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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학교급식 및 군납 관련 보도
취재후기
(188회-취재보도)-수협 학교급식 및 군납 관련 보도 - 한겨레…
한겨레 임인택 기자
수협, 농협, 축협 등은 안전 식품의 보증수표처럼 간주된다. 브랜드 앞에서 그렇게 무장해제됐던 게 사실이다. 최소한 이번 취재의 중심에 섰던 수협은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 선입견을 깨거나 습관을 바꾸는 일, 지난 기대를 접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 불편하고 소란스럽고 버거운 일인 만큼, 변화된 풍토를 담보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세 차례의 연속 보도로 떠들썩했던 사회가 잠잠해질 즈음, 수협 임직원을 만날 일이 있었다.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수협 쪽에, 속 편하고 주제 넘는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진심을 실었다. “수협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협은 한국 수산물 유통시장을 선도하니까 품질이든, 영업 관행이든 수협이 조금만 달라져도, 다른 유사 업체들이 변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이번 취재는 수협 중앙회 등 학교 급식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원산지 위반 혐의를 잡고 서울지방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수사가 축소되는 것 같다는 업계의 뒷얘기를 우연히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모든 취재가 그렇지만, 발품을 많이 팔아야했다. 별 다른 단서가 없는 가운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을 숱하게 만나 듣고, 보는 일이 전부였던 탓이다.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게 2004년 클레임 일지 입수였는데, 그 내용 하나하나에 기가 찼다. 만일 납품된 상태 그대로 아이들의 입에 들어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 자체가 폭력이었다.
해동하면 조리할 수 없을 만큼 식재료가 으스러지거나, 파리 등 별의별 이물질이 들어가 있다거나, 조리했는데 악취가 너무 심해 학생들이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내용들이 생생하게 일지에 담겨 있었다. 한 교사가 먹던 음식에서 못이 나와 입안을 다쳤다는 기록은 ‘18살 이상 열람가’다.
클레임 일지는 2004년도치였지만 현재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업계 임직원들을 통해 확인했고, 무엇보다 수협 임직원들의 일부 주장대로 2006년 급식물의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 하더라도 지난 과오에 대해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던 사안이라 지난 클레임 일지가 갖는 문제성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학교 급식은 물론, 군에 수산물을 독점 납품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확인하기 위해 강서 외발산동 기지에서 새벽 4시부터 늦게는 밤 12시까지 ‘잠복’했던 고된 기억, 영하 20도의 창고에서 30분 넘게 수협 임직원의 설명을 들었던 기억도 이젠 아련해진다.
수협을 포함한 수산물 납품 업체의 원산지 조작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영업 과정에서 일선 학교 교장에게 50~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단서도 잡아 상당 부분 취재를 마쳤지만 <한겨레>의 취재가 이뤄지자 경찰이 급작스레 중간 수사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는 해프닝도 발생하면서 취재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잇속을 위해 먹을거리로 소비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작은 문제의식에서 취재 의지가 계속 추동되었다고 본다. 특히 그 소비자가 자라나는 청소년이거나 군 장병들이라면 더더욱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수협은 자신의 이름이 주는 권위에 기대 발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을 한 차례도 들춘 적은 없었다. 일반 국민이 “그래도 수협이니까 낫겠지”라며 무의식적으로 기대며 소비해왔던 편견을 깨면서, 이렇듯 일반 국민의 기대를 받는 수협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뉴스는 언제나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1차 책임은 생산·유통자에게 지울 수밖에 없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식품의 위생 및 안전은 생산, 유통선의 책임 의식 없이는 담보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한 윤리 의식,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기업들은 이윤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보도가 이를 위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회차 수상작 2006년 4월
제188회(2006년 4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