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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연속보도
취재후기
(262회)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연속보…
日 우익 정치인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연속보도
중앙일보 윤설영 기자
요즘 기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취재 꺼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많은 기사들이 일회적인 가십성 뉴스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치를 낮게 치곤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 보도는 한 트위터 사진에서 시작됐습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의 트위터에서 본 "다캐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쓰여진 말뚝을 누군가가 박물관 앞에 두고 갔다"는 사진이었습니다. 이틀 전에 올린 사진이었고 여러차례 (언론인 포함) RT가 됐지만, 화제는 되지 못한 듯 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마치 추리 소설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 진진했습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처음 위안부 박물관에 갔을 때 단서라고는 남자 2명, 4,50대의 중년과 20대 청년, 일본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뒤진 끝에 그들이 지나간 길가의 CCTV,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준 집배원의 증언을 통해 그들의 생김새, 목적 등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이어 지난 뉴스를 검색하다가 지난 3월 주일본 한국대사관에 꽂힌 말뚝과 같은 말뚝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일본 우익의 계획된 테러라고 확신했습니다.
다음 날, 그들이 주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도 말뚝을 묶고 간 동영상을 단독 확인하면서, 단순한 퍼포먼스 수준이 아니라 외교적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탄원, 외교부의 유감표명, 위안부-성노예 명칭 변경 논란, 트럭운전수의 대사관 돌진 등 파장이 커졌습니다. 2주 뒤 당사자 '스즈키 노부유키'에 대한 입국금지를 이끌어내면서 이번 취재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췄습니다.
사진 한장에서 시작된 취재가 한일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되면서, 단 하나의 팩트라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취재의 기본을 되새기게 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정신 나간 우익 정치인의 쇼일 뿐이다', '이름없는 극우 일본인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번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싸워야 했던 또 하나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번 보도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기사의 주인공 '스즈키 노부유키' 일겁니다. 말뚝 테러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일본에서도 우익단체 집회마다 말뚝을 들고 나타나 이젠 아예 "한국과 국교를 단절하자"고 외칩니다.
물론 일일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무대응이 정답은 아닙니다.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선동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 1930년대 대동아 전쟁을 선동한 일제의 모습이 비쳐져 섬뜩합니다.
엄연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살아있는데도 이를 부정하는 것은 반인륜적 만행입니다. 호되게 야단을 쳐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혼쭐을 내야 합니다.
일본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또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자신감을 잃은 일본인이 많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보통국가'를 외치면서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갑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힘을 많이 키웠지만, 일본의 야욕이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보도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일으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운동은 이제 겨우 20년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부터가 기억 속에서 할머니들을 지워버린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시면서 이제 몇 분 남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운동에서 전략적으로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운동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에서 기사의 가치를 발견하고 끝까지 푸쉬해주신 강주안 선배를 비롯한 데스크와 초기 취재 과정에서 집중력과 끈질김으로 도움을 준 동료기자들, 취재, 보도에 함께 해준 중앙일보에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덕분에 JTBC 첫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늘 무한 애정으로 품어주시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회차 수상작 2012년 6월
제262회(2012년 6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