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262회) ‘GPS 간첩사건' 추적보도 / 한겨레신문
‘GPS 간첩사건' 추적보도
한겨레신문 정환봉 기자
지난 5월말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비전향 장기수 출신 인사가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주요 방송과 신문의 머리를 장식했다. 올 4월에 있었던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서비스(GPS) 교란 공격도 ‘간첩단’이 빼돌린 기술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잇따랐다.
이번 취재는 아주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경찰과 국정원 등 공안당국의 감시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비전향 장기수가 고급 군사기밀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군사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노인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려 북한에 넘길 수 있었을까?
광범위한 취재를 시작했다. 애초에 비전향 장기수로 알려진 이아무개(74)씨와 함께 구속된 대북사업가 김아무개(56)씨의 지인을 수차례 만났다. 가족, 동업자, 변호인, 뉴질랜드에 있는 김씨의 부인과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전 항공사 직원 정아무개(62)씨도 어렵게 만났다. 취재과정에서 경찰이 군사기밀이라고 판단했던 전자우편도 확보했다. 발로 뛴 여러 기자들의 노력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취재 결과와 경찰이 애초에 발표했던 내용은 너무 달랐다. 이씨는 비전향 장기수가 아니라 이미 1998년도에 전향을 한 인물이었다. 경찰이 주요 군사기밀이라고 말한 자료는 인터넷에서 1분도 안 걸려 구할 수 있는 한글파일 1페이지 분량의 자료에 불과했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의 당사자들을 간첩 목적수행 혐의가 아니라 간첩 목적수행 예비음모 혐의로 기소했다. 혐의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얼마나 과장됐는지, 어떤 부분이 허위였는지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세상의 구석구석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번에 귀한 상을 주신 이유는 숨어있는 진실을 밝히는 기자의 본분에 충실하라는 채찍과 격려라 생각한다.
이 회차 수상작 2012년 6월
제262회(2012년 6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