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국가무선 통합망(TRS 사업) 문제점 보도 내일신문
취재후기-내일신문 전호성 기자
2004년 3월 국내 무선통신업체에서 ‘외국업체가 한국 무선통신망 싹쓸이’ ‘국가재난무선망 외국제품 독점, 수백개 국내통신업체 문닫는다’ 는 내용의 민원이 청와대에 제기됐다.
대구지하철화재사건을 빌미로 국가무선통신망 시스템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감사원보고서.
이를 계기로 감사원 정통부 국무조정실 행자부가 나서 전국 1440여개 기관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 교체작업에 나섰다. 실무 책임기관은 행자부 산하 소방방재청이 맡았다.
검증되지 않은 외국시스템이 한국무선통신시장을 휩쓸었고, 국내수백개 업체가 도산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제기한 민원은 묵살됐고 노무현 정부 실세가 개입됐다는 첩보가 나돌기 시작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조정실, 경찰청 직원들이 내부 보고서를 썼고, 이때부터 ‘국가무선통합망(이하 TRS 사업)’사건을 취재 보도하기 시작했다.
내일신문은 ‘3조5000억원 혈세낭비’ ‘긴급재난시 무용지물’ ‘기술종속과 정보해외유출’ 등을 골자로 2004년 5월부터 보도를 시작했다.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국가재난용 무선시스템 구축예산은 3500억원으로 기간은 2년이었다. 참여정부는 감사원과 중앙부처 막강한 힘을 내세워 지자체들에게 TRS 구축을 강요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예산은 3천50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다시 3조 5000억원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주먹구구식 국책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취재는 어렵고 힘이 들었다.
VHF, UHF, TRS 등 다소 생소한 전문용어들을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다. 전문가들과 대화하기 위해 무선통신, 우리나라와 해외 주파수대역을 검토했다. 우리나라보다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재난관리청을 찾아가 재난무선시스템을 조사했다.
모토로라라는 외국기업을 상대로한 취재는 쉽지 않았다. 불리하면 대화의 창을 닫았고 변호사를 통해 소송으로 대응했지만 모두 승소했다.
경찰은 모토로라가 경찰무선시스템을 독점하도록 빗장을 열어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일신문이 담합의혹을 보도하자 2년 만에 담합혐의로 1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소방방재청이 300억원을 들여 국가통합망 시범사업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 예상된 결과였다. 내일신문은 전문가들과 함께 시범사업 설계도면을 놓고 밤을 지새우며 원인을 찾아냈고, 대안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2008년 3월 13일 감사시작 6개월이 지나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정회사 독점과 예산과다 투입 등 문제가 있어 통합망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사업추진 방식의 재검토 방안을 마련하라’는 감사결과를 국무조정실 등 관련기관에 통보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4년 동안 내일신문이 51차례 보도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고 감사원 고위간부는 “내일신문이 국가 혈세 3조 5000억원을 수렁에서 건졌다”고 평가했다.
일반인들의 관심이 없는 기술분야, 하지만 막대한 혈세가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기술전문분야 국책사업의 한 부분을 검증한 계기였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기준으로 수백개에 달하는 국내무선통신기업이 문을 닫았지만 이들에게 다시 새로운 일자리와 기술개발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잔혹한 납치시도’외 2건 SBS
SBS 사회2부 조성현
「‘잔혹한 납치시도’외 2건」
혜진, 예슬이 유괴 살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주말 오후였다. 제보 전화를 받던 후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느 아파트라고요?” 일산의 한 아파트 주민이라고만 밝힌 남자는 대화를 오래 끌지 않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성추행범 제보를 기다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는 전화 한 통은 그렇게 3월의 마지막 날을 뜨겁게 달군 보도의 단초를 제공했다.
