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을 공개합니다’’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김민경 기자
10년 전만 하더라도 ‘과거사’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상규명 발표한 사건들도 중요한 보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과거사위인 진실화해위가 2010년 12월로 활동을 종료한 뒤에는 재심 무죄와 국가배상판결은 이따금 단신으로 나올 뿐이었습니다.
조작간첩 사건 같은 과거사의 문제점이 ‘상식’이 된 것은 다행이지만, 재심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 배상을 받아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픕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반성과 이에 기반한 국가적 후속작업이 없었고, 무엇보다 책임자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피해자’보다 ‘책임자’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4·9 통일평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온 자료들이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자료를 찾고 읽고 기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전적으로 탐사기획팀이었기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기획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실화해위가 권고하고 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린 75건의 과거사 사건을 맡은 수사 검사, 판사들의 명단이 모두 담긴 온라인 사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과거사’는 그 이름과 달리 잊을 만하면 터지곤 합니다.
박상옥 대법관은 검사 시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부림사건’ 수사검사 경력이 문제가 됐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는 데 사전이 활용되길 바랍니다.
탐사기획팀을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편집국장 이하 한겨레 편집국 식구들과 취재 과정에서 자문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305회 전체 총평
YTN '뻥뚫린 인천공항' 허술한 보안실태 등 고발…사회적 반향
2016년 새해 첫달부터 이달의 기자상 경쟁이 치열했다. 전통적인 특종에 해당하는 취재보도1부문(정치,사회분야)과 지역취재보도부문에 각각 15개, 11개의 작품이 올라왔다. 그만큼 언론이 감시 견제해야 할 일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은 출품작 15개 가운데 5개 작품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오를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열띤 토론 끝에 YTN의 ‘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뚫린 인천공항’과 매일경제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졸지에 폐업한 ‘헤이딜러’’, CBS의 ‘좌익효수급 ‘일베’ 국정원 직원 3명 더 있다. 檢 은폐 의혹’ 등 3건의 기사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YTN의 ‘뻥뚫린 인천공항’은 취재여건이 어려운 환경임에도 허술한 공항 보안실태와 나태한 근무태도 등을 초기부터 정확하게 짚어냈으며, 사회적 반향도 컸다는 평을 받았다. 매경의 ‘헤이딜러’는 깊이 있는 취재로 청년 기업이 왜 좌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CBS의 국정원 직원 기사는 자칫 묻힐 뻔 했던 사안을 발굴 보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끈질긴 보도로 조달청의 현장 조사까지 이끌어낸 대구 TBC의 ‘조달청 관급 자재 가격조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록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않았지만, 중부일보의 ‘천문학적 부당이익 챙긴 판교테크노밸리 ‘초과임대’ 실태 30개월 추적 고발’과 부산일보의 ‘안전보다 비용? 저비용항공사(LCC) 배짱 운항’도 언론 본연의 감시 업무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부문(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국제,영자신문)에서는 3건의 경쟁작 가운데 KBS의 ‘전국 유·초중고 석면지도 작성 및 석면 정보 관리 문제점’이 뽑혔다.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석면 사용 실태를 분석해서 학부모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생활밀착형으로 접근한 점이 돋보였다.
6개 작품이 나온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무려 3편이 수상작으로 뽑혀 기획기사의 완성도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겨레는 이 중 ‘‘과거사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을 공개합니다’와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한겨레21) 등 두건의 수상작을 냈다.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은 배석판사였다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등 일부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사회정의 차원에서 꼭 필요한 보도라는 의견이 많았다. ‘귀향 연속 보도’도 시의적절했을 뿐 아니라 영화화에 성공하는 등 반향도 컸다는 점에서 격려할 만하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모아졌다. 일본과 덴마크, 브라질 등 4개국 2500명을 설문조사해 우리사회의 행복 문제를 비교학적으로 다룬 한국일보의 ‘저성장 시대 행복 리포트’의 다양한 입체적 시도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과 사진 보도 등을 다루는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한·중·일 청년리포트: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됐다. 이 작품은 자칫 식상하기 쉬운 청년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로 내 주변의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온라인과 지면에서 공유하면서 개별 특성에 맞게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적정 임금이 왜 필요한지를 독일 등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제시한 ‘일자리, 땀을 보상하라’(KBS)와, 훈장 수여가 남발되는 실태를 고발한 ‘대한민국 훈장의 민낯’(JTBC)이 최종 심사 대상까지 올랐다. 아깝게 수상을 놓치기는 했지만 둘 다 언론의 공적 기능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