장은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보도와 관련된 경찰조직 구성원이나 부산시민들 사이에서만 ‘경찰청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회자된 것이다. 그러나 5월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대규모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보도내용이 이슈화되었고 보도이후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일부 중앙일간지와 인터넷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지역 언론의 한계, 인터넷과 네티즌의 힘, 정확한 보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경찰청은 부산mbc 보도이후 한 달여 만에 같은 내용이 중앙일간지와 인터넷매체 등에 보도되자 ‘경찰청장의 동생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피해자’이며 ‘정보형사들을 동원해 기자들의 뒷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사실은 최대투자자인 경찰청장의 동생이 거액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호텔 건립 사업 자체가 중도에 좌초했을 것이고, 호텔 운영 수익의 상당부분이 룸살롱 손님들이 지불한 객실요금이란 것이다. 더구나 투자자에 불과하다던 경찰청장의 동생은 보도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호텔의 운영권을 놓고 동업자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 경찰이 언론사의 취재동향과 기자의 신상정보를 확인해 경찰청장에게 보고한 사항은 이미 관련자료를 근거로 한 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달여 기간, 고민을 함께 하며 좋은 리포트를 제작한 사회부 조영익 기자와 민감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보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이희길 보도제작부장님, 그리고 윤주필 사회부장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컷던 아내에게도 ‘경찰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마다 늘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동아대 총장 비리 단독보도와 감사결과 보도 부산일…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동아대 총장 관련 첫 보도는 1월이었고, 지금도 검찰수사와 관련해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학 주변으로 퍼진 소문이 몇 달간 보도가 쏟아지면서. 유력대학 총장의 낙마는 물론 사법기간의 심판까지 받는 상황으로 발전됐다.
동아대 총장이 박물관장 시절 발굴용역과 관련 거액의 과다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문. 소문을 기사로 요리하기 위해서는 ‘팩트’라는 재료가 필요했다. 팩트를 얻기 위해선 많은 발품을 팔아야 했고, 이런 노력을 위해서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확신을 얻기 위해 문화재발굴사업에 대해 공부했고, 대학 주변으로 취재 아닌 취재를 해야 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발품을 팔아야겠다는 확신을 했던 게 첫 보도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이 되었다.
소문을 사실로 확인한 뒤 이뤄진 첫 보도로 개인적 비리가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총장은 자신의 자리를 고수했다. 이 때문에 전선은 지루하게 길어졌다.몇 달 뒤 모든 것이 드러나면서 교육부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검찰은 압수수색에 계좌추적까지 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자들은 첫 보도에 주력하지만 후속보도에는 소홀한 성향이 있다. 데스크를 비롯한 선배들의 격려와 채찍질로 이번 기사에서는 이런 나태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력 사립대학의 총장이 자신의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그는 한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며 언론을 원망했다. 과다계상 금액이 수억 원에 달하지만 남들 다하는 것이고, 나아가 이를 유용한 것까지 제자들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게 변명의 요지였다. 검찰수사에서 그의 변명이 어떻게 드러날 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사회지도층이 자신의 비리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우리 사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춘 지도층을 원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당시 총장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타인의 도덕불감증은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의 불감증은 깨달지 못하고 있는 덜 성숙된 지도층의 도덕성.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이번 기사가 보탬이 됐기를 기대한다.
몇 달간 한 가지 사안을 발전시키면서 기사화하는 것은 편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다시한번 사회부 동료를 비롯한 부산일보 모든 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나비․곤충 세상을 깨우다 KBC광주방송
KBC보도특집 <나비․곤충, 세상을 깨우다> 제작 후기
박도민(KBC광주방송 카메라기자)
그동안 방송 보도와 다큐, 국내 신문 보도 등을 통해서 곤충을 활용한 신물질 개발 성공에 관한 단편적인 보도와 친환경농법으로서의 천적 농법 등에 대한 단순 소개는 간간히 다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유용 곤충자원의 활용가치와 미래 산업으로서의 전망 등을 다룬 본격 보도다큐로는 본 프로그램이 한국 방송 사상 최초의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로 남는다.
