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
광주일보 사회부 김형호 기자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23일 정오쯤 출입하는 경찰서 관계자 한 명과 통화하던 중 생소한 말을 들었다. 전파 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광주 전파관리소 직원들의 제보로 사기 도박단을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사기도박을 벌이는 일당을 검거했다는 것. 그런데 어떻게 위치를 알아냈지, 궁금증이 일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파관리소 직원들이 보유한 장비를 이용해 전파 발신지를 추적해 알아냈다”고 설명해줬다.
놀라운 것은 전파관리소 직원들은 보유한 장비로 사기 도박단이 송수신한 영상과 대화도 원거리에서 중간 수집을 하는 기술이 있었고, 도박단의 불법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수시로 이를 수집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없이 진행됐다.
기자와 대화를 나눴던 일부 경찰도 “전파관리소가 보유한 기술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세상이 어느 땐데 영장 없이 중간에서 대화나 영상을 수집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파법에 따라 전파질서 보호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전파를 탐지(단순 탐지)하는 행위는 목적은 정당해 보였다. 하지만 통신보호법에 따라 엄연히 영장 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생략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미쳤다. 모텔이나 터미널 등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와 무선으로 된 CCTV를 보고 듣고 수집하는 게 영장 없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평소 연락하던 변호사 2명에게 사건 개요를 설명하자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수사기관 관계자에게서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기관 전파관리소 국민 상대 불법 감청 의혹 파문’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연속보도를 해나갔다. 취재 과정에서 광주뿐만 아니라 강릉, 대전 등 지역 전파관리소 상당수가 수년 전부터 전파감시를 이유로 내세워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청을 해왔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때마침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권한 강화를 수반하는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논란이 되던 시기여서 지역에서도 기사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다. 민변 광주지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보도 이후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앙전파관리소 측은 전파감시 업무 과정에서 영장 주의를 따르고 업무 절차 전반을 되짚고 개선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회차 심사평
제306회 전체 총평
2016년 3월 ‘이달의 기자상’ 심사도 평소처럼 수작들간 치열한 경합 양상이 여전했다. 사회 각 부문에 걸쳐 모순과 부정이 횡행하고, 권력과 자본의 횡포가 극심해지면서 언론의 취재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자들이 특종을 찾아 흘리는 땀방울과 정론정신은 여전히 뜨거웠고, 심사위원회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6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갈수록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이며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와 압력 속에서 기자들이 국민의 편에서 저널리즘의 본령을 찾아주기를 당부한다.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경향신문의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도’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찾아 제보 내용을 치밀하고 꼼꼼하게 확인함으로써 부도덕과 비리의 진상을 밝혀냈으며, 이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 수준과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아리랑TV의 재단전입금이 고갈된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공금을 사적 용도로 펑펑 사용하고, 사장 취임 후 비리전력이 있는 인사나 방송과 무관한 측근들을 회사의 주요 요직에 앉히는 인사 전횡 등 방석호 사장의 각종 비리를 치밀한 현장취재를 통해 밝혀낸 수작이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상찬을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서울경제신문의 ‘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시리즈가 선정됐다. 언론들이 기존에 많이 다룬 주제로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소규모로 장인정신을 살리고 있는 소공인들의 최근 실태와 사회적 의미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경제체제를 개선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과 소기업들이 침체된 경제여건 속에 속속 문을 닫는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기사로 대안까지 잘 제시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의 ‘시사기획 창-훈장’이 수상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서훈 내역 72만 건을 국내 언론 최초로 입수해 전수 분석해 2년 동안 방송을 준비한 KBS 탐사보도팀의 수작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방송 일정을 무려 8개월간이나 미룸으로써 소송을 통해 공개된 훈포장 기록을 토대로 JTBC 등이 먼저 방송을 내보내고, 취재기자들이 타 부서로 인사발령되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이 상이 현장기자들의 열정과 노고를 외면해온 방송사로서의 KBS가 받는 상이 아니라, 땀흘리며 어두운 역사의 이면을 밝혀낸 현장기자들에게 수여한다는 점을 국민과 KBS 경영진에게 명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의 압박과 8개월간 방송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소송을 통해 숨겨져 왔던 대한민국의 서훈기록을 공개하고, 궁극적으로 서훈 관련 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는 등 취재내용을 방송하기 위해 노력한 기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전파관리소 불법 감청 의혹’과 연합뉴스의 ‘의사·간호사가 보험금 타려고 ‘나이롱환자’ 노릇..강진의료원 파문‘이 수상작의 영예를 안았다. ’전파관리소...‘ 보도는 현장기자가 경찰의 보도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에서 불법감청을 해온 내용을 파악해 끈질기게 취재한 기자의 열정이 호평을 받았다. 전파관리소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법원의 영장 없이는 통신 내용을 수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감청을 해온 관행을 보도함으로써 정부의 개선 약속과 후속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의사·간호사가...‘ 기사는 진료의 주체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허위 입원을 하고 각종 문서까지 조작하는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광범위한 서류 조작과 부당한 관행은 이 보도가 없었다면 덮였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과 함께 경종을 울렸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울산MBC의 ‘꽃분이의 눈물’이 수상했다. 울산 장생포의 돌고래들이 좁고 더러우며 비위생적인 수조에서 죽어가는 실태를 잘 지적했고, 동물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문화를 개선하면서 동물권을 제시한 점, 현장의 밀착 취재와 여론 환기를 통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인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