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지옥의 알바’ 청소년 택배 대전일보
‘지옥의 알바’ 청소년 택배
대전일보 김달호 기자
기사는 한 통의 제보전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전화를 걸어온 70대 노인은 자신의 손자가 학교를 가지 않고 택배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학업을 등한시 하고 있다며 '불법아르바이트에 이용만 당하는 손자를 도와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주변 취재원들 상대로 사전 취재에 나선 결과 실상은 더욱 심각해보였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한다며 밤 늦게 집을 나선 아들이 알고 보니 택배 아르바이를 하고 있다는 한 공무원, 밤새 택배 상자를 나르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제자를 보면 답답하다는 한 중학교 교사 등 10대 청소년들이 일당 5만원의 유혹에 넘어가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기위해 돈이 필요했고 업주들은 이를 악용해 비도덕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택배 아르바이트의 문제점을 고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초 11월 24일 현장르포 기사이후 12월 10일까지 지속적으로 보도했으며 대전지방경찰청의 수사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불법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단속을 촉발시켰습니다.
이후 2월들어 학교폭력 문제와 더불어 금품갈취의 수단으로 택배아르바이트가 이용되면서 청소년 불법 아르바이트가 사회문제가 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현장에서 근무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일을 하는 이유, 고용노동법 준수 여부를 직접 들으면서 처음기사를 작성했고 이후 인력부족을 핑계로 소홀히 한 노동청을 비판했습니다.
또 택배회사 하청의 구조를 밝히면서 교묘히 법적 단속망을 피해가는 택배회사들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택배 아르바이트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실태와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본보 기사와 함께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택배 불법 아르바이트'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점차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결정적으로 최근 학교폭력에서 금품을 갈취하는 하나의 수법인 일명 '알바셔틀'로 택배 아르바이트를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부분의 매체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본보 기자가 직접 택배 물류센터 야간 상·하차 작업에 직접 참여해 잠입 취재를 함에 따라 생동감있는 보도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기사가 작성됐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전 지방 고용 노동청, 대전지방경찰청, 교육청 등 다양한 관계당국을 취재하면서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실제 경찰과 노동청의 단속결과가 발표되면서 신뢰성까지 확보했습니다.
택배 야간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의 고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본보 기자들이 대전 유성의 물류센터와, 옥천지역 물류센터에서 저녁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직접 아르바이트에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으며 눈과 귀를 열고 현실감 있는 취재를 진행했으며 후속보도를 연이어 이어가면서 심도 있는 기사를 이끌어내려 노력 했습니다.
.보훈단체.업자의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부산일보
.보훈단체.업자의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기자에겐 취재를 꺼리고 싶은 대상이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종교단체다. 대한상이군경회도 비슷하다.
이런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집단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오랜 경험 때문이다. 기자를 ‘피곤’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었다. 언론사가 기피하고 싶은 상이군경회라는 단체가 사건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보도는 계약 체결 뒤 본보를 통해서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내막은 이렇다. 상이군경회는 바다를 매립한 땅에 복지관을 짓는다며 부산시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땅을 얻는다. 그러고는 별다른 가격 차이 없이 건설회사에 땅을 팔아넘긴다. 사실상 거래 당사자는 부산시와 건설회사였다.
물론 취재는 간단하지 않았다. 매입대금의 출처와 전달과정, 실제 땅 소유주와 건설회사·상이군경회·부산시의 관계 등을 파악해야 했다.
많은 서류를 들여다보고 긴 시간 당사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들로부터 수의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헐값에 땅을 사기 위한 속임수였다는 실토를 받았다. 상이군경회 등이 스스로 위법성을 인정하게끔 부정하기 어려운 증거들을 모으고 취재했다.
본보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 결과 돈을 두고 설계자와 물주, 그리고 상이군경회 사이의 지저분한 ‘암투’도 드러났다. 발뺌하던 부산시가 모든 걸 알면서도 방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 단체 혹은 사람들은 기사화도 어렵고 우리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취재 후기를 마무리하면서 기자들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핑계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꽤 많은 기자들이 이런 핑계로 좋은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또 이런 핑계가 모여 우리가 성역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들 사이에 핑계가 사라진다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전통 언론의 위기’라는 말도 사라질 듯하다.
