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드결제사업자 전격조사
경향신문 박병류 기자
지난해 11월께. 꽉찬 메일계정을 정리하다 한통의 메일을 뒤늦게 발견했다. 3달전인 8월말께 전달된 제보메일로 “당신 기사를 보니 카드수수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밴업계도 문제가 많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해놓고 나는 까먹고 있었다.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서 당시 최대 이슈는 저축은행이었다. 밴사업자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의 메일주소로 다시 메일을 보냈다.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이 늦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한번보자’는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여의도에서 가까운데 있었다. 며칠뒤 마감을 하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짜장면을 먹고 있던 그와 그의 동료를 만났다. 3시간 가량 카드결제업계의 이런 저런 애기를 듣게됐다.
그는 열정적이었다. 그가 경험한 카드결제대행사업은 문제가 많았다. 관리감독 기관이 없던 탓도 컸다. 그는 이대로 카드결제업계를 두면 공멸한다고 몇번이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카드결제시스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카드결제업계의 정보관리부실, 만성화된 리베이트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사화하기가 부족했다. 그의 제보는 기사쓰기에 똑부러진게 아니었고 증명할 내용도 없었다. 일주일간 금융당국 관계자를 비롯해 신용카드업계, 신용카드결제업계, 가맹사업점주 등 관련자들을 다양하게 취재했습니다. 비로소 전체 얼개가 잡혔다.
10월19일 ‘카드결제기 사업 관리규정없어 사고 무방비’ 기사를 내보냈다. 일주일 추가보충 취재를 한 뒤 10월26일 카드결제기 업체출혈경쟁에 뒷돈(리베이트)를 내보냈다. 두 기사가 나가자 추가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는 대부분 익명이었다. 자신이 밝혀질 경우 관련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대형가맹점인 모 편의점과 대기업이 계열사인 모 카드결제사업자간 계약서를 확보했다. 7년간 40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11월1일)했다. 계속된 보도에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카드결제사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결제사업자 기사는 3달에 걸쳐 총 12회를 보도했다. 카드결제업계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에는 취재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이 사람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았다. 사안을 단순하게 보기로했다. 대기업들간 오가는 리베이트를 주목했다. 엄청난 리베이트는 결국 중소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어쩌면 1회성 기사로 끝날 수 있었던 기사가 계속해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데스크의 의지가 컸다. 단한번도 이 기사로 인해 기자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업계에 문제가 확연히 보였고, 이를 충실히 지면화한 것으로 나는 만족했다. 그런데도 큰 상을 준 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내가 더이상 사업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업계의 썩은 부분은 도려내자”며 계속 제보를 해준 선의의 제보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회차 심사평
제257회 전체 총평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효성 / 심사위원장
한국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었다.
제257회 <이 달의 기자상>부터 새로운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그간 심사를 맡아오신 심사위원님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지금까지의 전통을 이어 <이 달의 기자상>과 <한국 기자상>이 더욱더 권위 있는 기자상이 되도록 열띤 논의를 거치되 공정하고도 진지한 심사를 할 것을 다짐한다. 심사방식은 전과 동일하다. 심사위원들이 먼저 개별심사로 작품마다 6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겨서 나온 평균점이 9점 이상이면 가부 투표 없이 최종 수상작이 되고, 8점 이상 9점 미만이면 논의를 거친 후 수상 여부를 가부 투표로 결정한다.
