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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회 (2012년 3월)

수상작 8편 · 출품 후보작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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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8편

심사평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제 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새로 등장한 플랫폼을 어디까지 심사 대상으로 인정할 것이냐’라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출품된 총 33건의 작품 중 팟캐스트(‘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 오마이뉴스)나 유튜브(‘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 보도’,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방영된 기사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는 한국기자협회의 정식 회원사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 매체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논의 결과 어떤 종류의 매체건 그 매체에 속한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회원일 경우 기자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국기자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 또한 이를 준용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들 매체의 등장이 언론 기능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심사 대상에 포함된 리셋 KBS 뉴스9의 ‘총리실 불법 사찰 연속 보도’는 취재 보도 부문에 출품된 10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파업 중인 기자들의 노작(勞作)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 이 기사는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불법사찰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그간의 공방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서 불법사찰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거열람 복사신청 등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등 관련 문건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불법·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접근한 점 또한 높이 평가됐다. 단 노무현 정부 아래 이뤄진 감찰과 이명박 정부아래 이뤄진 민간인 불법 사찰을 분명하게 구분해 발표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보도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점 등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이와 더불어 한겨레21의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재판 기록 단독보도’와 한국일보의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연속 특종보도’ 등 총 3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중 한겨레21 보도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가 출품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와 경합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장진수 전 주무관 연속 인터뷰를 통해 불법사찰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폭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그러나 최초 보도라는 측면에서 한겨레21이 상대적으로 앞섰다는 점, 정 전 주무관의 증언 외에 방대한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사안에 접근하려 노력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한겨레21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일보 보도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사고가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을 갖고 사안을 추적한 결과 원전 간부들이 사고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났듯 원전 관련 정보는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되는 일이 흔하다는 점에서도 한국일보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겨레의 ‘FTA, 깨어진 약속’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한미FTA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ISD 소송을 이미 다양하게 경험한 미국·캐나다 등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관련국 현지 취재를 통해 ISD 관련 의문점을 다각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기획의 참신성 등을 인정받아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경기일보의 ‘MB 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 TJB 대전방송의 ‘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경기일보 보도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저수지가 용도 폐기된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이 대통령 사돈기업(한국타이어)의 골프장 건설 계획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TJB 대전방송 보도는 세종보 공사에 참여한 잠수부의 증언을 토대로 탐문을 벌인 결과 보 수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점을 최초 폭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민주통합당 국민참여경선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지적한 뉴시스광주 보도(‘민주통합당 투신자살 사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와 국보 낙서범으로 몰릴 뻔한 한 청소년의 억울함을 풀어준 경상일보 보도(‘국보 천전리 각석 낙서범 진위 의혹 연속 보도’) 또한 수상작으로 결정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 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사진부의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영호의 수난’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몸통’을 자처한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낸 직후 회견장을 떠나 기자들과 몸 싸움을 벌이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순간 포착한 이 사진은 기자회견 내내 호통을 치던 이씨 모습과 대비되면서 임팩트가 더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
후보 1-02 취재보도부문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 이한기
룸살롱 황제 “경찰 뇌물리스트 폭로” 협박…수사착수 등 연속 특종보도
후보 1-03 취재보도부문 서울신문 사회부 백민경*
한명숙 핵심 측근에 2억원 건넸다
후보 1-06 취재보도부문 동아일보 주간동아팀 구자홍*
중수부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수사 연속 특종보도
후보 1-07 취재보도부문 중앙일보 보도국 심새롬
原電(원전) 이어 火電(화전)도 늑장보고 장관은 TV보고 알았다
후보 1-08 취재보도부문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김영필
4.11 총선 공천자 중 부적절 후보 검증
후보 1-09 취재보도부문 프레시안 정치팀 선명수*·곽재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입막음용 5천만 원 한국은행 신권 최초 보도
후보 1-10 취재보도부문 MBN 사회1부 김태영*·김재헌
현대차 한진 포스코 LS, 이사 책임 앞다퉈 축소
후보 2-01 경제보도부문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이승훈*·이새봄
[단독] 정부, 종교인 과세 추진한다
후보 2-02 경제보도부문 머니투데이방송 경제증권부 이대호*
'IC카드 교체 혼란' 연속 보도
후보 2-03 경제보도부문 SBS 경제부 한정원
자영업자 속인 삼성카드의 거짓말
후보 2-04 경제보도부문 경향신문 경제부 김지환*·이재덕
5.18기념 ‘민주의 종’ 깨진 채 납품 및 후속보도
후보 3-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신진호*·조현일
시사기획 창 ‘학벌사회…대학 나왔나요?’