피해 어린이의 부모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부모는 오로지 범인을 빨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제보 전단을 만들기 위해 직접 관리사무소에서 복사한 CCTV를 공개했다. CCTV 화면을 확보한 뒤 SBS 보도국은 분주해졌다. 납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충격적인 화면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기도 했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끔찍한 범행을 고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CCTV 화면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리포트와, 경찰의 안이한 초동 대응을 파헤치는 리포트, 비슷한 상황에서 어린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리포트에 6명의 기자가 매달렸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경찰이 단순 폭행으로 사건을 대충 넘기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취재팀 전원이 치를 떨기도 했다.
파장은 컸다.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은 부랴부랴 수사팀을 대폭 확대해 범인 검거에 나섰고, 유세 중이던 국회의원 후보들이 수사본부를 찾았다. 다음날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책한 대통령은 급기야 현장을 찾아 “빨리 범인을 잡으라”고 호통쳤다.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경찰은 납치 범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범인은 곧 잡혔고 세상은 다시 평온해졌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불안하다. 마침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들이 성인 음란물을 따라하다가 동료 학생들을 성폭행까지 하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상급기관인 교육청은 이를 쉬쉬하려고 하고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를 할 때마다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은 피할 수 없다.
이번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 사건 보도는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기사였지만, 개인적으론 다시 뉴스에서 보고 싶지 않은 뉴스다. 사회가 질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불안에서 해방된다는 것이 아닐까. 딸이 받을 충격을 감수하고, CCTV 화면을 전국에 공개한 피해 어린이의 부모가 내린 결단이 소중한 촉매 역할을 했기를 기대해본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조선일보
첫 보도가 나간 지난 3월 3일 아침. 부산에 계신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무척 화가 나신 목소리였습니다. “너 지금 제 정신이냐. 중국 경제를 취재한다더니 어찌된 일이냐.” 탈북자 취재를 시작하면서 외국 출장이 잦았습니다. 그 때마다 부모님께는 출장 이유를 그럴 듯하게 둘러댔습니다. 한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어머니는 섭섭함을 말했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새벽이면, 어머니는 끔찍함에 가슴을 부여잡고 전화를 거셨습니다. 요새 어머니는 이른 새벽에 눈을 뜬다고 하십니다. 배달되는 신문을 통해 외아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입니다. 재작년부터 부쩍 늦잠이 느셨다고 했는데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어머니가 떠오른 까닭입니다. 수상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마라.”
다음 주말엔 아내와 함께 부산을 찾아갈 생각입니다. 부모님을 만나면 거짓말에 대한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10개월간 중국과 북한의 국경마을에서 월세를 살았습니다. 그동안 북한 군인이 개입된 인신매매와 마약밀매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탈북자 신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태국에 이르는 전 과정도 동행 취재했습니다. 밀입국 횟수만 여섯번입니다. 러시아에 숨겨진 북한 자치구, 벌목소도 찾아갔습니다. 아슬아슬한 취재를 하면서 중국 군인과 경찰, 라오스 경찰에 세 번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빠져나왔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난 탈북자의 수는 300명이 넘습니다. 그들이 조국을 등진 사연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인신매매 시장에 내던진 윤희씨. 중국 농가에서 씨받이로 살아가는 옥순씨. 자유를 찾아 중국과 라오스 국경을 몰래 넘었던 영화씨. 러시아 벌목소를 빠져나와 모스크바를 떠도는 만수씨. 그들은 모두 어머니를 말하며 통곡했습니다.
아마 저희 어머니도 탈북자의 현실을 들으시면 저를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들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또 상금의 일부를 탈북자 인권단체에 기부한 것도 “잘했다” 칭찬하시리라 믿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보도 이후, 탈북자 인권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늘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나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요청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북한 인권문제를 올해 6대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정부도 북한 인권교육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탈북자의 미국 정착을 돕기로 했고, ‘북한 인권 재승인 법안’은 미국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런 성과도 어머님께 자랑하겠습니다.