시사기획 창 <대한민국 부의 보고서, 평창을 점령한…
시사기획 창 <대한민국 부의 보고서, 평창을 점령한 그들>
KBS 정윤섭 기자
지난해, 강원도 평창이 3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유치 성공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세간의 관심은 방송인 강호동 씨의 평창 땅 구입 사실이었다. 이후 모든 언론과 연예 매체들은 후속보도를 쏟아냈지만 강호동 씨처럼 ‘성공한’ 사람들이 왜 평창에 땅을 샀고, 평창 현지에선 땅을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강호동이라는 연예인 한 명에게만 관심이 모아졌다.
제작진은 강호동 씨가 사들인 땅의 위치가 궁금했고, 나아가 강 씨가 연고도 없는 지역에 굳이 20억 원이나 들여 땅을 사들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강 씨 외에도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땅을 사들였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취재에 착수했다. 그것은 곧 재벌이나 정치인, 전현직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지 특히 이 과정에 부동산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주목한 곳은 강 씨의 땅이 있던,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A급지’라고 추켜 세웠던 알펜시아 리조트 북서면 인접 토지였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2천 건에 가까운 토지등기부등본과 관련 서류를 분석했고, 그 결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와 GS그룹 일가, 중견기업 오너들, 그리고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검찰총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땅이 발견됐다. 어떤 인사는 알펜시아리조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의 사장을 지냈고, 어떤 인사는 알짜배기 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공직선거를 앞두고 매각하기도 했다. 대부분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의 명의였다.
이후 제작진은 대관령면의 중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횡계리의 토지 소유주를 추적했고, 이 과정에선 쌍용그룹 일가와 전직 국회의원, 유명 스포츠선수, 언론사 사주 등이 발견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의 토지에는 어김없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돈이 흘러들었고, 결국 이들의 부의 재창출과 유지 수단은 부동산이었다는 사실이 직접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대부분 인사는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밭이나 논과 같은 농지를 사들일 때는 소유자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들이 감자와 배추와 같은 구체적인 작목까지 거론하며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해놓고는 대부분 현지인들에게 임대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취재대상이 된 인사들의 해명이 더욱 가관이었다. 단지 투자를 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식이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선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들이 지금도 부동산에서, 그것도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에 뒤따른 개발 호재에 편승해 부동산을 구입하고, 시세차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에, 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그저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지난 겨울 가장 추웠던 시기에 맨손으로 카메라를 돌렸던 이성림 기자와, 밤샘 편집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철 씨, 2천 건에 가까운 자료조사와 분석에 적극 참여했던 김지혜 씨 등 제작진들에게 귀중한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상당부분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취재에 협조했던 재벌닷컴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 언론 현장은 격변을 겪고 있다. 이 프로그램 취재 기자들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론인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힘든 싸움에 나선 선후배 동료 기자들과도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MB정부 4년 인사 대해부 중앙일보
MB정부 4년 인사 대해부
중앙일보 최준호 기자
2월24일. 두 달에 걸친 프로젝트가 끝난 아침, 피로가 몰려왔다.
팀원 중 한 명은 이날 아침 코피까지 쏟았다. 일간지 기자 생활 만 17년 만에 처음 해보는 두 달에 걸친 대작업이었다. 매일 밤 10~11시까지 자료와 지루한 싸움을 했다. 안개 낀 듯 눈앞이 침침, 고개를 쳐들고 게슴츠레 눈을 떠야 했다.
세로축 1000칸, 가로축 26칸의 엑셀파일을 돌리다 보니 툭하면 노트북이 서버렸다. ‘이게 과연 될까…’의구심까지 수시로 들면서 기자도 노트북도 조금씩 피로가 쌓여갔다. “그거 다 아는 얘기 아냐?”“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점인데…”“하는 일 없이 만날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뭐하냐”“대포만 쏠 생각하지 말고 중간 중간에 야포도 쏴야지”….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 격려도 많았지만, 간혹 들려오는 사내외의 목소리에 ‘그러잖아도 분위기 안 좋은데 이거 이러다 팀 해체되는 거 아냐? ’는 생각에까지 시달려야 했다.