후보 4-01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탐사제작부 나신하·박인규
[기획보도] 교통사고 피해자 울리는 국토해양부
후보 4-02 기획보도 방송부문 머니투데이방송 경제증권부 김수희·권순우
비상근무중 경찰골프 파문
후보 5-01 지역 취재보도부문 KNN 보도정보팀 김상철*·박철훈*·박동명*
김해 알루미늄 수돗물 공급 특종보도
후보 5-03 지역 취재보도부문 MBC경남 취재1부 정영민·반상현·강건구
광주시장아들 근무회사에 10억특혜 투자논란
후보 5-04 지역 취재보도부문 KBC광주방송 보도국 김효성*·김영휘*
>선거관리위원회 금품수수와 조직적 은폐
후보 5-05 지역 취재보도부문 TBC대구방송 보도국 박영훈*·김용운*
3천만원의 딜레마, 신데렐라의 추락
후보 5-06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정치부 이현정*·황석하
투신자살 사태 부른 민주통합당 불법경선 최초 보도 및 후속보도
후보 5-07 지역 취재보도부문 뉴시스광주 전국부 구길용·배상현*·맹대환*·안현주*
국보 ‘천전리 각석’ 낙서범 진위 의혹 연속보도
후보 5-08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상일보 사회부 허광무
김해시민 17만 명 알루미늄 수돗물 먹었다
후보 5-09 지역 취재보도부문 국제신문 사회2부 노수윤
전국 지자체의 무상복지 역습 단독 보도
후보 5-11 지역 취재보도부문 중부일보 정치부 김만구
광주 동구 ‘관권선거’ 현장 단독 포착
후보 5-12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광주 김해정*·이승준*
JTV 현장다시보기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영호의 수난 한국일보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영호의 수난 한국일보 조영호 기자 지난 3월 20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민간인 사찰의 몸통을 자처한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호씨의 원맨쇼 때문이다. 고함치듯 때론 윽박지르듯 자신의 할말만 쏟아 붓고 회견장을 떠나려던 이씨의 태도가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20층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부터 이영호씨는 기자들에게 막혀 사면초가 신세가 되어버렸다. 어떤 질문에도 입을 다문 채 빠져나가려는 이영호씨에게 기자들이 몰려들면서 이씨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기자들과 실랑이 끝에 겨우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1층 로비에서 문이 열리자 더 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부터 시청역까지 도망치는 이씨를 끈질기게 잡는 기자들에 의해 이씨는 안경이 벗겨지고 바닥에 나자빠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급기야는 주변에 경계를 서던 경찰까지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시종일관 자신의 할 말만 늘어놓은 이영호씨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언론사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씨의 수난은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도로까지 끌고 가다시피 하며 과열된 취재 경쟁을 벌인 기자들도 분명 잘못이 있다. 그 날 도로에는 서로 뒤엉킨 기자들 때문에 일대가 교통대란을 겪었다. 수많은 경적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취재에 열중하는 기자들에게 한 운전자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차 속에 위급한 환자가 있으니 길을 열어달라며 외쳐대는 운전자의 소리마저 기자들의 고함소리에 묻혀버렸다. 너무도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이영호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도로를 점령하며 법규를 무시할 권리가 기자들에겐 없다. 다소 광적이었던 기자들의 취재 모습이 그날 시청 앞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종편과 인터넷 매체의 급증으로 취재진의 수가 많아지면서 현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현장의 취재 질서는 기자들의 몫이다. 질서를 무시한 취재경쟁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기자정신이 도를 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국제신문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국제신문 오상준 기자 3D, 4D시대에 '촌스러운'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향수와 추억을 제대로 자극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다.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시리즈 역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동상, 기념비, 기념탑 같은 부산의 '기억 자산'을 끄집어내 재조명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부산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도시다. 기념물을 통해 본 부산의 기억과 정체성 찾기라는 새로운 시도다. 부산은 항구도시인 데다 해방으로 말미암은 귀환동포와 6·25 전쟁으로 생긴 피란만의 대규모 유입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임시수도, 부마항쟁의 도화선 같은 다양한 역사적 기억이 빚어졌다. 인제야 그때 그 시절의 추억과 기억의 흔적을 더듬어보지만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방치된 상태다. 부산이 경제 개발과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리즈가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단순히 회상하고 소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억 자산'이 일상생활 속 오늘날의 의미를 찾아내고 부산의 정체성을 짚어보며 나아가 부산의 문화·관광·청소년 교육자원으로 끌어올려야 기획기사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부산대 사회학과 박재환 김희재 교수가 이끄는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 회원들과 지난해 7월부터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스터디를 하고 토론을 하며 현장을 찾았다. 