이 달에는 모두 40건의 작품이 출품되어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에는 본래 10건이 출품되었으나 경제보도부문의 “최시중 측 ‘종편 돈봉투’ 돌렸다”(아시아경제)는 성격상 취재보도부문에 적합하다는 의견에 따라 모두 11건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리고 박희태 씨 돈봉투 관련기사와 최시중 씨 돈봉투 관련기사가 각각 2건씩이 8점을 넘어 심사대상이 되었으나 같은 사안으로는 1개의 작품만을 최종 심사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으로 이 가운데 각각 하나씩만 가부 투표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취재보도부문에서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MBN의 “축구협회 횡령 직원 퇴직위로금 파문 연속 보도”, 한국일보의 “김학인 한예진 이사장, 정권실세 금품로비 의혹 연속 특종 보도”, 그리고 동아일보의 “박희태 캠프, 2008년 전당대회 때 서울당협에 2천만원 전달 시도”의 세 작품이 최종 심사에 올랐고 이 가운데 한국일보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참석 심사위원 15명 가운데 14명이 찬성하여, 제257회 <이 달의 기장상>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제보에 의한 것이었지만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추적한 충실한 보도였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본래 7개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아시아경제의 “최시중 측 ‘종편 돈봉투’ 돌렸다”를 취재보도부문으로 옮겼기 때문에 6개의 출품작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이 가운데 경향신문의 “공정위, 카드결제사업자 전격조사”만이 8점을 넘겼고 최중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은 카드에 얽힌 비리를 잘 파헤쳤을 뿐만 아니라 그 비리가 제도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여 제도 개선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4개의 출품작 가운데 중앙일보의 “멈춰 학교폭력”, 연합뉴스의 “<수명 양극화> 가난한 동네가 4년 일찍 죽는다”, 한겨레신문의 “탐사기획 ‘2012 트위플 혁명’의 세 작품이 8점을 넘겼고, 이 가운데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중앙일보의 작품은 학교폭력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리고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한겨레신문의 작품은 SNS라는 새로운 현상을 심층성과 다양한 틀로 분석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SNS 부정적 측면은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두 개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이 가운데 CBS의 “회색근로자 ‘특고’를 아시나요가 8점을 넘겼고 15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13표를 얻어 두 번째 최다특표로 최종 수상작으로도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경제계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사안으로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어두운 면에 탐조등을 비친 작품으로 계몽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사료값이 없어서...순창 소 10여 마리 굶어죽어”, 경인일보의 “농민은 봉이다? 가산금리 불법 조작한 단위농협의 추악한 비리”, 경남MBC의 “4대강 침수...8.57평방Km”의 세 작품이 8점을 넘겼으나 아쉽게도 어느 것도 최종 수상작의 영예를 안지는 못했다. 연합뉴스의 작품은 제목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고 축산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었지만 지나치게 단순했다는 점이, 경인일보의 작품은 지역신문이 농협의 비리를 파헤쳤다는 용기는 좋은 평가는 받았으나 편집이 취약했다는 점이, 경남MBC의 작품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농경지 침수 실태를 잘 다루었으나 선행보도들이 더러 있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는 3개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부산일보의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는 작품의 성격상 특별상부문이 더 적합하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특별상부문으로 옯겼다. 나머지 두 작품은 모두 8점을 넘기지 못해 아쉽게도 논의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는 두 작품이 출품되어 두 작품 모두 8점을 넘겼으나 최중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KBS광주의 “영상기록 ‘명인’”은 지역 장인들을 다룬 작품으로 기록적인 가치는 있으나 유사한 작품들이 많고 영상미도 돋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TJB대전방송의 “미래 에너지를 찾아라”는 노력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는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래 에너지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측면에 대한 분석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보도부문에는 세 개의 사진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가운데 국민일보의 “남극대륙을 가다”와 연합뉴스의 “극지연구 ‘아남극에서 남극대륙으로’”의 두 작품이 8점을 넘겼다.이들 작품은 남극에서 힘들게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작품만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연합뉴스의 작품은 기획성이 돋보였으나 사진작품으로서는 너무 밋밋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작품은 순간적인 영상을 잘 포착햇다는 점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별상부문에는 부산일보의 “정수장학회를 공공재단으로”와 TV조선의 “정부보증 CNK 사기극 특종 및 탐사보도”의 두 작품이 대상이었고 모두 8점을 넘겼다. 이 가운데 부산일보 작품은 본래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 출품되었으나 일반적으로 <이달의 기자상>의 작품들은 자사의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같은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따라 특별상 부분으로 옮겨 이 부문의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자사의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구현하려는 부산일보 종사자들의 희원을 담은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의 CNK의 사기극에 관한 작품은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기자가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는 등 취재의 치열성은 높이 살만하지만 이미 선행보도들이 더러 있었고 특별상을 받을 수 있을만큼 그야말로 “특별한” 그 무엇은 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아쉽게도 최종 수상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