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부산일보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부산일보 이자영 기자
2011년 11월 30일, 부산일보의 윤전기가 멈췄다.
노사 갈등 때문에 신문이 결간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노조의 파업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윤전기를 세운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사측이었다. 회사가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불리한 기사를 게재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독자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라도 정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항의한 기자들의 주장은 묵살됐다.
사측은 신문이나 독자보다 소유주인 정수장학회의 눈치를 더 살피고 있었다. '편집권 독립'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하루 전인 11월 29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이호진 지부장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재단과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장 후보 추천 방식을 묻는 사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사측은 이 모든 것을 불법 노조활동이라고 규정했다. 회사는 뒤이어 '정수재단 사회 환원 요구' 기사를 1면에 게재한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 발령했다. 사측과 재단은 그동안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내세워 부산일보는 '편집권 독립'이 어느 회사보다 잘 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실리자 기자들이 뽑은 편집국장을 직위 해제해 버린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기자들은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역사라 할 수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파헤쳐 보도하기로 했다. 정수장학회의 오욕의 역사에서부터 부산일보와의 관계까지, 면밀한 취재와 기획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부산일보 제2 편집권 독립 운동' 시리즈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보도했다. 기자들은 부산일보 경영진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직접 취재도 시도했다.
재단 이사장과의 전화 인터뷰, 정수장학생 출신 졸업자 모임 상청회 회장과의 인터뷰도 이뤄졌다. 또 장학금 수혜 대학생 조직인 청오회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 등 일부 정치적인 행사가 장학회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보도를 통해 부산시민을 비롯한 전국 독자들도 부산일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독자위원들 역시 "부산일보 사태가 노사문제가 아닌 언론 공공성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기획 보도를 호평했다.
공정 보도를 위한 싸움은 이제 부산일보의 문제만이 아니다. 2012년 3월 현재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수많은 언론사가 편집권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 수상의 영광을 이 모든 언론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남극대륙을 가다 국민일보
남극대륙을 가다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미지의 대륙, 남극대륙을 가다
해표미소에 웃다가 크레바스 공포에 떨었던 변화무쌍한 남극의 매력, 결코 인간의 방심을 용납하지 않았다
미지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 동시에 두려움으로 출발한 남극취재는 2011년 12월 18일부터 2012년 1월 25일 기간동안 극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남극 장보고기지(남위 74도37, 동경 164도12)건설예정지인 남극 테라노바 만까지 직선거리는 3600km. 오가는 여정 중에 러시아 스파르타호와 한국어선 정우2호 구조를 위해 항해한 거리를 포함하면 40일간 1만여km를 항해했다. 망망대해를 달리는 아라온호에서 보낸 날만 25일이였다. 그중에 10여일은 거친파도가 아라온호를 삼킬 듯 했다. 파도로인한 배의 롤링은 바로 서 있기 조차 힘들게 했고 배멀미로 시작된 항해일정은 어느새 일상으로 다가왔다. 마치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10여일간 쉬지않고 연속적으로 탄 느낌이였다.
남위 65도 아래로 내려가자 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백야(白夜)현상이다. 밤 시간에도 해가 중천에 떠 있어 밖이 훤하다보니 낮과 밤을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
하늘이 밝으니 언제든 근무가 가능했다. 사진촬영에도 후레쉬없이 적정노출이 나와 사진기자입장에선 하루종일이 근무시간이었다. 남극의 자연을 렌즈에 담기위해 600mm 장촛점 렌즈와 카메라 2-3대를 목에 걸고 난생 처음 보는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아라온호 갑판위에서는 롤링이 심할때면 몸이 배 밖으로 낙하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일을 몸에 두르고 사진취재에 임해야 했다.
애초에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예정단의 활동과 남극대륙의 환경에 대한 취재로 신년호와 기획4회분으로 보도예정이였다. 그러나 남극해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12월말 러시아 스파르타어선 구조와 1월초 한국 정우2호어선 화재사건이다. 쇄빙선 아라온호가 극지바다에서 얼음을 쫙쫙 깨면서 성공적인 구조활동을 펼쳤다. 이 모든활동들은 남극 현장에서 생생하게 취재하여 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남극의 하루하루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펭귄과 해표는 남극생활의 활력소를 주는 중요한 피사체였다.
