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도’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 겸 기자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전횡을 취재하면서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에 의해 세상이 어둠에 뒤덮여 있음을 의미하는 사자성어 ‘혼용무도‘가 떠올랐다. 방사장이 들어온 후 아리랑TV는 혼용무도 그 자체였다. ‘이대로 2년이 흘러간다면 조직이 과연 남아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내부직원들의 자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방 사장 취임 후 1년 만에 아리랑TV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1인에 지배되는 개인회사가 되었다. 방송과 경영의 총책임자들이 방사장의 경기고와 KBS 인맥 등 낙하산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친위대’가 만들어졌고 비리전력이 있는 인물이 갑자기 중요보직을 맡았다. 외주사 선정을 위한 입찰과정에서도 온갖 추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반대파로 몰리면 하루아침에 좌천 발령에 감사대상으로 몰리는 사태를 보면서 누구 하나 쉽게 전면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방 사장의 해외 호화출장, 비정상 업무활동비 사용내역, 입찰비리에 대한 자세한 제보내용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기사가 나가도 MBC 김재철 전 사장 때처럼 공연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어 방사장의 퇴진은커녕 거꾸로 제보자들만 보복인사의 대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사장 비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면서 애꿎은 실무자들이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색출작업이 시작됐다. 관련 부서에 이메일과 전화로 반론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었고 어렵게 통화가 된 방 사장은 “나는 이딴 전화 받지 않는다”며 거칠게 전화를 끊기도 했다.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공개된 후에도 가족동반 해외출장을 부인하던 방 사장이 두 손을 든 것은 국내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내역에 대한 후속취재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아리랑TV는 방 사장 퇴진 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혼용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가 방석호와 측근들 비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전 직원을 상대로 먼지털이식의 ‘물타기 감사’를 진행하면서 조직 전반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금은 내부고발자들이 거꾸로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용기가 언젠가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시리즈 서울경제…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시리즈’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부 강광우 기자
제조업의 위기는 동네 공장에서 시작됐다. 국내 제조업의 위기라고 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둔화되고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이 줄고 있다는 것이 떠오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기업에만 유리하도록 선택적으로 정보를 인지하는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2014년보다 0.6% 줄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은 20.2%로 크게 늘었고 자동차 생산도 1.1% 증가했다. 결국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이 위기는 시작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 10인 미만의 종업원들과 일하는 동네 공장 ‘소공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소공인은 우리 산업의 모세혈관으로 1970년~1980년대 우리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고 현재도 국내 제조업 전체의 80.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경제 주체다. 그들의 공을 알아주고 그들이 하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준 언론사는 없었다. 그래서 기획을 시작했다.
취재 결과 소공인들의 상황은 열악했다. 자부심, 일감, 젊은 인력, 정책, 동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보내온 50년의 세월과 노하우가 앞으로 5년도 안 돼 사라질 것 같았다. 제조업으로 다시 경제를 일으키고 있는 미국, 독일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는 암담했다.
그들의 위기는 확산되고 있었다. 소공인들은 집적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질 경우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의 하부기반이 붕괴하면 이들과 연계된 산업에 모두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기사가 나간 이후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소공인들의 문제를 비중 있게 연구하고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공인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소공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있다면 기자로서의 소임은 어느 정도 완수한 듯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를 다루고 이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서 취재하는 동안 행복했다. 동네 공장의 기름냄새와 주름진 손에 낀 기름때가 우리 사회에서 장인의 상징이 되고 자부심이 됐으면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기획기사를 시작으로 주목할 만한 소공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시사기획 창-훈장 KBS
'시사기획 창-훈장'
KBS 라디오뉴스제작부 최문호 기자
“훈장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 상훈법 제2조에 나오는 ‘서훈의 원칙’이다. 당연히 명예로운 일이다. 사회적으로 칭송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취재팀의 서훈 정보공개 청구를 비공개 처분했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에서였다. 소송을 냈다. 3년에 걸쳐 대법원까지 간 소송 끝에 승소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개한 정보는 부실했다. 전체 72만건 중 6만 건 정도를 공개하지 않았고, 나머지 대부분도 사유가 없거나 두루뭉술했다. 결국 취재팀은 국무회의록과 정부 인사명령 등 다양한 취재를 통해 나머지를 모두 찾아냈다.
