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그들은 알고 있다
KBS 이석재기자
지난 5월, 정부가 자동차 급발진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우려보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운전 미숙으로 결론을 내렸던 지난 1999년 정부의 첫 급발진 조사를 시점으로 이미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자동차의 전자화는 진일보했기 때문에 적어도 그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합동조사반의 조사위원 가운데 일부가 지난 99년 당시 조사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인사라는 의혹을 전해들은 뒤부터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일부 자동차 제작사 측 관계자들도 그런 이유로 이번 조사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않고 있다는 전언까지 접하면서 의혹은 증폭됐고, 특정 인물 3명의 이름만 확인되면 본격 취재에 착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들었습니다.
문제는 16명이라는 조사반 내부 조사위원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국토해양부도, 조사를 주도했던 교통안전공단 측도, 무슨 이유에선지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취재는 답보 상태에 빠졌습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던 취재는 회사 동료인 정아연 기자가 문제의 명단을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입수해 전달해주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명단을 통해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고, 본격 취재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내내 끊이지 않았던 고민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언론사에서 이 급발진 아이템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취재진은,
현 시점에서 시청자가 제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은,
EDR이라는 사고기록장치가 어떤 부품인지, 이 장치를 놓고 정부 조사반과 자동차 제작사, 급발진 추정 사고 운전자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합동조사반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지난 국정감사에서 어떤 증언들이 나왔는지 파악도 못한 채 방송 직전까지 온갖 꼼수를 부렸던 국토부 관계자의 행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방송 직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각종 해명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해 급발진 추정 사고 조사가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사반을 신뢰하지 않는 국회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급발진 추정 사고 조사를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266회 전체 총평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협회에 출품된 기사를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은 기사의 사회적 파장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취재 및 기자 작성 과정에서 기자가 과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다. 특히 이번 심사위원회에서는 기사 발굴과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기자 정신을 얼마나 발휘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토론이 이루어졌다.
취재보도부문에서, ‘도둑님들-5공 핵심 비리 땅 전두환 딸에게 증여 단독 확인’ 기사는 작은 단서를 기자가 집요하게 파헤쳐 돋보이는 기사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내려졌다. 내년에 시효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뛰어났다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최필립(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 기사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간에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사회적 파장이 엄청났지만 취재 과정에서 기자의 노력보다는 우연이 작용했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필립 이사장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집요한 사전 취재가 없었다면 이런 특종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반론이 나왔다. 취재 윤리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제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감점 요인이 있다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녹음기를 숨겨 들어간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전화를 끊지 않아 우연히 회의 내용을 듣게 됐다는 정도는 취재윤리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과, 법적 판단과 기자의 취재 윤리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시형씨 "큰아버지에 현금 6억 빌려 큰 가방에 넣어와"’ 기사는 좋은 기사지만 보도 당시 비슷한 수준의 특종이 여러 언론에서 이어졌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 ‘비사(秘史) MB노믹스 - 이명박정부 경제실록’은 기자들이 품을 많이 들여 읽을거리를 번듯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짜임새가 부족하고 실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약해보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예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급발진...그들은 알고 있다’는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는 점, 충실한 자료 수집과 검증을 거쳤다는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보도가 많아 기시감이 있다는 점, 최종적으로 급발진이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여수시청 공무원 거액 공금횡령’은 사회적 반향이 매우 컸고, 단서를 포착해서 추적과 세밀한 확인 작업을 거쳐 기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사건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다소 취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MB큰형 이상은 다스회장 인천공항 입국’(사진)과 ‘15분 폭우, 청계천에 고립된 시민들’(사진)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시각적인 효과에서는 고립된 시민들 사진이 뛰어났지만, 기자가 들인 노력은 인천공항 입국 사진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기자가 들인 노력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한편, 이번 심사 과정에서 기사를 출품한 기자가 심사위원 명단을 파악해 거의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출품작을 잘 살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행위가 자칫 심사위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또 심사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