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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천 8백만원, 고분양가의 진실은?
취재후기
(194회)평당 천 8백만원, 고분양가의 진실은?/SBS 보도제작…
평당 천 8백만원, 고분양가의 진실은?/SBS 보도제작2부 뉴스추적 김용철-윤창현
코끝을 간질이는 싱그러운 풀냄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산자락에 나지막이 안겨있던 포근한 동네. 3~40년을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대문을 열고 지내도 지금껏 도둑 한 번 든 적 없을 정도로 선량했고, 나라도 쓸모없다고 팽개친 시유지와 국유지에서 크고 작은 돌들을 골라내고 대들보를 세우고 시멘트를 발라 지은 지붕 낮은 소담스런 주택들은 그들에겐 더없이 마음편한 안식처였다. 바로 지난 가을 기자가 찾았던 은평 뉴타운 예정지인 한 마을의 풍경이다.
서울시는 이들이 사는 동네의 주거가 낡고 비효율적이라면서 뉴타운을 만들어 주겠다고 나섰고,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기자가 인터뷰하거나 만났던 뉴타운 주민 가운데는 단 한 사람도 정부나 시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고분양가로 그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좁지만 마음 편히 몸을 눕힐 수 있었던 내 집을 갖고 있던 뉴타운 사람들은 전세 값도 안 되는 보상금을 받고 거리로 쫓겨날 형편이 됐고, 이 마을의 정겨운 풍경도 산산조각이 났다. 고분양가가 앗아간 것은 주민들의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취재를 시작할 즈음 이런 고분양가 논란은 파주와 판교 등 수도권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파주 ‘ㅎ’ 아파트의 사례는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파주시의 분양가 인하 권고 내용이 알려졌던 터라 보다 심층적인 내용의 확보가 필수적이었던 상황. 과연 분양가를 분석할 만한 구체적 자료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가 고민스러웠지만 의외로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아파트 건설사와 시행사는 이미 천여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인.허가 관련 자료들을 시에 제출한 상태였고, 여기서 취재진은 이들의 건축비 도급계약서 사본과 토지 보상비 지급 내역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한 택지 조성원가와 건축비는 실제 분양공고에 나타난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파주 ‘ㅎ’ 아파트의 시행사 임원은 땅값을 조성원가가 아니라 감정평가를 통해 부풀렸음을 시인했다. 자신의 브랜드 이름을 빌려주고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는 “가격은 논하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가 공개를 거부했지만 “당신이 (가격 구조를) 더 잘 알 텐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행간에 숨겨진 ‘폭리’라는 말을 유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건설업체는 지금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취재가 얼마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또 하나의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와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했지만, 내부 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몇몇 관계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아파트 건설 투입비용과 이익 등이 계산된 업계 내부 계획서와 시행사와 건설사 간의 도급계약서 등 내부 문건 20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취재진은 일반적인 아파트의 실제 건축비와 토지 조성 원가, 그리고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업계의 허위광고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분양가 인상을 통한 이익 나눠먹기 조항이 건설사와 시행사 간의 거의 모든 아파트 건축 도급계약서에 들어 있음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건설업계, 시행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취재진에게 내부의 속사정을 얘기해 줬고, 이번 취재가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실 그들도 업계 내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치솟는 분양가에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가고 있는 서민들이었다.
이번 취재의 또 다른 축은 공기업들이었다. 공공택지와 주택공급을 도맡고 있는 토공과 주공. 공기업의 특성상 보다 투명한 분양가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로부터 받은 분양 원가 관련 자료들은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기 힘든 숫자의 나열에 불과했고, 대부분 비용들은 민간업체들의 그것보다 몇 배나 비싸게 책정된 것들이라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증언했다. 공기업 관계자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개인이 투기적 이익을 영유하는 것보다 기업들이 이 이익을 환수하는 게 더 좋지 않으냐는 궁색한 논리로 고분양가를 정당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적지 않은 투기적 이익을 분양가에 얹어 챙겨가고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 된다. 우리 정부 내의 주택정책 라인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런 논리는 지난 몇 년간 고분양가를 합리화하며 서민들의 주거생활을 위기로 몰아넣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최근 몇 년간 다락같이 치솟은 아파트 분양가는 많은 소비자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거나 아예 시장 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시장 실패의 하나다. 건설업계와 정부는 시장 경제의 원칙을 내세우며 원가 공개와 분양가 폭리 구조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시장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고분양가라는 괴물이 공정거래와 건전한 주택시장을 파괴하는 시장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아파트 고분양가는 적절한 규제와 검증시스템이 결여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얼마나 허구일 수 있는 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회차 수상작 2006년 10월
제194회(2006년 10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