72만 건의 훈장 전수 데이터를 일별하면서 느꼈던 첫 번째 의문은 ‘우리나라에 간첩을 잡아 훈장을 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것이었다. 의문은 곧 ‘이 훈장들이 진짜 간첩을 잡아서 수여된 것일까? 혹 만들어진 간첩도 있지 않을까’로 이어졌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진위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누가 간첩이고 누가 조작된 간첩인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국방부, 경찰, 국정원, 진실과 화해위원회 등에서 발간한 과거사진상규명 보고서를 바탕으로 누명을 벗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사관들을 추적했다. 그러나 대부분 수사관들은 자신이 받은 훈장에 대해 말하기조차 거부했다.
이 취재는 언론의 과거 잘못에 대한 속죄의 성격도 갖고 있다. 과거 공안기관이 간첩조작 사건을 발표할 때, KBS를 비롯한 언론은 받아쓰기식 보도를 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가족 중에는 그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 분들도 있었다. 취재기자들은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비록 개인 자격이지만 그분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취재 이후, 지난한 데스크 과정이 있었다. 당초 작년 7월 말 예정이었지만 방송은 계속 미뤄졌다. 내용이 민감하기 때문에 데스킹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재데스크는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 중에는 불법연행, 감금, 고문을 받은 사실이 증명돼 무죄가 났지만 진짜 간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조작’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했다. 프로그램 제목에 대한 취재팀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훈장’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취재팀은 여전히 ‘간첩조작과 훈장’이라고 부른다.
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 광주일보
‘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
광주일보 사회부 김형호 기자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23일 정오쯤 출입하는 경찰서 관계자 한 명과 통화하던 중 생소한 말을 들었다. 전파 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광주 전파관리소 직원들의 제보로 사기 도박단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이는 일당을 검거했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위치를 알아냈지, 궁금증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파관리소 직원들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전파 발신지를 추적해 알아냈다”고 설명해줬다.
놀라운 것은 전파관리소 직원들은 보유한 장비로 사기 도박단이 송수신한 영상과 대화도 원거리에서 중간 수집을 하는 기술이 있었고, 도박단의 불법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수시로 이를 수집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없이 진행됐다.
기자와 대화를 나눴던 일부 경찰도 “전파관리소가 보유한 기술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세상이 어느 땐데 영장 없이 중간에서 대화나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파법에 따라 전파질서 보호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전파를 탐지(단순 탐지)하는 행위는 목적은 정당해 보였다. 하지만 통신보호법에 따라 엄연히 영장 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생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미쳤다. 모텔이나 터미널 등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와 무선으로 된 CCTV를 보고 듣고 수집하는 게 영장 없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평소 연락하던 변호사 2명에게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수사기관 관계자에게서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기관 전파관리소 국민 상대 불법 감청 의혹 파문’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보도를 해나갔다. 취재 과정에서 광주뿐만 아니라 강릉, 대전 등 지역 전파관리소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전파감시를 이유로 내세워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청을 해왔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때마침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권한 강화를 수반하는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던 시기여서 지역에서도 기사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다. 민변 광주지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보도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앙전파관리소 측은 전파감시 업무 과정에서 영장 주의를 따르고 업무 절차 전반을 되짚고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의사·간호사가 보험금 타려고 ‘나이롱환자’ 노릇…
‘의사·간호사가 보험금 타려고 ‘나이롱환자’ 노릇…강진의료원 파문’
연합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 전승현 기자
사회 변화는 용기 있는 ‘내부자 고발’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번 취재 역시 그렇다. "의료원 의사·간호사들이 보험재정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의료관련 범죄인 나이롱환자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전남 강진의료원 직원의 제보가 기사의 첫 출발이었다.
