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219회) 「특별기획 “한반도의 댐 보고서”」 / 울산MBC
“한반도 댐 보고서” 취재 후기
울산MBC 보도국 박치현 부장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어떤 사건이 머지않은 미래에 파멸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소행성 충돌이나 전 세계적 바이오 테러, 갑작스런 지구온난화에 이르기까지 그 가능성은 다양하다.
이런 재앙은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확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0.001%의 확률도 확률일 뿐이지 당장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현대 과학으로도 발생시점을 점칠 수 없다.
지금 한반도 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과연 댐은 안전한가? 우리가 마시는 댐에는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취재에 착수, 한반도 댐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부심으로 댐 현장과 수자원공사를 수도 없이 방문했다.
하지만 자료 접근의 한계에 봉착했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은 국가보안시설’로 자료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철저한 비밀에 부친 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큰 사고 앞에는 항상 여러 차례 이상징후가 발견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한반도 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폭우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 소형댐, 부실공사로 누수가 진행되면서 붕괴위기를 맞은 댐, 정수장의 항생물질 검출 등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필자는 우선 댐 조사 용역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교수들을 만나 그 동안 숨겨져 왔던 자료를 수집했다. 수자원 관련 기관의 지인들도 끈질기게 설득, 비공개 문서를 찾아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협조로 비공개 자료를 추가로 입수한 뒤 현장 취재에 들어갔다.
한반도 댐은 예상보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홍수나 지진 때 우리나라 댐이 어느 규모의 충격에 붕괴될 수 있는 지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수자원공사가 댐 안전을 과대 평가하고 있다는 반론을 얻어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방송 자제 요청 공문을 보내왔고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교수들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취재에 참여한 교수들은 국내 몇 명 안 되는 댐 전문가들로
수자원공사의 용역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용역 결과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편향확증(Confirmation Bias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향의 심리학 용어)이 예기치 못한 댐의 대형사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양강을 비롯한 대형 댐들은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가능 최대 강수량(PMP, 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은 1000mm이고 이런 비는 언제든지 내릴 수 있고 이럴 경우 대부분의 댐은 물이 넘치면서 붕괴되는 것으로 이번 취재 결과 드러났다. 수자원공사는 취재팀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한반도 댐 보고서 내용을 뉴스 피크(news peak - 애매한 표현을 통해 여론을 조장한다는 뜻) 쯤으로 애써 무시했다. 국토해양부의 젊은 연구원들은 달랐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취재했다며 격려를 했다. 댐의 수질관리도 위험수위를 훨씬 넘었다. 광산 중금속 폐수가 유입되고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를 주민들이 먹고 있었다. 의약품 남용과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정수장과 한강, 낙동강, 금강 등에서 여러 종류의 항생물질이 검출됐다. 이런 오염된 물이 우리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간 후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겉모습은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속은 병들고 힘이 없었다.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댐의 그늘이 예상보다 심각했다. 취재를 하면서 한반도 댐의 소리 없는 경고를 똑똑히 들었다. 창 밖의 바람을 방안에서 바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댐이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수자원당국에 진실의 창문을 열고 댐과 대화해 보기를 당부하고 싶다.
댐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그래서 댐을 활용 해법도 우리가 찾아야 하다. “한반도 댐 보고서”는 우리 댐의 미래를 담은 다큐멘터리로써 자연과 따뜻한 동행을 하고자 했다.
이 회차 수상작 2008년 11월
제219회(2008년 11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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