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졸지에 폐업한 ‘헤이딜러’…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졸지에 폐업한 ‘헤이딜러’’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황순민 기자
지난 연말, 한통의 전화로 취재를 시작했다. 창업 1년 만에 중고차 경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던 젊은 창업가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졸지에 불법 회사가 됐다. 더 이상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폐업 소식을 전했다. 담담한 목소리 뒤로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박 대표의 이야기가 단순히 젊은 창업가의 '좌절'을 넘어 기술 발전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보도를 준비했다.
오프라인 영업장 등을 갖추지 못하면 불법 업체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이 통과돼 승승장구하던 스타트업이 사업을 잠정폐쇄한다는 보도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O2O(Online to Offline), 모바일 채널 강화, 유통구조 축소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규제에 뜨거운 성토가 이어졌다. "창조경제를 하자면서 청년 창업가의 창조적 시도를 무산시킨다"는 반응부터 "새로운 시도를 막으면 국가 경쟁력도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비판 여론이 빗발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에 대한 시설 및 인력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보완책을 마련키로 했다.
헤이딜러는는 이달 25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과제도 남았다. 후속 취재를 하며 만난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향후 기술 변화가 예상되는 타 업종에서도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2, 3의 헤이딜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보도로 기술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빠진 정책의 파장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성찰과 숙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취재에 협조해준 박진우 대표와 서울대, 업계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초짜 기자를 배려하고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사회부 박기효 부장과 김인수 차장, 그리고 기동팀 이재철 캡과 선후배 동료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 뚫린 인천공항 YTN
‘밀입국·폭발물 의심물체…뻥 뚫린 인천공항’
YTN 사회부 강진원 기자
취재는 1월 하순 한 건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중국인 2명이 밀입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인천공항은 수천 명의 보안요원과 CCTV가 지키는 국가 최고보안시설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테러 위협에 대한민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당국이 연일 강조하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속속 드러난 사실들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면세구역과 출국심사장을 연결하는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출입문 잠금장치는 어처구니없이 뜯겼습니다. 14분 만에 벌어진 상식 밖의 일. 그 사이 이들을 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보도 이후 관계기관은 긴급대책을 내놨습니다. 보안요원들의 근무 기강을 다잡고 잠금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불과 8일 만에 유사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이번엔 출국장이 아닌 입국장의 자동심사대가 뚫렸습니다. 같은 날 공항 1층 화장실에선 폭발 의심물체까지 발견됐습니다. 인천공항 보안의 총체적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범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무총리가 직접 인천공항 보안실태를 점검했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소집됐습니다. 보안 시설 확충, 근무 감독 강화, 환승객 관리 체계 개선, 국제 테러분자 첩보 수집 등 종합대책이 마련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방안을 철저히 시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제도적인 개선은 많이 이뤄졌습니다. 장비도 확충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치진 않을지 우려가 앞섭니다. 최근 불거진 보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로 노는 협조 체제와 안이한 근무 태도로는 ‘보안 구멍’을 메울 수 없습니다. 특히, 보안사항이라는 장막에 숨어 잘못을 숨긴다면 더 큰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 이후 마련된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좌익효수급 ‘일베’ 국정원 직원 3명 더 있다. 檢 은…
‘“좌익효수급 ‘일베’ 국정원 직원 3명 더 있다. 檢 은폐 의혹”’
CBS 산업부 조은정 기자
법조 출입 기자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당시 상황을 심층 취재하던 도중에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개입 사건 중 아직 처리되지 않고 검찰이 묵혀둔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검찰 내부 취재원을 통해 알게 됐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전에 극우 성형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수천 개의 글을 올려 검찰 수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 3명이 추가로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까지 세상에 알려진 국정원 일반 직원은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고 야당 정치인들을 욕되게 하는 등 입에 담기 힘든 막말로 기소된 ‘좌익효수’ 1명뿐이었다. 좌익효수 외에 검찰이 처리하지 않고 비밀리에 묵혀둔 국정원 직원들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일간베스트는 극우, 엽기 성향의 사이트로 사회적 골칫거리가 될 만큼 여론을 어지럽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 직원들이 수천 개씩 게시글과 댓글을 달고 활동했다는 것은 국정원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검찰 공안부가 특별수사팀에서 이 사건을 인계받은 뒤 관련자들을 수사하지 않고 철저히 은폐했다는 점이 검찰로서는 뼈아픈 부분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검찰과 법원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곳곳에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원세훈 전 원장과 좌익효수는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을 두고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막아내는 중이다. 국정원이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을 동원해 댓글을 쓰고 여론조성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국정원의 ‘월권’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사가 국정원 선거개입의 위험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국정원이 국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특별수사팀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국 유·초중고 석면 지도 작성 및 석면 정보 관리 문…
‘전국 유·초중고 석면 지도 작성 및 석면 정보 관리 문제점’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김양순 기자
또 석면? 갑작스럽게 데이터 저널리즘팀에 와서 받은 아이템이 석면이었다. 뭐 새로울 게 있나 싶어 심드렁했다.