보기만해도 우스운 펭귄의 걸음걸이와 해표 미소에 정서가 순화되지만 먹이사냥에 나선 해표가 남극대구를 먹는 모습에선 야성의 본능적인 모습을 엿 볼수 있었다.
얼음대륙 남극의 테라노바 만에 도착한 장보고기지(남극 제2기지)는 장보고기지 건설준비를 위해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의 열정으로 뜨거웠다. 혹한과 폭풍이 몰아칠때면 서 있기 조차 어려운 영구동토의 땅. 그러나 남극 최고의 기지를 짓겠다는 신념으로 눈보라를 뚫고 기지 개척의 첫 삽이 극한환경에서 모든것을 극복하고 있었다.
남극에는 해가 지지 않는 영상5도의 여름날씨와 해가 뜨지 않는 긴 겨울과 영하 89도(관측 최저온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기후변화 등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연구가 가능하다. 그래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세상의 끝에서 미래를 열어가겠다"라는 슬로건 아래 극지연구원들의 연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014년 기지 완공을 목표로 둔 대한민국은 세계9번째로 남극에 2개의 기지를 갖게 되는 나라가 된다. 부디 성공적인 장보고기지 완공을 통해 극지연구에 새 지평을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
회색근로자 ‘특고’를 아시나요? CBS
회색근로자 ‘특고’를 아시나요?
CBS 권민철 기자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나는 대학교수가 아닌 '특고'라는 이름의 해괴망측한 자영업자로 변신해 있었다. 나는 교수 연구실을 빼앗겼고, 제자들은 나를 더 이상 교수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대신 그들은 나를 지식을 파는 영업사원으로 대했다. 나는 그들에게 따지지만 그들은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갈수록 열등감, 불면상태에 빠져들고 급기야 실어증(失語症)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2012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화다. '특고', 그 것은 특수고용근로자의 줄임말이다. 내용상 사용자와 고용관계에 있으면서도 고용계약 대신 사업자 관계를 맺은, 내용상은 근로자이지만 형식상은 자영업자인 회색지대의 노동자를 말한다. 주로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숫자는 적어도 25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용자가 이들 멀쩡한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사장님으로 변신시켜 놓은 이유는 자명하다. 공식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닌 만큼 그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충족시킬 필요도, 그들을 보호해야할 의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용자로서는 꿈의 노동자인 셈이다.
그러나 노동자성이 부인된 특고들의 노동 실상은 우리사회의 노동빈민이라는 비정규직보다 심각한 경우가 허다했다. 명백한 산업재해로 하반신이 마비됐음에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물류 기사, 50원 때문에 파업을 벌였다는 우체국 택배기사, 42세에 정년퇴직을 당했다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조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새벽이면 협박 문자에 시달려야 했던 학습지 교사, 하루 2시간씩 밖에 잠을 못 잤다는 치기공사,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타인보다 월급은 1/50에 받지 못하는 단역배우, 월급이 60만원이었다는 방송작가 등 우리가 인터뷰한 특고들은 우리시대의 숨겨진 수드라(sudra)였다. 허탈한 것은 그들 대부분이 자신이 특고인지, 특고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회복해주는 의식화교육(?)까지 병행해야했다.
알고 보면 특고는 우리가 미처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사실은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지 상당히 오래된 직업군이다. 그러나 특고 문제가 복잡하고 또 파편화 돼 있어 이 문제에 대한 구조적 접근이나 심층적인 분석은 유보돼 왔다. 그러는 사이 특고의 숫자는 최근 7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공존 사회,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 극대화 하려는 자본주의의 탐욕이 특고의 무분별한 양산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으로 우리사회 곳곳에서 내연(內燃)하고 있는 특고 문제가 점차 대폭발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특고 문제를 명민하게 간파하고 취재에 열정적으로 임해 준 장규석, 조태임 두 후배에게 감사의 말을 보탠다.