공동작업 형태의 기획기사로 작업의 진척은 더뎠지만 폭넓은 시각에서 기념물을 통해 본 부산의 기억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당시 사회1부 부산시청 출입기자로서 짬을 내 기획기사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아 다소 힘들었지만 부산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11회의 시리즈가 마무리될 때쯤 다행히 부산시가 기념비, 동상을 비롯한 공공조형물에 대한 체계적 관리에 나섰다. 대학, 연구소,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부산의 기억을 자산화하기 위해 시민강좌를 마련하는 등 기억 자산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부산교육대는 초·중·고교 교사 대상 '기념물을 통한 부산 알기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이번 여름방학에 개설하기로 했다. 유럽의 전통 있는 도시를 보면 도시의 가치는 고층 건물이나 긴 다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갖춘 기억 자산에 달려 있다. 독일 로렐라이 동상, 덴마크 인어 동상, 벨기에 오줌싸개 동상이 그렇다. 기억 자산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관광·교육자원뿐 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도시재생의 밑거름이다. 어쨌든 부산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도시이지만 이 시리즈를 제대로 '기억'해주신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의 안목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보도 TJB대전방송
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보도 TJB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보 수문 작동이 안돼서 잠수부들이 들어가서 돌을 빼내야 한다구요?” 지난 3월초 세종보 공사에 참여했던 한 잠수부로부터 들은 제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했다. 하지만 뭔가 냄새가 난다는 기자의 직감을 믿고 제보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세종보 수중 공사에 참여한 여러 잠수부들과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면서 황당하게 느껴졌던 제보는 점차 명백한 사실로 확인됐다. 국토관리청이 4대강 세종보의 수문 실린더에 토사와 모래가 끼면서 수문 작동이 멈추는 결함을 이미 지난해 발견해 보강공사까지 실시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잇딴 보도가 계속되자 국토관리청은 준공을 늦춰서라도 세종보 수문 기능에 대한 결함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보 수문 기능 결함에 대해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보여준 국토관리청의 안이한 대처는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기자와 기자의 지인 등 각종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취재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더구나 당시 4.11총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 4대강 관련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될 경우 정부가 난감해진다는 친절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그렇듯 그런 외압이 강해질수록 취재를 향한 열망은 더욱 깊어지는 법. 결국 일주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종보 관련 리포트가 전파를 탔다. 국토관리청은 보 결함 문제에 대해 시공사와 보 수문 제작업체들만 탓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홀히 했다. 대책 마련을 하겠다며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과 함께 동석한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취재를 끈기 있게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로서 사명감보다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안타까움이었던 것 같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면서도 그 기능과 효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적 우려과 근심은 힘든 취재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 TJB 보도 이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시공사와 수문제작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뒤늦게 구성해 세종보 수문 결함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여름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성패를 보여줄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자 역시 4대강 세종보의 수문 기능이 이번 여름 홍수기를 지나는 동안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위 조절 기능을 다하는지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뉴스 보도에서 ‘딥 쓰로트(Deep throat)' 즉 공익적 내부고발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본인에게 잠재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종보 수문 결함에 대해 양심적인 제보를 해 준 잠수부 선생님께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또 환경 관련 분야 취재를 하면서 늘 많은 도움을 주시는 양흥모 녹색연합 사무처장에게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역방송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우리 TJB 보도팀 식구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MB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 경기일보
