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청 공무원 거액 공금횡령
KBC광주방송 박승현 기자
공무원 공금 횡령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억 7700만 원.
여수시청에서 회계담당 업무를 맡은 8급 공무원이 지난 3년 동안 시 공금을 자신의 개인 쌈짓돈처럼 여기며 매달 2억 원 이상씩을 빼내갔다. 여수시는 감사원 적발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수사를 맡은 검찰은 이 공무원의 독특한 수법, 복잡한 돈거래와 허술한 인사·회계·감사 시스템에 혀를 내둘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의 취재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40대 부부의 단순한 교통사고에서 두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10월 10일,
남편 47살 김 모씨의 직업이 바로 여수시청 공무원이라는 점. 그리고 자살시도 원인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는 점이 교통사고 후속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직감적으로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서가 너무 빈약했다. 일단 정보라인을 총가동한 끝에 김 모씨가 회계업무 담당이라는 점, 그리고 감사원이 여수시청 회계분야에서 공금횡령 의혹을 포착하고 특별감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추가로 알아냈다. 얽혀있던 실타래의 첫 매듭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횡령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서를 퍼즐을 맞추듯 한데 모아 결국 김 씨가 지난 3년 동안 여수시 급여업무를 담당하면서 매달 세무서에 납부해야 할 직원 소득세 2억 원 가운에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었으며 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해 묻힐 뻔한 사건이 공무원이 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사건으로 이어지는 최초의 단독보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 일파만파 확산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KBC 보도와 함께 검찰 수사도 본격적으로 착수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수시 공무원의 횡령액은 당초 감사원이 조사한 29억 원에서 계속 불어나더니 지난 11월 18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최종 80억 77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지난 한달 간을 건국 이래 최대의 세도로 기록된 여수시청 공무원의 공금횡령 사건을 취재하며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이번 취재는 기자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따금씩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게 되면 어렵다거나 귀찮다나는 이유로 그 벽을 넘어서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사실을 넘어 드러나 있지 않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 든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로써의 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마지막으로 항상 최고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묵묵해 다하고 있는 KBC 식구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66회 전체 총평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협회에 출품된 기사를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은 기사의 사회적 파장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취재 및 기자 작성 과정에서 기자가 과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다. 특히 이번 심사위원회에서는 기사 발굴과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기자 정신을 얼마나 발휘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토론이 이루어졌다.
취재보도부문에서, ‘도둑님들-5공 핵심 비리 땅 전두환 딸에게 증여 단독 확인’ 기사는 작은 단서를 기자가 집요하게 파헤쳐 돋보이는 기사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내려졌다. 내년에 시효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뛰어났다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최필립(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 기사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간에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사회적 파장이 엄청났지만 취재 과정에서 기자의 노력보다는 우연이 작용했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필립 이사장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집요한 사전 취재가 없었다면 이런 특종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반론이 나왔다. 취재 윤리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제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감점 요인이 있다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녹음기를 숨겨 들어간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전화를 끊지 않아 우연히 회의 내용을 듣게 됐다는 정도는 취재윤리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과, 법적 판단과 기자의 취재 윤리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시형씨 "큰아버지에 현금 6억 빌려 큰 가방에 넣어와"’ 기사는 좋은 기사지만 보도 당시 비슷한 수준의 특종이 여러 언론에서 이어졌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 ‘비사(秘史) MB노믹스 - 이명박정부 경제실록’은 기자들이 품을 많이 들여 읽을거리를 번듯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짜임새가 부족하고 실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약해보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예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급발진...그들은 알고 있다’는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는 점, 충실한 자료 수집과 검증을 거쳤다는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보도가 많아 기시감이 있다는 점, 최종적으로 급발진이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여수시청 공무원 거액 공금횡령’은 사회적 반향이 매우 컸고, 단서를 포착해서 추적과 세밀한 확인 작업을 거쳐 기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사건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다소 취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MB큰형 이상은 다스회장 인천공항 입국’(사진)과 ‘15분 폭우, 청계천에 고립된 시민들’(사진)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시각적인 효과에서는 고립된 시민들 사진이 뛰어났지만, 기자가 들인 노력은 인천공항 입국 사진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기자가 들인 노력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한편, 이번 심사 과정에서 기사를 출품한 기자가 심사위원 명단을 파악해 거의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출품작을 잘 살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행위가 자칫 심사위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또 심사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