1mm 내외의 작은 곤충들이 빚어내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영상에 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다림이 필요했다. 칠리에리 응애가 점박이 응애의 알과 성충을 잡아먹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투자한 기다림은 워밍업에 불과했고
함평 나비연구소에서 나비가 우화하는 모습을 잡느라 꼬박 6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워낙 온도에 민감한 녀석들인줄 모르고 제작진이 테입을 갈기 위해 출입문 한번 열었던 것이 그만 꼬박 3시간을 더 기다리게 만든 원인이 돼버린 것이다. 6시간의 기다림 끝에 우화를 끝낸 나비가 젖은 날개를 말려 생애 첫 날갯짓을 하는 모습을 담았을 때의 짜릿함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에 이은 세계 3대 천적생산국, 유용곤충자원을 활용한 세계 생명공학연구의 선두주자, 모두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곤충을 소재로 한 우리의 연구개발 노력은 이미 탄력을 받은 상황이고 로봇개발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보다 후발주자임이 사실이다. 우리 프로그램이 이런 국내외 사정을 지각하게 하고 유용곤충자원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인식을 전환하는데 유익한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입사 동기이자 친구인 고 천명범 기자를 잃었다. 제작 후반 일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과로사로 유명을 달리해 그를 아끼던 많은 사람들의 넋을 빼놓았던 사람 좋았던 친구, 일에 대한 열정으로 늘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동료애로 항상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던 고 천명범기자, 천기자에게 기쁜 소식 전할 수 있어 더없이 고맙고 제작에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의 고마움도 잊지 않을 것이다.
‘돈 공천 의혹’ 양정례, 뒷구멍 소환 뉴시스
수상소식을 접하고 ‘아이러니’ 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불과 몇 주 전, 수상의 영광을 얻은 이 사진 덕분에 자사 법조팀 4명이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으로부터의 각각 1개월간 취재거부와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촬영제한구역에서의 취재와 보도가 그 이유였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지고 온 상반된 결과.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그날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지난 4월 23일. 돈 공천 의혹을 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양정례 모녀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한동안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까지 했던 터라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현장에 도착, 먼저 와서 기다리던 후배 유동일 기자에게 수십 분전 김노식 의원이 취재진을 피해 조사실로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양정례 모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난, 두 명이나 입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후배에게 현장을 맡긴 뒤 취재진에서 빠져 나왔다. 어설프게 만들어본 시나리오에 따라 우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조사실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들키지 않고 청사 안으로 올라가기엔 이 길이 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 분 뒤 어설픈 시나리오는 현실이 됐고, 취재진을 따돌린 채 조사실로 올라가던 양정례 모녀의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겨졌다.
그곳이 촬영제한구역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마감을 위해서 1층 입구로 돌아왔을 때였다. 취재진에게 양정례 모녀의 출두 소식을 알리고 노트북을 폈을 때 쯤, 한 방송국 카메라기자 선배 한 분이 내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 곧이어 서울중앙지검 기자단 간사가 찾아와 검찰 측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도자제요청을 했다. 4년차 사진기자인 나로선 처음 겪는 상황이었던 탓에 현장에 있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했다. 조금씩 의견차는 있었으나 사진기자들과 검찰 간 촬영제한구역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자사 데스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데스크에 보고를 마치고 회의결과를 기다리며 모든 전송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의 보도자제요청으로 회의는 길어졌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양정례 모녀의 출두장면은 각 일간지와 포탈사이트로 전송됐다. 그리고 얼마후 법조팀이 징계위원회에 회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번 취재로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취재시스템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향하는 피의자 혹은 참고인에 대해선 취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조사실로 가는 경로는 검찰이 결정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피의자 소환 과정은 검찰 측에서 미리 시간을 알려주고 친절하게 취재진을 앞을 지나 조사실로 올라가게 되지만, 그렇게 길들여진 취재진이 더 쉽게 검찰에게 농락당할 수 있다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다.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과 기자단의 징계 원칙에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사에서는 법조팀이 징계에 회부된 후 모 방송사의 유사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모 방송사의 촬영제한구역에서의 영상취재와 보도를 인정하면서도 수사관의 제지에 응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고, 3개의 회원사와 요청에 의해 제공된 사진을 게재한 6개사가 포함된 검찰기자단 또한 자사에만 징계 처분을 내리는 모순을 범하고 말았다. 공정하지 못한 징계의 다른 이름은 바로 탄압일 것이다.