그간의 몸고생, 마음 고생은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쾌감으로 변해 돌아왔다. 특종하는 동료들에게 “마약 먹는다”고 놀렸던 그 쾌감이다. ○○학회에서는 “중앙일보의 기사를 매회 흥미진진하게 봤다. MB정부에 대한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를 중앙일보에서 제대로 다뤄줬다.”“‘관계망 한가운데 박영준 있다’는 기사를 읽고 무릎을 쳤다.
그간 주장이나 전언으로 접했던 얘기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실증해준 기사다.” 청와대에서도 비공식루트를 통해 반응이 왔다.“아프지만 감내해야지 어찌하겠느냐. 주장도 아니고 숫자로 분석한 건데…”. YTN에선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강지원 변호사가 진행하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강지원 출발 새아침’이었다. 20분 넘게 생방송을 해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예정된 원고를 벗어나 질문을 해대는 인터뷰 밀림을 간신히 헤쳐나왔다. KBS에서도 ‘미디어비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진실보도의 힘, 탐사보도’라는 제목으로 본지 탐사팀의 보도를 소개했다. KBS는 “출입처 중심으로 조직된 다른 취재부서와는 별도로, 독립된 탐사팀 소속 5명의 기자들이 두 달간 힘을 합쳐 만들어낸 성과”라며“탐사보도가 매체환경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면을 빌려 감사해야 할 분들이 있다.
‘사회관계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이란 건 취재기자의 능력만으로 부족하다. 탐사팀과 함께 한 달 가까이 밤을 지새운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는 사실상 본지 탐사팀의 동료였다. 기획 초기 취재의 방향에 큰 도움을 준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권혜진 소장도 탐사기자들의 ‘누님’같은 분이다.
사실 탐사팀의 어깨가 무겁다. 부서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매일 마감시간을 식은땀 흘려가며 막고 있는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때마침 밤 늦게까지 힘든 엑셀작업에 참여해준 수습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긴 시간을 기다려준 회사의 배려는 이번 프로젝트의 필수 자양분이었다.
<2012 겨울, 쪽방> 연재기사
<2012 겨울, 쪽방> 연재기사
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기사를 쓰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2012 겨울, 쪽방>의 에필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 14편의 기사를 쓰는 동안 제일 많이 든 생각이다. 부담감과 막막함에 갈피를 못 잡고 휘청댈 때마다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길을 일러주신 김현준 사회부장과 사건팀장 이광철 캡께 먼저 감사드린다.
겨울의 쪽방은 춥고 배고팠다. 방 안 온도는 항상 영하였고 한번 씻으러 나가려면 큰 결심을 해야 했다. 부족한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것 중엔 라면이 제일 나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는 무기력에 굴복했다. 이불 속 전기장판에 들러붙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하면서도 내 의지는 추위와 귀찮음에 번번이 지곤 했다.
추운 데서 견디며 안 씻는 거야 사회부 사건팀 수습 교육 시절 다 해봤기에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쪽방촌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기자를 반기지 않았다. '숱하게 많은 기자가 다녀갔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작 한 달 살고 기사를 쓰겠다는 것은 오만'이라는 비웃음과 불신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나를 '딱한 사정이 있는 여학생' 쯤으로 생각한 이웃들이 호의를 베풀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지나치게 긴 것 같던 한 달이 막바지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매일 밤 일기를 쓰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되새기려 애썼다. 반은 기자, 반은 쪽방 주민이 됐을 때쯤 취재는 끝났다.