수상의 기쁨은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서 같이 지냈던 정인택 PD, 한용호 AD 등 다큐멘터리 스텝들에게 돌립니다. 또 믿고 맡겨주신 김창기 편집국장, 김형기 부국장, 이종원 부장, 방정오 팀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탈북자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준 안용현, 안준호, 박수찬 등 편집국 동기와 후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취재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두리하나선교회와 천기원 목사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국경 마을에 계실 이웃 분들께도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이학준기자
도청과 통화하면 녹취당한다 경인일보
경인일보 전상천 기자
'광우병에 걸린 빅브라더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
영국의 유명 소설가인 조지 오웰의 '1984'.
그는 일찌기 '빅브라더'를 통해 권력자가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텔레스크린'을 사용해 개인의 사적공간인 화장실까지 감시하는 등 정보독점으로 완벽히 사회를 통제한다고 설파했다.
이는 개인의 사적 생활공간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도 '빅브라더스의 탄생'이 예감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12년까지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등 모든 행정기관의 행정·전화망을 하나로 묶는 '단일행정전화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단일행정망에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와 국가기밀 등이 모두 담겨져 있어 시스템 접속권한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 녹취서버만 연결하면, 경기도 등 모든 행정기관 내/외부에서 전화를 걸거나 걸려오는 전화의 모든 대화내용을 도·감청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민원인과 공무원들간의 전화내용을 사전 공지없이 녹취하는 등 지자체별로 도·감청을 자행하다 경인일보 보도로 외부에 알려진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또 단일행정전화망은 공무원들의 근무실태 감시도 가능하다.
특히 외부에서 인터넷전화 해킹 등의 수법으로 단일행정망의 자료를 빼가거나 전화통화 내용을 엿듣는 게 가능할 정도로 보안성에서도 큰 '취약성'을 띄고 있다. 해킹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게 정보통신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단일행정전화시스템의 운영 원칙 및 보안성 등에 대한 대안도 없이 우선 추진하고 보자는 '무대포'로 일관하고 있다.
IT기술의 총화로 만들어진 행정망은 자칫 '구멍이 숭숭 뚫리는 광우병'에 걸린 '빅브라더스'가 될 것 같아 더욱 두렵다.
단일행정망 구축으로 생명을 얻은 '빅브라더'가 우리의 생각을 엿볼 수 없도록 대응이 필요하다.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우리'가 제대로 해야한다.
그들도 우리이웃...철거민 대전CBS
"그들도 우리이웃...철거민" <대전 CBS 신석우 기자>
대전 유성 서남부권 택지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추운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 대전의 현실에 비춰볼 때 선뜻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특히 그 동안 각종 개발 속에서 정작 원주민들은 소외되고 일부 계층에만 수익이 몰리는 부조리함을 알고 있었던 만큼 이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어둡고 그늘진 현실을 심층적으로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철거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의 애환을 깊이 파고 들어갈 수록 개발 과정에서의 그늘은 악순환의 고리로 얼룩져 있었다.
더욱이 대전은 지난해 6월 현재 202곳이 택지개발을 비롯해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택재건축 사업 지구로 선정돼 사업이 추진되거나 추진을 앞둔 상황인만큼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도심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물론 이 같은 고리를 끊을 필요성 역시 제기되고 있었다.
택지개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당한 수익,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받는 원주민들, 수익의 향방을 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개발을 앞둔 택지를 사들이거나 농지 등을 불법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이들 지방의원들과 철거민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부조리한 면을 기사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이 같은 취재는 대전 노은 2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토지공사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사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각 공정 단계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을 돌며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토공의 불.탈법을 확인,보도하게 됐다.
잘못을 인정하던 토공이었지만 이후 잘못을 인정한 당사자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진행되고 민원인들에게 더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 취재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각 사안에 대해 취재의 기본인 팩트(fact)를 하나 하나 챙기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해준 보도국장과 취재팀장 등 선배들의 충고가 이번 취재의 큰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