탐사기획 ‘2012 트위플 혁명’ 한겨레신문
탐사기획 ‘2012 트위플 혁명’
한겨레신문 안수찬 기자
신년 기획은 일수꾼과 같다. 때만 되면 달려와서 다 게워내라 득달한다. 연말이 되면, 기자들은 이자 독촉만큼 성가신 ‘기획 독촉’에 시달린다. 기자라면 그 스트레스를 기어코 피하고 싶을 것이다. 연말·연초를 홀가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탐사보도팀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만들어진 <한겨레> 탐사보도팀은 △한국의 무슬림 △4대강 사망자 전수조사 △탈북자의 아메리칸드림 △조선족 대이주 100년 등 평균 월 1회꼴로 사회 저변의 거대 변동에 착안한 기사를 주로 썼다. 대단치 않지만 몇몇 상도 받았다. “신년 기획을 준비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지난해 10월 무렵, 우리는 정말이지 한숨 돌리고 싶었다. 스스로 구상·추진해온 과거 기사와 달리 신년기획 ‘2012 트위플 혁명’은 뉴스룸 차원의 ‘하명 기사’였다. 그러나 기왕 맡은 프로젝트라면 특별히 잘 해내고 싶었다. 관성적으로 생산해온 ‘신년 기획’이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까지 냈다.
그것이 향후 심층탐사보도를 위한 뉴스룸 안팎의 지지·성원을 높일 것이라 기대했다. 미국 사우스알라배마대학의 제임스 어코인 교수는 <탐사저널리즘>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탐사 기자가 갖춰야할 능력 가운데 하나는 ‘사내 정치력’이다.” 뉴스룸 안에서 능력과 성취를 입증해 다른 기자들의 지지·성원을 얻지 못하면, 탐사보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다행히 편집국장 이하 뉴스룸 지도부는 큰 화두만 제시하고, 나머지를 탐사팀에 일임했다. 처음부터 우리는 프레임의 차별화를 꾀했다. 한국 정치 기사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유력 정치인 중심, 여론조사 중심, 판세 중심 등이다. 탐사보도팀은 이 세가지를 아우르면서도 뛰어넘는 ‘매개’를 고민했다. 트위터를 정치와 연관시킨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도 단편적이나마 등장한 적이 있었다.
‘2012 트위플 혁명’이 남다른 기획이었다면, 그 원동력은 ‘공부’에서 비롯한 것이다. 단행본, 학위·연구논문, 각종 보고서 등을 숱하게 구하고 내려받고 프린트했다. 그 결과, 50여종 2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모아 나눠 읽었다. 대학 시절 학회 세미나 하듯이 요약·발제도 했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트위터 관련 연구가 극히 최근에야 시작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가 읽어야할 자료는 더 방대했을 것이다.
약 2주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취재를 위한 중요한 프레임들을 발견했다. 이는 그대로 구체 기획안으로 진화했다. 트위터를 분석하는 새로운 ‘사회과학적 도구’도 발견했다.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해 진행된 인터뷰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열정을 신뢰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공동 취재·조사를 추진하는 바탕이 됐다.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일관되게 적용한 포인트가 있다.
‘혼융의 기획’을 구현하려 애썼다. 우선 사회과학과 저널리즘을 혼융했다. 몇몇 전문가의 인용문 중심으로 기사 분량을 채우는 관성을 넘어, 사회과학의 연구 성과를 저널리즘에 접목시키려 했다. 아울러 다양한 방법론을 두루 버무리려 했다.
다양한 분석 결과를 교차시켜 사안의 중층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동시에 계량적 방법론과 정성적 방법론을 함께 적용했다. 기사 작법에 있어서도 인포그라픽, 담담한 분석·해설 기사, 인물에 주목하는 내러티브 작법 등을 함께 구사했다. 일련의 보도 전략을 통해 우리는 구조와 함께 개인을 드러내고, 거시적 관점과 함께 미시적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회변화는 종종 정보 교류와 담론 소통의 플랫폼이 변화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90년대 피시통신, 2000년대 인터넷, 그리고 최근의 SNS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미디어 자체가 정의롭거나 선하지는 않다. 새로운 미디어인 트위터 역시 마찬가지다.