‘우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따르는 스스로의 도덕적 결단과 실천을 통해 진실한 보도와 건전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적으로 중요하고 관심 있는 사실에 대한 모든 국민의 알고 볼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우리의 최우선 임무로 삼는다.’
‘우리는 언론 자유가 모든 국민들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로서 보호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며 모든 자유의 기초임을 믿는다.’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에 의한 사진취재권의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이를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상회복 때까지 회원 모두의 힘을 합쳐 대처한다.’
한국사진기자협회 윤리규정 서문과 1, 3항의 내용이다. 꼭 사진기자가 아니더라도 위 내용에 대해선 공감하리라 믿는다.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부분들임에도 불구하고, 협정과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그 안에서 안이함만을 찾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
수상의 영광을 뉴시스 법조팀 이현준 팀장, 배혜림, 박준형, 정준호 기자에게 돌립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관련 그래픽뉴스 특집 연합뉴스
연합뉴스 전승엽 기자
4월은 우리에게 아주 바쁜 한 달이었다.
18대 총선이 코앞에 있었고, 또한 한국 최초 우주인이 우주를 향하는 날도 초침이 보일 정도로 다가와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모든 분야를 아우러야하는 그래픽기자에게 세간에 화제가 되는 덩치 큰 이슈들이 있을 때면 그야말로 혹하나 더 단 격이라 할 수 있다.
우주인 관련 특집기사를 맡은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 3명은 긴 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방대한 규모의 한국 최초 우주인 사업을 3개의 꼭지로 축약 시켜 제작에 들어갔다.
글이나 사진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우주선 발사부터 우주정거장(ISS) 도킹, 지구 귀환까지 과정을 항공우주연구원과 국제 사이트 자료 비교분석 취재를 통해 세세하게 풀어냈고, 그 동안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주변 시설을 상세하게 풀어나갔다.
심지어 모 항우연 관계자는 전문가조차 답하기 난해한 내용까지 끈질기게 파고드는 기자에게 난감해 할 정도로 절대 오차를 줄이기 위한 fact와의 시간 싸움은 계속됐다.
아직까지 언론사들에서 조차 생소한 그래픽뉴스는 이렇듯 예술분야의 창조적 작업이나 글기사를 보충해 주는 보조 개념이 아닌 'Fact' 그 자체의 또다른 전달수단이자 치열하게 취재하고 분석하여 비주얼로 풀어내야 하는 기사 그 자체이다.
발사 4일 전, 매체들은 우주인에 대해 수많은 정보들을 뿌렸다.
우리 또한 그 동안 준비를 통해 ‘한국 최초 우주인 우주비행에서 귀환까지’등 총 3건의 그래픽기사를 송고했고, 다음날, 통신사의 특성상 각 신문들이 우리 기사를 줄줄이 전재한 것을 보며 그간의 노력이 많은 독자에게 전달됨에 보람을 느꼈다.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도 이번 상을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라는 채찍으로 알고 더욱 좋은 기사를 제작하겠다.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MBC…
MBC PD수첩 김보슬PD
올해 초,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한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언론들은 그 동영상을 뉴스로 다루었다. 하지만 이 뉴스는 당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는 되지 못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모습들은 충격적이었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리 주목하지 못했다. 도 당시 이 동영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을 만든 사람들과 접촉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하지는 못했다. - 이 동영상이 미국의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만든 이른바 ‘앉은뱅이 소(Downer Cows) 동영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의 공식사절로 참석하는 사람들의 명단에서 낯선 이름이 발견되었다. 미국의 한 이익단체 회장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러 방문한다? 그것도 미국을 대표하는 공식사절의 일원으로? 은 그의 방문을 주목했지만 당시에는 한국 내에서 그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고 돌아갔는지 구체적인 활동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 그는 바로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의 회장이었다.