제보 내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강진의료원을 감사했다는 전남도를 상대로 취재했다. 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특별한게 없다. 제보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의료원 직원 한 명이 나이롱한자 의심이 간다”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제보자를 어렵게 설득해 의료진들이 나이롱환자 행세를 한 구체적인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기가 막혔다. 의료원 직원 40여명이 5년 동안 병가를 내지 않고 나이롱환자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험금을 타려고 입원서류를 가짜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50% 입원비 감면 혜택이 있어 입원하면 실손보험금을 손에 쥘 수 있고, 정액보험금(일당)에 가입한 직원은 수백만원의 ‘부정 수입’을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모 의사는 손목 통증으로 20여 일 동안 허위 입원했고, 모 간호사는 나이롱환자인 자신의 입원상태를 체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제보를 접한 순간 충격이었다. 기사가 출고되자 파장은 컸다.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의료인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나이롱환자의 폐단을 적발하고 예방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 배를 채운 ‘파렴치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강진의료원장이 사퇴했고, 이낙연 전남지사는 도민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전남도는 의료원 개혁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일반인들의 분노를 치밀게 한 강진의료원 직원들의 나이롱환자 사실이 처음 보도된 2월18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미 있는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다. 보험재정을 갉아먹고 공동체 사회에 불신을 가져다주는 보험사기(나이롱환자)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내부자 고발 내용을 전달해준 송형일 선배, 후속 경찰 수사 내용을 챙겨준 장아름 기자, 심혈을 기울여 데스크를 봐준 김장국 광주전남취재본부장, 조근영 전국부 부국장께 감사드린다.
꽃분이의 눈물 울산MBC
‘꽃분이의 눈물’
울산MBC 탐사보도부 설태주 기자
“돌고래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좁은 곳에 가둬 쇼를 강요하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럼 소나 돼지는 불쌍해서 어떻게 잡아먹나?”
취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기자인 나 자신조차 ‘돌고래를 가두면 안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뭔가?’에 대한 답을 찾느라 고민하던 나날이 많았다.
꽃분이는 울산의 한 고래생태관에서 쇼를 하는 암컷 돌고래다. 사람처럼 똑똑하고 민첩해 구청에서 이름은 물론 주민등록증까지 발급해줬다. 태평양에서 살다 일본 타이지에서 포획된 꽃분이는 올해 나이 17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다. 그러나 불과 5년 사이 자신이 낳은 새끼 2마리와 동료 3마리를 함께 있던 수족관에서 잃는 슬픔을 겪었다. 이번 취재는 쇼 장에 계속 죽어 나가는 돌고래들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미국 돌고래 전문가들은 돌고래가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는 동물이자 고유의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사회적 동물이며, 가족을 이루고 먹이를 잡을 때 서로 협력하는 인격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돌고래 쇼는 마치 밖(야생)은 위험하니까 사람(돌고래)을 잡아서 죽을 때까지 감옥(수족관)에 가둬 일(쇼)을 시키는 것과 같다.
취재를 시작했다. 울산 앞바다는 예로부터 귀신고래가 다닐 정도로 고래가 많았다. 그러나 바다에서 뛰노는 고래를 카메라에 담는 과정은 험난했다. 고래가 그만큼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드론(항공)과 저속 카메라, 수중 카메라팀 10여 명이 전용 선박을 타고 추적에 나섰다. 10여 차례 시도 끝에 동해안 참돌고래떼를 국내 최초로 수중 촬영했다.
선진국들은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는 추세다.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절반이 돌고래 수족관이 없거나 퇴출됐고 브라질, 인도 등은 돌고래 전시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선 30개 고래 수족관 가운데 10곳이 쇼를 폐지했고 앞으로 더 이상 야생 고래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힘이 크다. 취재진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회사의 배려가 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조건 속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