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김보슬PD
올해 초,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만든 한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언론들은 그 동영상을 뉴스로 다루었다. 하지만 이 뉴스는 당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는 되지 못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모습들은 충격적이었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리 주목하지 못했다. 도 당시 이 동영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을 만든 사람들과 접촉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가늠하지는 못했다. - 이 동영상이 미국의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만든 이른바 ‘앉은뱅이 소(Downer Cows) 동영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의 공식사절로 참석하는 사람들의 명단에서 낯선 이름이 발견되었다. 미국의 한 이익단체 회장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러 방문한다? 그것도 미국을 대표하는 공식사절의 일원으로? 은 그의 방문을 주목했지만 당시에는 한국 내에서 그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고 돌아갔는지 구체적인 활동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 그는 바로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육우협회의 회장이었다.
4월 초, 은 한 미국인 여성의 죽음에 주목했다. 아레사 빈슨. 미국 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의 죽음에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전히 최종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시 가족들과 현지 언론, 그리고 그녀를 진료한 의사는 그런 의심을 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압력을 받고 있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는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로 였다.
만약 협상 결과가 지금과 같이 않았다면 어땠을까. 의 방송도 힘이 빠졌을 것이고, 온 국민이 손에 손을 잡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1편을 제작할 때만 하더라도 협상의 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더욱이 2편을 제작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또 예상치 못하게 발화점이 되었다고 평가받게 되었다. 특종보다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점보다는 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거라 생각하니 다시 또 부끄러워질 뿐이다.
하나의 바운더리로는 묶여지지 않는 집단이 있다. 교집합의 영역이 과감한 신축성을 가진다. 때로는 과감한 단결력을 과시하다가도 때로는 자석의 극과 극처럼 밀어내는 본능을 끄집어내곤 한다. 언론이라는 이름하에 공존하되 늘 구분짓기를 바라는 기자와 PD에 대한 단상이다.
기자협회에서 상을 준다고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잠시 고민했었다. 많은 이들이 방송 후 을 격려해주셨다. (혹자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정국’의 배후와 괴담의 근원지로 아직도 을 지목하기도 한다.) 사실 방송이 나간 후 더 많은 정보와 숨겨진 사실들이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와 보도로 밝혀졌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알 권리와 소통에 힘쓰라는 격려로 이 상을 감사히 받겠다.
회차 심사평
제212회 전체 총평
제21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4월에는 검증 및 비리 고발 보도가 특히 많았다. 뜨거웠다. 기사들도 그랬지만, 심사위원회의 논의도 뜨거웠다. 모두 39건(특별상 포함)이 출품돼 1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모두 8편이 출품된 취재보도부문에선 강부자-고소영 내각 검증을 다룬 두 작품을 비롯해 모두 4편이 결선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한겨레 24시팀(최현준, 하어영, 길윤형 기자)의 ‘박미석 청와대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제출’ 한 편만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발품을 팔아 박미석 수석이 제출한 자경확인서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 박수석의 퇴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시 한 번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김병국 수석 등의 재산을 검증한 KBS 탐사보도팀의 작품과 문화일보의 ‘양정례 당선자 허위경력 및 특별당비’ 기사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아깝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 부문의 ‘무용계 말도 안되는 논문들’(국민일보 이도경, 김아진 기자)은 무용계 학위논문의 충격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지도교수에 대한 상찬이 학위논문으로 통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은 충격적이었다. 중앙선데이 특별취재팀의 ‘외교한다고 南美 간 의원들-마추픽추 관광은 필수 코스’는 그동안 많이 다뤄진 소재라도 어떻게 ‘접근’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원 외교 활동의 제도적 개선문제 까지 다룬 폭넓은 시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송 기획보도 부문의 KBS 나신하 기자와 신동곤 기자의 ‘시사기획 쌈-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는 시의적절한 기획으로 개신교계와 정치와의 연계 관계와 이에 대한 교계의 시각을 교회 관계자들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잘 포착해냈다. 전달력과 호소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완성도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취재부분에서는 ‘부산’에서 수상작 두 작품을 모두 냈다. 동아대 총장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의 ‘동아대 총장 비리및 감사 보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동아대의 ‘총력로비’를 뚫고 4개월 이상 집요하게 파고든 기자정신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부산MBC 박상규·조영익· 김효섭 기자의 ‘어청수 경철청장 동생, 성매매 호텔 운영’ 보도는 그 파장이 컸던 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논의도 뜨거웠다.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연관 정도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지만, 용기있는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라는 점에 다수 위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인 ‘나비, 곤충 세상을 깨우다’는 KBS 광주방송 천명범 기자(박도민 기자 공동수상)의 유작이 됐다. 곤충을 이용한 친환경농법 등 곤충의 산업화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사진기사 ‘돈 공천 의혹 양정례, 뒷구멍 소환’(이동훈 뉴시스 사진부 기자)은 취재진을 피해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는 양정례 당선자와 모친을 잡은 한 컷이 사건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양당선자 등에 대한 범죄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양 씨 모녀를 범죄인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역시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한국 최초 우주인 관련 그래픽뉴스 특집’(연합뉴스 전승엽, 김토일, 박영석 기자)은 알기 쉽고 뛰어난 그래픽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그래픽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예심 때 일부 심사위원들의 발의로 추천된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만장일치로 특별상에 선정했다. 시의적절한 기획과 보도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무엇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의 부당한 공격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후속편 등을 제작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국민의 알권리에 앞장서야 할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되레 뉴시스의 양정례 당선자 검찰 출두 사진 보도 등을 가로막고 나서는 등 기자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역행하는 듯 한 행보에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기자사회가 보다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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