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조정래 감독과 저는 2012년 봄에 처음 만났습니다. 조 감독의 영화 <두레소리>의 개봉을 앞둔 인터뷰 때였습니다. 그날 봄바람이 불어 인터뷰 장소엔 꽃잎이 흩날렸고, 감독은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꽃망울 같던 소녀들의 슬픔이 담긴 영화 <귀향>을 소개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독은 “우리가 당한 일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말씀을 이 영화를 꼭 만들라는 간절한 당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 봄, 다시 만난 감독은 저에게 <귀향>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아직도 그가 <귀향>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그의 이 짧은 당부가 강렬해서 그날 밤 집에서 시나리오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거기엔 눈물과 절규가 있었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과 끝내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절망,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이의 한(恨)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데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며 시나리오의 첫 장조차 열어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귀향>이 세상에 나오도록 <한겨레21>이 작은 힘을 더한 이유입니다.
<한겨레21>은 지난 20개월간 이 영화에 관한 31건의 보도와 함께 제작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시민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7만5270명의 시민이 12억원의 후원금을 보탰고, 10억원의 시민 투자금이 모였습니다. 시민 후원 규모는 세계 영화 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주저앉을 영화란 말을 숱하게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시민이 영화를 완성하고 시민이 스크린 확대를 위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귀향> 제작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각도로 기억하는 문화적 자료가 계속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귀향>에 관련된 이번 보도와 시민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타지에서 숨진 피해자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05회 전체 총평
YTN '뻥뚫린 인천공항' 허술한 보안실태 등 고발…사회적 반향
2016년 새해 첫달부터 이달의 기자상 경쟁이 치열했다. 전통적인 특종에 해당하는 취재보도1부문(정치,사회분야)과 지역취재보도부문에 각각 15개, 11개의 작품이 올라왔다. 그만큼 언론이 감시 견제해야 할 일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는 뜻일 것이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은 출품작 15개 가운데 5개 작품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오를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열띤 토론 끝에 YTN의 ‘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뚫린 인천공항’과 매일경제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졸지에 폐업한 ‘헤이딜러’’, CBS의 ‘좌익효수급 ‘일베’ 국정원 직원 3명 더 있다. 檢 은폐 의혹’ 등 3건의 기사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YTN의 ‘뻥뚫린 인천공항’은 취재여건이 어려운 환경임에도 허술한 공항 보안실태와 나태한 근무태도 등을 초기부터 정확하게 짚어냈으며, 사회적 반향도 컸다는 평을 받았다. 매경의 ‘헤이딜러’는 깊이 있는 취재로 청년 기업이 왜 좌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CBS의 국정원 직원 기사는 자칫 묻힐 뻔 했던 사안을 발굴 보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끈질긴 보도로 조달청의 현장 조사까지 이끌어낸 대구 TBC의 ‘조달청 관급 자재 가격조작’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록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않았지만, 중부일보의 ‘천문학적 부당이익 챙긴 판교테크노밸리 ‘초과임대’ 실태 30개월 추적 고발’과 부산일보의 ‘안전보다 비용? 저비용항공사(LCC) 배짱 운항’도 언론 본연의 감시 업무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부문(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국제,영자신문)에서는 3건의 경쟁작 가운데 KBS의 ‘전국 유·초중고 석면지도 작성 및 석면 정보 관리 문제점’이 뽑혔다.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석면 사용 실태를 분석해서 학부모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생활밀착형으로 접근한 점이 돋보였다.
6개 작품이 나온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무려 3편이 수상작으로 뽑혀 기획기사의 완성도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겨레는 이 중 ‘‘과거사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을 공개합니다’와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한겨레21) 등 두건의 수상작을 냈다.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은 배석판사였다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등 일부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사회정의 차원에서 꼭 필요한 보도라는 의견이 많았다. ‘귀향 연속 보도’도 시의적절했을 뿐 아니라 영화화에 성공하는 등 반향도 컸다는 점에서 격려할 만하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모아졌다. 일본과 덴마크, 브라질 등 4개국 2500명을 설문조사해 우리사회의 행복 문제를 비교학적으로 다룬 한국일보의 ‘저성장 시대 행복 리포트’의 다양한 입체적 시도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과 사진 보도 등을 다루는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한·중·일 청년리포트: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됐다. 이 작품은 자칫 식상하기 쉬운 청년문제를 구체적인 사례로 내 주변의 생생한 이야기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온라인과 지면에서 공유하면서 개별 특성에 맞게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적정 임금이 왜 필요한지를 독일 등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설득력있게 제시한 ‘일자리, 땀을 보상하라’(KBS)와, 훈장 수여가 남발되는 실태를 고발한 ‘대한민국 훈장의 민낯’(JTBC)이 최종 심사 대상까지 올랐다. 아깝게 수상을 놓치기는 했지만 둘 다 언론의 공적 기능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