MB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 경기일보 이명관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이번 기사가 연속적으로 게재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초는 바로 현장이었다. 현장을 찾아 발품을 팔지 않았으면 자칫 사장됐거나 단발성 기사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로서 가졌던 초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됐다. 이달의 기자상이란 영광을 안겨준 ‘MB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의 기사에 대한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때 좋은 기사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골프장과 관련해 화성시에 퍼진 갖가지 풍문, 해당 골프장 부지 대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개인 땅이라는 사실, 그동안 수차례 진행됐던 입목축적 과정 등이 있었다는 점 등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타사가 수년전 골프장 건설을 위해 장지저수지를 용도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이제껏 취재한 내용이 일부 겹치기도 해 자칫 따라하기 식의 기사밖에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도에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이와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의원과 환경단체의 도움을 얻어 화성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이를 뒷받침한 산지전용타당성조사용역보고서를 입수해 분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각종 의혹이 들긴했지만, 현행법상 인허가부서의 현장 확인이 어렵고 기존의 입목축적조사가 각종 문제를 일으켜 제도적 보완 차원에서 산지보전협회로 일원화돼 이에 대한 재검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점 등은 서류상으로는 취재에 한계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정답은 현장에 있었다. 취재팀은 화성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명과 함께 직접 2회에 걸쳐 현장 실사를 했다. 처음 현장을 갔을 때는 이제껏 수차례 진행된 입목축적지가 비슷한 곳에 중첩돼 있어, 최근에 측정한 곳이 어디이냐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행착오를 거쳤다. 길도 없는 산을 타고 수차례의 오류를 겪은 이후 이번 산지전용타당성조사에 따른 입목축적지를 찾을 수 있었고, 그 곳에서 간벌된 나무들의 밑동을 재고 나무 개수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 결과 입목축적 조사과정에서 벌목근이 대거 누락된 사실을 밝혀냈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입목축적 산정시 최근 5년 이내 벌목된 나무들로 포함시켜 축적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보호해야할 가치가 높은 우량 수목도 마구 잘려나간 사실도 충격을 줬다. 이와함께 멸종위기종인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 도심지에서 보기 힘든 생태계를 갖춘 곳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본보 보도 이후 화성시는 현재 입목축적 조사의 부실함을 근거로 사업계획을 반려하는 내부 방침을 정한 뒤 향후 행정절차 진행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함께 현장을 누벼 준 강인묵 선배, 전형민 선배, 김동식 선배 등 취재팀원들에게 감사드리며, 기자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최종식 국장, 인내심를 가지고 믿어준 이용성 사회부장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FTA, 깨어진 약속 한겨레신문
FTA, 깨어진 약속 한겨레신문 정은주 기자 지난 3월 20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민간인 사찰의 몸통을 자처한 전 청와대 비서관 이영호씨의 원맨쇼 때문이다. 고함치듯 때론 윽박지르듯 자신의 할말만 쏟아 붓고 회견장을 떠나려던 이씨의 태도가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20층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부터 이영호씨는 기자들에게 막혀 사면초가 신세가 되어버렸다. 어떤 질문에도 입을 다문 채 빠져나가려는 이영호씨에게 기자들이 몰려들면서 이씨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기자들과 실랑이 끝에 겨우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1층 로비에서 문이 열리자 더 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비부터 시청역까지 도망치는 이씨를 끈질기게 잡는 기자들에 의해 이씨는 안경이 벗겨지고 바닥에 나자빠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급기야는 주변에 경계를 서던 경찰까지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시종일관 자신의 할 말만 늘어놓은 이영호씨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언론사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씨의 수난은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도로까지 끌고 가다시피 하며 과열된 취재 경쟁을 벌인 기자들도 분명 잘못이 있다. 그 날 도로에는 서로 뒤엉킨 기자들 때문에 일대가 교통대란을 겪었다. 수많은 경적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취재에 열중하는 기자들에게 한 운전자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차 속에 위급한 환자가 있으니 길을 열어달라며 외쳐대는 운전자의 소리마저 기자들의 고함소리에 묻혀버렸다. 너무도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이영호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도로를 점령하며 법규를 무시할 권리가 기자들에겐 없다. 다소 광적이었던 기자들의 취재 모습이 그날 시청 앞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종편과 인터넷 매체의 급증으로 취재진의 수가 많아지면서 현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현장의 취재 질서는 기자들의 몫이다. 질서를 무시한 취재경쟁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기자정신이 도를 넘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연속 특종 보도 한국일보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연속 특종 보도 한국일보 김종한 기자 부끄러웠다. 