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시리즈’
서울경제신문 성장기업부 강광우 기자
제조업의 위기는 동네 공장에서 시작됐다. 국내 제조업의 위기라고 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둔화되고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수출이 줄고 있다는 것이 떠오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기업에만 유리하도록 선택적으로 정보를 인지하는 확증편향의 오류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2014년보다 0.6% 줄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은 20.2%로 크게 늘었고 자동차 생산도 1.1% 증가했다. 결국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이 위기는 시작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 10인 미만의 종업원들과 일하는 동네 공장 ‘소공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소공인은 우리 산업의 모세혈관으로 1970년~1980년대 우리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고 현재도 국내 제조업 전체의 80.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경제 주체다. 그들의 공을 알아주고 그들이 하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준 언론사는 없었다. 그래서 기획을 시작했다.
취재 결과 소공인들의 상황은 열악했다. 자부심, 일감, 젊은 인력, 정책, 동료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보내온 50년의 세월과 노하우가 앞으로 5년도 안 돼 사라질 것 같았다. 제조업으로 다시 경제를 일으키고 있는 미국, 독일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는 암담했다.
그들의 위기는 확산되고 있었다. 소공인들은 집적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질 경우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의 하부기반이 붕괴하면 이들과 연계된 산업에 모두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기사가 나간 이후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소공인들의 문제를 비중 있게 연구하고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공인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소공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있다면 기자로서의 소임은 어느 정도 완수한 듯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를 다루고 이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서 취재하는 동안 행복했다. 동네 공장의 기름냄새와 주름진 손에 낀 기름때가 우리 사회에서 장인의 상징이 되고 자부심이 됐으면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기획기사를 시작으로 주목할 만한 소공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회차 심사평
제306회 전체 총평
2016년 3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도 평소처럼 수작들간 치열한 경합 양상이 여전했다. 사회 각 부문에 걸쳐 모순과 부정이 횡행하고, 권력과 자본의 횡포가 극심해지면서 언론의 취재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자들이 특종을 찾아 흘리는 땀방울과 정론정신은 여전히 뜨거웠고,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갈수록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이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와 압력 속에서 기자들이 국민의 편에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찾아주기를 당부한다.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경향신문의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도’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찾아 제보 내용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확인함으로써 부도덕과 비리의 진상을 밝혀냈으며, 이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 수준과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리랑TV의 재단전입금이 고갈된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공금을 사적 용도로 펑펑 사용하고, 사장 취임 후 비리전력이 있는 인사나 방송과 무관한 측근들을 회사의 주요 요직에 앉히는 인사 전횡 등 방석호 사장의 각종 비리를 치밀한 현장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상찬을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서울경제신문의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시리즈가 선정됐다. 언론들이 기존에 많이 다룬 주제로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소규모로 장인정신을 살리고 있는 소공인들의 최근 실태와 사회적 의미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경제체제를 개선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과 소기업들이 침체된 경제여건 속에 속속 문을 닫는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기사로 대안까지 잘 제시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의 ‘시사기획 창-훈장’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서훈 내역 72만 건을 국내 언론 최초로 입수해 전수 분석해 2년 동안 방송을 준비한 KBS 탐사보도팀의 수작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방송 일정을 무려 8개월간이나 미룸으로써 소송을 통해 공개된 훈포장 기록을 토대로 JTBC 등이 먼저 방송을 내보내고, 취재기자들이 타 부서로 인사발령되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이 상이 현장기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외면해온 방송사로서의 KBS가 받는 상이 아니라, 땀흘리며 어두운 역사의 이면을 밝혀낸 현장기자들에게 수여한다는 점을 국민과 KBS 경영진에게 명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의 압박과 8개월간 방송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소송을 통해 숨겨져 왔던 대한민국의 서훈기록을 공개하고, 궁극적으로 서훈 관련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는 등 취재내용을 방송하기 위해 노력한 기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과 연합뉴스의 ‘의사·간호사가 보험금 타려고 ‘나이롱환자’ 노릇..강진의료원 파문‘이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전파관리소...‘ 보도는 현장기자가 경찰의 보도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에서 불법감청을 해온 내용을 파악해 끈질기게 취재한 기자의 열정이 호평을 받았다. 전파관리소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법원의 영장 없이는 통신 내용을 수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감청을 해온 관행을 보도함으로써 정부의 개선 약속과 후속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의사·간호사가...‘ 기사는 진료의 주체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허위 입원을 하고 각종 문서까지 조작하는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광범위한 서류 조작과 부당한 관행은 이 보도가 없었다면 덮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과 함께 경종을 울렸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울산MBC의 ‘꽃분이의 눈물’이 수상했다. 울산 장생포의 돌고래들이 좁고 더러우며 비위생적인 수조에서 죽어가는 실태를 잘 지적했고, 동물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문화를 개선하면서 동물권을 제시한 점, 현장의 밀착 취재와 여론 환기를 통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인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