오산이었다. 그냥 석면 위험하다 이런 게 아니었다. 모든 학교건물과 공공건물에 대해 석면 검사를 실시하고 석면 건물일 경우 어디에, 얼마큼, 위해 등급은 어느 정도로 석면이 있는지 알려야 하는 석면관리법이 지난 2012년부터 시행돼왔지만 정작 아는 사람도, 알리는 사람도 없었다.
전국 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모으는 데만 넉 달 넘게 걸렸다. 내부 시스템에 석면정보를 올리지 않거나 대충 올린 학교가 적지 않았다. 광주광역시는 석면 위해 등급별 점수가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아 데이터 리서처들이 3백 개가 넘는 학교의 석면정보를 일일이 문서와 대조해가며 엑셀 파일에 입력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석면 위해 등급 차이가 너무 컸다. 광주는 석면 위험 학교들만 있나 싶을 정도. 평가 기준, 세부 항목이 지나치게 허술했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개선을 약속했다. “최초 작성 전국 석면 지도” 9시뉴스에 방송이 나간 직후 네이버에서는 석면 지도> 검색어를 걸어 링크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서만 기사도달이 10만 명. 공유가 이어졌다.
“아이들보다 교사가 더 문제죠”, “그래서 어쩌라고요?” 식의 댓글들이 나오면 그에 맞는 타입의 기사를 생성했다. 시청자들의 반응과 기사가 서로 상승작용을 이뤄냈다. 그렇게 9건의 학교 석면 연속보도가 탄생했다.
식상하지만,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 탐사보도 전문가인 김태형·성재호 선배가 차린 상이다.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지도를 만든 천재 개발자 정한진 팀장과 2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일일이 수집하고 대조하며 통계작업을 한 데이터 전문가 윤지희·이지연 씨, 복잡한 숫자와 석면 위해도 등급을 쉽게 시각화한 인포그래퍼 임유나 씨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 요즘 뭐하냐고 한 번 묻지 않고 지지해준 연규선 디지털부장과 이강덕 디지털국장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드린다.
‘‘과거사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을 공개합니다…
‘‘‘과거사 재심사건’ 책임자 505명을 공개합니다’’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 김민경 기자
10년 전만 하더라도 ‘과거사’는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여러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상규명 발표한 사건들도 중요한 보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과거사위인 진실화해위가 2010년 12월로 활동을 종료한 뒤에는 재심 무죄와 국가배상판결은 이따금 단신으로 나올 뿐이었습니다.
조작간첩 사건 같은 과거사의 문제점이 ‘상식’이 된 것은 다행이지만, 재심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 배상을 받아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픕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반성과 이에 기반한 국가적 후속작업이 없었고, 무엇보다 책임자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피해자’보다 ‘책임자’에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4·9 통일평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온 자료들이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자료를 찾고 읽고 기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전적으로 탐사기획팀이었기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탐사기획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진실화해위가 권고하고 법원이 무죄 확정판결을 내린 75건의 과거사 사건을 맡은 수사 검사, 판사들의 명단이 모두 담긴 온라인 사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과거사’는 그 이름과 달리 잊을 만하면 터지곤 합니다.
박상옥 대법관은 검사 시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부림사건’ 수사검사 경력이 문제가 됐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는 데 사전이 활용되길 바랍니다.
탐사기획팀을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편집국장 이하 한겨레 편집국 식구들과 취재 과정에서 자문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저성장 시대 행복 리포트 한국일보
‘저성장 시대 행복 리포트’
한국일보 행복리포트팀 채지은 기자
우리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개인은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까.
한국일보 신년기획으로 준비한 '저성장 시대, 한국인의 행복 리포트'는 지난해 헬조선 등 열패감에 짓눌린 한국 사회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행복이라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주제를 설득력 있는 기사로 만드는 작업은 막막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기획이라는 데 공감해 기획취재부 외에 4개 부서 기자들이 협업했다.
우선 한국의 행복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와 비슷한 저성장 늪에 빠진 이웃나라 일본, 세계 최고 행복국가로 꼽히는 덴마크, 낙천적인 행복국가 브라질 등 4개국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비교를 통해 심각한 노인빈곤, 치열한 경쟁의 늪, 좌절하는 청년세대 등 우리 사회의 행복도를 좀먹는 부분을 짚어낼 수 있었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떨어지다가 다시 상승하는 U자 곡선을 그리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반해 한국의 노년층은 행복감이 매우 낮았다.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되는 경쟁의 굴레는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행복을 사회적인 잣대와 남들의 시선 속에 가둬 버렸다. 사회의 활력을 더해야 할 청년층은 헬조선에 대한 비관으로 시들고 있다. 역경이 닥치면 고립무원이 되는 저소득층, 외로움의 벼랑 끝에 선 40대, 일에 치여 질식하게 만드는 조직문화 등 다양한 키워드가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행복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어떤 개인도 혼자 행복할 수 없다. 결국 이 기획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데 가 닿았다.