국내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과거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원전의 혜택인 전기를 펑펑 써댔다. 그런데 고리원전 1호기 블랙아웃(완전 정전) 사고 은폐 모의 사건을 취재할수록 정부의 원전 운영과 관리는 허점투성이임을 알게 됐다. 놀랐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염려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고리원전 1호기 현장 간부들의 해명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 안전의식으로 원전을 운영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어려웠다. 고리원전 현장 간부들이 사고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는 ‘한국일보’의 첫 특종보도를 비롯해 이후 후속 취재과정까지. 원전은 국가보호시설로 접근이 사실상 차단돼 있는 데다 ‘국익을 위한 비밀’이란 장막을 걷어내기엔 도와 줄 전문가도 타 분야에 비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리원전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구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주변 국민들은 ‘즉각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잘 사는 걸 떠나 일단 살고 싶다”는 그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데 정부는 오는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고리원전 정전사고를 계기로 노후화한 원전에 대한 재연장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는데 오는 11월 수명이 만료되는 월성원전 1호기를 놓고 사실상 재가동 방침을 굳힌 정부 측과 ‘절대 불가’를 외치는 지역 주민들, 반핵단체들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생활도 많이 바뀌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전등을 끄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신 원전과 관련된 정부의 방침과 주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기로 했다. 원전은 값싼 전기를 쓰는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핵폐기물 관리 등 여러 짐을 지우는 발전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취재과정에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상준 부산취재본부장, 하종오 사회부장 겸 부국장, 이성철 산업부장, 이희정 문화부장께 감사드린다. 또 원전 전문가는 모두 원전 비호세력, 소위 ‘원전 마피아’라는 항간의 풍문을 불식시키며 조언해준 일부 교수들과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취재에 적극 응해준 반핵단체 등에도 감사를 전한다.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재판 기록 단독 보도 한겨레신문 김남일 기자 ‘한겨레21’ 기사는 사실상의 고소장이 되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재판 기록’ 단독 보도가 나간 뒤 ‘한겨레21’ 전 편집장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해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우리의 보도가 또 다른 후속 보도를 불러 은폐되었던 불의에 한발 더 다가간 것입니다. 불법사찰 피해자의 처지가 되고보니 후속 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고소장이 되었습니다. 삭제되고 조각으로 흩어진, 그래서 더 이상 확인할 길 없는 불법사찰 ‘의혹’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한가운데 휘말린 당사자일수록 의혹보다는 불편부당한 기사가 필요하다는 편집장의 주문이 기자의 초심을 일깨웠습니다. 대통령 얼굴이 표지에 가득한 ‘한겨레21’ 후속 기사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 불거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말그대로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에 의한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까지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공직자 비위행위 적발이 주임무인 공직윤리지원관실까지 나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표적 사찰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여준 극단적 사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던 2010년 7~8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수사는 시작부터 부실로 점철됐습니다. 검찰 수사는 결국 ‘윗선’을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습니다. 검찰의 부실수사는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도와주기 위해 의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2010년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부서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은 증거인멸에 사용된 대포폰을 청와대 행정관이 지급한 사실까지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윗선’을 밝히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추가 보도를 위한 물밑 취재를 벌여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에서 여러 취재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기사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사찰당했습니다. 무차별적인 불법사찰도 모자라 권력 핵심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뒤 입막음까지 시도했습니다. 부실한 수사로 사건은 덮어지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불의의 과정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했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그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한 번 더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에게 수상 소식을 전합니다.