트위터가 한국 시민사회-정치구조에 좋은 영향을 주려면,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냉철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 뒷받침이 되는 것은 언론의 체계적 분석과 공정한 보도다. 그 첫걸음에 작으나마 기여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탐사보도팀이 ‘달력기획’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누군가 해준다면, 덤의 격려가 될 것이다.
멈춰 학교폭력 중앙일보
멈춰 학교폭력
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지난 세월은 잊기 위해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웃음치료사 진진연(41)씨의 말이다. 진씨는 중학교 때 당한 학교폭력의 트라우마에 20년을 갇혀 살았다. 자살기도만 5번, 그의 손목에는 지난 세월의 아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그를 통해 취재팀은 ‘학교폭력=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대구 중학생을 자살로 몰아간 것은 단순히 그를 괴롭힌 가해자뿐만 아니라 폭력을 방치한 교사, 학부모, 사회 모두의 책임이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의 인식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취재팀은 적나라한 실태를 보도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학교폭력을 이겨낸 당사자, 교사, 부모들의 경험담을 통해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나아가 노르웨이 ‘멈춰’ 프로그램, ‘호루라기 친구’ 등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본지가 제안한 대책들은 대부분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종합대책에 반영됐고 보도 과정에서 ‘사이버불링’ 방지법 등 법률로 제정됐다. 이메일과 SNS 등을 통해 전달된 독자들의 소중한 의견은 본지가 제안한 정책에 대부분 녹였다.
취재팀에 쏟아지는 수많은 의견들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단순히 정책 제안만 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 캠페인을 통해 사회 여론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지는 2012년 첫 주부터 ‘멈춰 학교폭력-학교ㆍ가정ㆍ사회 세 바퀴 범국민 운동’을 전개했다. 캠페인에는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단체, 정부부처 등의 폭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사회여론도 학교폭력 근절에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달 국무총리의 담화로 시작된 정부의 대책 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 80여개의 법 조항을 손보는 등 강도 높은 처벌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학교폭력 해결의 근본 대책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기 때문이다. 가해 아이들을 범죄자로 키울 게 아니라 폭력이 사라진 성숙한 교실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가정에서는 올바른 밥상머리 교육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참 스승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인성교육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원칙과 정의, 질서, 배려 등 그동안 소홀히 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살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본지가 시작한 ‘멈춰 학교폭력’ 캠페인의 핵심이다.
본지는 앞으로도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잘 실현되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바르게 커갈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촉매 역할에는 본지가 앞장서겠다.
공정위, 카드결제사업자 전격조사 경향신문
공정위, 카드결제사업자 전격조사
경향신문 박병류 기자
지난해 11월께. 꽉찬 메일계정을 정리하다 한통의 메일을 뒤늦게 발견했다. 3달전인 8월말께 전달된 제보메일로 “당신 기사를 보니 카드수수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밴업계도 문제가 많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해놓고 나는 까먹고 있었다.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서 당시 최대 이슈는 저축은행이었다. 밴사업자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의 메일주소로 다시 메일을 보냈다.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이 늦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한번보자’는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여의도에서 가까운데 있었다. 며칠뒤 마감을 하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짜장면을 먹고 있던 그와 그의 동료를 만났다. 3시간 가량 카드결제업계의 이런 저런 애기를 듣게됐다.
그는 열정적이었다. 그가 경험한 카드결제대행사업은 문제가 많았다. 관리감독 기관이 없던 탓도 컸다. 그는 이대로 카드결제업계를 두면 공멸한다고 몇번이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카드결제시스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카드결제업계의 정보관리부실, 만성화된 리베이트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사화하기가 부족했다. 그의 제보는 기사쓰기에 똑부러진게 아니었고 증명할 내용도 없었다. 일주일간 금융당국 관계자를 비롯해 신용카드업계, 신용카드결제업계, 가맹사업점주 등 관련자들을 다양하게 취재했습니다. 비로소 전체 얼개가 잡혔다.