4월 초, 은 한 미국인 여성의 죽음에 주목했다. 아레사 빈슨. 미국 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의 죽음에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전히 최종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시 가족들과 현지 언론, 그리고 그녀를 진료한 의사는 그런 의심을 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압력을 받고 있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는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였다.
만약 협상 결과가 지금과 같이 않았다면 어땠을까. 의 방송도 힘이 빠졌을 것이고, 온 국민이 손에 손을 잡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1편을 제작할 때만 하더라도 협상의 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욱이 2편을 제작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또 예상치 못하게 발화점이 되었다고 평가받게 되었다. 특종보다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점보다는 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거라 생각하니 다시 또 부끄러워질 뿐이다.
하나의 바운더리로는 묶여지지 않는 집단이 있다. 교집합의 영역이 과감한 신축성을 가진다. 때로는 과감한 단결력을 과시하다가도 때로는 자석의 극과 극처럼 밀어내는 본능을 끄집어내곤 한다. 언론이라는 이름하에 공존하되 늘 구분짓기를 바라는 기자와 PD에 대한 단상이다.
기자협회에서 상을 준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잠시 고민했었다. 많은 이들이 방송 후 을 격려해주셨다. (혹자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정국’의 배후와 괴담의 근원지로 아직도 을 지목하기도 한다.) 사실 방송이 나간 후 더 많은 정보와 숨겨진 사실들이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와 보도로 밝혀졌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알 권리와 소통에 힘쓰라는 격려로 이 상을 감사히 받겠다.
외교한다고 南美 간 의원들 ‘마추픽추’ 관광은 필…
“마추픽추는 신비스런 고적지였습니다. 산비탈에 석조물을 쌓고 비를 모아 농사를 짓는 모습이 어쩐지 동양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것 같았어요. 개발이 좀 덜 된 것 같아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7대 국회에서 페루 마추픽추로 의원외교를 다녀온 A의원의 말이었다. 남미 체류가 처음이었다는 A의원은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이어지는 해외활동에서 큰 문화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정작 의회 간 교류활동에 관해서는 별로 기억나는게 없는 듯 했다. 자신이 만난 페루의 의회 지도자들의 이름조차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외유성 해외활동은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아 타성으로 자리잡은 문제다. 취재팀은 기존 보도와의 차별화를 위해 예산 낭비와 보고서 부실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기로 했다. 국회사무처에 ‘17대 국회의원 해외활동 내역’에 관한 정보공개청구와 관련 회계자료 열람을 신청하며 기나긴 취재는 시작됐다.
150여건의 보고서와 그에 달린 수 천페이지의 회계장부를 분석하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보고서를 샅샅이 뒤져 다른 보고서를 베끼고 또 베끼는 행태를 발견했다. 회계장부에서는 영수증 기록에 남겨진 조그만 단서를 추적해 사우나ㆍ사파리ㆍ렌트카 이용을 세금으로 충당한 사실과 부부동반 사실을 찾아냈다. 교민, 여행사, 대사관, 전 코트라와 상사 주재원을 대상으로 현지취재를 해 의원외교 백태에 대한 증언을 받아냈다. 시차관계로 현지취재는 새벽까지 계속됐다.
취재팀의 전화를 받은 많은 국회의원들은 현실론을 내세웠다. “의원외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은 사실 거의 없다”, “평소에 못 가보는 나라에 가 색다른 문물을 체험하면 입법활동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는 논리였다.
국회의원들의 현실론 속에는 무기력감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수준의 해외활동을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무했다. 부부동반으로 외교활동을 했던 의원들은 “선거 기간동안 고생한 와이프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다”며 “경비는 개인적으로 처리했으니 문제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감시받지 않으면 썩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랜 교훈 중 하나다. 걸어다니는 헌법기관 국회의원은 행정부의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쓰는 예산은 누구로부터도 감시받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감시받지 않기에 취재팀은 수천페이지의 회계장부를 직접 뒤져야 했다.
이번 보도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시한 의원들이 많았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했다. 쇠고기파동으로 국회가 외교활동은 커녕 기본적인 입법활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 국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과제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직감한다.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기에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