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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의 “진범조작” 사건 진실 추적
취재후기
(219회) 무기수의 “진범조작” 사건 진실 추적 / 동아일보
8년 전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은 외로웠다. 다른 어떤 언론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꿋꿋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검증했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2000년 말 한 노인이 동아일보 법조팀을 찾아왔다.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 초등학생 강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15년을 복역하고 모범수로 출옥한 정원섭(74) 씨였다. 그는 “고문과 협박 때문에 허위 자백을 해 무기수가 됐지만, 죽기 전에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유죄의 증거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섰다.
취재팀은 변호인단과 함께 3개월 동안 1000장이 넘는 사건 기록과 빛 바랜 1, 2, 3심 판결문을 꼼꼼히 읽고 분석했다. 그리고 강원 춘천 홍천, 충남 천안, 경남 진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정 씨를 수사한 경찰관들과 정 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 검찰 관계자, 재판부, 부검의 등을 일일이 만났다.
증인들은 하나같이 “경찰이 잠을 안 재우는 고문과 협박을 해 어쩔 수 없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털어놨다. 수사경찰관 및 검찰 관계자들은 대부분 고문과 협박을 부인했지만, 일부 경찰관은 “정 씨가 없는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취재팀은 이를 2001년 3월부터 10월까지 동아일보 1면과 사회면 등에 9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정 씨와 변호인단은 취재 기록을 서울고법의 재심청구 사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심 사유의 형식상 문제를 들어 기각했다. 그러나 정 씨와 취재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 씨는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요청했고, 취재팀은 취재 자료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위원회의 재심 권고를 받은 춘천지법은 올 7월 재심 결정을 했고, 11월28일 무죄를 선고했다. 정 씨는 무죄 선고 직후 “무고함을 끝까지 믿어준 동아일보와 취재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 취재로 검경 등 수사기관의 적법한 수사절차와 ‘수사 결과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법원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호소할 길 없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확인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닫게 됐다.
8년 동안 취재팀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재팀을 이끌었던 이수형 법조팀장은 퇴직해 한 기업의 법무팀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이고, 신석호 이정은 기자는 각각 정치부와 국제부로 옮겼다. 이명건 기자는 정치부를 거쳐 법조팀장이 됐다.
이 회차 수상작 2008년 11월
제219회(2008년 11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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