통신기자가 '전재되지 않을 각오'를 하고 기획 기사를, 한 달씩이나 시간을 들여 쓴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빈곤 주거 문화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은 쪽방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명절과 혹한ㆍ혹서기의 반짝 관심이 아닌 진짜 취재를 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주거는 삶의 기본이다. 쪽방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질병과 실업, 가난은 끝없이 악순환한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게으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쪽방촌에 대한 세상의 흔한 편견을 지우는 것에서 문제 해결은 시작되리라 믿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쪽방 생활이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 종종 쪽방 이웃들에게 전화가 온다. 전통과자 트럭에서 일하던 매주 수요일이 되면 동자동에 가보고 싶어진다. 취재가 제대로 안 돼 쓰지 못했던 몇 개의 기사도 아직 마음에 남아있다.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나를 기꺼이 이웃으로 받아들여 준 동자동 주민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혹여 외부인의 시선으로 기사를 쓰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진 않을지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다. 그 고민과 걱정들이 전혀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증시는 지금 작전중 매일경제신문
증시는 지금 작전중
매일경제신문 김기철 기자
안철수 서울대 교수 멘토인 신 모 씨가 지분을 보유한 W사료. 지난해 말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됐던 이 내용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연초에 불과 20일만에 주가가 약 150% 나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신 씨는 안 교수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결국 누군가 의도적으로 작년 말부터 우성사료를 `안철수 관련주`로 지목해 주가를 띄운 셈입니다. 이런 와중에 대주주 일가는 지분을 고점에서 대량 매도해 개미들만 고스란히 돈을 날렸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주식 시장은 정치인 테마주 열풍 그 자체였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은 한탕의 꿈에 사로잡혀 부나방처럼 정치인 테마주에 몰려들었습니다. 금융당국이 경고를 하고, 언론에서도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다뤘지만 이런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정말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스토리를 발굴하려 했습니다.
전방위적인 취재를 통해 주식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들까지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던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 루머가 작전 세력이 개입된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내용은 2주일 후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보도 내용 그대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테마주'로 만들기 위해 황당한 사진을 유포한 세력도 결국 뒷덜미가 잡혔습니다.
잠시 테마주 열풍이 수그러들었지만 두 차례 큰 선거가 있는 올해는 또 다시 테마주 열풍이 불 가능성이 높고, 누군가는 피해를 볼 것입니다. 특히 SNS 매체의 발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난무하며 주식 시장이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기획 기사를 준비하며 만난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맹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고 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헛된 욕심으로 소중한 돈을 투자했다가 재산을 날리는 피해자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될수록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것을 대변할 뿐입니다. 그럴 수록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려는 검은 세력들은 더 활개를 칠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더 불을 켜고 이런 세력들을 발본색원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시리즈 이후 현재 태스크포스팀 형태로 운영하는 ‘테마주 특별 단속반’을 상시 조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근원적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투자자 스스로가 현명하고 냉철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기획을 높게 평가해준 기자협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상을 수상하며 언론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등 관련 기사 동아일보
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등 관련 기사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2012년 2월. 중국 내 탈북자들은 대량 탈북사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허약하게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탈북을 체제 위협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북송된 사람들 중 일부는 정치범수용소조차 보내지 않고 아예 감옥에서 말려죽이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북송된 경우엔 어린 자녀들까지 이런 식으로 죽어갔다.
한국행을 시도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화소에 보내 3년 형을 살게 했다. 교화소에서 3년 생존 확률은 반반 정도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인 중국은 1월 말부터 북한 체포조까지 불러들여 중국 내 탈북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해 북송시키기 시작했다. 단순 탈북자들을 몇 달간 노동단련대에 보내던 4~5년 전에 비하면 체감하는 처벌 강도와 체포 위기는 몇 배로 커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말로만 ‘조용한 외교’를 외칠 뿐 탈북자 문제에 있어 수년째 ‘조용한 방관’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행 탈북자 12명이 2월 8일 선양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간차를 두고 한국행 다른 팀들도 체포되기 시작해 12일에는 모두 31명의 탈북자가 체포됐다. 중국 공안이 한국행 일행에 스파이까지 심어놓으면서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의 결과였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한국행 탈북자 대량 체포였다.
기자는 체포된 탈북자들의 명단을 입수했지만 보도를 유예하고 엿새를 지켜보았다. 탈북자가 체포되면 물밑 교섭을 통해 석방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정세 속에선 1인당 석방대가로 10만 위안을 제시해도 중국 공안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들이 20일 북송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를 심각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고발하고 강제북송 반대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본보는 14일자 1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호소 편지를 계기로 한달 넘게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
개인적으론 이번 보도가 사실상 실종 상태였던 정부의 탈북자 외교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정부가 앞으로 강온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보다 많은 탈북자들을 구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