10월19일 ‘카드결제기 사업 관리규정없어 사고 무방비’ 기사를 내보냈다. 일주일 추가보충 취재를 한 뒤 10월26일 카드결제기 업체출혈경쟁에 뒷돈(리베이트)를 내보냈다. 두 기사가 나가자 추가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는 대부분 익명이었다. 자신이 밝혀질 경우 관련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대형가맹점인 모 편의점과 대기업이 계열사인 모 카드결제사업자간 계약서를 확보했다. 7년간 40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11월1일)했다. 계속된 보도에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카드결제사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결제사업자 기사는 3달에 걸쳐 총 12회를 보도했다. 카드결제업계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에는 취재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이 사람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았다. 사안을 단순하게 보기로했다. 대기업들간 오가는 리베이트를 주목했다. 엄청난 리베이트는 결국 중소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어쩌면 1회성 기사로 끝날 수 있었던 기사가 계속해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데스크의 의지가 컸다. 단한번도 이 기사로 인해 기자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업계에 문제가 확연히 보였고, 이를 충실히 지면화한 것으로 나는 만족했다. 그런데도 큰 상을 준 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내가 더이상 사업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업계의 썩은 부분은 도려내자”며 계속 제보를 해준 선의의 제보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김학인 한예진 이사장, 정권실세 금품로비 의혹 연속…
김학인 한예진 이사장, 정권실세 금품로비 의혹 연속 특종보도
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은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 EBS 이사로 재직했지만 신문 지상에 이름을 올리는 저명인사 급은 아니었다.
기자가 처음 김 이사장 관련 제보를 받을 때만 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등록금을 빼돌린 사학 비리의 전형 정도로 생각했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몰고 올 권력형 비리의 도화선이 될 거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그저 학력과 경력이 부족했던 김 이사장이 EBS 이사로 천거된 것은 정치권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막연한 의문에서 취재에 착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김 이사장은 현 정권 초기 권력 실세의 측근들과 어울려 다니며 권력의 이면을 장식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정권 초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권력형 비리의 끄트머리가 잠시나마 수면 위에 드러난 것으로 보였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는 살짝만 건드려도 터진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한국일보가 권력 실세를 상대로 한 EBS 선임 로비 의혹을 보도하자 타사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채널 배당과 관련한 골프 회원권과 법인카드 수수 의혹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관련 거액 수수 의혹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돈 봉투 전달 의혹 등을 연속으로 터트렸다. 어떤 보도는 한국일보 보도보다 충실하고 파괴력이 큰 경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일보가 권력형 게이트의 세계로 나가는 문의 빗장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취재 과정에도 운이 많이 따랐다. 때마침 검찰도 한국일보 보도 이전부터 김 이사장의 정치권 실세 로비 의혹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일보가 자신있게 의혹 제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 수사가 굴러가고 있는 만큼 진실 규명은 시간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EBS 이사 선임 로비와 관련한 결정적 증언도 의외로 쉽게 확보됐다. 김 이사장의 복잡한 여자관계가 도움이 됐다. 과거 김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지금은 헤어진 한 여성의 모친은 현재 유명한 종교인이다. 그는 딸을 버린 옛 사위의 행적을 한국일보 취재팀에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중심축이 김학인 개인 비리에서 권력 실세의 비리 의혹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 이사장이 18대 총선 전에 또 다른 권력 실세인 이상득 의원 측에 공천헌금 명목으로 현금 2억원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김 이사장의 별건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로비 의혹의 핵심 주인공이 해외에 머물고 있고 김 이사장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진실규명 작업은 아직 ‘현재 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한국일보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정권 말이라는 시대 상황에 힘 입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기자협회의 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실 규명을 위한 후속 취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