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보도
TJB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보 수문 작동이 안돼서 잠수부들이 들어가서 돌을 빼내야 한다구요?”
지난 3월초 세종보 공사에 참여했던 한 잠수부로부터 들은 제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했다. 하지만 뭔가 냄새가 난다는 기자의 직감을 믿고 제보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세종보 수중 공사에 참여한 여러 잠수부들과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면서 황당하게 느껴졌던 제보는 점차 명백한 사실로 확인됐다. 국토관리청이 4대강 세종보의 수문 실린더에 토사와 모래가 끼면서 수문 작동이 멈추는 결함을 이미 지난해 발견해 보강공사까지 실시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잇딴 보도가 계속되자 국토관리청은 준공을 늦춰서라도 세종보 수문 기능에 대한 결함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보 수문 기능 결함에 대해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보여준 국토관리청의 안이한 대처는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기자와 기자의 지인 등 각종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취재 중단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더구나 당시 4.11총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 4대강 관련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될 경우 정부가 난감해진다는 친절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기자가 그렇듯 그런 외압이 강해질수록 취재를 향한 열망은 더욱 깊어지는 법. 결국 일주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종보 관련 리포트가 전파를 탔다.
국토관리청은 보 결함 문제에 대해 시공사와 보 수문 제작업체들만 탓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홀히 했다. 대책 마련을 하겠다며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과 함께 동석한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취재를 끈기 있게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로서 사명감보다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안타까움이었던 것 같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면서도 그 기능과 효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한 국민적 우려과 근심은 힘든 취재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
TJB 보도 이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시공사와 수문제작업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뒤늦게 구성해 세종보 수문 결함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여름이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성패를 보여줄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자 역시 4대강 세종보의 수문 기능이 이번 여름 홍수기를 지나는 동안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위 조절 기능을 다하는지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뉴스 보도에서 ‘딥 쓰로트(Deep throat)' 즉 공익적 내부고발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본인에게 잠재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종보 수문 결함에 대해 양심적인 제보를 해 준 잠수부 선생님께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또 환경 관련 분야 취재를 하면서 늘 많은 도움을 주시는 양흥모 녹색연합 사무처장에게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역방송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우리 TJB 보도팀 식구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59회 전체 총평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제 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새로 등장한 플랫폼을 어디까지 심사 대상으로 인정할 것이냐’라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출품된 총 33건의 작품 중 팟캐스트(‘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 오마이뉴스)나 유튜브(‘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 보도’,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방영된 기사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는 한국기자협회의 정식 회원사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 매체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논의 결과 어떤 종류의 매체건 그 매체에 속한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회원일 경우 기자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국기자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 또한 이를 준용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들 매체의 등장이 언론 기능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심사 대상에 포함된 리셋 KBS 뉴스9의 ‘총리실 불법 사찰 연속 보도’는 취재 보도 부문에 출품된 10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파업 중인 기자들의 노작(勞作)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 이 기사는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불법사찰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그간의 공방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서 불법사찰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거열람 복사신청 등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등 관련 문건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불법·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접근한 점 또한 높이 평가됐다. 단 노무현 정부 아래 이뤄진 감찰과 이명박 정부아래 이뤄진 민간인 불법 사찰을 분명하게 구분해 발표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보도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점 등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재 보도 부문에서는 이와 더불어 한겨레21의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재판 기록 단독보도’와 한국일보의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연속 특종보도’ 등 총 3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중 한겨레21 보도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가 출품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와 경합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장진수 전 주무관 연속 인터뷰를 통해 불법사찰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폭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그러나 최초 보도라는 측면에서 한겨레21이 상대적으로 앞섰다는 점, 정 전 주무관의 증언 외에 방대한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사안에 접근하려 노력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한겨레21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일보 보도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사고가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을 갖고 사안을 추적한 결과 원전 간부들이 사고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났듯 원전 관련 정보는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되는 일이 흔하다는 점에서도 한국일보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겨레의 ‘FTA, 깨어진 약속’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한미FTA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ISD 소송을 이미 다양하게 경험한 미국·캐나다 등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관련국 현지 취재를 통해 ISD 관련 의문점을 다각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기획의 참신성 등을 인정받아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경기일보의 ‘MB 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 TJB 대전방송의 ‘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경기일보 보도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저수지가 용도 폐기된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이 대통령 사돈기업(한국타이어)의 골프장 건설 계획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TJB 대전방송 보도는 세종보 공사에 참여한 잠수부의 증언을 토대로 탐문을 벌인 결과 보 수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점을 최초 폭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민주통합당 국민참여경선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지적한 뉴시스광주 보도(‘민주통합당 투신자살 사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와 국보 낙서범으로 몰릴 뻔한 한 청소년의 억울함을 풀어준 경상일보 보도(‘국보 천전리 각석 낙서범 진위 의혹 연속 보도’) 또한 수상작으로 결정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 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사진부의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영호의 수난’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몸통’을 자처한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낸 직후 회견장을 떠나 기자들과 몸 싸움을 벌이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순간 포착한 이 사진은 기자회견 내내 호통을 치던 이씨 모습과 대비되면서 임팩트가 더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