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 보도 KBS
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 보도 KBS 송명훈 기자 CD 1장을 들고 대법원 민원실을 나왔다. 무슨 주문이라도 외듯, ‘제발’을 되뇌며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차에 올라 타자 마자 노트북을 켰다. CD안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아직 확신 할 수 없었다.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부팅시간, 다시 한번 ‘제발’을 뇌되며 CD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사찰문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3월초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KBS 새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은 리셋 KBS 뉴스팀을 꾸렸다. 총리실 장진수 주무관의 양심고백이 막 터져 나온 뒤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장진수의 입에 쏠려 있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사건이 전개됐다. 총리실이 권한을 남용해 민간인을 뒷조사한 불법 사찰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괴해 증거를 인멸한 사건으로 나뉜다. 장 주무관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어떻게 증거를 없앴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그 지시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는 ‘윗선은 없다’던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은 것이었다. 장 씨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다시 뜨거운 의제로 떠올랐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정작 불법 사찰의 규모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과연 검찰이 발표한 대로 민간인 사찰 피해자는 전 KB한마음 대표인 김종익씨 한 사람 뿐이었을까. 취재진은 너무도 당연한 이 의문을 붙들고, 증거 인멸과 함께 사라져버린 불법 사찰 그 자체를 주목했다. 총리실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증거를 없앴다. 다급했고 숨겨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어딘가에 사찰의 실체를 밝혀줄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원점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진수씨 외에 다른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다문 상태에서 총리실 사찰팀의 행적을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실마리는 판결문에 있었다.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다가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문건을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냈다면 이를 통해 불법 사찰의 전모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그 즉시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구했다. 기대했던 대로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는 증거기록에도 문서로 첨부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검찰이 내용을 가리고 법원에 제출해 구체적인 사찰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 제목만 남아있는 빈껍데기의 문건이었다. 취재는 난관에 봉착했지만 의혹은 더 커졌다. 검찰은 왜 수많은 증거기록 가운데 유독 하명사건 처리부만 내용을 가리고 법원에 제출했을까. 당연히 세상에 알리기 곤란한 내용이 적혀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15000 페이지에 이르는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한장 한장 넘겨 가며 분석했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다. 검찰이 법원에 증거기록을 제출하면서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등의 문서 파일이 담긴 CD도 함께 제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기대는 반반이었다. 이 CD에도 빈껍데기 뿐인 문서만 담겨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대법원에 증거 열람복사 신청을 해 직접 CD를 확인 해야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먼저 온전한 형태의 ‘하명사건 처리부’가 있었다. 의심했던 대로 여기에는 김종익씨 이외에 다른 민간인과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사찰 내역이 기록돼 있었다. 하명의 주체는 청와대(Blue House)를 뜻하는 ‘BH'로 표기돼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KBS와 YNT 등 언론기관에 대한 사찰문건 등을 포함해 불법 사찰로 의심되는 문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총리실 사찰팀은 이미 검찰 수사에 앞서 컴퓨터 10대의 내용을 모두 삭제했고, 종이문서 4만5천장을 파쇄해 버렸다. 그런데 운이 없게도 한 수사관이 USB 메모리를 검찰에 압수당했고, 그 안에서 일부 사찰 문건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초법적인 권한으로 국민을 감시했다. 이것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다. 그리고 검찰은 이미 드러난 것만 문제 삼고 사건을 마무리 했다. 진실은 은폐됐다. 이것이 검찰의 부실 수사다. 그리고 기자들은 시키는 일만 하기에 바빴다. 이것은 언론인의 직무유기다. KBS 새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다. 이미 최장기 파업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고백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정규 방송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하고 있다. 제대로된 카메라도 없고 편집기도 없지만 진실의 힘을 무기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KBS 새 노조의 뉴스 타이틀은 ‘리셋 KBS’이다. 저널리스트로서의 본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