기자들보다 더 많은 자료를 섭렵하며 팀을 진두지휘한 정진황 기획취재부장과 의미 있는 한 줄을 찾고자 방대한 문서 속에서 분투한 동료 선후배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의 국민 후원 제작을 위한 연속 보도’
한겨레21 송호진 기자
조정래 감독과 저는 2012년 봄에 처음 만났습니다. 조 감독의 영화 <두레소리>의 개봉을 앞둔 인터뷰 때였습니다. 그날 봄바람이 불어 인터뷰 장소엔 꽃잎이 흩날렸고, 감독은 다음 계획을 묻는 질문에 꽃망울 같던 소녀들의 슬픔이 담긴 영화 <귀향>을 소개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독은 “우리가 당한 일이 잊히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말씀을 이 영화를 꼭 만들라는 간절한 당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 봄, 다시 만난 감독은 저에게 <귀향> 시나리오를 건넸습니다. 아직도 그가 <귀향>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그의 이 짧은 당부가 강렬해서 그날 밤 집에서 시나리오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거기엔 눈물과 절규가 있었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과 끝내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절망,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이의 한(恨)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소재인 데다 상업성이 떨어진다며 시나리오의 첫 장조차 열어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귀향>이 세상에 나오도록 <한겨레21>이 작은 힘을 더한 이유입니다.
<한겨레21>은 지난 20개월간 이 영화에 관한 31건의 보도와 함께 제작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시민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7만5270명의 시민이 12억원의 후원금을 보탰고, 10억원의 시민 투자금이 모였습니다. 시민 후원 규모는 세계 영화 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주저앉을 영화란 말을 숱하게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시민이 영화를 완성하고 시민이 스크린 확대를 위한 홍보 마케팅에 나서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귀향> 제작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각도로 기억하는 문화적 자료가 계속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귀향>에 관련된 이번 보도와 시민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귀향>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타지에서 숨진 피해자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조달청 관급자재 ‘가격조작’ TBC
‘조달청 관급자재 ‘가격조작’’
TBC 사회부 이세영 기자
"무슨 그리드요?" 지오그리드라는 토목용 보강재, 생전 처음 들어봤습니다. 검색해도 정보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먼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단가 조작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조달청은 6년 동안 시중보다 두세 배 비싼 가격에 토목용 보강재를 팔아왔습니다. 취재진도 전화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중 가격을 조달청만 몰랐습니다. 그렇게 뻥튀기된 가격으로 6년 동안 무려 8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습니다. 조달청의 시장 가격 조사 기능은 유명무실했습니다.
첫 보도 이후 업체들이 전자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가격을 부풀린 사실, 최초 조달 등록 당시 대형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한 정황과 공무원 로비 정황을 포착해 연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안 조달청은 그제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고, 감사를 벌여 긴급사전거래정지 조치 후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문제가 된 지오그리드는 폴리에스테르라는 섬유를 직조한 뒤 검게 코팅한 겁니다. 이렇게 간단한 공정의 물품도 가격 조작이 쉽게 되는데, 조금 더 공정이 복잡하거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물품들은 어떨까요. 이제라도 시장 가격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윱니다.
제보자는 본인도 비싸게 팔고 싶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취재로 가장 보람된 것은 그 양심을 적어도 좌절시키지 않았단 겁니다. 두려움과 걱정을 비집고 낸 용기,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아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목소리라는 믿음을 기사로써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역에서 시작된 보도지만 전국적인 사안으로 확대된 것은 이제 3년차 기자인 저에게도 큰 의밉니다. 끝까지 기자를 믿어준 제보자, 그리고 항상 함께 뛰어주는 TBC 모든 선배와 동기들, 고맙습니다.
‘한중일 청년리포트: 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
‘한중일 청년리포트: 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온라인)
김경준 한국일보 기자
삶이 팍팍하고 힘들다는 얘기는 지난 한 해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중에서 누가누가 더 힘든가 경쟁하듯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얘기를 발굴해 다루는 기사들은 나름대로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 나물에 그 밥 같았다.
청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들이 힘들게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자신의 삶은 ‘1’도 바뀌지 않는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안겨줘서 미안하다”는 자책 섞인 위로나 “현실에 타협하지 말고 분노하라”는 조언도 공허하다.
청년들과 자주 만나는 활동가들은, 청년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게 “힘들 현실을 들춰내기 보단 희망과 긍정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탈진 상태의 청년들에게 ‘긍정 요법’이 효과가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더 어두운 암울을 얘기하느니 가느다란 빛이라도 보여주는 게 낫겠단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오력’해도 ‘노답’인 ‘헬조선’에서 지금 당장 청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관계’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취업될 때까지 연애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쓸데 없는 연락도 다 끊고 지낼 생각이라고 했다. 취업에 모든 걸 쏟아붓겠단 의지의 표현일테지만 바꿔 말하면 자신을 외곬으로 몰아넣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관계를 단절시키는 건 분명 ‘배수의 진’일수는 있으나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데는 치명적이다. 비단 이 친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 영세 자영업자, 워킹맘, 심지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마저도 각자도생 현실 속에서 배수진을 치며 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취업, 결혼, 주거 측면에서 우리보다 더 열악하거나 혹은 여유롭다는 사실은 부차적이다. 그들이 관계를 매개로 어떻게 사회적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